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국가 비상사태’ 속에서 바라보는 저출생·고령화 사회
‘인구 국가 비상사태’ 속에서 바라보는 저출생·고령화 사회
  • 이근미  미래한국 편집위원·소설가
  • 승인 2024.08.01 18: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근미의 트렌드 읽기]

윤석열 대통령이 ‘인구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가 심각해 해외에서까지 국가 소멸을 걱정할 정도에 이르렀다. 100년 뒤에는 대한민국의 인구가 2000만 명 아래로 내려간다는 정부 관측이 나온 가운데 전국 모든 지역에서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빠르게 늘면서 인구가 자연 감소하고 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2023년 10~12월과 2019년 같은 기간 신한카드 가맹점 수, 이용금액 증감률, 연령별 비중 변화 등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저출생과 고령화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유아교육, 키즈카페 등이 각각 19%, 22%, 28% 감소해 저출생 여파가 확연히 드러났다. 반면 보습학원, 어학학원, 예체능학원은 41%, 24%, 22% 증가했고 온라인클래스의 2030세대 이용 비중은 70.3%에 달했다. 건강관리와 미용을 위한 지출도 늘었는데 피부관리·마사지 이용 고객의 70.5%가 60대 이상이었다. 정신과 진료가 167%로 늘었고 상담센터 이용 건수도 20대부터 전 세대에 걸쳐 증가해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이번 결과를 통해 저출생과 고령화가 깊어지면서 전문적이고 세세한 ‘건강관리’와 천천히 나이 들어가는 ‘저속노화’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식료품을 살 수 없는 농촌마을

인구 구조는 단기간에 바꿀 수 없기에 적어도 앞으로 30년까지는 나라의 모든 분야가 저출생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도 중요한 변수다, 우리나라는 내년에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에 달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한국의 고령화 추세는 더욱 가속화되어 ‘2040년 무렵이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40%가 넘어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고령층이 많이 거주하는 농어촌 지역에 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식품사막(Food Desert) 현상이 이미 나타났다. 전국 3만7563개 행정리 가운데 2만7609곳(73.5%)에 식료품 소매점이 없다. 낮은 소득, 고령화, 인구 유출 등으로 식료품점이 철수했기 때문이다. 남은 슈퍼마켓이나 편의점도 신선식품보다는 가공식품을 주로 취급한다. 당연히 ‘쿠세권’(쿠팡 로켓배송 가능지역)에서도 벗어났다.

농촌지역에서는 경로당이 고령층을 떠받치고 있다. 전국 경로당은 2022년 7월 기준 6만7211개로 편의점보다 숫자가 많다. 이용자들이 혈압, 혈당, 체성분, 체온을 측정하면 관내 보건소로 수치가 자동 전달돼 건강수첩에 저장되는 등 스마트 경로당으로 운영되고 있다. 점점 고령층은 많아지는데 태어나는 아이는 줄어드는 현실이 ‘인구 국가 비상사태’로 타개될 것인가. 저출생에 대한 다양한 원인이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지나친 경쟁과 사교육 부담’이 저출생을 부르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우리나라 학생 1인당 사교육 비용은 한 달 평균 52만 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사교육과 노후 대비의 황금 비율로 1:1 법칙과 10%룰을 지키라고 조언한다. 세금 등을 제외한 가처분소득에서 사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 6월 19일 열린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도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가 심도있게 논의됐다. 제니퍼 스쿠바 로즈 칼리지 종신교수는 인구 감소를 바라보는 인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며 “저출생과 인구 고령화는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면 오히려 부작용으로 페미니즘 운동이 거세게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스웨덴의 이민 정책 

이날 포럼에서 “현재 대다수 국가는 인구 대체율이 출산율보다 높은 문제를 겪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3명 중 2명은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나라에서 산다. 더는 출산율에 집착하지 말고 변화의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1930년대에 저출생·고령화 문제에 직면했던 스웨덴은 ‘이민’에서 답을 찾았다. 35년간 800만 명대를 유지했던 스웨덴 인구는 현재 1067만 명에 도달했다. 그들 중 20%는 스웨덴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전 세계 80억 인구 중 자신이 태어난 나라를 떠난 사람은 4%가 채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스웨덴은 ‘이민 정책’으로 저출생 문제 해결했다. 다만 전면적으로 이민자들을 수용한 것이 마냥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이민은 예측 가능성이 상당히 낮기 때문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다인종·다종교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다른 사회의 호기심과 창의성을 중요시하고,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양극화·분열·갈등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리나라도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해 이민청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이 250만 명을 넘어섰고, K-컬처 열풍으로 외국인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부서로 분산된 이민 정책을 통합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지만 신중한 추진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도심에서도 아이 웃음소리를 듣기 힘든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두 번째 도시 부산에서 들려온 ‘입학생이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 소식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저출생 고령화로 인해 급작스럽게 바뀌는 지형이 공포스럽기만 하다. ‘인구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내놓은 방안들이 잘 실현되어 부디 ‘아기 낳고 싶은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한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