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100년 기업 이야기- 기업재단과 사회공헌
독일 100년 기업 이야기- 기업재단과 사회공헌
  • 배원기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24.10.02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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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한반도선진화재단]

우리나라와 독일의 재단 제도

 우리나라 상속세 및 증여세 법상의 공익법인 주식보유 규제는 1991년부터 개시되었다. 그 동안 수차례 개정이 있었으나 현재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일반적인 경우는 의결권 있는 주식의 10%까지 보유가 허용된다.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정관에 규정한 자선·장학·사회복지 목적 공익법인은 의결권 있는 주식의 20%까지 보유가 허용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속칭 재벌기업)과 특수관계 있는 공익법인은 의결권 있는 주식의 5%까지 보유가 허용된다.  

공정거래법상의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 규정은 2021년 12월 30일부터 상호출 자제한기업집단(속칭 재벌기업) 소속 상속증여세법상의 공익법인이 취득 또는 소유하고 있는 국내 계열 회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예외적으로 공익법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경우이거나, 임원임면, 정관변경, 합병 및 영업양도 등 상장 계열사의 중요 안건에 대해서는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응할 수 있도록 특수관계인과 합산하여 15% 한도까지 허용된다.

의결권 제한 규정은 우리나라에만 있고, 상속증여세법의 규제와 이중규제라는 비판이 있다.  주요 국가의 사례를 보면 미국은 민간재단과 특수관계자가 의결권 있는 주식의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그 초과분에 대하여 연방규제세를 부과한다. 1960년대 일부 민간재단의 출연자 및 임원들의 문제로 인해 1969년 세법 개정으로 도입되었다.

독일은 공익법인의 주식취득 및 보유에 대한 제한을 별도로 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기업재단을 통한 기업의 영속화를 권장한다. 이와 같은 독일의 제도는, 독일 기업가들이 기업재단을 만들어 기업의 영속을 도모하면서, 사회공헌사업을 수행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았기 때문이다. 영국, 스웨덴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독일과 마찬가지로 공익단체의 주식 보유에 대한 제한이 없다. 북유럽 국가에서는 이른바 기업재단이 몇몇 국가의 최대기업 지배주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덴마크에서는 재단이 지배하는 기업이 주식 시장 자본금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 독일의 100년 기업

가. 크루프
크루프는 철강, 특수소재, 엘리베이터, 자동차 차체 등을 비롯하여 비료·합성수지 등의 플랜트 설계, 건설·광산 채굴 기계 등의 산업기계 회사다. 크루프 가문은 1967년 주식 전부를 재단법인에 출연했고 아들은 크루프라는 성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크루프 가문의 2세대가 만든 복지제도는 1885년 비스마르크가 도입한 질병·사망제도의 모델이 됐다. 1850년대에 노령연금을 만들고 종업원용 사택을 건설했다.

3세대는 노동자의 특별곤궁지원기금, 질병 시 생활보조금고, 고령상해기금 설립 등 다양한 복리후생 제도를 만들었다. 5세대 계승자 알프리트는 1948년 12년간의 금고형과 모든 재산의 몰수 선고를 받았지만 전후 미·소간 냉전이 격화되면서 독일의 부흥을 필요로 했던 미국이 1951년에 점령 정책을 바꿈으로써 최고경영자의 지위에 복귀다. 그는 주요 중역들을 소집한 첫 회의에서 설비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중역들에게 알프리트는 종업원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기계라고 하며 전후 종업원들에게 지급되지 못한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했다.

나. 자이스
 자이스의 창업자는 3명으로 그 중 한명은 에른스트 아베이다. 프롤레타리아 출신 과학자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확립하는 노동자 보호 정책을 많이 썼다. 공익재단의 설립 동기는 ‘공공 재산’으로서 기업을 사적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지는 ‘공공재산’으로 다른 많은 사람의 노동에 빚을 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재단 정관에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상세하게 규정해놓았다.

다. 보쉬
 보쉬는 시카고에서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일하면서 노조에 가입했고 이 때 보고 경험한 것이 복지정책과 사회적 책임 이념의 기초가 되었다. 1938년 자신의 후계자를 선정하는 기본 방침에서 회사의 영속성과 재무적 독립을 강조하고 가장 신뢰하는 7명의 회사 경영자를 유언집행인으로 지명하고 사망하였다. 이후 공익재단으로서의 사명을 분명히 하기 위해 보쉬재산관리유한회사를 ‘로베르트보쉬공익재 재단유한회사’로 이름을 변경하고 유한회사를 공익재단으로 만들었다.

공익재단유한회사는 공익활동을 수행하는 주식보유형 공익재단으로독일에서 가장 성공한 지배구조로 꼽힌다. w 페터 하르츠는폭스바겐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인 1992년에 폭스바겐의 노무담당이사로 취임해서 폭스바겐의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독일 게르하르츠 슈뢰더 제7대총리는, 하르츠를 초빙하여 2002년 2월 하르츠위원회를 구성하여 노동시장개혁을 주도하게 했다. 노동개혁은 높은 실업률과 경직된 노동시장의 시정을 목적으로 제1단계에서 제4단계까지 단계적으로 실시하였다.

◈ 독일 가족기업이 높은 사회적 명성을 가지고 있는 원천

 독일의 가족기업이 높은 사회적 명성을 가지고 있는 원천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제품이나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종업원의 근무조건을 대폭적으로 향상시키고, 공익재단의 설립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또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아 주주와 경영자간의 이해대립이 없어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9개의 사례 기업 대부분이 비상장회사다. 가족 구성원이 아닌 우수한 경영자를 선임하고, 그 전문경영자들에 의해 성장과 번영을 실현한다.  

우리나라 공익재단의 주식소유비율 제한이 5%, 10%이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여, 기업재단을 통한 사회공헌을 촉진하고 기업영속화를 도모해야 한다. 지배구조는 정답이 없다. 창업자 가족이 직접 경영하는 것이 맞는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것이 맞는지는 남이 왈가왈부할 것이 못된다. 장기 집권의 문제는 내부 통제와 내부견제의 중요성이다. 공익이라면 더 이상 개인 것이 아니라 공((公, Public)에 내놓았다고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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