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동맹은 필요한가? 한국이 처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보면 동맹은 21세기에도 여전히 한국의 안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근간 국제정치의 특징인 지정학의 귀환, 강대국 정치의 횡행 속에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되면서 갈수록 한국은 운신의 폭이 점점 좁아져가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제질서의 향배가 더 불투명해진 가운데 한국도 생존을 위한 다양한 방안과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커졌다.
크게 보면 지난 4년간의 과정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은 안정적이고, 국무부 등 실무부서는 여전히 동맹을 중시하고 존중한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오랜 기간에 걸쳐 한미관계는 성숙화, 제도화된 관계로 발전한 결과 동맹의 근간은 안정적으로 평가된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 등 정책결정 서클에서는 초당파적으로 동맹을 여전히 중시하고 존중한다. 하지만 동맹을 ‘거래적 관점’에서 보는 트럼프 시대 들어 미국 전체로 보면 동맹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대체로 미흡하며, 워싱턴 내에서의 동맹 관련 저하된 인식은 트럼프 현상의 일부로 여겨진다.
트럼프 개인이 대통령으로서 정부 부처의 의견을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어느 면에서는 대통령 자신이 정책의 가장 큰 불확실 요인이 된 상황이다. 트럼프는 동맹에 대해서도 ‘돈과 승리’ 외에는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한미관계의 펀더멘털이 좋다고 하더라도 트럼프는 한미관계의 세 가지 축인 북핵, 무역, 동맹 이슈를 뒤섞고 연계함으로써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예를 들면 한미 FTA 개선을 위해 방위비로 압박하는 식으로, 이는 한국뿐 아니라 다른 동맹국들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시대의 특이한 상황으로 인해 워싱턴에서는 오랜 기간 NSC 중심의 정책 조율 체제가 작동했으나 트럼프 시대 들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으며, 실무선의 정보나 정책 제언이 윗선까지 닿지 않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동맹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비정상적 접근은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며 전반적인 미국 외교태세 붕괴의 한 측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윌리엄 번즈 전 국무부 부장관은 트럼프의 외교조직 폄훼가 맥카시 이래 최대의 조직적 자해행위라고 비판을 제기한다.
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 조셉 맥카시 상원의원은 공산주의에 동조하는 국무부내 ‘불충분자’ 색출을 명분으로 대대적인 숙정작업을 진행했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도 정치적 이유로 직업외교관을 모욕적인 방식으로 대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예를 들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미국 대선 간섭과 관련한 탄핵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마리 요바노비치 우크라이나 대사를 전격 경질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국무부의 위상 추락은 더 커져 국무부 예산은 국방부 예산의 1/19에 불과한 실정이다.
최근 들어 직업외교관 공모에 응시하는 숫자가 20년 전보다도 적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 이유의 상당 부분은 외교 조직보다 대통령 개인의 이익을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탓이 크다.
트럼프가 만든 ‘껍데기 외교’
트럼프는 그 어느 시대보다 외교에 의존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을 때 외교를 등한히 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라는 슬로건 아래 일방주의와 중상주의, 국가주의를 결합함으로써 미국 외교의 영향력을 까먹는 자발적 무장해제로 몰아갔던 것이다.
미국의 슈퍼파워 위상이 기울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됐지만 지난 수십 년간 대부분의 미국 쇠퇴론은 큰 지지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은 냉전이 끝나면서 압도적 우위를 향유하는 단극의 순간을 구가했다.
당시 많은 분석가들은 미국의 단극적 우위가 양극체제 못지않게 오래갈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그러한 낙관론들은 대부분 미국 내부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실책 같은 자해 행위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미숙한 대응은 미국의 쇠퇴를 더 재촉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에 대한 트럼프의 어설픈 대응은 미국을 슈퍼파워 지위에서 완전히 끌어내리고 있다. 트럼프 이전 단극적 시대에 행해진 대표적 실책은 주로 다음 세 가지였다.
첫째는 자유주의적 헤지몬(liberal hegemon)을 지향하는 대전략으로서, 민주주의나 시장경제 같은 민주주의적 가치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려는 시도였다.
둘째 실책은 국제제도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비판함으로써 이를 약화시킨 것이다.
셋째는 뉴트 깅리치 이후 고질화 된 미국 정치의 당파적 분열이다.
이러한 세 가지 실책의 결과는 세계질서를 헐값에 유지하려는 헛된 시도로서, 파리드 자카리아가 ‘빈껍데기 패권(hollow hegemony)’이라고 부른 것이었다.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은 유례없는 단극의 순간을 맞았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한 투자는 하지 않고 싸구려 매파(cheap hawks)들만 가득찬 나라가 됐다는 것이다.
