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美 ITC의 SK 위법 판결, 최태원 회장의 책임은?
[포커스] 美 ITC의 SK 위법 판결, 최태원 회장의 책임은?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1.09.1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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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LG 배터리 소송이 남긴 것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주)SK이노베이션이 다음달 10월 1일자로 배터리 부분을 물적분할하기로 했다. 이로써 SK이노의 전기차 배터리에 투자한 주주들은 ‘앙꼬 없는 찐빵(?)’을 손에 들게 됐다.

황금알을 낳는다는 거위를 샀더니 황금알은 다른 이들의 것이 된 상황이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이를 막아달라는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아우성이 올라오고 있다.

개미 투자자 K 씨의 사정을 들어보자. SK이노에 투자한 직장인 K 씨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향후 블루오션이라는 판단에 미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진출한 SK이노베이션에 소위 ‘몰빵’ 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K 씨는 2019년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LG계열사로부터 배터리 영업비밀과 특허권을 침해당했다는 소송 보도를 접해야 했다.

급기야 지난해 4월에는 SK이노베이션이 美 ITC로부터 10년간 미국에 배터리 수출을 금지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SK이노베이션이 ITC 예비판결에서 조기패소를 통해  LG측과 2조 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합의했다는 소식에 K 씨는 일단 안도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부아가 치밀었다. 결국 SK측은 자신들의 불법행위를 인정한 것이고, 그에 따른 배상금조로 2조 원을 LG측에 지불한다는 것 아닌가 말이다. 그렇다면 이는 누가 봐도 SK이노베이션의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였다.

하지만 국내 언론 어디에서도 K 씨와 같은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더구나 ITC는 SK이노베이션 측의 불법행위를 최종의견서에 낱낱이 적시했다.

이에 따르면 ITC는 SKI에 대한 조기 패소 예비판정을 확정하는 최종판정을 하며 수입금지·영업비밀 침해 중지 명령을 내린 데 대해 ▲“SKI의 증거인멸행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했고, 증거인멸은 고위층이 지시해 조직장들에 의해 전사적으로 이뤄졌다”는 점 ▲“자료 수집·파기가 SK에서 만연하고 있었고 묵인됐음을 확인했다”는 점 ▲“SKI가 정기적인 관행이라는 변명으로 노골적으로 악의를 갖고 문서 삭제·은폐 시도를 했다”는 점을 밝혔다.

현지 재판의 진행을 면밀히 관찰했던 법조인들은 SK측의 고위 임원들이 증거인멸을 지시하는 이메일이 ITC측에 확보된 정황들이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SK의 경영 총수 최태원 회장의 불법행위 지시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2019년 9월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서 한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구광모 LG 회장(좌)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우)./공동취재단
2019년 9월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서 한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구광모 LG 회장(좌)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우)./공동취재단

최태원 회장 지시 여부 쟁점, 한·미 정권 차원 비화 가능성

한마디로 SK측이 중대한 불법‧부당행위를 통해 ITC로부터 패소 판정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문제는 국내법에도 저촉이 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SK측이 주주들에게 사과하고 책임자 처벌과 법인 손해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해 주주에게 배상을 해도 부족할 판에 SK가 황금알이라는 배터리사업 부문을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해 상장한다는 것은 주주들에 대한 도덕적 행위가 아니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이노베이션의 이러한 행위에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유사한 분할 작업을 진행하면서 상당한 곤혹을 겪었던 LG화학과 사뭇 다른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소액주주 지분율 때문이다.

지난해 LG화학은 소액주주가 54%의 지분율을 보유했기에 의사결정을 좌우할 수 있었던 반면 SK이노베이션의 소액주주는 27%에 불과해 애당초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것.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이달 16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친 후 다음달 1일부로 신설법인을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분할 방식은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법인의 발행 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단순·물적 분할 방식으로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법인의 지분 100%를 갖게 된다.

다시 SK이노베이션과 LG측 간에 있었던 美 배터리 소송 분쟁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이 소송 와중에 드러난 SK측의 불법행위는 경우에 따라서는 국내법 저촉에 대한 판단을 요구할 수 있다.

일단 SK측이 LG측의 영업비밀과 지재권을 상업적 이득을 위해 고의적으로 침해하였다면 이는 단순한 배상을 넘어서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최근 특허와 지재권, 영업비밀 등에 관한 법령이 친고죄에서 반의사불벌죄로 개정되었기에 지재권 침해에 사법기관의 수사는 일단 가능하게 됐다. (저작권법 140조)

따라서 누구든 美 ITC의 예비재판의 결과를 가지고 SK이노베이션의 지재권 범죄에 대한 고발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반의사불벌죄로 인해 LG측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기소될 수 없는 사안이지만, 어찌 되었든 사법당국의 수사는 진행될 수 있다.

문제는 ITC의 최종보고서가 적시한 SK이노베이션 경영진들의 증거인멸 행위들이다. 미국 현지 변호사는 이에 대해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배터리 업계에서 SK측의 이러한 위법행위는 외국 경쟁사들에 의해 다시 발목이 잡히게 되는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SK측이 미국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생산하는 투자를 결정한 바여서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어도 중국 기업과 같은 경쟁사들에 의해 이러한 SK측의 불법행위가 다시 문제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무엇보다 SK측이 불법 내지 부당행위를 통해 LG측의 지재권과 영업비밀을 침해했고, 이로 인해 2조 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LG측에 지불한다는 사실 자체로 SK측 경영진의 불법행위는 인정되는 것이고, 그러한 불법행위에 대한 인지와 지시, 그리고 증거인멸을 지시한 경영책임자의 최고선이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SK의 남겨진 숙제가 될 수 밖에 없다.

과연 이러한 문제가 기술특허 범죄의 반의사불벌죄이기에 SK에 대한 형사 고발이 있어도 피해자 LG측의 ‘처벌 불원’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만일 내년 대통령 선거 이후 집권한 정치 권력이 이 문제를 법치와 정의 차원에서 다룬다면 그것은 LG측의 입장과는 상관이 없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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