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생 경제학을 공부하고 연구해 온 경제학자이다. 그런 내가 교육 문제에 천착하다 보니 “당신은 왜 그렇게 교육에 집착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교육은 가장 중요한 ‘경제변수’라고 생각한다. 이는 최신의 경제성장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대부분 인정하는 사실이다.
최신 경제성장이론에 따르면 지속적인 성장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인적자본(human capital)이다.
교육과 훈련은 인적자본을 축적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따라서 높은 교육 투자가 지속적인 성장과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경제변수로서 교육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나아가 교육은 매우 중요한 ‘사회변수’이다. 일반적인 관념에 따르면 효율과 형평은 서로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공교육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 모든 사회 구성원이 자신의 소질에 맞춰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누구에게나 성공의 기회가 열린다.
나 자신은 비록 보잘 것 없지만 내 자식 세대는 좋은 교육의 성과로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면 우리 사회의 갈등이 봉합되고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은 한 개인과 조직과 사회와 국가의 역사를 결정하는 ‘역사변수’이기도 하다. 성공한 개인, 가문, 기업, 단체, 국가의 뒤에는 성공한 교육이 있다는 것은 누구든지 수긍한다.
우리나라가 오늘날 짧은 기간에 높은 경제적, 문화적 성취를 이룬 것도 바로 교육의 힘이었다. 소위 한강의 기적은 대한민국 교육이 만들어낸 기적이기도 하다.
공교육의 목표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바로 ‘국민 만들기(nation building)’이며 또 다른 하나는 ‘개인 만들기(individual building)’이다.
국민 만들기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소속감과 연대감을 갖는 것이며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갖도록 양성한다. 일례로 전쟁이 벌어지면 기꺼이 조국을 위해 참전하겠다는 애국심을 가진 국민을 육성한다.
한편 개인 만들기란 우리의 자녀들이 학교를 졸업해 사회인이 되면 누구의 도움이 없이도 자립할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을 가진 사람으로 교육하는 것을 말한다. 남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자신이 일해서 자신의 생활을 영위하는 책임감 있는 개인으로 성장시킨다.
나는 이 나라의 공교육 시스템이 이러한 국민 만들기와 개인 만들기에 성공적인지 큰 의문을 품고 있다. 대한민국 학부모들은 더 이상 공교육을 신뢰하지 못한다. 사교육이 공교육을 압도하는 이 나라의 교육 현실은 바로 이런 국민들의 불신감을 대변하고 있다.
오죽하면 “교육으로 흥한 나라, 교육으로 망한다”라는 말까지 있겠는가? 공교육 불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십수년 간 이 나라의 교육은 더 이상 떨어질 데가 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소질 살리는 공교육 시스템 작동되게 할 것
이 나라 교육의 깊은 병증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관치 교육’과 ‘운동권 정치 교육’들이 그것이다. 오늘날 모든 학교는, 공사립 구분 없이, 교육부나 교육청의 지시와 통제 하에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됐다. 감독관청의 지시 없이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다.
성과가 뻔히 보이는 일도 책임 추궁이 두려워 시도할 생각도 못한다. 여기에 전교조를 비롯한 좌파 운동권들의 압력은 더 가공하다. 의욕 있는 학교 지도부가 혁신을 위해 무언가 바꾸려고 하면 곧 바로 저항한다. 밖으로는 교육부·교육청 눈치 보고, 안으로는 전교조 눈치를 봐야 하니 학교는 ‘좀비(?)화 됐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세게 요동치고 있다. 세상은 격변하지만 우리의 공교육 체계는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은 이미 십수년 전부터 코딩교육을 본격화했을 뿐만 아니라 AI리터러시 교육 등 발 빠르게 움직인다.
뿐만 아니라 하루가 바쁘게 향상되고 있는 에듀테크(edu-tech) 기술을 공교육 시스템에 접목해 개인 맞춤형 교육을 통해 “한 아이도 뒤처지게 둘 수 없다(no child left behind)”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한다.
그러나 우리 교육은 거꾸로 가고 있다. 코딩, 아이티 교육의 발걸음은 느리기 그지없고, 선진외국에서는 강화되고 있는 수학 교육과 경제·금융 교육은 축소시킨다.
일본에서는 이미 폐기한 ‘여유 있는 교육(유토리 교육)’을 하겠다는 것인지 전체 교과 시수는 줄이고 시험도 폐지했다, 그 와중에 운동권 시민 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 소위 (더불어) 민주 시민교육이나 노동인권교육은 강화하겠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소위 ‘2022 성평등계획’이란 것을 만들어 젠더-페미니즘 관점에서 학교를 통제하겠다는 발표까지 하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성평등은 헌법 개념인 ‘양성평등’이 아니라 소위 사회적 성, 즉 젠더에 개념한 평등, 즉 젠더 이퀄리티(gender equality) 개념이어서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교육당국이 소모적인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공교육은 현재 지나친 이념편향, 정파적 입장에서 교육을 정치수단화함으로써 사회를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분열의 씨앗이 됐다. 국민 만들기가 아니라 ‘국민 부수기’에 앞장서고 있다.
나아가 시대와 산업, 기술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 식 교육 내용을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아이들에게 미래의 비전을 전혀 제시하지 못한다. 즉 자립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개인으로 키우는 데 실패했다.
세계는 앞으로 달려 나아가는데 우리 교육은 제자리 걸음, 심지어 뒷걸음질·역주행을 하고 있다. 교육개혁,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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