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원전 사고가 한국에 미칠 영향은..
日 원전 사고가 한국에 미칠 영향은..
  • 미래한국
  • 승인 2011.04.22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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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비슷하다는데…"

 
지난 11일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에서 발생한 진도 9.0의 대지진으로 수만 명의 사람들이 죽거나 실종되고 수백조 원 이상의 재산 피해가 났다. 국제사회는 대지진으로 인한 경제 여파도 걱정이지만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에 우려를 하는 상황이다.

후쿠시마 원전 단지에는 6개의 원자력 발전기가 있다. 이 원전이 지진으로 인해 전력공급이 끊어지면서 핵 연료봉 냉각장치가 멈추자 문제가 생겼다. 이후 원전 운영주체인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가 초동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지금 보통 사람들은 주변국에까지 방사성 물질이 확산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전문가 그룹은 한국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비슷하다는데…

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 폭발 장면이 언론에 보도되자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언론에서는 이를 ‘수소폭발’이라고 보도했다. 그러자 일부에서는 이를 무슨 ‘핵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착각하기도 하고,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비교해 불안을 더하고 있다.

센다이 대지진으로 가동이 중단되면서 원자로 외벽이 파괴된 후쿠시마 원전의 3호기에서 일어난 ‘수소 폭발’은 ‘수소 가스 폭발’이다.
원자로는 ‘핵폭발을 천천히 일어나게 해 에너지를 만드는’ 발전시설이다. 연료봉이 핵분열을 일으키는 과정의 속도 등을 조절하기 위한 감속재와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로 증기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 이 터빈을 돌리고 난 물은 그 온도가 보통 300℃를 넘는데다 다량의 방사능을 띠고 있어 또 한 번의 냉각과정을 거친 뒤 바다로 배출된다. 이후 배출되는 물은 방사성이 거의 없다. 이 과정에서 대량의 물이 필요해 대부분의 원전은 바닷가에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핵 연료봉은 보통 물로 온도를 낮춰 핵분열 속도를 조절하는데 이 기능이 정지되자 온도가 높아져 원자로 안에 수백 도의 뜨거운 증기가 꽉 차게 되고, 여기서 온도가 더 올라가면 원자로 속의 지르코늄과 반응, 이온화가 진행돼 수소와 산소 분자로 분리된다. 이때 나온 수소가 다시 산소와 반응하게 되면 폭발이 일어난다. 이렇게 되면 연료봉에서 나온 방사성 물질이 대기 중에 유출된다는 것이다.
일각의 주장처럼 후쿠시마 원전 폭발이 ‘체르노빌 사고’처럼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까? 답부터 말하자면 ‘No’다.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성 유출 사고 규모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정한 ‘국제원자력사고척도(INES)’에 따르면 이번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시작은 ‘레벨 4’였고 현재는 ‘레벨 6’에 가깝다. INES는 사고 규모와 범위, 위험성 등을 종합해 0에서부터 8까지 나누고 있다. ‘레벨 0’은 방사성 유출과 관계없는 경미한 실수나 사고로 원자로가 정상 운전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레벨 1’은 기기 고장, 조작원의 실수, 운전 절차 문제로 안전운전 요건을 벗어난 비정상적인 상태, ‘레벨 2’는 사고가 확대될 가능성은 없지만 안전계통의 재평가가 필요한 고장이 일어난 상태, ‘레벨 3’은 방사성 유출 사고가 일어날 수 있거나 확대될 수 있는 안전계통의 심각한 기능 상실 상태다. 이런 ‘레벨 1’에서부터 ‘레벨 3’까지를 ‘고장’이라고 부른다.   

