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지금 한국인의 정신건강 상태는 
[건강] 지금 한국인의 정신건강 상태는 
  • 김병후 김병후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승인 2024.01.1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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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누구나 앓을 수 있는 병”

최근 매스컴에 크게 이슈화되며 사람들에게 공포와 불안감을 조성한 정신건강 문제 중 하나가 ‘묻지마 살인’이다. 피해망상으로 인해 자신과 관련 없는 시민들에 대해 무차별 살인적 공격 행위를 한 것이다. 정신질환이 있는데도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고 돌발적으로 행하는 살인행위도 문제지만, 함께 사는 가족들의 삶은 너무나 피폐해진다. 이런 정신 증상은 치료를 잘 받으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어느 나라나 정신병에 대한 대책은 발전 과정을 거친다. 경제가 어려웠을 때 환자들은 비인가 시설에 불법으로 감금되었다. 국가가 책임질 수 없고 가족들은 견디다 못해 환자를 분리시킨다. 기도원이 그 역할을 했고 경제가 조금 나아진 후 인가 시설로 된 것이 정신요양원이다. 하지만 이런 시설들이 환자에 대한 비인간적 처우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다. 사회가 발전하고 경제가 나아지면서 정신보건복지법이 제정되면서 인권 문제가 개선되기 시작했다. 

정신 질환은 국가가 모든 책임을 질 수 없다. 사회 구조가 이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함께 발전해 가야 한다.
정신 질환은 국가가 모든 책임을 질 수 없다. 사회 구조가 이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함께 발전해 가야 한다.

폐쇄된 공간의 대형정신시설 병동도 인권 사각지대인 곳이 많아 인권 문제가 심각했다. 법 개정 전후 매스컴과 인권단체의 활동으로 그 실상이 알려지고 환자의 인권은 점차 강화되었다. 인권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강제구금인 강제입원절차를 법에 규정한 것이다. 환자 자신이 입원 여부를 결정하면 문제가 없지만 환자들 대부분은 자신이 병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럴 경우 환자가 반대하는 입원 절차를 법으로 규정한 것이 강제 입원이다. 인권이 열악할 경우 강제 입원은 법의 제재도 없었고, 의료시설이 아니거나 비인가 시설에 아무런 제지도 없이 시행되었다. 20세기 전반부의 세계에서는 정신병동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나라도 있었고, 미국의 정신병동의 환자에 대한 비인간적 처우를 그린 영화가 있을 정도였다. 이러한 정신질환에 대한 비인권적인 문제에 대한 반발로 환자에 대한 인권이 강화되었다. 

그러나 법이 환자의 인권을 미시적으로 너무 철저히 보장하다보니 결과적으로 환자의 거시적 인권이 침해받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급성 정신병은 빨리 치료하면 완치율이 높다. 하지만 강제 입원의 법적 요건에 들어가는 위험한 행동을 자신과 타인에게 해야 한다는 조항을 문자 그대로 적용하면 입원할 기회를 찾을 수 없다.

응급 상황에서의 입원은 경찰이 입회하에 그 위험도가 측정되는데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입원이 가능하기도 하고, 불가능하기도 하다.  자살 위험이 심각한 경우라도 그 시점에서 그 행위를 하고 있지 않으면 입원할 수 없다. 피해망상이 심해 어떤 행동을 할지 몰라도 그 상황에 위험한 행위가 없으면 위험도가 없다고 판정할 수도 있다. 

입원 절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엄격한 적용을 요구한 후 위험한 행동에 대한 엄격한 적용은 현실적으로 입원을 어렵게 만들었다. 어쩌면 그 결과로 인해 발생된 사건 가운데 하나가 ‘묻지마 살인’일 수 있다. 이들 환자들은 인간 사회에서 가장 여린 사람들이다. 상대의 눈도 잘 마주치지 못하고 자신을 주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쉽게 상처받고 사회생활을 기피하고 집밖에 나가지 않는 것이 증상이기도 하다. 

가족과의 접촉까지 피하는 경우가 있다. 치료받지 않은 환자가 몇 십 년을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는 경우는 흔히 보는 현상이다. 그러다 악화되어 급성 증상으로 피해망상이 심해지고 환청과 함께 누군가가 자신을 해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폭력이 나오는 것이다. 발병 초기와 재발할 때 이런 증상이 주로 나오는데 이런 환자가 치료 받을 경우 의외로 경과가 좋다. 

