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랑스 학교에 교복이 다시 등장했다. 남부 도시 베지에의 학교 4곳에서는 교복을 입은 학생 700여 명이 봄 학기를 맞았다. ‘교복 착용’은 최근 총리 자리에 오른 가브리엘 아탈 총리가 교육부 장관으로 있을 때부터 도입하려던 정책이다. 

아탈 총리는 떨어진 학교의 권위를 세운다는 취지에서 다시 ‘교복’ 카드를 꺼내 들었다. 베지에시 등 시범 학교 87곳에서 앞으로 2년간 교복을 입어보고, 오는 2026년 전국으로 확대할지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프랑스에서 교복은 일부 사관학교를 제외하고 1968년 이후 사라진 지 오래라 프랑스 사회가 이 새로운 시험을 지켜보고 있다. 프랑스의 이러한 변화는 국가 정상화라는 보수의 가치 구현과 관계가 깊다는 해석이다.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은 2024년 1월 11일 34세의 가브리엘 아탈을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의 후임으로 임명했다. 당내 일부 정치인의 반대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청년 정치인을 총리로 임명하는 것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이다. 프랑스에서 젊은 정치인을 총리로 임명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4년 로랑 파비우스 전 총리는 37세에 임명됐으며, 1986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은 41세에 총리가 되어 동거정부를 이끌었다. 하지만 아탈은 제5공화국(1958년~현재) 역사상 최연소 총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1989년생인 가브리엘 아탈의 정치 경력 출발점에는 청년 당원으로서의 활동이 있었다. 아탈 총리는 대학 졸업 직후부터 다양한 정치 경력을 쌓았다. 

‘보편적 국가 복무’를 내세운 청년 총리 

사회당 정부(2012-2017)의 보건부 연설문 담당 비서관으로 활동하면서 정계에 입문했고, 2014년에는 사회당 소속으로 파리 외곽 방브(Vanves) 시의 시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2017년 대선 시기에 마크롱 지지를 선언하고 당적을 옮겼으며, 같은 해 치러진 총선에서 28세의 나이로 오드센느 지역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보른 전 총리는 2023년 연금개혁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중적 신임을 크게 상실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국정을 쇄신하고 정부에 대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개각이 이뤄졌다. 아탈 총리가 발탁된 이유는 그가 최근 내각에서 가장 주목 받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그가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브뤼노 르메르(Bruno Le Maire) 경제재정부 장관 및 에두아르 필립 전 총리의 인기를 추월했다는 조사가 발표됐다. 

아탈은 현 정부의 국정 과제를 충실히 수행한 정치인이다. 그를 총리로 임명한 것은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이 부단히 추진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아탈이 청소년·국가복무 담당 국무장관으로 수행한 임무는 청소년의 국가적 결속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보편적 국가복무’를 확대 시행하는 것이었다. 청소년의 군사 활동을 제도화한다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아탈은 국가 복무의 의무화를 주장하며 정부 입장을 대변했다. 

나아가 아탈은 교육·청소년부 장관 재임 시기 공립학교에서 무슬림 의상인 아바야(abaya) 착용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프랑스에서는 2004년 이후 공공장소에서 유대인의 키파, 무슬림의 히잡 등 종교 상징물을 착용하는 것이 금지됐으나, 전신 의복인 아바야 착용은 엄격한 제재 대상이 아니었다. 

정부의 이번 아바야 금지 조치로 프랑스 내 무슬림에 대한 세속주의적인 규제가 강화됐다는 논란이 확산된 바 있다. 아탈 총리는 이러한 활동을 배경으로 좌파 정당 지지자보다는 중도 우파·극우 정당 지지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남성보다는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더 얻고 있으며, 연령상으로 청년층보다 50대 이상의 유권자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 프랑스 정치인의 평균 연령이 낮아진 것도 아탈 총리의 임명 배경으로 지적할 수 있다. 현재 프랑스 내각의 주요 장관 15명의 평균 연령은 46세이며, 30대 장관이 4명, 40대 장관이 3명이다. 최연소 장관은 의회담당 정무장관을 맡은 마리 르벡으로 현재 33세이다. 또한 프랑스 하원의원의 평균 연령은 2017년 및 2022년 총선을 거치면서 크게 낮아졌다. 

2000년대 중반까지 프랑스에서는 하원의원의 고령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었다. 1980년대부터 의원의 평균 연령이 증가했으며, 2007년 총선은 60대 이상의 당선자가 가장 많았던 선거였고, 하원의 세대교체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 프랑스에서 청년 정치인의 등장이 활성화된 맥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에서 아탈을 신임 총리로 지명한 것은 단지 청년이라는 이유에서가 아니며, 그가 여당과 내각에서 충분한 경력을 쌓으면서 독자적인 활동 영역과 지지층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를 참고하여 선거 시기에 외부 명망가를 발탁하는 방식보다는, 정당 내에서 청년 정치인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제도와 관행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청년 정치인은 미숙할 것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하며, 청년이 정치에서 더 많은 역할과 임무를 맡을 수 있도록 정당 차원의 청년 정치인 육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