‘레벨 4’부터가 ‘방사성 물질 유출 사고’다. ‘레벨 4’는 일반인이 연간 허용 제한치 정도의 방사선에 피폭될 수 있는, 소량의 방사성 물질 방출사고로 음식물 섭취 제한을 권장한다. ‘레벨 5’는 방사선 피폭 대응 비상계획의 부분 시행이 필요한, 제한된 수준의 방사성 물질방출 사고 상황이다. ‘레벨 6’은 방사선 피폭 비상계획의 전면적인 시행이 필요한, 방사성 물질 방출 사고다. ‘레벨 7’은 한 국가를 넘어 광범위한 지역에 방사성 피해를 주는, 대량의 방사성 물질 방출 사고다.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노심용융 사고는 ‘레벨 7’에 해당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체르노빌 사고’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또 있다. 우선 후쿠시마 원전은 냉각수를 통해 연료봉을 식히는, 일종의 경수로인 반면 체르노빌 사고는 흑연 감속재를 사용하는 고속 증식로 형태라서 후쿠시마 원전이 더 안전하다.

두 번째 후쿠시마 원전은 현재 바닷물을 이용해 연료봉을 식히고 있는 반면 체르노빌의 경우 상부의 잘못된 명령과 원전 조작원들의 착오로 감속 안전장치를 완전히 꺼버리고 주변에 냉각재(물 등)이 없어 ‘노심용융(멜트다운)’을 막지 못했다. 즉 사고 유형이 다르다. 세 번째는 일본이 현재 어떻게든 사고를 막으려고 노력하는 반면 ‘체르노빌 사고’ 당시 소련 당국은 이를 숨기며 재난대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日 원전에서 노심용융이 일어난다면

현재 후쿠시마 원전 단지의 1~6호기 모두가 불안정하기는 하다. 그 중에서도 몇몇은 연료봉 수납용기 내에서 노심용융이 일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만약 폭발하거나 녹아 지반침하까지 일어나면 그때는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 ‘심각한 재앙’이 올 수 있다. 자칫 ‘체르노빌의 재판’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도 방사성 물질에 오염되지 않을까.

후쿠시마 원전은 도쿄 북동쪽 약 200km에 위치해 있다. 한반도까지의 거리는 1,000km를 훌쩍 넘는다. 게다가 현재는 계절의 영향으로 북서풍이 불어 일부 유출된 방사성 물질들은 현재 태평양으로 퍼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래도 바람의 방향만 믿고 있다가 우리나라까지 방사능이 퍼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기도 한다. 방사성 물질은 보통 그 자체만으로 날아다니는 게 아니라 먼지 등에 붙어 날아다닌다.
이것은 바다나 공기 중에 오래 있으면 그 영향이 상당히 약해진다. 특히 습기를 머금게 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방사성 물질은 1,000km 이상을 날면서 인체에 영향을 주지 못할 만큼 방사선이 약해진다. 때문에 태평양 일대에도 심각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편 이 같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지난 15일 후쿠시마 원전폭발로 인한 방사성 물질이 도쿄까지 퍼지자 주변국의 방사능 공포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지진이 나면 대재앙이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우리나라 원전을 모두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대표 김종신. 이하 한수원. 한수원은 현재 고리, 영광, 월성, 울진 단지에서 8000여 명의 직원들이 21개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 7개의 원전은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이다. 2017년 모두 완공된다) 측에 같은 질문을 하자 “우리나라는 원전 단지마다 충분한 대비를 하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답했다.

우리나라, 방사능 재난대책 제대로 돼 있나

한수원이 알려준 ‘방사성재난대책훈련’은 모두 네 가지. 가장 큰 훈련은 ‘연합훈련’이라고 한다. 5년마다 한 번씩 치러지는 ‘연합훈련’은 교육과학기술부 등 정부 주관으로 진행되는데 관계부처, 광역지자체, 방재기관, 한수원은 물론 원전 인근 주민이 참가하게 된다. 그 다음 ‘합동훈련’이 있다. 4년마다 치러지는 훈련으로 광역지자체장이 주관하며 한수원과 주민, 방재기관이 참여한다.

한수원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훈련에는 ‘전체훈련’과 ‘부분훈련’이 있다. ‘전체훈련’은 매년 한 번씩 발전소 별로 실시하며 ‘부분훈련’은 분기마다 해당 팀들이 모두 참여한다. 즉 매년 최소 5회에서 최대 7회의 방사성 재난대응 훈련을 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원전 운영을 담당하는 도쿄전력 직원들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해 국민들의 원성을 듣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재난 발생과 동시에 자체적인 대응조직이 생기는데 이 중 다수가 한수원 직원들이라고 한다. 

