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미동맹, 한반도 넘어 큰 그림 그렸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미동맹, 한반도 넘어 큰 그림 그렸다”
  • 미래한국
  • 승인 2023.05.31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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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리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사진 정연호 미래한국 객원기자

윤석열 정부의 한미외교가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리더십의 중견국 외교로 발돋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초래한 한미관계의 비정상화를 정상화시킨 것으로 평가받는 이번 워싱턴선언은 한국과 미국이 포괄적 동맹을 통해 새로운 세계 질서의 동반자 관계임을 확인하는 역사적 장면이었던 것. <미래한국>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워싱턴회의의 의미와 앞으로 전개될 한미관계의 역동적 미래에 대해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미주지역센터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번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을 전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특히 이전의 한미동맹과 이번 한미동맹 성격을 비교해 보신다면?

비교 대상이라면 바로 전 정부를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외교안보정책을 커다란 그림으로 잡아 생각해 보면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에 국한된 남북관계를 중심에 둔 외교안보 정책이라고 볼 수 있고,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 하지만 한반도 외에도 그림을 그렸다는 것입니다. 최근 한일 정상회담도 있었고 유럽 나토 정상회담에도 참석했던 것을 보면 확연하게 외교안보 영역 자체가 더 넓어졌다는 것이죠. 상호 존중을 중심으로 하는 대중정책에는 변화가 없는 것이지만 나토 유럽이나 또 일본 미국과의 외교안보정책이 더 활발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 외교안보정책이 넓어졌다고 하셨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노선은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한다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실용외교가 아니었던가 생각됩니다. 그러면 앞으로 블록을 통한 경제안보 문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미국의 안보실장 솔로몬이 최근 발표한 내용만 살펴봐도 미국의 대중정책 자체가 신냉전 구도를 구성해 블록을 만들자는 입장은 아직 노골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중국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블록이 형성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미국과 중국은 계속 무역 관계, 통상관계를 유지하고 작년까지만 해도 꽤 높은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전적으로 미국이 블록 구성을 해서 신냉전 구도로 간다고 보는 것은 앞서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이 주장하는 입장은 경제 문제를 국가 안보 시각에서도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면서 공급망 안전성에 대한 문제 인식이 꽤 급격히 바뀐 듯합니다. 미국이 주장하는 ‘경제를 안보 시각에서 바라봐야 된다’는 것은 예를 들어 신흥 기술이나 데이터 등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 상당히 중요한 일부를 차지한다는 의미인 것이죠. 신흥 기술이 무기에도 활용이 되고 정부가 관리하는 여러 정보들이 데이터나 신흥 기술을 통해 유지되기 때문에 이러한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감으로써 미국의 안보 자체가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자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라고 하겠습니다. 이것이 전반적인 경제 안보와 관련된 중국 문제이고, 또 하나는 중산층을 위한 외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선거 때 바이든 행정부의 공약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즉, 일자리 창출에 중산층이 많이 피해를 봤다는 것입니다. 자유무역협정을 비롯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통한 미국의 통상정책 때문에 중산층이 피해를 입어 포퓰리스트들이 자리를 잡은 거죠. 

‘워싱턴선언’은 한미동맹 정상화 이상의 성과

- 그동안 우리 정부가 미국의 대중정책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워싱턴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의 두 정당에만 국한된 로비를 할 게 아니라 전적으로 범사회적으로 미국 사회가 지금 어떻게 변하고 있고 왜 이러한 성향의 정치인들이 나오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 돼야 합니다. 미국의 정치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이고 우리가 이 정책과 타협을 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되는데 우리 정부는 미국의 국내 정책 흐름에 대해 파악이 부족했습니다. 우리가 미국과 70년까지 동맹으로 왔는데 앞으로 70년은 어떻게 더 좋은 양자 관계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됩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외교안보정책을 2017년 이미 국가안보전략보고서로 발간하고 그 이후 국방전략보고서가 나왔는데 역사적인 순간들이었습니다. 우리가 그때를 놓쳤다고 봅니다. 북한과 비핵화 대화에만 집중을 했기 때문에 미국이 지금 어떻게 변하고 있고, 미중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감지를 못했던 것이죠. 뒤늦게 2020년, 2021년쯤에 인지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 한 번 했을 때 모두 놀랐죠. 왜냐하면 우리 정부가 한 3년 동안 감지하지 않고 무시하던 미중관계가 한미관계에도 영향을 주는 문제로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거예요. 이것을 따라잡아야 하는 노력이 지난 1년 동안 있었는데 쉽지 않아요. 왜냐하면 국내 정치적인 문제도 있고,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고, 기업들도 약간 어수선한 상황입니다. 

