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YTN·연합뉴스, 민영화 검토할 때
[전문가진단] YTN·연합뉴스, 민영화 검토할 때
  •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 승인 2022.05.24 10: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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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새로운 정책 방향들이 모색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권이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정책들에 대한 평가와 대안들이 발표되고 있다. 미디어 정책은 명확한 방향성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당선인이 표방했던 ‘자율’과 ‘경쟁’ 기조가 축을 이룰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따라 과대하게 성장한 공공영역의 민간 부분으로의 전환이 예상된다. 특히 공익이나 공영을 명분으로 과대하게 성장한 공영방송 혹은 공영 미디어에 대한 민영화는 향후 크게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대다수 국민들은 KBS, MBC만 공영방송이라 생각할 가능성이 높고 혹자는 EBS 까지 포함시킬 것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SBS도 공영방송이라고 할지 모른다. 하기는 지상파3사가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이 별 차이 없고 모두 광고까지 하고 있어 헛갈리는 게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심지어 수백 개 유료 방송 채널들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라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현행 우리 방송법에는 ‘공영방송’이라는 용어조차 없다는 것이다. 그냥 관념적으로 공영방송이라는 호칭하고 있는 것 뿐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나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심지어 공기업들이 지분을 가진 방송 채널들까지 공영방송이라고 주장한다. 기획재정부가 100% 지분을 소유한 국가기간방송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소유의 MBC는 물론이고, 서울시가 소유하고 있는 TBS와 공기업과 공익법인들이 지분을 가진 YTN과 연합뉴스도 공영방송을 표방하고 있다.

이런 논리라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KTV나 국회방송 역시 공영방송이라 해도 딱 잘라 아니라고 하기 힘들 것이다. 여기에 정부 부처 혹은 산하 기관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공익 목적 방송 채널들도 적지 않다.

공영방송이 독점한 보도

문제는 이처럼 공영·공익이라는 명찰을 단 방송 채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시청자들의 수요와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다. 공공기관들의 조직 확장이 주된 원인이고 방송을 홍보 수단 더 나아가 정치적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교통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허가받은 TBS가 지난 정권 내내 정치선전방송으로 잘 활용된 것은 다른 기관들을 유혹하는 훌륭한 벤치마킹 사례가 된 셈이다. 실제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직접 방송사를 설립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공영방송 과잉 아니 창궐 시대라 할 수 있다.

이들 자칭·타칭 공영방송들은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거의 대부분 뉴스 즉, 보도 편성이 가능한 채널이라는 것이다. TBS가 허가 목적에서 벗어나 불법 시사·정치 프로그램들을 과감하게 편성할 수 있는 것도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게 바로 공영방송과 공영 채널들을 과대 성장시킨 근본 원인이다. 다른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들과 달리 우리는 오직 별도 허가 혹은 승인받은 방송만 뉴스 편성이 허용되고 있다. KBS, MBC, SBS 같은 지상파방송들과 YTN, 연합뉴스 같은 보도전문 채널들만 가능하다. ‘보도채널’이라는 법적 용어가 존재하는 것도 지구상에 우리 뿐이다.

종합편성채널을 제외하고 방송 보도는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거나 관여할 수 있는 방송에만 허용하고 있다. 1995년 출범한 보도전문채널 YTN도 국영 통신사인 연합통신이 소유했었다.

하지만 초기 진입단계에서 경영 압박에 봉착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연합통신 지분을 한국전력 등 몇몇 공기업으로 이전한 것이다. 현재 YTN은 한전KDN(21.43%), 한국마사회(9.52%) 같은 공기업들이 대주주로 사실상 정부가 사장 임명에 관여하는 -형식적인 사장 추천 절차와 무관하게- 국영방송처럼 운영되고 있다.

또한 2009년 종합편성채널과 함께 승인받은 연합뉴스 역시 연합통신이 28.01% 지분으로 1대 주주다. 연합통신은 공익법인인 뉴스통신진흥회(30.77%)를 대주주로 KBS(27.77%), MBC(22.30%) 지분까지 합하면 국가가 절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실상 국영 통신사다.

