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대학 등록금이 매년 오르고 있다. 미국 사립대가 지난해 인상한 등록금 비율은 평균 4.3%로 미국의 경제 침체 때문에 37년만에 최소폭이라고 한다.
지난해 미국 4년제 대학의 1년 등록금은 사립·공립 모두 합쳐 평균 2만6,000달러(약 2,500만원)다. 물론 사립대 등록금이 훨씬 비싸다. 매년 미국 대학순위를 매기는 유력 잡지인 ‘US News & World Report’에 따르면 지난해 사립대 중 등록금이 가장 비싼 곳은 코네티컷 칼리지로 1년 등록금만 4만3,900달러이다. 그 다음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인 콜럼비아대로 4만3,304달러이다. 가장 비싼 사립대 10곳 중 7곳이 코네티컷 칼리지와 같은 인문예술대학이고 종합대학은 콜럼비아대, 카네기 멜론대(4만1,940달러)이다.
美 학자금 융자 8,290억 달러, 신용카드빚 앞질러
미국에서 보통 대학 학비는 등록금을 비롯 교재비, 건강보험, 기숙사, 교통비 등을 다 합쳐서 계산하기 때문에 실제 액수는 더 크다. 가령, 사립인 프린스턴대에 입학한 신입생이 지난해 낸 총 학비는 5만620달러이다. 공립인 캘리포니아주립대에 입학한 신입생의 경우 지난해 2만9,450달러를 총 학비로 냈다.
이렇게 높은 학비는 미국에서도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5월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75%가 대학 등록금이 대부분의 미국인의 능력을 벗어난다고 밝혔다.
미국인들은 비싼 대학 등록금을 어떻게 내고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학자금 융자다. 미국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자신을 스스로 책임지는 성인이 된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 대학 학비 역시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는 식이다. 한국처럼 부모의 후원으로 학비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자기 이름으로 학자금 융자를 받아 대학 등록금을 내고 졸업 후 직장을 잡은 뒤 갚아가고 있다. 미국에서 이 학자금 융자 총액은 2010년 6월 기준 총 8,290억 달러로 총 신용카드 빚(8,260억 달러)을 앞질렀다. 대학 등록금을 내기 위해 학자금을 융자한 미국인이 그만큼 많다는 반증이다.
연방정부 혹은 주정부가 제공하는 학자금 보조를 이용해 학비를 내는 경우도 많다. 연방정부나 주정부는 저소득 가정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학비를 보조해주고 있다. 특히, 주정부로부터 예산을 상당 부분 지원받는 주립대들은 다양한 학비보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체 침체로 세수가 줄면서 수입이 감소한 주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주립대들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재정보조금의 감소로 이어지고 주립대들은 부족한 예산을 채우기 위해 결국 등록금을 인상하고 있는 양상이다.
대학기금 활용해 저소득층 학비 지원
캘리포니아 UC 계열 주립대들은 주정부가 지원금 규모를 5억 달러 이상 감축할 경우 사상 최대폭인 32%의 등록금을 내년에 인상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내년 가을학기부터 UC 계열 주립대들의 등록금은 올해 1만302달러에서 1만4,700달러로 인상하게 되는데 3년 전 등록금이 7,126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200%로 폭등하는 것이다.
이를 항의하며 어떤 학생은 등록금을 1달러와 동전으로 내기도 하지만 미국에서 대학 등록금 인상을 항의하는 조직적인 시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등록금을 낼 수 있는 기회들이 여러 가지 형태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다양한 장학금이다. 대학들은 성적이 우수하거나 특별한 학생들에게 등록금 전액 혹은 반액 장학금을 주고 있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처럼 학교기금을 보유한 대학들은 그 기금을 이용해 저소득 가정의 학생들이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아이비리그 대학은 동문과 외부의 기부금 등으로 마련된 상당한 액수의 기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0년 기준 하버드대의 학교기금은 270억 달러이고 예일대는 160억 달러, 프린스턴대 140억 달러, 스탠퍼드대 130억 달러 등이다.
하버드대는 이 기금을 활용해 연소득 12만~18만 달러의 가정의 학부 학생들에게 연소득의 10%만 학비로 부담하게 하고 연소득 6만 달러 이하일 경우 학비 전액을 면제해주고 있다. 예일대 역시 연소득 6만 달러 미만 가정의 학생은 기숙사비 등 학비 전액이 면제되고 연소득 6만~12만 달러의 가정의 학생은 학비의 10%만 부담하면 된다. 콜럼비아, 코넬, 다트머스, 브라운, 듀크, MIT, 스탠퍼드 등 다른 대학들도 비슷한 내용으로 저소득 가정 학생들이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고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외부 민간 재단들의 장학금 지원도 큰 몫을 한다. 미국에서는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수많은 민간 재단들이 있는데 이들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며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빌 게이츠재단, 2016년까지 2만7,000명 대학진학 지원
가령, 빌&멜린다 게이츠재단은 2006년부터 2016년 사이 약 450만명의 학생들이 대학 등록금을 내지 못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16년까지 2만7,000명의 저소득 가정 출신의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도록 도울 예정이다.
주 정부들은 자기 주 출신의 인재들이 타주로 가지 않고 자신들의 주립대에서 공부하기를 바라며 다양한 장학금을 주고 있다. 조지아주의 경우 복권판매 수익금으로 저소득 가정 출신의 조지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HOPE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조지아 공립대들에 다니는 학생들로 성적이 B 이상인 경우 계속 받을 수 있는 이 장학금은 조지아 출신 학생들이 대학을 다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대학 등록금을 낼 형편이 되지 않는 학생들은 미군에 입대해 몇 년 간 복무하면 군대에서 대학 등록금 전액을 내주는 제도를 이용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대학교육은 선호되고 있다. 지난 5월 16일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대졸자가 고졸 이하의 학력을 가진 사람에 비해 평생 55만 달러를 더 번다. 한 해 2만 달러 이상을 더 버는 것이다. 대졸자들 중 응답자의 86%는 대학생활이 개인적으로 좋은 투자였다고 평가했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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