따라서 이런 정신질환자에 대한 대책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입원 기간을 2주 이내로 규정하여 인권을 보장하는 응급입원은 병의 치료가 우선되게 시행하도록 하고 강제 입원 절차에는 엄격한 절차를 요구하면 된다. 응급상태의 환자에 대한 문제를 가족들만 책임지는 상황에서 그 절차만이라도 사회가 함께하게 한다면 가족들의 고통과 환자의 만성화를 방지하고 사회의 안전망의 유지에 결정적 도움이 될 것이다. 

정신건강 위해 각박한 사회 구조 개선이 중요

정신병 다음으로 국가가 우선하는 질환은 ‘우울증’이다. 우울증은 모든 국민이 거의 걸리는 병으로 생각하여야 한다. 전 국민의 몇 %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가는 의미가 없다. 모든 사람은 우울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울증을 ‘정신과의 감기’라고 여기는 것은 누구나 앓을 수 있는 병이기 때문이다. 우울증은 좋은 기분보다 부정적인 기분이 우세하면 온다. 일상적인 삶을 살아도 좋은 기분을 찾지 않으면 우울해질 수 밖에 없다. 

우울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사회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아이들은 또래아이들과 놀면서 행복을 느낀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서 놀이를 박탈한다. 학원을 돌리거나 아이들과 함께 노는 대신 서로를 무한 경쟁 대상이 되게 한다.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부 못하고 노력이 부족하다는 취급을 받으며 위축된 채로 산다. 이런 아이들 중 일부는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다른 아이들을 따돌림하는 것으로 풀고 일부는 당하고 산다. 우울이 만성적으로 만들어지는 구조다. 

여성들은 아이를 임신, 출산하고 육아를 하는 과정에서 구조적으로 우울을 경험한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출산, 육아 중인 여성들은 행복을 느끼기보다 너무 힘들고, 가족과 직장에서 자신의 상황을 전혀 이해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아빠와 엄마는 모두 육아에 지치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안절부절하지 못한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모두 개선할 수는 없다. 가족과 이웃 그리고 사회 제도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젊은 엄마 아빠의 관점에서 찾아야 한다. 이는 노인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대가족이 붕괴되면서 인간이 자연적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은 소실되고 개개인의 책임이 되었다. 아직 우리 사회는 이에 대처할 사회 구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인간들이 친화적인 집단을 이뤄 서로 돕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우울증 다음으로 국가가 관심을 가지는 정신건강 영역은 ‘불안증’이다. 정신병이나 우울증만큼 우선되지 않아 개인이 책임을 지게 된다. 불안은 인간이 가장 흔하게 겪는 감정이다.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들이 보여준다. 환자들은 인간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이 공황이라고 말한다. 죽을 것 같은 공포, 숨이 쉬어지지 않는 공포 그리고 그 막심한 공포가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예기 불안이 그 예이다. 

하지만 공황장애는 고통에 비해 치료 결과는 좋다. 그 밖의 불안장애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직장인들이나 학생들이 자주 겪는, 발표할 때의 공포와 시험 보는 상황에서의 과도한 긴장과 불안은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준다. 중요한 행위를 할 때 긴장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다. 높은 산에 올라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고, 좁은 공간에 갇히는 것을 두려워하여 비행기를 타지 못하거나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경우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원활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 문제는 ‘강박증’으로 경우에 따라 조절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매일 샤워하는 데 2시간을 소비한다든지, 외출하고 들어 올 때 입고 나간 옷을 꼭 세탁하여야 한다든지 증상은 천차만별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가족들에게도 강박적 행위를 요구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가족 전체의 삶이 고통이다. 강박증의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에게 그 행위를 요구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다행히 강박증도 약물치료로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주의력결핍증과 치매가 있다. 주의력결핍증은 세계적으로 진단이 남용되고 있는 경향이 있다. 산만한 아이들이 모두 주의력결핍증은 아니다. 

다른 원인 질환의 여부를 찾아봐야 한다. 치매와 노인 문제는 국가 정책상 점점 더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모든 질환이 그렇지만 국가가 모든 책임을 질 수 없다. 사회 구조가 이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함께 발전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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