물론 뉴스 편성이 가능한 민영 종합편성채널들이 있다. 하지만 종합편성채널은 출범 초기 보도 공정성 등을 이유로 당시 야당과 진보 시민단체들이 크게 반대했고, 문재인 정권에서는 재승인 심사제도 등을 통해 보도 기능을 크게 억압했다. 정권이 통제할 수 없는 민영 보도 채널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공영방송 혹은 공영 미디어라는 용어는 방송 보도를 통제해 정권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억제하려는 의도를 포장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로 전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금 KBS 1·2채널, EBS라는 공영방송 체제를 처음 구축한 것이 1980년 쿠데타로 집권한 5공화국의 언론통폐합 유산이라는 사실과 맥락을 같이한다. 즉, 한국 사회에서 방송의 공익성·공영성 그리고 이것이 형태화된 공영방송은 뉴스 독점과 국가권력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리나라의 기업 광고는 상품 판매 촉진 같은 마케팅 목적과 더불어 언론과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 같은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이는 뉴스 편성이 가능하고 소수 매체가 시장을 독점해 온 것이 광고 매출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인터넷·모바일 미디어가 급성장하면서 광고 매출은 급감하고 정부 광고나 협찬 수입이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정부나 공공기관, 공기업들이 광고·협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정부 광고를 대행하는 언론진흥재단이 다른 광고대행사들을 제치고 업계 1위라는 난센스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영을 명분으로 방송뉴스를 독점하는 것이 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해주고 있는 것이다.

공익과 공영성을 명분으로 존립하는 공영방송은 뉴스를 연결고리로 정치와 결탁하게 된다. 문재인 정권에서 공영방송을 ‘정치적 후견주의(clientalism)’ 체제로 견고하게 구축한 것이 대표적이다.

집권 여당은 공영·공익을 명분으로 방송 보도를 통제할 수 있고, 대신 방송사들은 경제적·제도적 후원을 담보 받는 것이다. 또한 방송 공익성, 보도 공정성을 이유로 경쟁자들이 방송보도 영역에 진입하는 것을 막는 진입장벽도 구축해주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방송 보도는 법적 진입장벽의 보호를 받고 있고, 종합편성채널 같은 민간방송의 보도는 공익·공영을 이유로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 언론매체들까지 규제하려 하고 있다.

반면 공영 혹은 공공기관들이 소유·운영하는 방송들은 허가 목적을 벗어나 자유롭게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어 ‘공익만능주의’가 얼마나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방송을 포함한 모든 언론 보도는 국민의 알권리를 대행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알권리의 주된 대상은 정치·경제·사회적 권력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들이다. 국가와 정부 그리고 공적 기구들이 가장 중요한 언론의 감시 대상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영을 명분으로 한 방송뉴스의 정치 예속화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밖에 없다. 또한 사회 전반에 걸친 투명성을 약화시켜 부정·부패가 만연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한마디로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뉴스 채널을 소유하고 운영에 관여하는 것은 반민주적일 뿐 아니라 미디어 시장에서의 공정경쟁까지 침해하게 된다.

그러므로 수많은 인터넷 매체들이 경쟁하는 지금 주파수 희소성에서 나온 낡은 ‘공공독점(public monopoly)’ 논리에 바탕을 둔 방송뉴스 독점구조는 이제 벗어나야 할 때가 됐다.

TBS가 허가목적에서 벗어나 편향된 시사.정치 프로그램들을 편성할 수 있는 것도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TBS가 허가목적에서 벗어나 편향된 시사.정치 프로그램들을 편성할 수 있는 것도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자율성 확대의 조건

국가권력의 영향력에서 방송 보도가 벗어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YTN이나 연합뉴스 같은 보도 채널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뉴스 채널을 민간영역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곧 상업화의 위험성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경쟁이 심화되면서 언론보도에 대한 상업적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자칫 뉴스 채널을 시장에 매몰시킬 수도 있다. 상업화된 뉴스는 중대한 정치·경제 문제를 외면하고 연성화되어 권력 감시는 물론 아젠다 설정을 기피할 수 있다. 또 정권 대신 특정 기업이나 조직의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뉴스 채널의 민영화는 보도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수반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언론환경의 다원성과 다양성을 평가하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선진국들은 미디어시장의 다양성 정도에 대한 주기적 평가를 바탕으로 탄력적으로 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

또한 보도채널 민영화 이후 우려되는 방송 보도의 공정성이나 객관성 문제들을 KBS나 MBC 같은 공영방송 정상화를 통해 보완해야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금처럼 공익에 과도하게 매몰되지 않는 합리적 재허가·재승인 심사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분명히 YTN이나 연합뉴스 같은 보도 채널의 민영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하지만 민영화는 이전 정권의 언론통제에 대한 반작용이 아니라 건전한 언론환경 같은 진일보한 목적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민영화를 반대하는 입장 역시 명확한 근거 없이 언론통제라고 공격하는 음모론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목소리들을 충분히 수렴해 추진하는 절차적 합리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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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대 2022-05-24 17:53:56
3류 대학 선문대는 살아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