무역규모 세계 7위, 대한민국의 다음 선택은?
무역규모 세계 7위, 대한민국의 다음 선택은?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1.12.21 10:1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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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한정석 편집위원

부유한 사람들에게도 한때 힘겨웠던 가족사가 존재한다. 유년기에 겪은 가난의 기억은 없을 수도 있다. 우연히 발견한 선친(先親)의 일기장. 거기에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며 고군분투하던 아버지의 사연을 읽는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우리의 60여년 수출 역사는 바로 그런 선대(先代)들이 눈물로 쓴 일기장이다.

6·25전쟁의 상흔을 안고 외국의 원조로 근근이 살아가던 1959년. 동아일보 1월 29일자 사설에 한 기업인이‘수출진흥의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썼다. 기고자는 이창수 한국금속제련 부사장. 말이 칼럼이지 지면에 흐르는 절절함은 탄식에 가까웠다. 칼럼은 이렇게 말한다.

 
“해외 원조에 한하여 사는 것은 자립할 수 없는 것이고 그 원조라는 것이 영속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하나 우리는 원조에 기대 안이하게만 살고 있다…(중략) 수출 진흥이 자립경제의 초석이지만 오늘날 수출 진흥은 구두선(口頭禪)이 되어서 도무지 실행이 되고 있지 않다. 영국 같은 나라는 과거 그들이 역사적으로 일대위기에 처했을 때‘수출 아니면 멸망’이라는 표어 밑에서 총궐기했으니 패전한 일본의 수출이 지금 25억불이요, 비율빈(필리핀)의 수출이 4억2천만불, 태국이 3억6천만불, 자유중국도 1억4천만불을 돌파하고 있는데 우리는 기껏해야 3천만불 안팎이다.”

산업기반이라고는 광물밖에 없던 시절, 당시로서는 생소하기만 한‘수출진흥책’을 말하는 기고자는 ‘원조’가 있을 때 자립경제 기반을 만들어야 하고 그 방안은 수출이라고 역설한다. 칼럼은‘외국원조가 계속되는 기간에 수출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여기고 외자 도입을 해서 중흥시켜야 하다’고 끝맺었다.

2011년 12월 대한민국은 수출 5,000억 달러,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달성했다. 세계 무역 규모 7위. 2004년 미국이 첫 번째로 1조 클럽에 든 이후 독일, 중국, 일본, 영국, 이탈리아, 독일에 이어 우리가 9번째로 무역 1조 클럽에 들었다. 차이가 있다면 이들 국가들이 1인당 GDP 2,500~4만 달러 사이에 1조 클럽에 들었다면 우리는 이 보다 적은 2만1,000달러대에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다는 점이다.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수출 전쟁에 나섰는지 알려준다. 60여 년 전 한 기업인의 그 뜨거운 외침이 시간의 벽을 넘어 오래된 유선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느낌이다. 더구나 당시 수출진흥책은 소수 주장에 불과했다. 신국환 전 산자부 장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박정희 대통령이 5·16 군사혁명을 하면서 내건 명분이 '경제 발전을 해서 국민이 안정되게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그 구체적인 방안을 놓고 혁명 주체들 간에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외화가 없는 우리 실정을 감안해 볼 때 수입 대체산업을 개발하자는 ‘수입대체형 공업화’ 의견이 대세였고, 수출이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리도록 ‘수출 주도 공업화’를 하자는 의견은 소수였죠. 당시 상공부는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결국 박정희 대통령은 선택을 해야 했죠.”

남덕우 전 총리의 회고에 따르면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빈곤에서 벗어나 경제개발을 하려면 막대한 외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방법은 수출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다수론이 아닌 소수론을 선택한 셈이다. 그로부터 14년 후인 1977년 12월 박정희 대통령은 짐실체육관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드디어 우리는 수출 100억불을 돌파했습니다! 이것은 국민 여러분의 고귀한 땀과 불굴의 집념이 낳은 값진 소산이며, 일하고 또 일하면서 살아온 우리 세대의 땀에 젖은 발자취로 빛날 것입니다.”