미국은 글로벌 리더십의 혜택과 부담을 동맹국들과 공유하는 대신 미국의 고귀한 목표에서 후퇴했다. 말로는 세계의 변혁을 말했지만 실상은 그에 안주하고 만 결과가 바로 속빈 패권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 이런 경향은 더 심해졌다. 글로벌 이슈를 피해가려고 하는 트럼프의 정책으로 인해 미국의 대외 이미지는 더 실추됐고 경제를 포함해 국내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미국은 지금까지 다양한 외부 경쟁자들을 상대해왔지만, 최근 수십 년간의 추세를 되돌아보면 미국에 최대의 적은 바로 미국 자신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트럼프 시대 미국 외교의 난맥상은 한미동맹이라는 기제에 안보를 크게 의존하는 한국의 대외전략에도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갖고 있다. 미국의 변화를 감안한다면 한미동맹에만 안보를 올인하는 것은 더 이상 합리적인 선택은 아니다.
한미관계에서 또 다른 도전 요인은 이미 수차례 지적한 바와 같이 북한 비핵화 개념을 둘러싼 이해 차이이다. 미국은 비핵화, 한국은 평화.경제를 앞세우는 우선순위의 문제가 있다.
북미 간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하노이 정상회담 전까지 미국의 입장은 점차 현실주의적으로 진화해 왔다. 예를 들면 북핵의 완전한 신고에서 일부 신고로 입장이 완화되거나, 스티븐 비건 대표의 스탠퍼드 연설 등에서 CVID보다 일부 면에서 약간 완화된 입장 감지된 것이 그러한 증거이다.
그런 이유로 워싱턴 전문가 및 한국 정부도 하노이 회담에 대해 낙관적이었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 양측 모두 ‘내부적 소통 결여(lack of vertical coordination)’ 현상이 심각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자임한 중재자 역할에 대해 미국은 한국이 미북 중간에서 긍정적 측면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고, ‘중재자(mediator)’라는 표현은 한국이 북한이 아니라 미국을 설득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안 좋은 용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한미는 동맹으로서 비핵화 관련 단합된 입장을 가져야 하는데, 마치 중간의 제3자 같은 입장으로 비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최근 한국은 미중 패권경쟁 심화를 틈타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분리해 남북관계 개선에만 집중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종합적으로 한미 양측이 인식하는 동맹의 필요성과 관련해서는 몇 가지 변수로 인해 어려움이 존재한다.
첫째, 트럼프 팩터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성, 기존 관료조직의 결정을 뒤집는 돌발행위 다반사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다. 이는 백악관 내부뿐 아니라 전체 관료조직의 정서적 동요를 초래하며, 통상적인 정책결정 메커니즘의 기능부전을 초래했다. 이 변수는 향후 다소 약화되리라고 본다.
둘째, 미국 국내정치의 양극화, 매사가 지나치게 정쟁화되는 현상으로 인해 동맹정책 자체에는 별 문제가 없으나 트럼프가 어떤 결정을 내리면 민주당은 당론 차원에서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이 승리했지만 극심하게 분열된 국내정치로 인해 트럼피즘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셋째, 북한 문제에 올인하는 한국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북한 이외의 정책 분야는 거의 방치함으로써 초래되는 한국의 리더십 역할 상실이다.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한미동맹의 역할 변화 예상
그렇다면 바이든 행정부 시대의 한미동맹에 있어 “미국은 우리에게 어떠한 것을 바랄 것인가?”를 파악해 우리도 이에 미국에 대해 바라는 바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우선 트럼프 시대에서 바이든 시대로의 전환으로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이 달라지지 않을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달라질 부분은 다자주의(국제제도, 동맹 존중), 가치외교(규범, 공정무역, 규칙기반), 리셋(국내, 국제) 등이 될 것이다.
바이든 시대의 외교를 구체적으로 전망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대체로 대선기간 중 바이든 캠프가 제시한 대선 정강을 통해 기초적인 조망이 가능하다. 바이든의 대선 정강은 과거 민주당의 전통적인 어젠다들을 거의 다 반영하고 있다.
