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과 국민통합, 씨줄 날줄로 엮자”
“지역균형발전과 국민통합, 씨줄 날줄로 엮자”
  • 인터뷰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2.04.1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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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위원
사진 고성혁 미래한국 기자
정리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지역균형발전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이다.

윤 당선인은 “국가균형발전전략을 수행함에 있어 중앙정부 권한을 지방정부에 폭넓게 이양하는 등 자치분권을 강화해 스스로 자율과 창의를 통해 발전하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하겠다”며 언론을 통해 밝혔다. 국민 행복을 위한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지역균형발전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취지이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산하 지역균형발전특위를 두고 김병준 위원장 정운천 부위원장을 임명, 15명의 특위 위원을 인선하고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정책 방향성을 제시할 예정이다.

<미래한국>은 윤 당선인이 호남에서 보수정당 대선후보 가운데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는 데 톡톡히 기여한 정운천 부위원장(국민의힘 전북도당위원장)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정 부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때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역임했고, 민주당 최대 텃밭인 전북에서 ‘쌍발통 정치’를 호소하며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국회의원(전주시을)에 당선되기도 했다.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재입성했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의 국정 기조로서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했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대선을 치르며 전국을 다니면서 가장 심각하게 느꼈던 것은 지방 소멸의 문제입니다. 지난해 대입에서 지방대 4만여 명의 신입생이 미달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앞으로 지방균형발전 없이 도시 집중만 해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윤 당선인은 말 그대로 ‘지방시대’라고 말씀하신 겁니다.

그 연장선에서, 보통 인수위는 정부가 들어서면 다 해체되는데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는 그대로 5년 동안 갑니다. 이 뜻은 우리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가 세운 계획들을 5년 동안 착실하게 진행하겠다는 의미도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소멸 위기 극복과 도농상생에 역점

-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의 목표와 과제에 대해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선은 대통령 후보 때 공약했던 전국 17개 시도 공약을 어떻게 구체화하고 이행할 것인가가 첫 번째 과제입니다. 그 외 현안들, 예를 들면 윤 당선인이 집권하면 세종시에 집무실을 두고 직접 회의를 주재하겠다는 것은 지역균형발전특위에서 직접 TF팀을 구성해 추진합니다.

또 중국 상하이 푸둥 지구처럼 개발할 수 있는 1억2000만 평의 새만금 개발도 대통령 당선인이 중요한 과제로 삼았기 때문에 이것도 TF팀을 구성해서 구체화할 생각입니다.

또 농촌 문제도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중요한 과제입니다. 농촌이 소멸 위기에 빠져 있어 도농상생 TF팀을 구성해 보완할 생각입니다. 그다음 현재 4만 명 정도의 지방대 정원 미달 현상이 보이는데 앞으로는 10만 명이 미달하는 더 심각한 시대가 올 수 있습니다.

출산율은 낮아지고 인구는 감소해서 이와 관련되는 심각한 지역의 문제들을 보완해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또는 자치분권위원회 등이 지역균형발전을 한다고 대통령 직속으로 운영됐는데 결과적으로 국민이 보기에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았고 또 문 대통령 재임 시 지방 이전 등의 문제도 거의 손을 못 대며 거의 흉내만 냈지 실질적인 결과를 못 냈습니다.

그래서 새 정부 지역균형특위가 5년 동안 지속한다 해도 과연 위원회 개념으로 가시적인 효과가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하나의 정부 부처 개념으로 국가균형발전부를 만든다든가 하는 조직개편이 어렵다면 사회부총리나 행안부장관 그쪽으로, 실질적인 집행기능을 실어 만들 수 있어야만 가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어렵지만 국가기관의 지방 이전 문제 등도 균형발전위에서 내부적으로 손을 대야 할 과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일반적으로 지방자치, 지방분권은 진보의 아젠다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또 보수진영의 일각에서는 지방자치를 말하면 권력분산으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인식도 있었습니다. 새 정부의 지방분권, 주민자치가 기존 진보진영의 아젠다와 차이가 있습니까?

이 문제가 진보, 보수 갈라 이야기할 사안이 못 되는 이유는 지방이 워낙 급속도로 붕괴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인구가 줄어 소멸 위기에 놓인 시군구가 89곳입니다. 또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과거 발전했던 대학들이 이젠 학생 수만 명이 미달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지역균형발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하는 측면에서 예산, 권한 이양, 중앙의 기관 이전 등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것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안철수 인수위원장 말씀대로 초격차기술 기업이 나오고 이들 기업이 세계 진출할 수 있게 하려면 규제를 완전히 풀어 경쟁시킬 때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지역균형발전이란 역으로 이야기하면 서울과 수도권을 규제해야 가능합니다.

그런 부분이 국제경쟁 체제 하에서는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각각 균형과 조화를 이뤄 추진해야 합니다. 오늘 당원들과 대화하는데 이런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교육 문제가 중요하니 서울과 수도권은 놔두고 지방은 아예 자율화를 해버리면 어떠냐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서울의 학생들이 지방으로 많이 내려 갈 것이다,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겠냐고요. 시골 학생 수는 부족하고 서울로 집중되는 학생 수는 늘어나고 있으니 학생들이 지방으로 내려가게 하는 방법을 그렇게 차별화를 해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느냐는 겁니다.

