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가 기대하는 종편은 없다
보수가 기대하는 종편은 없다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1.12.0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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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가 심상치 않다. 종편, 그 무슨 떡 이름이 아니다. 12월 1일 개국한 조선·중앙·동아·매경 등 4개의 종합편성 채널에 좌파진영이 총공세를 다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총공세의 본영(本營)은 전국언론노조(회장 이강택 KBS PD)이고 여기에 민주노총, 참여연대, 전교조, 환경운동연합을 비롯 야5당이 모두 가세하고 있다. 소위‘보도투쟁’이라는 이름이 그 연대의 캐치프레이즈다.

 
지난 11월 29일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개최한 조중동매 종편 공동 모니터단 발족 기자회견에서 이강택 언노련 위원장은“종편채널은 태어나선 안 될 방송”이라며“이제부터 불시청 운동, 불참여 운동, 불매 운동 등 3불 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여나가자”고 말했다. 또 박석운 민언련 대표는 “조중동 매연 방송을 폐기 처분하기 위한 1차 작업으로 모니터 감시를 시작하고, 2차 작업으로 종편 채널에 대한 특혜를 제도적으로 금지시킨 뒤, 정권 교체 후 1년 내에 날치기 미디어법을 원천 무효화 시켜 궁극적으로 종편 채널을 제거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 역시 지난 달 30일 전원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조선·중앙·동아·매경 종합편성채널 4사의 개국을 규탄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성명에서“조·중·동·매 방송은 지난 2009년 7월 22일 여당이 의회민주주의를 유린하면서 불법으로 만든 방송악법에 근거한 것으로, 결코 태어나선 안 될 방송”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와 동일한 입장이다. 12월 1일 CBS 노조를 비롯 KBS, MBC 노조가 1일 파업을 벌였고 개국식에 민주당은 불참했다.

종편채널의 방송이 제대로 나가기도 전에 좌파진영과 민주당이 이렇듯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에는 나름 계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조중동 방송 저지’라는 모토로 좌파진영의 총집결을 유도하고 이를 반한나라당 연대로 중도 시민층을 파고 들겠다는 전략인 것.‘조중동매 보수 종편은 2012 한나라당의 재집권 도구’라는 메시지의 기사들이 <한겨레>,<경향>,<미디어 오늘> 등에 연일 올라오고 있고 이는 다시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광우병 촛불집회에서 보인 KBS와 MBC의 방송 태도에 한나라당이 크게 놀랐고 이에 대항할 보수 신문들에게 종편채널을 주기로 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조중동 지분 약한 종편, 좌파에 흔들릴 수도

그렇다면 조중동매 종편 채널에서 그러한 보수성향의 방송 프로그램이 기획돼 있을까. 종편사들의 기획 프로그램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업에 대한 교양,다큐멘터리들이다.

<동아일보>가 대주주인 <채널A>는 개국특집으로 <어메이징 스토리, 대한민국 산업경제 발달사-대기업의 성공, 좌절, 도전사>를 기획하고 있다. 대기업의 성장 스토리를 집중 조명한다는 것. <조선일보>의 종편 <TV조선>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지지하는 최후의 보루”를 자처하며 <기업가 열전, 대(大)한국인 정주영>(가제) 등의 기획 프로그램을 광고주들에게 설명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비롯 주요 대기업 총수를 다룬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가운데 <TV조선>의 남유럽 경제위기를 다룬 <안티 포퓰리즘-공짜의 역습, 지중해를 가다>와 <동아일보>의 <채널A>가 개국특집으로 기획하고 있는 50부작 드라마 <인간 박정희>가 눈에 띈다. 하지만 이러한 친기업 정서와 보수적 가치를 담은 프로그램들이 과연 민주당과 좌파진영의 총공세에 제대로 전파를 탈지는 미지수다.