수출 1조 달러의 빛과 그림자

100억 달러 수출의 기적은 그로부터 88서울올림픽이 있던 11년만에 1,000억 달러를 거침없이 넘어섰다. 1964년 수출 목표를 1억 달러로 책정했던 박정희 대통령은 쉬지 않고 기업들의 분발을 독려했고 그 해 말 수출은 1억2,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박 대통령은 '수출은 국력의 총화'라며 수출 1억 달러를 돌파한 11월 30일을 ‘수출의 날’로 제정했다.

수출 1조 달러의 시대가 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 등이 발간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수출로 인한 고용효과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동시에 국내 10대기업이 전체 수출의 80%를 차지함으로써 수출과 내수기업간에 불균형도 확대돼가는 추세다.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수출의 취업유발계수(수출수요가 10억 원 발생했을 때 모든 산업에서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수)는 1980년 185.4명에 이르렀지만 1990년에는 64.6명, 2000년에는 15.0명, 그리고 2009년에는 8.2명까지 급감했다. 수출로 인한 고용효과가 감소하면서 소득 창출의 기반이 약화되고 이는 다시 소비 부진으로 이어진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일까?

LG경제연구원이 지난 12월 13일 발간한‘무역 1조 달러 시대의 의미와 과제’라는 제하의 보고서(윤상하 책임연구원)에 의하면 수출의 고용 창출력 약화 현상은 근로자들의 생산성 향상, 설비의 자본집약화 및 자동화 확대 때문이기도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한 해외직접투자와도 관련을 맺고 있다. 세계화의 흐름과 산업 고도화에 따라 경쟁력을 강화하고 현지 시장을 직접 공략하기 위해 기업들은 국내에 고부가 생산시설만을 남기고 단순 조립 생산기지 등을 해외로 이전하는 조치를 취하게 됐던 것. 그 결과 불가피하게 국내 고용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더불어 양적인 측면에서 국내 투자도 부진해지면서 성장 기여도 또한 하락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이 40%에 불과하다는 점 역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수출과 연계된 국내투자와 고용개선이 맞물리는 새로운 성장전략이 그래서 요청된다. 여기에 한미 FTA를 통한 중소기업의 부품산업 육성이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제시되고 있다.

문제는 내년에도 국제 경제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유럽 경제의 불황이 장기화될 전망이고 미국 경제 역시 침체 국면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 12월 8일 대한상의가 조사 발표한 통계보고에 의하면 우리 기업의 45%가 내년 목표 매출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응답했으며‘내년이 올해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응답은 61%가 넘었다. 그렇다고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위기 상황이 우리 경제의 수출과 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고, 이를 통해 다시 한번 경제 고도화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성장 패러다임, 기술혁신과 FTA 네트워크 성장

지난해 12월 산업연구원과 시장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발간한‘세계경제의 구조 변화와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의 모색’제하의 보고서는 향후 우리 경제의 수출과 산업 전반에 중요한 이슈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제까지 자본과 인력이라는 요소투입형 불균형 성장 모델을 선도(先導)기술과 지식기반에 입각한 균형과 네트워크 성장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근거로 보고서는 앞으로 다가올 세계경제가 IT를 넘어 융복합(融複合)기술시대로 진입하고, 선진국 보다는 개도국의 경제 성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았다. 다시 말해 기술혁신과 수출선 다변화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모토로라는 1998년 바이오칩 시장에 참여했고 IBM은 2000년 생명공학 분야에 진출했으며 GE는 2005년 고기능 탄소나노튜브 개발에 착수하는 등 미국 글로벌기업들은 IT, BT, NT를 활용한 융합기술 분야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삼성전자와 애플 간에 기술 특허를 놓고 전개되는 치열한 소송은 향후 국제 시장에서 기술보호주의가 강화될 것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의 기술이 융복합시대에 있어서는 다른 분야에 적용됨으로써 또 다른 부가가치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러한 기술표준이 국제기구가 아니라 경쟁을 통해 시장점유율이 높은 제품으로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이를‘실제적 기준’(De facto Standrd)이라고 한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싸움은 이 ‘디 팍토 스탠다드’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생존투쟁으로 볼 수 있다.

