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지난 4월 13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두고 한국과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의 조치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국내 언론들은 미국과 IAEA의 반응이 일본의 로비에 의한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국내 원자력 전문가들 또한 미국, IAEA와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13일 각료회의를 열고 후쿠시마 원전 물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 125만 톤을 자체 정화를 한 뒤 30년에 걸쳐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방류는 2023년부터 시작한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에 있는 오염수 탱크 1000개가 내년 가을이 넘으면 수용 한도를 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고 일본 정부는 설명했다. 후쿠시마 원전의 운영업체 도쿄전력은 ‘다핵종 제거설비(ALPS)’를 통해 오염수를 정화한 뒤 바다로 방류할 계획이다.
도쿄전력은 2011년 3월 도호쿠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오염수를 ALPS를 통해 처리했다고 하지만 2018년 이후 여전히 세슘, 스트론튬과 같은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도쿄전력은 2차 오염수 처리를 한 뒤에 바다에 방류하기로 했다. 국내 언론은 이 가운데 “ALPS로 처리를 해도 삼중수소는 걸러낼 수 없다”며 “이 삼중수소가 한국 연안으로 흘러들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신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 측은 지난 13일 연합뉴스에 “일본이 배출하는 방사성 물질은 쿠로시오 해류와 북적도 해류를 거쳐 태평양을 크게 우회한 뒤 우리 바다로 유입되는데 한 4~5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연안에서의 바닷물 흐름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본이 방류한 방사성 물질이 단기간에 우리 연안에 유입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면서 “서해가 대략 수심 40미터 내외, 남해도 보통 100미터 내외다. 동해로 유입되려면 대한해협을 지나야 하는데 여기도 대략 100미터 정도다.
결국 심해층을 통해 방사성 물질이 우리 연안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언론들은 이런 과학계의 설명보다는 그린피스를 비롯한 몇몇 환경운동단체의 주장을 더 크게 보도하고 있다. 이런 여론은 2019년 8월 12일 그린피스의 원자력 부문 담당자 숀 버니 박사가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보낸 기고문에서 시작됐다.
당시 버니 박사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에 쌓아놓은 고농도의 방사능 오염수 100만 톤 이상을 태평양에 방류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특히나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하면 즉각 한국 영향 받는다”는 주장
버니 박사는 “일본이 바다로 흘려보낼 100만 톤 이상의 오염수를 희석하려면 물 7억7000만 톤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바다를 순환하기 때문에 태평양 연안 국가들도 방사능 오염에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아베 내각이 우리 바다에 저지르려는 환경 재앙을 막아 달라”며 버니 박사의 주장을 거들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과학적인 연구 결과 때문에 금세 열기가 사그라 들었다. 그는 후쿠시마 오염수 100만 톤을 희석하는 데 7억7000만 톤의 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담수라면 소양강댐 최대 저수량 29억 톤의 4분의 1이나 되는, 엄청난 양이 맞다. 그러나 태평양은 전 세계 바닷물의 51%를 차지한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그 가운데 절반의 지역을 돌아 4~5년 뒤에나 일부가 한반도 연안에 유입될 희박한 가능성이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세계 과학자들이 추산한 바닷물의 양은 1.4x10의 18승 톤이다. 한국식 표기로는 140경 톤(1경은 1만 조)이다. 이 가운데 태평양이 차지하는 양은 7.7x10의 17승 톤, 즉 77경 톤이다. 북태평양 바닷물을 적게 잡아도 30경 톤이 넘는다. 버니 박사가 말한 7억7000만 톤의 바닷물은 태평양 바닷물의 10억 분의 1 정도다. 일본이 방류하는 삼중수소의 양이 얼마인지 알면 오염수의 위험성은 더 의미가 없어진다.
과학자들도 같은 결론을 지난 9년 동안 내리고 있다. 일본 동쪽 태평양에는 쿠로시오 난류가 흐른다. 이 해류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른다. 홋카이도 북동쪽에서 오야시오 한류와 만나며 북태평양 해류에 쓸려 일류신 열도, 알래스카, 캐나다 서부, 미국 서부를 거쳐 다시 북적도 해류를 타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적도를 따라 흐른다.