민주당도 코로나19로부터의 회복을 첫 의제로 제시했다. 그리고 강하고 공정한 경제 건설, 보편적 의료보험 제공, 사법제도 개혁, 기후변화와 환경 정의 실현, 민주주의 회복 및 강화, 선진 이민제도 도입, 교육 개혁 등 주로 국내정치 관련 내용이 정강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외교정책과 관련한 내용은 정강의 가장 마지막 부분인 ‘미국의 리더십 혁신’ 부분에 포함돼 있다. 여기에서 외교의 중요성 강조, 동맹관계의 복원, 국제제도의 존중, 해외 개발원조 활용, 군사력 강화와 21세기형 변환, 초국가적 도전에 대한 국제적 대응 조율, 기후변화, 신기술, 비확산, 테러리즘,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미국의 이익 증진을 위한 지역별 전략을 언급하고 있다.
아시아 정책은 핵심 동맹인 한국, 일본, 호주 등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태국, 필리핀 등도 협력을 확대를 언급했다. 그리고 이들 동맹들과의 협력, 그리고 대북 외교를 통해 북한 핵프로그램이 제기하는 위협을 봉쇄하고 지역 도발을 억제한다고 지적했다.
북한 비핵화라는 장기적 목표 진전을 위해 지속적이고 조율된 외교를 전개하는 한편,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심각한 인권 유린 중단을 위해 북한을 압박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에 비해 바이든은 전반적인 외교정책의 기조로서 미국의 리더십 회복을 매우 강조했다.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글로벌 위협에 대처하는 데 있어 미국의 리더십을 포기했고 미국을 강하게 하고 국민을 단합시키는 민주적 가치로부터 멀어지게 했다고 비판한다.
그래서 대통령의 첫 임무로 미국의 민주주의와 동맹관계를 복원하고, 미국의 경제적 미래를 보호하며, 미국이 다시 세계를 리드하게 하겠다고 천명했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 어젠다를 강조했는데,
첫째, 국내에서 민주주의를 혁신, 둘째, 미국 중산층을 위한 외교정책 추진, 셋째, 국제사회 리더의 자리로 복귀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의 어젠다는 민주당의 대체적인 외교정책 방향성을 반영하고 있는 바, 트럼프 집권 4년 동안 외교 폄훼, 일방주의, 실패한 외교로 미국의 동맹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었고, 이제 동맹관계를 재건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시대는 오바마 시절로의 복귀라기보다는 근간 국제질서에서 두드러진 변화를 반영해 현실주의적 색채를 가미한 진화된 버전이 될 전망이라서 ‘리셋 2.0’으로 부르는 것이 타당할지도 모른다.
그 변화란 첫째, 중국 위협론의 부상이다. 오바마 시대에 비해 공화·민주 초당파적으로 중국에 대한 인식이 ‘책임 있는 이해상관자’에서 ‘전략적 경쟁자’로 변화한 것이다.
앞으로 국제질서의 핵심적 특징은 경쟁이며, 상호의존이 커져도 이런 경쟁을 피할 수는 없으며, 지정학은 영원하다(geopolitics is eternal)는 인식도 확산됐다.
둘째, 다자주의와 국제레짐의 개선 필요성이다. 트럼프의 공헌 중 하나는 국제제도와 기구, 규범 등에서 상호성 원칙을 강조하고 서구 주도의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국이 자국의 안보를 위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킨 것이다.
다자주의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현실 인식하에 소수 선진 민주국가들의 ‘제한적, 심층적 자유주의 질서(small, deeper liberal order)’ 개념에 입각한 ‘임무지향적 연대(mission-driven coalition)’가 더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G-20 대신 D-10 개념이 등장한 것은 바로 이런 맥락이다.
셋째, 오바마가 주요 적들과의 관계 리셋을 지향했다면 바이든은 주요 동맹국들과의 관계 리셋에 중점을 둬 추진할 전망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도 있다. 첫째는 미국 우선주의이다.
바이든의 대선 승리는 트럼피즘에 대한 승리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피즘의 근저는 주로 러스트 벨트의 백인 중산층이다.
좀 더 크게 보면 미국은 앵글로색슨 인종적 기초 위에 건설된 국가로서 백인 우월주의는 미국 역사에서 항상 존재해 왔다. 미국 역사에서 뿌리 깊은 백인 정체성의 정치가 트럼프 시대를 거치면서 미국 사회의 전반적 특징으로 정착됐다.
다만 트럼프처럼 백인 우월주의를 적나라하게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한 대통령이 없었을 뿐이다. 바이든도 미국 우선주의를 외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국 우선주의는 트럼프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 크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세계화로 인한 미국내 피해 계층, 특히 러스트 벨트의 노동 계층을 외면하기는 어려운데, 이들 대부분은 교육 수준이 낮은 백인 중산층이다. 미국 정치에서 트럼프 같은 포퓰리스트 리더가 재등장할 가능성은 트럼프 이후 미국 정치의 일상적 특징이 될 전망이다.
