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文정부가 망친 한일관계, 尹정부의 해법은?
[심층분석] 文정부가 망친 한일관계, 尹정부의 해법은?
  • 고성혁 미래한국 군사전문 기자
  • 승인 2022.05.26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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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50년 같은 5년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한 달은 1년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지난 5년을 돌이켜 보면 제정신을 가진 국민에게는 악몽 그 자체였다. 각종 위헌적인 입법으로 사회가 요동쳤다.

부동산 시장은 극도의 혼란에 빠졌고, 소위 소득주도성장, 주 52시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서민경제 기반마저 흔들었다. 문재인 집권 2년 차에 이미 경제 성적은 최하였다. 그 와중에 터진 중국발 코로나는 문재인 정부에는 구세주였다.

모든 경제적 실패를 코로나 핑계로 덮었다. 외교안보 부문은 제일 문제였다. 중국과 북한에 속국처럼 비굴했다. 반면 미국과는 멀어졌다. 특히 일본과는 단교 선언만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가상 적국처럼 대했다.

문재인 정부의 일본에 대한 외교정책은 철저히 북한식 ‘갓끈전술’과 같은 맥락이다. 갓끈전술이란 말은 김일성이 1972년 김일성정치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처음 한 말이다. “사람의 머리에 쓰는 갓은 두 개의 끈 중에서 하나만 잘라도 바람에 날아간다.

남조선 정권은 미국과 일본이라는 두 개의 끈에 의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남조선 정권은 미국이라는 끈과 일본이라는 끈 중에서 어느 하나만 잘라버리면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한 말에서 유래된다.

이것은 해방 이후 70년간 한국을 경제 선진권으로 만든 한·미·일 3각 동맹을 와해시키는 핵심적 전술이다. 북한의 주체사상 창시자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조차 “북한 정권은 김일성의 갓끈전술에 따라 한미동맹과 한일 우호관계를 약화시키려는 통일전선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일관계는 어떤 면에서는 한미관계보다 더 중요하다. 한일관계가 틀어지면 한미관계도 틀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을 간파한 이가 김일성이었고 소위 갓끈전술로 구체화 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5년간 대일 외교 정책은 갓끈전술에 기반을 둔 ‘긁어 부스럼 만들기’였다. 박근혜 정부 때 한일 양국의 ‘위안부 합의’를 뒤엎었다. 1965년 한일협정의 기본을 부정하면서 ‘징용문제’를 부각시켰다. 더 나아가 현재 법원은 미츠비시 국내 자산을 처음으로 압류하기까지 했다.

일본은 강력 반발했다. 만약 미츠비시 압류재산을 현금화하면 한일관계는 극단으로 갈 것이라고 일본은 경고했다. 2021년 당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수차례 “일본 기업 자산 매각은 한일관계에 극히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5년간 한일관계를 정치·외교·문화·경제 전 분야에 걸쳐 파국적 상황으로 몰고 갔다.

그러나 딱 한 가지 문재인 정부가 손을 대지 못한 분야가 하나 있다. 바로 ‘가야 역사’ 부분이다. 2017년 6월 1일 대통령에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느닷없이 ‘가야사 복원’ 이야기를 꺼냈다.

‘가야사 연구와 복원이 영·호남 벽을 허물 수 있는 사업’이라고 했다. 그 배경에는 새로 발굴되는 유적을 보면 가야의 강역이 경남과 섬진강 일대를 넘어 광양, 순천만 그리고 남원 일대까지 연결되니 이것을 연구하면 좋겠다는 취지이다.

고령 대가야 고분에서 출토된 왜계 갑옷과 투구.
고령 대가야 고분에서 출토된 왜계 갑옷과 투구.

역사학계도 반발한 문재인의 가야사 복원 지시

그러나 역사학계는 반발했다. 한국고대사학회장인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조선일보와 2017년 6월 6일자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역사의 특정 시기나 분야 연구와 복원을 지시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라고 지적했다.