막상 현실에서 재난이 일어나면 훈련처럼 되지 않을 수 있다. 재난을 예방하고 상황에 대처할 기구나 조직들은 어떨까. 주요 부처에 알아본 결과 우리나라 소방방재 관련 조직과 예산은 인구나 그 중요성에 비해 상당히 작은 편이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예산과 인력은 재난예방이 아니라 재난복구와 피해자 구호활동에 투입되고 있었다. 그마저도 국지적인 피해 대응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나라 소방관의 전체 인원은 3만6,711명, 소방방재 관련 전체 예산은 연간 2조4,000억 원(소방방재청 7,400억 원 포함) 가량이다. 한편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소방청과 지자체가 함께 관리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조직과 예산규모면에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일본의 소방관 수는 15만4,000여 명, 소방서는 1,600여 개가 넘는다. 일본 인구가 우리나라의 세 배 가량 된다는 점을 고려해도 우리보다 훨씬 많다. 여기에 의용소방대와 같은 민간구호요원 2만9,000여 명이 있고, 국제소방구조대원도 700여 명을 보유하고 있다. 국가적 위기상황 때는 총리실에서부터 정보기관, 자위대, 군이 총동원되고 전력회사, 방송사, 철도회사 등이 재난대책본부를 꾸려 협조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에는 재난대책조직과 예산 규모가 더 크다. 원래 국방부 산하 민방위청으로 출범한 ‘연방위기관리청(FEMA)’은 자체 직원만 2,500여 명에 연간 예산은 70억 달러(한화 약 9조 원)에 달한다. 22개 주요안보부처들을 통합한 국토안보부(DHS)가 이들을 지원하게 된다. 연방위기관리청은 국가위기 시 타 부처의 위기관리부서를 관리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미국은 또한 각 지자체 마다 긴급대응팀(CERT)을 구성해 놓고 재난재해가 발생했을 때 연방위기관리청이나 국토안보부, 국방부, 에너지부 요원들이 투입되기 전까지의 초동조치를 수행하도록 돼 있다. 이런 막강한 권한과 예산 때문에 음모론자들은 FEMA를 ‘정부 위의 정부’라고 부를 정도다.

프랑스의 재난대책조직은 독특하다. 프랑스는 긴급의료구조대(SAMU)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SAMU는 각 지자체에서 만들어 운영하는 순수민간조직이다. SAMU는 행정기관과 군, 경찰 병력뿐만 아니라 헬기 등의 장비도 강제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SAMU에는 군 출신 요원 1,800여 명을 포함해 모두 2,5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전국 20여 곳의 비행장에서 35대의 헬기를 동원해 응급구조활동을 벌인다.

 앞서 보듯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재난방재대책에서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예방’이다. 우리나라 재난방재조직과 예산은 대부분 ‘사후 처리용’인 반면 선진국은 전체 예산의 70~80%를 재난피해 예방을 위해 사용한다. 조직 또한 ‘재난예방연구’를 위한 조직이 많다.

‘예방’이냐 ‘사후처리’냐

재난대책 내용과 국민들의 태도도 문제다. 훈련도 없고 비상시 대응 요령과 비상식량-식수를 준비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민방위 훈련은 몇 달에 한 번 씩 실시하는데 이마저도 사이렌이 울리면 잠깐 하던 일을 멈출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훈련을 무시한다. 15일 실시된 민방위 훈련에서 쓰나미에 대비한 훈련도 있었다고 하나 ‘이벤트성 훈련’일 뿐 실제 효용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건축물의 내진설계도 강제조항(2005년 7월 개정된 건축법 시행령 32조, 3층 이상 건물 건축 시 내진설계가 필수이행사항)이기는 하나 소방방재청이나 전문기관에서 이를 감독하는 게 아니라 건축사가 하도록 돼 있다고 한다.

전경웅 객원기자·뉴데일리 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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