동 보고서가 지적하는 또 하나의 미래 대응책은 FTA 확대 전략을 통한 수출선 다변화다. 현재 우리나라의 對美수출은 약 25%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글로벌 경제가 선진국 중심으로 불황에 빠져 있는 반면 인도, 중남미, 러시아와 같은 나라들에서는 빠르게 중산층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국가들의 중산층은 세계 경제의 새로운 엔진으로 떠오르며‘넥스트 빌리언(Next Billion)’이라 지칭된다. 이들은 신흥국의 중산층과 빈곤층 사이에 있는 소비자 계층으로, 소득에 비해 소비성향이 높다. 브라질의 경우 넥스트 빌리언 가구(월소득 100-700달러)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2%이지만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5%에 이른다. 이 명칭을 최초로 사용한 뷔르크너 보스턴컨설팅그룹 회장은“향후 10년 간 선진국 기업과 신흥국 기업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일 것이며 가장 격렬한 전장이 넥스트 빌리언 시장”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나라들과 적극적인 FTA 네트워크를 확대함으로써 시장 개척의 필요성이 우리에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좌파의 삼성전자·현대차 해체론

세계 7위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한국경제는 이제 그 책임도 커졌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한미 FTA를‘매국’이나‘사대주의’로 몰아가는 태도는 전세계인들에게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더구나 최근 민주당의 중진인 이종걸 의원이 삼성전자, 현대차의 해체론을 주장하고 일부 좌파 진영 지식인들이 이에 동조하는 현상은 대단히 우려스럽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으로 늘 등장하는 것이‘재벌 폐해론’이다.하지만 어느 나라든지 그 나라의 성장 배경에는 독특한 진화과정이 존재한다. 서구와는 달리 동양에는‘가업’(家業)의 개념이 오랜 전통으로 존재해 왔다. 서구 자본주의가 ‘개인’의 소유권 개념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면 아시아에서는‘가족’이 이를 대체해 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시아적 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이 가족의 소유권 개념은 정의에 어긋나지 않는다. 더구나 대기업 오너들이 보여준 강력한 기업가 정신은 중요한 미덕이었다. 과거 정경 유착이라는 그늘이 없지는 않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너의 경영 주도는 우리 경제에 위기가 닥쳤을 때마다 그것을 성공적으로 돌파해 내는 중요한 모멘텀이었다.

지난 달 삼성전자는 33조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R&D투자를 결정했다. 현재 닥쳐온 글로벌 불황이 걷힐 때쯤이면 세계 경제는 또 한번 비약적인 성장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그 동력이 다름 아닌 기술혁명에서 오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을 생각해 볼 때 재벌기업이라고 해서 다른 대기업이나 중소기업과는 다른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재벌이든 아니든 그 기업이 사회경제에 미치는 기여와 효과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이제 우리 경제는 무역 1조 달러를 넘어 2조 달러 시대로 거침없이 나아가야 한다. 세계적 불황은 오히려 우리가 선진국들과 경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와중에 정부가 초과이익공유제나 동반성장을 이유로 첨단 산업 분야에서 대기업을 몰아내는 행태 역시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3류 정치가 2류 정부를 지도하고 그 2류 정부가 1류 기업을 가르치려는 나라에서 도대체 어떤 비전이 가능할까.(미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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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강 2011-12-22 19:59:32
본인은 군대를 갔을때 군인들의 수준이 너무도 허접하다는 것에 대하여 가장 크게 실망하였다.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한국을 지킬수 있다는 말인가 ? 라는 장탄식이 절로 나왔다. 거기다가 전두환의 구테타시에 녹음된 기록을 들으면서 더한번 절망햇다. 거기에는 애국이고 무엇이고 취할것은 없고 그저 허둥대는 쓰레기들만 있었다. 이런 군대에 어떻게 박정희대통령같은 인물이 있었다는 것인지 그저 신기하고 대단하다

라인강 2011-12-22 19:48:50
저는 조선일보 블로그에 라인강의 하늘끝은 잿빛었다는 방제로 블로그를 개설하고있는 자칭 균형추이며 타칭 수구골통인 사람 입니다. 그러나 저는 분명 애국세력이라 자부하며 제가 글을 쓰는것은 한국사회의 파괴를 획책하는 선동세력을 추방하고자 함 입니다. 근자에 제가 미래한국을 자주 찾는것은 미래한국만의 조금은 색다른 컨텐츠 때문 입니다. 저는 이런류의 컨텐츠가 우리사회가 발전해 가는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