그 중에서 극히 일부가 대마난류가 돼 한반도 남쪽으로 흘러든다. 이어 동해 동쪽 해안(일본 서쪽 해안)을 타고 쓰가루 해협을 통해 태평양으로 빠져 나간다. 한국 측 동해의 수위가 일본 측 동해의 수위보다 높기 때문이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폭발이 발생한 뒤 같은 달 21일 중앙일보는 국립해양조사원의 연구 결과를 전했다. 국립해양조사원이 인공위성 이용해 동아시아 해류를 조사한 결과 후쿠시마 오염수가 한반도 인근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고 결론 내렸다. 해양조사원의 연구 결과는 당시 외교부에서 재외공관을 통해 배포하기도 했다.
2011년 4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진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물질이 바다에 방류될 경우의 영향에 대한 긴급보고서를 내놨다.
카이스트 교수들은 하늘로든 바다로든 한반도가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 분석은 이후 측정 결과 사실로 판명됐다. 정부는 이후 매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악영향이 한반도에 미치는가를 연구했다. 그 결과는 “안전하다”였다.
2019년 8월에는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내용을 밝혔다. 2012년 한국원자력학회에서 후쿠시마 사고 대책위원장을 맡아 같은 해 11월 사고 현장도 직접 방문했던 백원필 선임연구위원은 “검출된 방사능 농도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 5년 간 평균치 이내로 원전 사고 및 오염수 유출로 인해 지금까지 우리나라 해역에 미친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내용은 2018년 원자력 안전연감에도 실렸다.
백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매년 주변 해역 22곳에서 세슘, 스트론튬, 삼중수소 방사능 농도를 재고 있다”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듬해인 2012년에도 한국 주변의 방사성 오염 물질 농도는 사고 이전 5년간의 평균치를 벗어나지 않았고 2018년에도 변화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동지나해와 쿠로시오 난류를 만나 우리 해역으로 단기간 내에 흘러들 수도 있다는 사실은 우리도 파악하고 있다”며 “그런데 그렇게 흘러드는 오염 물질은 후쿠시마 원전 전체 배출량의 0.001%도 되지 않으며 나머지는 태평양으로 퍼진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도 2020년 10월 “후쿠시마 오염수, 우리나라 영향 없다” 결론
지난 4월 15일에는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정부가 내놓은 보고서 내용을 공개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현황’이라는 보고서에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일대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할 전망이라며, 이로 인한 삼중수소 피폭 가능성, 오염수 확산 등에 대한 조사 내용이 담겨 있다.
보고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우리 국민에 미칠 영향은 유의미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이 보고서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7번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정부 유관부처가 태스크포스를 꾸려서 만든 것이었다. 원자력안전위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한반도 연안을 조사한 결과 0.892~1.88m㏃/㎏로 이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인 2006~2010년까지의 평균치인 0.864~4.04m㏃/㎏과 비슷하거나 더 낮다고 설명했다.
자문을 맡은 전문가들 또한 간담회를 통해 “일본이 사용하는 ALPS는 원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처리설비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유엔 방사능 피해조사기구의 방법론을 사용해 일본 연안의 방사선 영향 평가수치 또한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삼중수소 문제와 관련해서도 “매우 약한 베타선을 방출하는 수준으로 내부 피폭만 가능하고, 생체에 농축·축적되기 어려우며, 수산물 섭취 등으로 유의미한 피폭을 당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면서 “몇 년 뒤 오염수가 국내 해역에 도달하더라도 해류에 따라 이동하면서 확산·희석돼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해 보고서에서조차 “후쿠시마 오염수의 바다 방류에 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사실이 알려지자 국무총리실은 즉각 이를 부정하는 성명을 냈다.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일부 전문가 의견이 정부 입장이 될 수 없다”며 “정부는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출을 단호하게 반대하며 국민 안전에 위해를 끼치는 어떠한 조치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는 국제 해양법재판소 제소 등 다양한 대응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를 두고 국내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 이후 목소리를 높이는 문재인 정부, 언론과 달리 국내 과학자들은 다른 이야기를 내놓고 있다. 지난 13일 이후 국내 원자력 전문가들은 “원전 오염수를 ALPS로 재처리한 뒤에 바다로 방류하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한국 원전이 2019년 배출한 삼중수소는 366조 베크렐(bq)이다. 이 중에 바다로 배출한 것이 204조 베크렐이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가 총 856조 베크렐인데 이는 한국이 3~4년 동안 바다로 배출하는 양과 비슷하다.
