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는 대한민국 자유 수호와 인연이 깊다.
6·25전쟁기, 인천상륙작전 후 수복된 남한 하늘에서 ‘쐐-액, 쐐-액’하는 소리를 들으면 아이들은 두 손을 번쩍 올려 환성을 질렀고 국군들도 사기가 올랐다. ‘쌕쌔기’, 그 가운데는 ‘창공의 치타’라 불리는 남아공 제2전투비행중대의 제트기가 800여대가 있었다. 그들은 실로 혁혁한 공을 세웠다. 1951년 4월, 에티오피아는 자국의 황실근위대를 한국에 보냈다.
당시 에티오피아는 우리보다 잘 살았지만 파병을 보낼 정도로 넉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당시 통치권자였던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는 6·25전쟁이 발발하자 즉시 파병을 결정했다. 황제근위대 6000여 명 중 단 한 명의 포로도 없었으며 122명이 전사하고, 이들은 253전 253승이라는 불패 신화를 역사에 새겼다. 모로코의 청년들은 프랑스군에 소속되어 전쟁에 참여했다. 라이베리아, 이집트는 물자를 지원했다. 그러한 인연으로 한국은 1961년 아프리카 6개국과 수교했다.
청년, 그리고 기회의 땅 아프리카
검은 대륙 아프리카가 한국 경제와 외교에 새로운 미래의 개척지로 떠오르고 있다. 2050년, 전 세계 인구 4명 중 1명은 아프리카인이라는 매킨지 보고서는 30년 후, 아프리카가 세계 최대의 인구와 시장, 그리고 자원을 가진 국가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4월에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담은 우리 역사상 최초의 한-아프리카 다자 정상회의였으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다자 정상회의였다. 유엔회원국 기준 아프리카연합(AU) 54개 회원국 모든 국가가 참석했다는 점도 놀라운 것이었지만 외교부가 한국의 아프리카 진출 전략으로 ‘청년·디지털·혁신’이라는 3가지 키워드를 마련한 것도 예사롭지 않았다.
아프리카 54개국은 193개 유엔 회원국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아프리카로 눈을 돌린 것은 강대국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 글로벌 사우스로 새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올해 아프리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8%이며 전체 14억 인구 중 60%가 25세 이하일 정도로 성장 잠재력이 큰 대륙이다. 아울러 AFCFTA(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가 출범하면서 아프리카는 국내총생산(GDP) 3조4000억 달러(약 4700조 원)에 달하는 거대한 단일 시장으로 거듭났다. 아프리카 대륙이 향후 30년간 유사한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면 2050년 세계 경제에 20조 달러 (약 2경6946조 원)라는 엄청난 경제적 이바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목표는 현실적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전체 GDP는 이미 1990년부터 2021년까지 3배나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에티오피아의 GDP는 7.6배나 급증했다. 가나, 탄자니아, 이집트 GDP도 각각 5배, 4.6배, 3.7배씩 늘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최근 보고서에서 “아프리카는 무엇보다 혁신적이고 생산적이며 소비할 준비가 돼 있는, 젊은 세대가 이끄는 대륙”이라며 이들의 잠재력을 강조했다. 세계 거의 모든 지역이 고령화하고 있는 데 비해 아프리카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3%에 불과하다. 인구의 약 3분의 2가 30세 미만이며, 약 40%는 14세 미만이다. 이는 아프리카가 적어도 향후 30~40년 동안 성장하는 젊은 소비 시장과 충분한 노동력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로 아프리카의 신흥 경제에서 차지할 디지털과 IT 분야는 그야말로 블루오션이며 한국의 스타트업들로서는 무한히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 되고 있는 것이다.
범아프리카 미디어플랫폼인 위트래커(Weetracker)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리카 대륙의 스타트업 투자유치액은 7억 5700만 달러(약 8600억 원)다. 여기에는 핀테크(24.9%)와 이커머스(13.9%), 헬스테크(10.3%)를 비롯해 물류, 에너지, 교통, 인공지능·사물인터넷(AI·IoT)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투자액의 가파른 성장세는 주춤했으나 투자 유치 건수는 오히려 증가하는 등 아프리카 스타트업의 미래는 여전히 긍정적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한-아프리카재단은 설명한다. 실제 아프리카 시장을 두들기는 한국 스타트업들은 늘고 있는 추세다. 한-아프리카재단에 따르면 지난 5월에 열린 스타트업 ‘자이텍스 아프리카’에는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14개 스타트업이 참가했다.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 역풍이 주는 교훈
비록 아프리카가 떠오르는 기회의 땅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비즈니스 마인드로 접근하는 것은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는 점이 지적된다. 아프리카는 수 많은 다원성을 가진 부족들과 내전, 식민지의 고통을 겪은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고 여전히 사회주의 혁명과 이슬람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무시하고 접근했던 유럽과 러시아 등은 반발을 불러왔고 최근 아프리카에 눈독을 들였던 중국도 그 덫에 걸려있는 상태다.
중국은 600여년전 15세기 초 명나라 환관 정화가 이끈 원정대가 동남아시아와 인도를 거쳐 아프리카 동부에 도착했다.
이후 중국과 아프리카 대륙과의 교류는 1960년 미국과 소련,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비동맹외교로 그 끈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이러한 끈은 시진핑 시대에 중국 굴기에 의한 일대일로 사업이 아프리카에도 미치면서 해로상으로 아프리카 동부에 이르는 지부티에 중국군 해외 첫 해군기지를 건설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중국은 아프리카 각국에 돈을 빌려주고 지하자원과 고속도로, 항만 사업권을 따내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했다가 호된 비난과 반발에 직면했던 것. 이유는 중국으로부터 저임금 농민공과 중국 자재들을 들여와서 실제로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높은 이자로 불어나는 원금과 제때 못 갚으면 공항이나 항구 운영권을 중국이 갖도록 붙은 독소조항까지 존재하는 바람에 “부패한 국가에 더 많은 중국의 원조가 주어진다”는 비판이 일었다. 정식 절차 없이 독재정권과 졸속으로 이뤄지는 투자 약속은 독재의 지지 기반이 될 지역에 집중되었는데 정권이 무너진 뒤 투자금 대부분은 공중분해 된 상태가 되는 일이 잦았다.