일부 종편에서는 이러한 공세를 우려한 듯 김어준 등이 진행하는 <나꼼수>의 진행자들을 방송출연자로 섭외했다가 거절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종편채널의 편성을 담당하고 있는 한 책임자는“좌파진영에서 강력하게 안티 공세를 펼칠 경우 방송사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출연자나 작가 등이 중도 하차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기업 역시 좌파의 공세에 시민들의 여론이 동조를 보일 경우 기획했던 프로그램의 보류나 철회를 방송사에 요구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그럴 경우 조중동매 종편은 오락과 드라마,쇼 등의 엔터테인먼트에 치중할 수 밖에 없고 이들이 좌편향 일색인 방송계에 여론의 중심을 잡을 기회는 사라질 수 밖에 없다.

한 발 더 나아가 내년 총선에서 야권연합이 과반수의 의석을 얻어 승리하고 한나라당의 재집권이 불투명해질 경우 이 종편사들 가운데 일부 또는 대다수가 급속하게 좌편향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들 종편에 조중동이 비록 대주주라고는 하지만 그 지분율이 대개 30% 미만이어서 집권이 예상되는 좌파정권과 이들의 수하에 있는 좌파단체들이 다른 주주들과 기업 광고주들에 압력을 넣어 조중동 방송 편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 설립되면 걷잡을 수 없을 것

이와는 별도로 방송 인력이 좌파일색인 방송계 현실에서 조중동 종편에 강경 좌파 노조가 설립되는 경우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들이 언노련에 산하노조로 가입하게 되면 조중동의 사주가 종편의 상황을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신문의 경우 기자 한 사람의 인력으로 기사 한 편이 완성되지만 방송은 여러 스탭이 얽혀 제작되기 때문에 PD든 엔지니어든 작가든 카메라맨이든 어느 한 쪽이 파업을 할 경우 제작 전체가 스톱되기 때문이다. 외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으나 노조가 파업을 결의한 방송사에 외주 제작사가 일을 맡기는 쉽지 않다.

방송계 바닥이 좁을 뿐만 아니라 선후배로 연결된 방송사 안팎의 외압과 눈치로 외주사들은 파업 방송사의 제작을 기피하는 것이 관행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한 외주 제작사 대표의 말이다.  

 “솔직히 맡고 싶지 않죠. 한번 일하고 말 것도 아닌데 만일 종편사에서 파업이 있을 경우 눈치 안보고 일 떠맡다가는 이 바닥에서 붙어 나기 어렵습니다. 담당 PD가 승낙하지 않는 이상은…”

사정이 이렇다보니 좌파진영은 초기에 확실한 공세를 통해 조중동 제작진을 길들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언노련 외에 참여연대, 민노총 등이 연합해 주도하는 모니터단은 12월 1일부터 동아 종편 채널A, 중앙 종편 JTBC, 조선 종편 TV조선의 메인뉴스를 집중 분석해 △의제 왜곡 △기업 홍보성 보도 △이슈 부풀리기 등을 지적하는 모니터 보고서를 매주 1회(화요일) 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시사 프로그램의 경우 반노동·역사 왜곡 등의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이를 지적하는 보고서를 월 1~2회 발표하고 교양 프로그램과 드라마의 선정성·상업성도 지적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내년 1월 초 ‘조중동 방송’을 평가하는 토론회를 열 계획이라고도 말했다.

좌편향 KBS, MBC내 건강한 보수 주목해야

흥미로운 사실은 정작 좌편향 일색인 KBS와 MBC 내에 보수적인 목소리들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7월 복수노조법에 의해 출범한 KBS공영노동조합(위원장 황우섭)과 MBC공정방송노동조합(위원장 이상로)은 새로운‘언론노동조합연맹’을 창설하기로 결의했다.

기존의 좌편향된 언노련과는 달리 이들 노조는 KBS와 MBC 내부에서 균형 있는 방송 제작을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황우섭 KBS 공영노조 위원장은 지난 11월 21일 성명을 통해 <KBS스페셜>에서 제작중인 음악가‘정율성’에 대한 다큐멘터리의 용공성을 비판함으로써 방송 보류를 이끌어 낸 바 있다.

KBS공영노조에 따르면 정율성은 1937~1940년‘유격전을 발동하자’‘부녀전투기’등을 작곡했고 북한에 들어간 1949~1951년‘조선의용군행진곡’‘혁명가’‘우리는 탱크부대’등을 만들었다. 그는 또 문화혁명의 광풍이 부는 시기에 모택동을 찬양하는 작품인‘모택동시가’20편에 곡을 붙이기도 했다.