미국의 안보정책은 공화당이나 민주당, 큰 변화가 없어요. 안보정책 국가전략이나 전반적인 여러 문서들을 살펴보면 큰 변화가 보이지 않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때 시작됐던 2017년, 2018년의 변화가 계속 유지돼 오고 있어요. 오히려 미중관계가 양극화됐다면 양극화됐지 더 좋아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경제 문제도 말씀드렸던 대로 끊기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규제들이 계속 나오면서 오히려 중국에 여러 가지로 압박하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관료들의 발언이나 또는 여러 외교적인 행보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의 만남이나 미국 쪽에서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 중국과 다시 외교적 채널을 열려는 노력이 보이기는 해요.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 연합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 연합

미국의 핵우산은 신뢰해도 좋을 것

- 한미동맹이 심화되면 북중러 간의 대항도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북한 김정은이 한 이야기를 보면 전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좀 더 돈독하게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이번에 핵 독트린 자체가 핵 안보법이 나오면서 바뀌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 여러 선제타격 기능들을 지금 개발하고 있는데 이 추세가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갖출 수 있는 기능은 계속 갖추되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좀 더 돈독하게 가고 싶은데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어떻게 보느냐예요. 지금 한반도 내에서 여러 군사적 움직임만 보면 지난 몇 년 사이 중국과 러시아 군사 훈련이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해상훈련, 공군훈련 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북한군이 여기에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 해줄 수 있는 플러스 알파가 뭐냐, 안보 차원에서 또는 경제 차원에서 명확하지 않다는 거죠. 북한 입장에서도 중국이나 러시아를 과연 믿을 만한 동반자 또는 동맹으로 볼 수 있는지가 김정은의 고민일 것입니다. 

- 이번 워싱턴회담에서 한미간 핵운용 전략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미국의 핵우산을 통한 북핵 억지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미국의 북핵 확장억제력 자체를 의심할 필요가 과연 있는지 싶습니다. 지난 70년 동안 이 관계가 계속 유지돼 오면서 제2의 6·25전쟁이 없었던 이유는 동맹도 거기에 한몫을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죠. 중국이나 구 소련 또는 러시아, 북한 입장에서도 지난 70년 사이에 얼마든지 다시 또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었거든요.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은 미국과 지금 유지하고 있는 상호방위조약 때문입니다. 확장억제는 견고해서 크게 문제 삼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핵무장은 또 다른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핵무장이 화두에 올랐던 여러 시기가 있는데 닉슨 독트린이 발표되면서 이 문제에 대한 인식 자체가 또 한국 내에서도 변화하고 있고 확장억제에 대한 의심을 조금씩 하는 것이죠. 카터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얘기했을 때도 이 문제에 대해 논의가 있었고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들어서면서 2016년 이후 나오는 여러 이야기들이 있지 않습니까. 

한미동맹 깨겠다, 주한미군 철수해라, 동맹관계 자체를 하나의 비즈니스 거래로 묘사하는 경우도 있고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들이 어느 정도 핵무장에 대한 여러 논란을 유발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부 정치인이 가끔 화제에 올렸는데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핵무장을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적도 요구한 적도 없습니다. 미국이 한국 핵무장을 한국의 국내 정치 흐름에 비춰 상당히 민감하게 바라본다는 이야기이고 이 문제를 빨리 캐치하고 인식했다는 것이죠.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메시지로 이번에 워싱턴선언 같은 문서가 나온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전적으로 안보 차원에서 구조 자체를 봤을 때는 확장억제를 문제 삼을 만한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 한일관계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지금 한일관계를 야구 게임으로 묘사한다면 1회 말에 들어선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게 어떻게 바뀔지 좀 두고 봐야 되는 것이죠. 일본도 한국과 비슷한 상황에서 상호방위조약을 미국과 맺고 있는 동맹국가입니다. 그리고 주일미군이 있고요, 미국의 도움 없이 북한이나 중국 같은 안보적 또는 경제적 위협에 맞서기 어렵습니다. 일본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일본도 우리와 비슷하게 트럼프라는 정치인을 보면서 여러 걱정거리가 생기기는 했습니다. 일본 외교정책을 살펴보면 미국과의 관계를 지금 돈독하게 가져가는 게 아니라 주변 국가인 인도나 또는 호주 같은 국가들과도 관계를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을 대상으로 하나의 헤징 전략이라고 하겠습니다. 