결국 개발로 치솟는 땅값, 저렴한 중국산 수입으로 경쟁력 잃는 현지 상품으로 물가는 오르고 높은 출산율 속 젊은이들은 도시로 몰리는 악순환 속에서 중국은 아프리카에 투자해 놓은 통신 인프라 바탕으로 자국산 저렴한 위성TV, 휴대전화를 팔아 이익을 얻는 것에 치중했던 것. 비록 중국은 중국의 기여가 아프리카인 삶을 개선했다고 주장하지만 아프리카가 중국에 진 빚은 835억 달러, 우리 돈 100조 원을 넘긴 상황이다. 그 가운데 앙골라가 절반 정도로 부채국이 됐고 이어 에티오피아, 잠비아, 케냐 순으로 부채국 지위에 올랐다. 52개 국가 중에 22개국이 파산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이 과거 유럽의 아프리카 식민지배와 미국-소련 간의 냉전 사이에서 반감을 가진 아프리카에 이익 중심으로 선수를 쳤다가 호되게 당하고 있는 것이다.
새마을운동과 봉사가 만드는 기회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 역풍은 한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새마을운동과 국내 기업, 그리고 민간단체들의 인도적 지원과 봉사가 중요한 한-아프리카 관계 형성의 축으로 주목되고 있다.잠비아는 올해 처음으로 4개의 시범마을을 선정해 한국형 새마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사업을 발굴해, 첫해인 2023년 녹화사업 등 환경 개선사업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마을회관 건립, 어시장 설립, 태양광 수도 펌프 설치 등 마을 발전과 소득 증대를 위한 사업을 집중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과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의 양자 회담에서 르완다 유학생들이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에서 ‘새마을학’을 배우고 있다고 언급한 부분도 화제였다. 지난 5월 28일과 29일 열린 개교 77주년 기념 글로벌 새마을 포럼에 참석한 은쿠비토 만지 바카라무사 주한 르완다 대사 역시 “르완다는 지속 가능한 국가 발전을 위한 개발 정책으로 새마을운동을 채택해서 시행하고 있다.
새마을운동을 통해 르완다는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특히 르완다의 전후 재건 사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새마을운동을 높게 평가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르완다보다 앞서 영남대와 교류를 시작해 긴밀한 관계를 지속해 오고 있는 에티오피아의 데시 달케 두카모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도 “영남대는 새마을운동의 중심지로 국제 협력을 통해 새마을운동을 국제적인 정책으로 만들고 지구촌 빈곤 퇴치를 이끌었다. 9년 전 주지사 시절 영남대에서 배운 새마을운동이 지역지도자로서 큰 도움이 됐다. 새마을운동은 개도국이 배워야 할 모범사례이자 교훈이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한국의 새마을운동이 아프리카 국가들에 경제 개발의 모범 사례로 인식된다고도 평가했다. 방한한 아프리카 정상들은 국가 주도 농촌 개발과 초기 경제 발전 모델로 불리는 새마을운동에 관심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들의 아프리카 사회공헌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최대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 그룹은 본사, 패밀리(가맹점주), 고객이 함께하는 사회공헌 활동 ‘아이러브아프리카’를 통해 현재까지 22억 원을 기부했다. 주요 활동으로는 오염된 물과 오랜 건기로 식수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주민을 위한 우물 개발과 물탱크 설치 사업이 있다. 올해는 케냐 마차코스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지하수를 개발하고 우물을 설치했다.
올해 6월 외교부는 ‘청년, 아프리카를 가다’라는 주제로 국민 강좌와 아프리카 체험 청년단을 모집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은 1991년 우간다에서 처음으로 ODA 사업을 시작한 이래 올해까지 추진된 각종 사업의 누적 지원액이 총 1억5306만 달러(약 2065억 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우간다는 한국 정부가 ODA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대상으로 지정한 세계 27개 중점 협력국 가운데 하나다. 주요 지원 분야는 농업 부가가치 창출, 보건ㆍ교육ㆍ난민지원 등이다. 코이카 우간다사무소는 우간다 청년 4000명을 교육한 뒤 이 가운데 우수한 100팀을 선발하고 초기자금으로 1만 달러씩 지원해 농산업 기업 100개 창출을 유도하고 있다.
한국 청년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기회다.코이카는 디지털 분야 창업 또한 지원하고 있다. 코이카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1200만 달러를 들여 나이지리아 ‘아부자기업진흥원(AEA)’에 ‘스타트업 디지털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를 설립해 예비 창업자를 돕는다. 세네갈에서는 창업자들의 연구 공간인 메이커스페이스를 구축해주고 관련 인프라를 지원하고 있다.
아프리카도 최근 디지털 경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한국이 디지털 중심 지원 정책을 펼 여건이 마련된 상태다. 인구의 60% 이상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고 모바일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는 인구가 10억 명 이상이다. 내년 아프리카 e커머스 사용자 수는 5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는 디지털 경제가 실업률과 빈부 격차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아프리카연합(AU) 차원에서 2030년까지 디지털 전환 전략도 마련했다.
30년 안에 도래할 황금의 땅 아프리카, 그러한 한-아프리카 관계에서 청년이 그 주역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남은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러한 기회를 스스로 잡으려는 청년들의 동기와 지원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