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6월 20일 지방의회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가 열렸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지방자치제를 시행한 지 이제 30년이 흘렀다. 2022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면서 2022년 1월 13일부터 새로운 지자체법이 시행된다.
주요 골자는 ▲지방자치단체 행정구역 경계 변경 절차 ▲주민조례발안제 도입 및 주민감사청구 제도 개선 ▲지방의회 운영 자율화 ▲지방의회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결산 검사위원 선임구간 확대 등이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의 자율권과 자치권이 확대되고 있는 과정에서 지자체 간의 갈등이 새로운 쟁점으로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경기도와 남양주시의 갈등이다. 경기도와 남양주시의 감사 권한을 두고 법정으로까지 갔다.
2021년 4월 22일 헌법재판소에서는 ‘경기도-남양주시 권한쟁의심판’ 사건 공개변론이 있었다. 경기일보가 11월 22일자로 보도한 경기도내 지역갈등은 무려 44건에 이른다. 갈등 관계별 분류에서는 ▲중앙과 지자체 간 19건 ▲기초지자체 간 18건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 간 4건 ▲기초지자체와 민간 간 2건 ▲광역지자체 간 1건 등이다.
최근 3년간 새로운 갈등만 추려봐도 2018년 11건, 2019년 7건, 2020년은 6건이다. 특히 2020년 불거진 지자체 간 갈등 문제는 대형 프로젝트를 두고 지역의 이익이 첨예하게 걸려 있는 사항들이다.
예를 들면 ‘용인 SK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 조성(용인시와 안성시, 오ㆍ폐수 방류 문제)’, ‘이천시립 화장시설 선정(이천시와 여주시, 시립 화장시설 후보지가 여주시 인근)’, ‘수원 스타필드 입점(수원시와 지역상인, 대형마트 입점 반대)’ 등이다.
지자체는 상하관계가 아닌 수직적 분권과 보충 관계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권한과 역할이 확대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증가되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한다. 이유는 정보공개 활성화ㆍ주민참여 확대로 지역 불만이 겉으로 표출됐고, 지자체들이 자기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되기 이전에는 특별시, 직할시, 도, 시군구의 지위와 역할이 수직적으로 명확했다. 마치 군대조직처럼 도지사의 명령은 그대로 하부 행정구역으로 전달되어 시행되었다. 갈등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었다.
설령 같은 지위의 행정단위 간에 분쟁이나 갈등이 있다하더라도 상부 행정기관에서 조정하면 그 뿐이었다. 그러나 지방자치제도 하에서는 과거처럼 수직적 명령과 시행이 불가능하다.
지방자치법은 제3조 제2항에서 ‘시와 군은 도의 관할구역안에 두며, 자치구는 특별시와 직할시의 관할구역안에 둔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 규정은 중간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가 상하관계에 있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즉, 양 자치단체는 보통지방자치단체로서 서로 독립적인 법인이며, 그 사이에 상하관계나 감독관계가 전혀 없는 평등한 관계이며, 제3조 제2항은 지방자치단체로서의 중간자치단체와 지방자치단체로서의 기초자치단체 사이에서 장소적 의미만을 갖는다.
양 자치단체들은 자기의 자치사무를 처리할 뿐이며 경합하지 아니함을 원칙으로 한다(지방자치법 제10조 제3항)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갈등이 생겼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방자치법 제139조 내지 제154조에서는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협력·분쟁조정·사무위탁과 지방자치단체가 업무협의를 위하여 구성하는 행정협의회를 규정하고 있다.
즉 과거처럼 상위 시도지사가 하위 군구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수직적 명령으로 갈등을 풀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쟁이 확대될 경우 지방자치법 제140조에서는 시·도 또는 그 장이 당사자가 되는 경우에는 내무부장관이, 시·군 및 자치구 또는 그 장이 당사자가 되는 경우에는 시·도지사가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조정을 할 수 있으며, 만약 그 조정의 대상이 되는 업무가 다른 중앙행정기관의 업무라면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자체법 조항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는 결국 법정으로 가게 된다. 그 사례가 경기도와 남양주시의 분쟁이다. 발단은 2020년 코로나 재난지원금 지급방식 때문이었다. 당시 경기도는 이재명 지사가 관심을 크게 가지는 경기지역화폐로, 남양주시는 현금 지급을 고집했다.
경기도는 경기도의회가 제정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지급조례’에 재난기본소득은 지역화폐로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남양주시는 지급 방식은 지자체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맞섰다. 결국 남양주시와 수원시는 지역주민들이 쉽게 사용가능할 수 있는 현금이 더 유효하다고 하면서 현금 지급을 강행했다.
그러자 경기도는 남양주시와 수원시를 특별조정교부금 지급에서 배제했다. 또한 경기도는 언론 보도와 제보 등을 근거로 남양주시에 대한 특정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두 지자체 간에는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감사 권한에 대한 갈등은 서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결국 2020년 11월 남양주시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이 청구를 하기에 이르렀다.
경기도와 남양주시, ‘보복감사냐 직권남용이냐’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청구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SNS를 통해 술회했다.
당시 언론을 통해 논란이 되었던 남양주시청 직원들의 댓글은 이재명 지사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직원1. ① 6월 30일자 연합뉴스의 ‘남양주 수락산 계곡에 해변같은 백사장...전국 첫 사례’라는 제목의 기사다. 댓글 내용은 ‘불법계곡 정비는 남양주시에서 전국 최초로 한건데 이재명이라뇨..? 하천 정비는 남양주시가 최초입니다. 청학비치보니 아이들 데리고 놀러가기 좋을 것 같아요!
직원2. ④ 조선일보 ’재난소득 동참 안한 죄? 이재명, 남양주에 보복 논란‘(8월11자). 댓글 내용은 ‘그럴리야 없겠지만 이재명 지사가 대통령되면 이민갈 준비해야겠다’
직원3. ① KBS ‘현금 재난기본소득 지급했다고,,,경기도 특별조정교부금 주지 않아?’(7월 6일자). 댓글 내용은 ‘공정이 무엇인지 경기도는 모르는 건가 시민을 위하는 것이 어떤 건지 고민하고 결정했는데 단지 경기도와 같은 방식이 아니라 안 된다는 건 무슨 논리인지’
경기도의 남양주시에 대한 감사에 대해 경기도는 “조 시장을 비롯한 남양주시 공무원 5명은 지난 5월 종합감사에 앞서 진행된 사전조사를 거부한 데 이어 6월 사전조사 거부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해 진행된 특정 복무감사를 조직적으로 거부하고 방해했다”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경기도는 종합감사 거부(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남양주시 공무원 4명에게 중징계, 12명에게 경징계를 요구했고, 해당 남양주시 공무원 16명은 2021년 10월 법원에 징계요구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신청과 징계요구처분 취소 소송을 낸 상태다.
이에 맞서 조광한 남양주 시장도 경기도 감사관실 공무원 4명을 직권남용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오는 3월 9일 대선이 끝나면 3개월 뒤면 지방선거다. 전면 개편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자체가 꾸려진다. 지방의회의 권한이 더 커진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단체 간의 갈등과 알력도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다수당의 소속 정당이 다를 경우 지자체 내부의 대립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보다 수직적인 권력 분점하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