미국에 대한 리스크를 어느 정도 덜기 위해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더 좋게 이어나가고 있는데 일본 입장에서는 한국과의 관계도 비슷한 시각에서 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역사 문제가 큰 가시죠.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 또는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한일관계가 더 좋아질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외교적인 측면에서 정상화를 향한 움직임이 보인다는 점에서 나름 긍정적인 진전이 있다고 봅니다.

- 윤석열 정부는 중견국 외교를 표방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아시아 신남방정책 이야기도 나옵니다만 어떤 의미로 보십니까?

신남방정책의 아이디어 자체는 나쁘지 않았어요. 다만 성과 측면에서는 뭔가 한국의 핵심적인 역할이 없었죠. 한국은 2024년에는 1인당 GDP가 4만 달러가 예상되는 선진국 입장입니다. 외교적으로 리딩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예요. 동남아국가들과 이야기해보면 한국의 리더십을 바라는 국가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 리더십이 없었어요. 안타깝게도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실행 차원에서 뭔가 이렇다 할 만한 업적이 없었다는 것이 아쉽죠. 물론 미국과의 관계도 지금 잘 되고 있지만 지금 우리가 소홀했던 동남아국가, 오세아니아, 또는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인도를 더 중요한 파트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잠재적인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그쪽으로는 보고 있지를 않아요. 우리의 외교안보 영역 자체를 더 확대해야 합니다. 미국과의 관계는 많이 회복이 된 상황이고 이 관계가 어떻게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되겠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지금 우리와 외교적 교섭이 난항인데 나머지 국가들과의 관계가 지금 어떠한지, 그리고 우리의 전략이 무엇인지, 외교안보정책이 무엇인지 기조 자체가 확실하지 않아요. 뭔가 새로운 비전이 필요한데 이 아이디어가 어떻게 현실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더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우)과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좌)이 대담하고 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우)과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좌)이 대담하고 있다.

중견국 외교도 중요, 경제안보 위해 사령탑 구축해야

-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에 제언하신다면?

대한민국은 선진국이에요. 제가 만나 본 우리 외교 관료들은 탁월합니다. 외교부만이 아니고 재경부도 그렇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자기한테 주어진 일과 달란트를 다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하다는 것이죠. 어느 정도 이들을 믿고 경청하는 입장에서 관료들이 왜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또 관료들의 생각은 무엇인지 듣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현 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12월에 발표를 했습니다. 지금 경제안보센터가 외교부 산하에 있는데 경제 안보 문제를 다루고 있는 부처들만 해도 3개에서 4개입니다. 재경부, 외교부, 산업부, 과기부, 그런데 과기부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 않아요. 신흥 기술 같은 것은 과기부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이 부처들이 협력을 해서 뭔가 새로운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되는데 지금 4개월, 5개월이 지났어요. 구체적인 변화가 보이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국회가 여소야대이어서 국회가 협조를 안 해주는 것도 있지만 규제 차원에서 관료들이 경제 안보 정책을 추진할 때 부처간의 협력을 이뤄 나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한 부처가 단독으로 할 수 없어요. 외교안보 장관급 실무급 2 플러스 2 회의가 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G7 한미일 정상회담이나 한미 정상회담 등의 또 다른 기회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우리도 경제안보 ‘2 플러스 2’ , ‘3 플러스 3’ , ’2 플러스 2 플러스 2’  또는 ‘3 플러스 3 플러스 3’ 즉, 재경부, 외교부, 산업부 이 셋 중에 둘 아니면 셋 다 참여하고 과학기술부까지 들어가는 체제를 구성했으면 좋겠습니다. 벌써 다른 국가들은 다 하고 있습니다. 경제안보 사령탑을 장관급으로 하고 실무급에서도 조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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