임지현 서강대 사학과 교수도 조선일보 ‘시론’에서 ‘청와대 주인은 역사에서 손 떼라’고 제목을 달았다. 임 교수는 문 대통령의 이번 지시가 영·호남에 걸친 가야라는 고대사 조망을 통해 통합의 물꼬를 트겠다는 선의(善意)라고 하지만, “권력이 역사 해석에 관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학계는 과거의 사례도 거론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금관가야를 조명하는 ‘가야사 프로젝트’가 있었지만 많은 예산만 쓰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실 우리나라 가야 고분은 상당 부분 도굴당하거나 파괴돼 유물이 별로 없다. 문헌 기록도 거의 없다시피하다. 이것이 가야사 연구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런데 김대중, 문재인 두 전 대통령은 왜 가야사 복원에 관심을 뒀을까?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본관이 ‘김해 김씨’라는 것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고향이 부산이라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가야사 복원은 용두사미가 됐다. KBS1에서 특별기획프로그램으로 ‘가야사’ 다큐프로그램을 제작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언급한 가야사 복원이 힘을 받을 수 없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기자도 당시 기고문을 통해 언급했지만 가야사는 연구하면 할수록 고대 일본과의 친연성(親緣性)만 부각되기 때문이다. 극도의 반일감정으로 한일관계를 사실상 파탄낸 정권이 가야사 복원을 주장한다는 것은 마치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가야는 스스로의 역사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우리 역사를 기록한 정사로 기록한 김부식의 ‘삼국사기’에도 가야는 신라의 부록편에 불과했다. 고려시대 일연 스님이 지은 삼국유사의 가야에 대한 기록은 정사체가 아닌 일종의 신화적 성격으로 기술되었다.

따라서 문헌사료적 가치가 떨어진 측면이 있다. 오히려 일본 역사를 기록한 ‘일본서기’에 가야에 대한 기록이 많이 있다.

그러다가 가야역사 연구는 1990년대 들어 학문적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부산 복천동 고분, 고령 대가야 고분, 김해 대성동 고분군을 본격 발굴, 연구하면서부터다. 가야의 역사는 특이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일본과의 관계다.

고고학적 유물로 볼 때 가야의 역사는 ‘한·일 공통 분모’ 성격이 매우 짙다. 가야의 고분에서는 어김없이 고대 일본 왜(倭)계의 유물이 출토된다. 특히 갑옷, 투구, 방패장식 등 무기가 많다. 이러한 유물은 군사적으로 가야와 왜는 매우 밀접한 관계였음을 증명한다.

문헌 사료적으로도 입증된다. 광개토대왕 비문에는 서기 400년(경자년)에 신라 경주를 점령한 왜군을 광개토대왕이 기·보병 5만을 보내 신라를 구원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고구려군은 도망하는 왜군을 쫓아 종발성(부산 복천동 추정)까지 가서 항복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고고학적으로는 광개토대왕의 신라 구원 전쟁으로 망한 나라는 김해의 금관가야였다. 학자들은 당시 가야와 왜가 연합하여 신라를 공격했고, 이에 고구려가 가야 왜 연합군을 물리쳤다고 해석한다.

그만큼 고대 가야와 왜(일본)는 군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매우 친연성을 갖고 있다고 역사학자들은 말한다.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남정(南征) 이후 금관가야의 고분 축조도 중단되었다. 대신 일본 열도에는 400년 이후부터 가야계 유물이 많이 등장한다. 이것은 금관가야인들이 대거 일본 열도로 이주한 결과라고 역사학자들은 해석한다.

문재인 정부가 망쳐버린 한일관계를 우호선린관계로 정상화 시키는 것은 이제 온전히 윤석열 정부의 몫으로 남았다. 해방 이후 김대중 정부 때까지는 한일 외교에서 다소간 한국이 우위에 있을 수 있었다.

일본에 식민지배의 원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우파 정권이라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도 한일 외교에서는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독도와 위안부 문제에 너무 힘을 낭비했다.

한국 공군 공중곡예 비행팀 블랙이글스/블랙이글스 페이스북
한국 공군 공중곡예 비행팀 블랙이글스/블랙이글스 페이스북
일본 항공자위대의 특수곡예비행팀 '블루 임펄스'가 후지산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일본 항공자위대 페이스북
일본 항공자위대의 특수곡예비행팀 '블루 임펄스'가 후지산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일본 항공자위대 페이스북

문재인 정부 때는 오히려 일본에 실리와 명분 모두를 역전당했다. 특히 국가간 합의한 위안부 보상 합의를 문재인 정부는 완전히 무시했다.

