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저출산·고령화 문제 노동개혁에 답이 있다
[이슈] 저출산·고령화 문제 노동개혁에 답이 있다
  •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24.08.0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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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로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2020년 합계출산율은 0.84명을 기록하면서 OECD 국가 가운데에서도 유일하게 1명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고령화 진행속도도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2011~2020년간 65세 이상 인구의 연평균 증가율은 4.4%로 OECD 평균(2.6%)의 약 1.7배로서 OECD 가운데에서도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급증하는 인구를 걱정하며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등의 슬로건으로 가족계획 운동을 독려했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자연인구 감소와 생산가능 인구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결혼을 기피하면서 1인 가구도 증가하고 있고,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높은 수준의 고령층 빈곤율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는 경제성장과 노동시장에서의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경제성장의 둔화를 가져오고 저성장구조를 고착화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생산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인플레이션, 경상수지, 재정 등 거시경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고 경제성장의 하락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실제적인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노동력 투입의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여성 노동력의 활용이 중요한데, 여성 노동력의 경우 기혼여성의 노동력 활용이 중요하다.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노동정책 필요

우리나라의 경우 25~64세 기준 기혼 여성의 고용률(57.6%)은 미혼 여성(71.6%)보다 낮아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 기혼 여성의 경우 출산을 하게 되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적지 않아 자녀가 1명만 있어도 기혼 여성의 취업 유지율은 약 29.8% 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노동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보육시설의 정비 등이 거론되지만 무엇보다 여성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중요하다.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육아부담이 경제활동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연근무제를 보다 다양하게 도입·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에서 탈퇴하더라도 다시 노동시장으로 쉽게 복귀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경직성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청년실업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청년층 고용 문제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 청년층에서는 니트족(취업도 하지 않고, 정규교육기관에도 속해 있지 않으며, 직업훈련에도 참여하고 있지 않은 그룹)이 증가하고 있어 청년 노동력의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이 요원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청년의 고용률은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2019년 기준으로 15~29세 청년 고용률은 우리나라가 43.5%에 그쳐 OECD 평균은 53.9%보다 약 10% 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향후에는 청년 고용률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청년의 일자리 마련을 위해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 공급하고 있으나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일자리는 단기적이고 소비적인 일자리가 많아 일자리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힘들고 주로 고령층을 위한 일자리가 많으며, 실제적인 소득 보전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년의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규직 고용보호를 완화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임금체계를 개편하여 기업이 청년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유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 측면에서는 현금 위주의 청년 지원정책보다는 소득 하위계층을 중심으로 취업 경험이나 직업훈련, 인턴 등의 서비스 지원 정책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미래에는 노동력 부족으로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풍족해질 것이라는 속단도 금물이다.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게 되면 실업과 일자리 부족 문제는 여전히 지속될 것이고 경제성장은 더 하락하는 악순환이 전개될 것이다. 그래서 미래의 성장동력을 찾고 새로운 일자리를 발굴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5월 27일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 참석하는 청년/군인 참석자들
지난 5월 27일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 참석하는 청년/군인 참석자들

공공형 일자리 줄이고 민간형 일자리 늘려야 

현재 세계는 급속도로 디지털화되면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인터넷, 통신, IT를 활용한 산업이 급성장함에 따라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한편, 단기적으로는 디지털 기술 등 자동화가 노동을 대체하게 되면서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또한 디지털경제의 일자리에 적합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기회가 있어도 취업하기 어려운 디지털 실업이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응으로서 디지털 격차를 지속적으로 완화하고 특히 저소득층·취약계층의 디지털 빈곤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도 꾸준히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동안에도 공공형 직접일자리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직접일자리의 원래 취지는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민간이나 공공부문에서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정부가 임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며 민간이나 공공부문에 정식으로 취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형 직접일자리는 주로 단순·반복적인 일자리에 지나지 않고 민간 일자리로의 연계가 어렵다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제기되었다. 

또한 직접일자리 정책은 정부의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고 있어 국가재정에도 부담을 준다. 일자리의 지속성도 떨어진다. 대규모의 상시적인 공공형 일자리 정책은 참여자들이 정부 정책에 기대어 오히려 민간부문에서 일자리 참여를 줄이고 근로의욕이 감퇴하여, 직접일자리에 대한 추가 요구가 더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정부가 많은 예산을 투입되는 공공일자리사업은 저소득층의 근로소득 제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직접일자리 예산은 2018년부터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2018~2020년 기간 동안 매우 큰 증가율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 2017년과 2019년(코로나19 이전 시기, 통계단절로 2017년과 2019년을 비교) 사이에 오히려 저소득층 근로소득은 감소하고, 소득불평등은 심화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노인 일자리의 경우 공공형 일자리와 같은 직접일자리를 줄여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일자리의 지속성이 없는 공공형 일자리는 지양하고 민간형 일자리를 확대해 나가는 방향으로 예산안을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장 큰 폭의 조정은 힘들더라도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민간에서 근로 능력이 없는 취약계층 노인의 경우 공공형 일자리의 축소가 생계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복지 강화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 지난 5년간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재정지원 직접일자리 규모는 약 2배 급증했으며 그 대부분이 공공형 일자리 위주로 증가했다. 

예컨대 2017년에는 직접일자리 가운데 공공형 노인 일자리 수는 35.2만개를 기록했으나 2022년에는 60.8만개로 증가했다. 급격히 불어난 직접일자리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려고 하지만 이제는 반대가 만만치 않다. 한번 증가한 정부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는 말이 다시금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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