또 이런 일에서는 모든 의사결정과 집행에 100% 완벽한 것은 없습니다. 각각 장점이 있는 반면에 단점도 있어 리더의 선택 문제가 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지방분권 또는 지역균형발전의 문제는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필수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위원회 구성을 보면 현역 의원들이 여러 명 있는데 재선의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가요?

우리 위원회에는 4명의 초선 의원들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부위원장인 저까지 포함하면 5명의 현역 의원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죠. 그렇게 된 하나의 배경은 위원회에서 나온 여러 가지 내용과 아이디어 중 입법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입법화 과정이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추려 대표발의하여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내기 위해 현역 의원으로서 참여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정운천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 부위원장(우)과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위원(좌)이 대담하고 있다.
정운천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 부위원장(우)과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위원(좌)이 대담하고 있다.

지역 갈등을 최소화해야 엄청난 사회적 비용 감소

- 전북 출신의 국민의힘 의원으로 활동 중이신데 아무래도 지역주의에 대해 느끼는 바가 많으실 것 같습니다.

과거 우리가 이룬 압축성장이란 모든 자원을 집중해 빨리 개발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어가고 일본까지 연결되는 것이 경제발전의 축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평야지대인 호남은 경제발전 과정에서 소외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발생하는 정치적인 영호남의 갈등, 지역주의 갈등이 아주 깊숙하게 뿌리박게 돼버린 것이죠. 정치적으로 그러한 문제를 푸는 작업을 끊임없이 해야 했는데, 오늘날 지역균형발전과 마찬가지로 국민통합의 문제도 구호에 그치는 수준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결국 정치인이 희생을 각오하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면 조금씩 나아집니다.

저는 25년간 농업을 했고, 제가 장관을 할 때는 농업을 살리자는 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는 가장 어렵고 개선해야 할 아젠다로 지역주의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10년 정도 투자하면 국회의원 당선도 되고 뭔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해서 10년 계획을 세웠었는데, 그동안 두 번 떨어지고 마침내 당선됐습니다.

당선되면 현역으로서 국민통합을 위해 여러 가지 면에서 한 단계 더 올라설 줄 알았는데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무너져버렸습니다. 그 후 완전히 바닥을 기다가 이번에 어느 정도 회복했습니다.

이를테면 탄핵 이후 있은 총선에 제가 출마하고 이정현 의원도 출마했는데 한 명도 당선되지 못했고 그 뒤 지방자치 선거에서는 전라남북도와 광주의 경우 628명이 선출직인데 국민의힘 소속은 한 명도 없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과거에는 비례라도 몇 명 있었는데 말입니다. 지역(감정)이 더 악화한 것이죠. 지역주의가 더 굳어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때보다 회복이 됐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득표한 전북 13.2%가 이번에는 14.4%로 올라가고 특히 광주는 이전 8% 득표가 12.7%까지 올라갔습니다. 이번 대선을 통해 불모지를 뛰어넘어 어느 정도 다시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특히 정권교체 후 치러지는 오는 6·1지방선거에서 최소한 기초의원만이라도 발굴(당선)하게 된다면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데 한 단계 뛰어 올라갈 수 있다고 봅니다.

어쨌든 문재인 정부 이후 이념장벽, 지역장벽 뿐 아니라 빈부갈등 세대갈등 노사갈등 심지어 젠더갈등까지 고착화하기 시작했는데 갈등이 빚는 사회비용이 엄청나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번에 균형발전위원회와 국민통합위원회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 그러한 갈등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 호남 발전이 더뎠던 것을 서울과 부산 라인의 집중적 발전 때문이라고 설명하셨는데, 좀 다른 시각도 있지 않습니까? 이를테면 ‘광주에 대형 쇼핑몰이 없다’는 이런 현실은 단지 호남 소외 차원에서만 보기 힘든 것은 아닌지요?

물론 호남이 경제발전에서 소외된 것은 제가 말씀드린 그 부분이 가장 크지만 그렇게 하다 보니 소비시장의 시민단체, 여러 운동단체들이 어느 지역보다 강화됐습니다. 지방정부가 운동단체들에 휘말려 버린 것이지요.

전북 부안의 방폐장의 경우, 정부로부터 엄청난 지원이 있는데 시민단체들이 개입해 심각한 갈등을 유발하다 결국 경주로 넘어가 버렸습니다. 또 이번에 논란이 됐던 광주 종합쇼핑몰의 경우, 재래시장, 전통시장 등 압력에 의해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대로 진행되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지방발전이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로 발목 잡히는 경우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이런 현상을 악순환으로 봅니다. 왜 부안의 방폐장은 경주에 가서 오케이를 받았을까, 그곳은 지자체가 시민단체의 압박을 지혜롭게 넘긴 겁니다.

지방자치력이 충분히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호남은 그 자치력보다는 외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요인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제조업 중심의 서울 부산축이었다면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아닙니까?

4차 산업은 디지털 IT, 문화관광 등 새로운 산업들이 주목받고 이런 산업은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훨씬 중요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호남은 이제 경제발전의 좋은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잘만 해나가면 영호남의 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그런 시대가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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