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호(號) 어디로 가고 있는가?
대한민국호(號) 어디로 가고 있는가?
  • 미래한국
  • 승인 2011.11.2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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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각 교수의 세상보기]

일본식민지통치로부터 해방된 지 66년이 흘렀다. 1950년 북한의 남침으로 완전히 폐허가 된 한반도에서 지금까지 북한과 정치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치하는 상황에도 한국이 빈곤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놀라운 경제성장과 자유민주주의 정치 터전을 이만큼 이룩해온 것은 국민 모두의 노력과 헌신 그리고 절제가 밑받침이 됐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민주화를 지연시켜야 했던 과도기 동안 많은 고통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짧은 기간 이룩한 경제성장과 정치민주화 발전 과정의 별처럼 빛나는 성과를 이룩한 것을 바라보는 세계인들은 한국을 부러워하며 배우려 하고 있다.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음에도 현재 우리의 속 사정과 정치 과열로 야기되는 분열, 갈등 현장을 보면 오히려 부끄럽다.

가증스러운 정치인들과 낙심하는 국민들

중앙·지방 가릴 것 없이 정치판에서 이전투구하는 정치모리배들로 인해 선량한 국민은 한마디로 낙심되고 슬프다. 선거철이 오면 주권재민과 주민의 복리증대를 목청껏 외치다가 일단 당선만 되면 목에 힘을 넣고 국민 위에 군림하며 온갖 사적 이권만 추구하는 정치 소인배들이 여기저기 깔려 있다. 패거리로 무리지어 당리당략과 정치 장악 목적만을 위해 막무가내로 투쟁할 뿐 국익과 관련되는 정책 안건에 대해 타협 수용하려 하지 않고, 일부 무지한 국민의 불만을 부추기며 세를 과시하려는 정객들의 모습을 보면서 크게 실망한다.

국익보다는 당리에만 집착하는 대표적 단면을 한미 FTA 비준을 끝까지 반대하는 야당 정치인들의 행태에서 볼 수 있다. 물론 FTA는 양국 협정에서 주고받는 거래관계 때문에 쌍방 이익과 손실의 균형문제로 인해 부문별로 얻을 것과 양보해야 할 것이 있게 마련이다. 대국적으로 두 협정 당사국이 윈윈 게임이 성립하면 양측 공히 부문적인 손실은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상당수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대내 정치적 갈등을 배경에 깔고 국익에 확실히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한미 FTA 비준을 반대하고 있다. 미 의회의 여야 토의와 합의과정을 통한 법안통과사례들을 보면서 우리의 잘난 국회의원 나리들이 정말 배울 점이 없을까?

앞날을 걱정하는 국민은 10월 26일 서울시장을 포함한 일부 지방의 재보궐선거에서 후보들의 뻔뻔하고 가증스러운 거짓된 얼굴들을 보면서 어쩌려고 이 나라가 이렇게 되고 있는가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단순한 전문기술자 수준의 현직 국립대 교수가 언론의 각광을 받으며 정치권에 머리를 내밀자 하루아침에 잠재적 대권주자로까지 부상하는 참으로 불가사의한 한국의 정치 여론 현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막힌다. 분별 없는 여론 띄우기로 정치적 애송이를 부각시켜 하루아침에 정치무대 위에 세우면 본인의 정치적 비전과 철학에 의해 무대 연출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 그를 무대 위에 올려놓고 잔치판을 벌이는 세력들에 의해 그는 점차 꼭두각시 노릇만 하는 조연배우로 전락하게 된다.

정치는 사회적 경륜과 건전한 소신과 철학을 가진 지도자가 이끌어가야 바로 된다. 누구나 정치를 논할 수는 있어도 아무나 정치를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경륜이 부족한 사람이 갑자기 맡게 되면 그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불행하게 되기 때문이다. 교수는 연구를 통해 강단에서 강의하고 국가와 인류에 기여할 때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최근 큰 정치적 도량을 갖춘 정치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아 소인배 같은 무리들이 정치판에 모여들어 나라를 온통 어지럽히고 어렵게 만들고 있다.

큰 정치적 도량의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아 혼란

우리나라가 대외적인 소문과는 달리 왜 이렇게 대내적으로 혼란스럽게 돼가고 있는가? 일차적으로는 출중한 지도자 부재로 인해 함량 미달의 후보 중에서라도 지도자를 뽑아야만 하는 정치토양을 수용해야 하고 거기에서 지도자를 뽑을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진 국민에게 있다. 그리고 그 선출된 자가 국민에게 위선을 가장해 권력을 장악하고도 뻔뻔할 수 있는 정치사회환경에 있다. 책임은 피선거권자와 그를 수용하는 선거권자 쌍방에 있다.

가령 어떤 사람이 자기의 모든 봉급을 어떤 사람에게 기부했는데 그 받은 사람이 사실 위선적인 사회활동가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그 기부자는 자기의 판단 잘못을 공개적으로 회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침묵하면서 그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한다면 그 처음 기부자도 그 기부금을 받아 누린 거짓사회사업가와 유사한 인물이다. 마찬가지로 표리부동한 지도자를 뽑은 유권자들도 그들이 선출한 지도자와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 유권자들임을 부정할 수 없게 된다는 고리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부끄러워해야 할 일들도 많지만 안타까워해야 할 일들도 많다. 예컨대 지난 10월 초 이명박 대통령은 오바마 미 대통령의 국빈 초청 방미를 통해 과거 어느 나라 대통령보다 더 극진한 환대와 기회를 제공받았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과 같은 분야에서 역사적 성과를 거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임 후의 사저 건축과 관련된 비리가 불거져 그 훌륭한 성과와 업적들이 각광을 받지 못하게 돼버렸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 취임 이후 소신 없이 줄곧 중도 회색공간에서 우와좌왕하다가 국내여론에서 좌와 우 모두로부터 소외를 당하고 있다.

함장이 가야 할 분명한 목표를 바로 잡지 않으면 군함은 좌우 풍랑에 휘말릴 수밖에 없게 된다. 이 징후는 대통령 퇴임 후에 쏟아질 후폭풍은 물론 앞으로 대한민국호가 나갈 길에 짙은 안개 속 쓰나미가 잔뜩 세력을 모으고 대기하고 있음을 예고한다. 국민 모두가 정신을 차려야 순항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  (황의각 / 편집고문·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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