포퓰리즘이 배태되는 주된 요인은 불평등과 모든 종류의 엘리트.기성체제에 대한 반감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록 패배하기는 했지만 트럼프의 정치적 영향력을 감안할 때 트럼피즘의 영향력은 2024년 대선 공화당 후보 선정까지 막강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중국에 대한 봉쇄에서 경쟁으로
둘째는 미중 패권경쟁의 지속이다. 미국 조야의 초당적 대중국 인식은 지난 40여 년간의 대중 포용정책이 중국을 긍정적인 방향·개방된 체제, 기존 국제질서 순응, 법치, 민주주의 가치 수용 등으로 변화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힘만 키워 결국 오늘날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로 만들었다는 실패론에 근거한다.
바이든도 이런 인식을 공유하기 때문에 그도 결국은 강경파(China Hawk)라 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의 관여 정책하에서 최대의 혜택을 받은 국가이지만 갈수록 기존 국제체제와 룰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밀어내고 중국 자신이 주도하는 국제질서를 창출하려는 방향으로 노력한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다.
지난 5월 발표된 백악관 보고서는 중국에 대해 협력보다는 공개 압박과 봉쇄전략 등 ‘경쟁적 접근(competitive approach)’을 하겠다는 사실상의 신냉전을 선언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은 전방위적인 바, 첫째, 우선 경제적으로는 중국이 취하는 국가주도 보호무역주의와 국가자본주의의 위험성이 있고, 둘째, 미국적 가치에 대한 도전이며, 셋째, 안보적 도전이다.
더 나아가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닉슨도서관 연설은 미중관계가 이제 본격적인 패권경쟁으로서 가치경쟁, 체제경쟁으로까지 확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미국 조야의 광범위한 인식으로서 공유되고 있으며, 바이든 행정부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중국을 대하는 레토릭과 접근방식에 있어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바이든은 트럼프처럼 직접 중국을 압박하는 대신 동맹과 우방국들의 연대를 통한 다자적 압박으로 중국을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셋째, 미국 국내정치의 극심한 분열도 지속될 것이다. 이번 대선 결과가 말해주듯이 트럼프에 대한 지지는 상당하다. 지난 4년간 수많은 스캔들과 부패, 정책적 실패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일반투표의 약 48%를 득표, 2016년보다 거의 700만 표를 더 얻었고, 라티노와 흑인들의 지지도 증가했다.
미국인들은 여전히 백인우월주의자, 상습적 거짓말쟁이,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심각한 공공보건의 위기를 초래한 트럼프를 지지한 것이다. 이를 보면 바이든이 선거에서는 승리했을지 모르지만 미국은 여전히 트럼프의 것이라는 평가를 극복하고 국민적 단합을 이루는 것이 중요한 숙제로 남을 것이다.
트럼프에 투표한 유권자들은 경제, 범죄와 치안, 의료정책 순으로 이유를 든 반면, 바이든에 투표한 유권자들은 인종차별 문제, 코로나 대응, 의료정책 순으로 중요시하고 있어 국내정치 어젠다의 우선순위를 두고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종합하면 바이든 시대 대외정책의 두 축은 다자주의와 가치·규범외교라고 요약할 수 있다. 다자주의는 국제제도 및 기구, 레짐에 대한 존중과 복귀, 동맹 및 우방국들과의 협력 강화를 포함한다.
바이든이 공언하고 있는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재가입 검토, 이란 JCPOA 복귀 검토 등을 포함하며, 이는 트럼프가 내세운 미국우선주의의 반전(反轉)이라 할 수 있다.
가치·규범외교는 민주주의, 인권 등 가치와 규범 중시, 규칙기반의 무역질서 강화 등을 포함하며, 이는 트럼프가 강조해온 거래적 국제관계관의 반전이라 할 수 있다.
한미동맹의 미래 비전을 논하기 위해서는 기존 한미관계에서 논의되어온 비전 요소들과 더불어 바이든 시대에 예상되는 미국 외교정책의 중점과 우선순위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바이든 행정부의 다자외교, 규범·가치외교에 한국은 얼마나 보조를 맞출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한미 양국이 서로 다른 비전과 우선순위를 갖고 동맹을 대할 경우 기대 수준의 차이로 인한 동맹의 괴리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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