이는 “다른 나라 원전도 삼중수소 포함 물질을 바다로 방류하고 있으므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도 문제가 없다”는 일본 정부 주장과 비슷하다. 보다 급진적(?)인 의견도 있다. 삼중수소의 양을 그램(g)으로 치환해서 설명한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 100만 톤에 포함돼 있는 삼중수소는 3그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기권을 뚫고 지구로 떨어지는 우주 방사선 때문에 생성되는 자연적인 삼중수소량이 1년에 200그램이 넘고, 1960년대까지 핵실험을 통해 대기권으로 흘러나온 삼중수소량은 650킬로그램에 달한다”면서 후쿠시마 오염수에 들어 있는 삼중수소가 한반도 연안으로 흘러와 우리 국민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재기 한양대 명예교수 또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지구에 있는 삼중수소의 총량과 비교해보면 큰 이슈가 아니라고 본다”면서 “일본이 또한 장기간에 걸쳐 희색해서 방류하기로 한 상황에서 ‘바다에 방출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른 원자력 전문가들과 핵물리학자들도 이들과 비슷한 의견을 계속 내놓고 있다.
미국과 IAEA는 ‘과학’과 ‘국제안전기준’을 내세워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는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내놨다. 미 국무부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 이후 “일본이 IAEA와 긴밀히 협조해 방사능 감시·복원·폐기물 처리·원전 폐로 등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후속 처리를 결정한 것”이라며 “국제안전기준에 따른 일본의 결정을 투명했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IAEA 사무총장도 같은 날 홈페이지에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하고 국제관례에도 맞아 떨어진다”며 “오늘 일본 정부의 결정은 후쿠시마 제1원전 폐기에 있어 지속적인 진전을 위한 기반을 닦는 데 도움이 될 이정표”라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일본에 기술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과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결정은 주변국가의 안전과 해양환경에 위험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최인접국인 우리나라와의 충분한 협의 및 양해 없이 이뤄진 일방적 조치”라며 “정부는 일본 측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과정 전반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와 검증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친중 문재인 정부’의 태도, 의심하는 국민 점점 늘어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중국은 “이번 사안은 매우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일본은 주변국의 반대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며 “주변국이 반대할 때 일본은 귀머거리 행세를 하면 안 된다”고 비난했다.
이전 같으면 한국과 중국 정부의 주장은 범국민적 공감을 받으며 폭발적인 추동력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과거와 같은 거대한 여론이 조성되지 않는 모양새다. 가장 큰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친중적 태도, 특히 중국의 원전 개발에 대한 태도다.
현재 문재인 정부와 언론, 그린피스 같은 환경운동단체들은 일본 오염수 방류에는 열을 올리고 있지만 최근 국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중국의 해상원전 발전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최근 공개한 자료를 통해 해상 부유식 핵동력 플랫폼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한 이 해상원전은 중국 핵공업그룹(CNNC)이 개발한 것으로 당국의 승인만 기다리고 있다. CNNC가 해상원전을 건설하는 곳은 중국 광둥성 옌타이 동쪽 수십 킬로미터 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한반도 서해안과 불과 400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이 지역은 지구 자전 때문에 편서풍이 분다. 이곳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우리나라 수도권까지 오는 데 하루도 채 걸리지 않는다. 만약 해역에서 원전 사고가 생기면 그 오염물질이 조류를 타고 한반도 서해와 남해, 동해 전역에 다다른다.
이처럼 자연환경으로 볼 때 일본 후쿠시마 원전보다 더 위험한 원전이 생기는 데도 문재인 정부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태도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정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원전을 지을 때 중국 동의를 구하지 않는 것처럼 중국 정부가 자국 영해에 원전을 건설하는 것을 우리가 개입할 수는 없다”면서 “우선 정보 공유를 통해 해당 사안을 파악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11월 열릴 예정이라는 한중일 원자력 고위규제자협의회(TRM)에서 중국 측에 해상원전 관련 정보의 공유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또한 한반도와 바다를 사이에 둔 동쪽 해안에 원전 12개를 운영 중이다. 랴오닝성 홍옌허에 6기, 산둥성 하이양에 2기, 장쑤성 텐완에 4기의 원전이 있다.
여기에 3기의 원전을 더 짓고 있다. 원전 특성상 오염수를 서해로 흘려보내게 되는데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요구하는 수준으로 중국 측에 오염수 방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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