국가적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린 셈이다. 이러한 것을 바로 잡는 것이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법론적 차원에서 한일관계 정상화의 세 가지 과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

첫 번째,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와 맺은 합의를 지킬 것을 선언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파기한 위안부 보상 문제에 대해 확실한 선을 그어야 한다. 그것은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특히 법원이 일본 미츠비시 한국 내 재산에 대한 압류 결정에 대해 현금화하는 것을 윤석열 정부 차원에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일본 정부가 가장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법률상 권리주체는 자연인과 법인이 모두 해당한다.

대통령령으로 특별사면을 시행하는 것처럼 한국 내 미츠비시 법인에 내려진 압류해지를 강구해야 한다. 대신 보상금 지급을 예비비로 정부가 대신 징용 피해 소송인에게 보상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쿼드 가입을 통한 한일관계 복원이다. 한국이 쿼드에 가입하게 되면 아마 명칭도 바뀌게 될 것이다. 쿼드 동맹이 아니라 펜타 동맹이 된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이러한 점을 충분히 알고 있는 듯하다.

외교장관으로 지명된 박진 의원은 이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쿼드 가입에 대한 전 단계로 쿼드 산하 여러 워킹크룹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을 밝힌 바 있다.

양국 정부 공식합의 이행이 신뢰 회복 선결 과제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실 1차장은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내정됐다. 김태효 전 기획관은 MB의 외교안보 과외교사라는 닉네임이 붙을 정도였다. 그는 당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주도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한·미·일 관계를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인적 네트워킹은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워낙 한일관계의 골이 깊기 때문에 그 갭을 메우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비정치적 군사외교를 강화하는 것이다. 마치 미국과 중국이 수교를 하는 과정에서 핑퐁외교를 했던 방식이다. 한국 공군의 곡예비행단 ‘블랙이글스’의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자는 세계 각국의 군사기지를 취재한 경험이 있다.

각국 공군의 공중곡예비행단 기량을 비교할 기회도 있었다. 굳이 비교한다면 세계 최고로 자타 공인하는 미 공군의 ‘썬더버드’에 필적한다. 기자 경험으로 보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공중곡예 비행단보다는 월등하다고 평가하고 싶다.

한국 공군 블랙이글스는 이미 싱가포르와 영국 리아트 에어쇼에서 기량을 펼친 바 있다. 가까운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일본 항공자위대 기지는 매년 기지 개방행사를 갖는다. 이때마다 일본 항공자위대의 공중곡예팀 ‘Blue Impuls’팀이 공중곡예비행을 벌인다.

일본 국민들의 공중곡예팀 Blue Impuls에 대한 사랑은 매우 각별하다. 마치 유명 아이돌 스타와 같은 대접을 받는다. 만약 한국 공군의 블랙이글스가 일본 항공자위대 기지에서 곡예비행을 선보인다면 또 다른 차원의 ‘한류’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것은 민간외교이자 또 다른 군사외교로 발전할 수 있다. 교류가 확대되어 상호 방문한다면 좋겠지만 자칫하면 국내 좌파 및 반일선동꾼에게 빌미를 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공군 블랙이글스가 직접 일본으로 날아가면 된다. 친선 방문을 통해 교류의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일본 국민들의 에어쇼 사랑은 상상을 초월한다.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린다.
일본 국민들의 에어쇼 사랑은 상상을 초월한다.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린다.

해군도 기회가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주기적으로 관함식을 개최한다. 한국도 5년에서 10년 단위로 관함식을 개최한다. 이때 한국 해군이 친선 차원에서 일본 관함식에 참가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한국의 소위 지식인층에서는 소위 균형외교라는 미명하에 ‘안미경중’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말이다. 이제 이러한 말은 용도 폐기다. 중국이 패권에 도전하는데 더 이상 안미경중은 설 자리가 없다.

안보와 경제는 한몸으로 같이 간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특히 그렇다. 미국-일본-대만이 한몸처럼 움직인다. 원천기술은 미국, 생산설비는 일본, 생산은 대만이 담당하는 것이 현재 반도체의 생태계이다. 반도체만 보더라도 경제와 안보는 같이 가는 것이다.

한국의 반도체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한일관계를 정상화 시켜야 한다. 경제는 우리의 먹거리이고 안보는 우리의 생명줄이다. 그래서 한일관계를 정상화 시키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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