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민주화 기회인가,급진 이슬람화 전조인가
아랍의 봄, 민주화 기회인가,급진 이슬람화 전조인가
  • 미래한국
  • 승인 2011.06.20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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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오바마 메시지에 아랍인들은 냉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9년 3월 이란 새해를 맞아 동영상으로 이란 지도자들과 국민들에게 새해 인사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동영상에서 미국이 1979년 이란과 외교 관계를 단절한 후 역대 미 정부들이 의도적으로 회피해온 이란 정부지도자들에게 적극적인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의 이 접근이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며 핵문제 해결 등을 위해 ‘폭정’과도 직접 만나야 한다고 비판해왔다.

2년이 지난 2011년 5월 19일.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에는 이란 지도자들이 아닌 이란 국민들을 향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테헤란 거리에서 있었던 첫 번째 평화적 시위를 기억하라. 이란 정부가 이란 국민들을 과격하게 진압했다. 길거리에서 죽어가는 젊은 여자의 이미지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란 국민들은 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이란 정부는 이들의 열망을 짓누르지 말아야 한다.”

2009년 6월 이란에서 대통령선거 부정행위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이란 정부가 총격으로 제압하는 과정에서 가슴에 총을 맞고 피를 흘리며 죽어간 이란 여성 ‘네다’를 두고 하는 말이다. 당시 이란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국민들을 지지한다고 밝히지 않았다.

취임 직후 이란 정부에 유화적이던 입장과 달리 아랍시민 봉기지지

하지만 이날 아랍세계를 향한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아랍 폭정이 아닌 아랍 국민들 편이라는 것. 그는 “우리는 역사적인 기회 앞에 서 있다. 우리는 독재자의 힘보다 튀니지 노점상의 존엄성을 더 가치 있게 본다”며 “이 지역에서 개혁이 진행되고 민주주의로 변화하는 것을 지지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라고 밝혔다.

그는 부시 전 대통령이 ‘중동민주화’를 외치며 했던 말과 비슷한 말을 했다. “(아랍)국가들의 안정에 우리의 이해가 있지 않다. 개인들의 자결권에 있다. 현상유지는 용납될 수 없다.” 부시 전 대통령은 미국이 그동안 안정을 이유로 중동의 폭정에 눈감은 것이 9·11 테러의 근본 원인을 제공했다며 일시적 혼란이 있더라도 중동민주화가 해결책이지 현상유지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연설의 배경은 ‘아랍의 봄’이라고 불리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시민봉기다. 갑작스런 이 지각 변동에 오바마 행정부는 그동안 어느 한쪽을 지지하지 않고 입장을 유보해왔다.
하지만 튀니지 시민봉기 후 6개월이 지나고 최근 알 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된 후 오바마 대통령은 아랍 독재정권이 아닌 아랍 국민들이 대세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기 시작한 것이다.
“무자비한 폭정들은 시민들의 존엄성을 부인했다. 아랍 시민들은 공정한 재판, 독립적 언론, 신뢰할 만한 정당,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보장받지 못했다.”

이스라엘  철수하라며 팔레스타인 편들어

대표적인 언급은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 대한 경고. 그는 “아사드 대통령은 선택해야 한다. 민주주의로 변화하는 것을 이행하든지 아니면 길에서 비켜나라”며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날 연설에서 아랍인들을 향한 오바마 대통령의 가장 큰 구애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관련해 팔레스타인 편을 든 것이다. 그는 이·팔 분쟁 해결을 위해 이스라엘이 1967년 아랍전쟁 이전의 영토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당시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가자, 서안지구 등을 획득했는데 이를 돌려주고 그 전의 국경선을 기준으로 평화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이미 수십만 명의 유대인들이 지난 40여 년 동안 이스라엘이 획득한 지역에 살고 있는 것을 볼 때 국경선을 1967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미국 정부의 그동안의 입장을 바꾼 것이다. 당연히 이스라엘과 미국 내 이스라엘 지지세력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아랍인들을 편에 서겠다고 밝혔지만 아랍권은 그다지 환영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연설에 대한 아랍인들의 반응을 소개한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미국 유력 신문에 따르면 아랍인들은 시큰둥하고 있다.
“처음부터 그렇게 밝혔어야죠. 누가 이기는지 알 때까지 기다린 겁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우리 손으로 우리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미국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랍인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현상 유지는 안 된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왕정을 언급하지 않고 예멘은 대충 지나간 것을 보면 그의 연설을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친미성향의 사우디아라비아 왕정은 석유와 군사전략적인 면, 예멘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에 중요한 파트너로 평가되고 있다.

빈 라덴, 시민봉기가 이슬람법에 따른 통치 기회 될 것이라 발언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 현실화되기에는 아랍의 현실은 복잡해지고 있다. 시민봉기 후 튀니지와 이집트가 오바마 대통령의 기대대로 민주주의로 이행할지 아니면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이 정권을 잡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튀니지와 이집트 봉기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경제문제였다.

높은 실업률에 일자리가 없던 젊은이들이 정부에 분노를 터뜨리며 거리로 뛰쳐나온 것. G8 선진국들도 튀니지와 이집트가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으면 이슬람급진주의자들이 들어설 수 있다고 우려하며 향후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알 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은 사살되기 전 찍은 비디오에서 아랍의 시민봉기를 지지하며 이것은 아랍국가들이 이슬람법에 따라 통치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집트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난 후 이스라엘에 대한 정책을 벌써부터 바꾸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국경봉쇄를 해제한 것. 아랍국가 중 이스라엘과 처음으로 평화조약을 체결한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은 그동안 이스라엘에 로켓공격을 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집트 국경을 봉쇄하며 이스라엘을 지원해왔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의 국경봉쇄 해제로 가자지구에 무기와 무장단체들이 출입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팔 평화협상을 위해 이스라엘로 하여금 1967년 이전의 국경선으로 돌아가는 원칙을 제시했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수용할 태세가 전혀 아니다. 당연히 양측 간 평화협상 재개는 쉽게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난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임명한 조지 미첼 중동 특사가 지난 5월 13일 사임한 것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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