공영노조는“인류사적 범죄 기록을 남기고 역사의 파탄이 증명된 공산당과 그 군대, 그리고 그 독재자를 위해 군가 등을 지어올린 것이 대한민국 공영방송이 가가호호로부터 거둬들인 수신료를 써가며 추켜세워줘야 할 음악적 업적인가”라고 비판했다. 공영노조는 또 지난 11월 27일 방송된 <KBS스페셜>‘We are 99%. 월가, 분노가 점령하다’편에 대해 “방송 제작진이 월가 시위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며 “시위대가  주장하는 ‘We are 99%’의 기준에 대해서는 ‘선동성 구호’라는 비판이 미국 내 상당히 존재한다”고 지적하며 방송의 좌편향성에 대해 비판했다.

공영노조의 성명에 따르면 월가 시위대가 주장하듯 미국의 1%가 미국소득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아니며, 실제 방송 후반부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미국의 1%는 미국인 소득의 25% 수준일 뿐임에도 방송은 마치 이 시위대의 주장이 사실인 것처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KBS 스페셜이 월가 시위대를 지지하는 한쪽의 입장만을 전달할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을 보는 미국 내 좌.우 목소리를 균형 있게 다뤄 시청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고도 지적했다.

또 노조는 “공영방송의 제작진은 특정 이념을 가진 저널리스트가 돼서는 안 되고 중립적 입장에서 다양한 관점을 전달하는 ‘선량한 관리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KBS공영노조의 이러한 성명으로 KBS 내부에는 큰 반향이 일었으며 회사 차원에서 제작 데스크와 심의실 기능에 대한 질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KBS 내부에서는 이와 관련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이상로 MBC공정노조 위원장(前 파리특파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은 시청자 앞에서 겸손해져야 하며 그 권력은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대단히 잘못된 방송이었다”고 평가하며 “미디어 홍수 시대에 방송 언론인은 의사가 환자를 진단할 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듯이 사건의 원인과 배경에 대해 전문적 식견을 갖추도록 노력함과 동시에 가능한 많은 관점들을 탐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또 개인적인 생각임을 전제하며 “MBC는 공영과 민영 가운데 선택해야 할 시점이 임박해 오고 있다”며 “1공영 다민영이라는 이상적인 방송 환경을 고려한다면 MBC는 민영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말했다. 실제로 MBC는 연내 민영 미디어렙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다른 종편사나 SBS처럼 독자적인 광고영업을 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KBS와 MBC의 내부 자성의 목소리는 보수진영이 종편에 거는 기대 못지 않게 관심을 가져야할 부분이다. 실제로 조중동매의 종편채널 시청률은 내년에 2%를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비해 KBS와 MBC 양대 기간방송사에서 오히려 건강한 보수의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소명의식 없는 메시지는 싸구려 ‘마사지 ’ 

이러한 움직임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양 방송사 제작진의 좌편향된 의식을 균형 있게 바로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따라서 보수진영이 지대한 후원과 관심을 보내야 할 부분이다. 현재 양대 신생노조는 기존 노조에 비해 재정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황우섭 KBS공영노조 위원장은 새로운 언론노조연맹을 통해‘미디어 오늘’에 대항할 수 있는 건강한 언론을 지향하는 기관지 창설을 연내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Media)라는 말은 라틴어 미디움(Medium)에서 왔다고 한다. 그 말의 뜻은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이어주는 중간자, 곧 샤먼을 의미했다. 그래서 미디어의 사명은 단순한 사실 전달과 오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에 비전(Vision)을 제시하고 갈등을 통합하는 기능을 갖는다.

다매체 다채널의 디지털시대, 심지어 SNS라는 커뮤니케이션마저 폭발하는 시대이지만 미디어의 사회통합 기능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 저주와 욕설과 욕망만이 난무하는 불량 미디어 시대에 과연 조중동매의 종편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소명의식이 없는 미디어의 메시지는 마사지로 끝나고 몇 푼의 돈만을 손에 쥘 뿐이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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