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공영노조는 흑백화면으로 송출된 문재인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 비전 선언’과 관련해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자신의 지시를 받아 방송했다고 주장 “그게 뭐가 이상한가”라고 반박한 데 대해 “제 정신이 아닌 듯하다”며 “지금 왕 피디는 권력이 언론장악을 하는 게 뭐가 잘못됐냐고 묻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공영노조는 13일 배포한 성명을 통해 “왕 피디의 견해를 약간 과정해서 해석하자면 KBS는 기자나 PD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면서, “청와대 연출이 방송화면을 연출했다 이게 방송장악 쇼가 아니면 뭔가?”라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오후 황금 시간대에 ‘2050 탄소중립 비전 선언’이라는 생중계 연설을 했고, KBS를 비롯한 5개 방송사가 생중계했다. 당시 문 대통령이 연설문을 읽기 시작할 때 방송사의 화면은 모두 흑백으로 바뀌었다. 청와대 측은 이에 대해 고화질 영상에 비해 데이터 소모가 적은 흑백으로 방송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KBS공영노조가 ‘청와대 의전비서관 왕(王)피디 시대’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이번 탄소 중립 선언은 청와대 기획, 청와대 연출, KBS 제작대행, KBS 송출의 역할 분담에 따라 제작됐다”며 “KBS 역할은 외주제작사만도 못한, 인력공급 대행 및 송출업체로 전락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공영노조는 “청와대가 하는 연출 영역과 방송사의 연출 영역은 완전히 다르다. 둘은 서로 섞일 수 없다. 그것이 방송독립, 언론자유의 중요한 기준”이라며 “왕 피디는 그 중요한 원칙을 이해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청와대의 연출이 방송사의 연출 영역을 침범하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나와서 무슨 소리를 하든, 조명을 어떻게 하든 백드롭을 뭐로 쓰든 그건 청와대 맘이다. 그러나 그것을 방송화면에 담는 순간부터는 오로지 방송사가 결정해야 하고, 그것도 각각의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방송독립, 언론 자유”라고 반박했다.
공영노조는 “그 역할을 청와대가 장악하는 순간 언론과 방송은 권력에 의해 장악됐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왕 피디의 착각은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권력을 휘두르는 분들에게서 많이 발견된다고 한다”며 “박원순, 오거돈, 안희정처럼 누군가의 고유한 영역을 깊숙히 침범해놓고도 그것이 어떤 문제인지, 얼마나 심각한 행위인지 이해를 못한다. 심지어 피해자가 그것을 원했다거나 동의했다고 생각한다는 점도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번 왕 피디 사건은 지금까지 우리가 겪었던 어떤 황당함도 비교될 수 없는 충격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 권력의 중심에 있는 자가 이토록 무식하고, 이토록 언론자유와 방송독립에 대해 무지하고, 또 그것을 당당하게 주장할 정도로 무모할 줄을 누가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겠는가?”라며 “KBS인에게, 특히 정의로운 방송을 하겠다며 파업에 나섰던 분들에게 묻는다. 이것이 그대들이 말한 <언론자유>와 <방송독립>과 <정의로운 방송>인가?”라고 반문했다.
- 공영노조 성명 전문 -
청와대 연출이 방송화면을 연출했다 이게 방송장악 쇼가 아니면 뭔가?
<탁현민 왕 피디 사건> 에 대한 우리의 성명이 나가자 양승동아리와 청와대까지 속이 많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언론노조 기관지로 불리는 <미디어오늘>이 다음날 바로 등판하더니, 그것으로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청와대 왕 피디가 친히 페이스북으로 우리의 성명에 반박을 해주셨다. 우리는 우선 왕 피디가 지난 10일의 탄소중립선언 쇼의 역할분담이 ➀ 청와대 기획 ➁ 청와대 연출 ➂ KBS 인력공급 및 송출이었다는 우리의 진단을 시원하게 확인해준데 대해 감사드린다.
<미디어오늘>의 기사 등을 종합해보면 “KBS의 역할은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에서 행사한 준비를 송출하는 역할이었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라고 한다. <왕 피디 탁현민 비서관>도 “대통령 행사는 청와대에서 제작한다. KBS는 제작에 관여할 수 없는 구조”이며 “연출 콘셉트를 정하는 곳은 청와대”라고 확인했다.
'KBS 관계자'라는 사람 역시 “우리는 송출하는 역할만 한다” “도대체 무엇을 비판하고 싶어하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왕 피디의 주장에 맞장구를 쳤다. 왕 피디, 그리고 'KBS 관계자'라는 분들의 핵심 논지는 2020년 12월 10일의 방송이 <중계>라는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가 연출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인 듯하다. 좋다.
이른바 <중계> 라는 사업의 3가지 형태를 따져보자. ➀ 방송사가 중계 제작을 하고, 제작된 콘텐츠에 대한 권리를 갖으며, 제작과정에서 자체적으로 부가 요소를 투입(해설, 그래픽, 음악 등)하는 중계(국내 스포츠나 행사 중계) ➁ 중계되는 영상은 원 콘텐츠의 소유자가 제작하고, 방송사는 제작된 콘텐츠를 네트워크로 송출하는 부분 권리만을 갖고, 제작에 투입되는 부가적인 요소도 제한적인 형태(해설 등)의 중계 (메이저리그나 프리미어리그 중계 등) ➂ 중계사는 콘텐츠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갖지 못하고, 오로지 네트워크를통한 송출행위만을 대행(국내 케이블/위성 PP들에 대한 송출대행사의 역할) 지난 10일의 쇼와 관련해 왕 피디와 'KBS 관계자'는 KBS의 역할이 ➂ 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KBS는 송출공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왕 피디님은 그것이 무슨 문제냐고 말하고, 'KBS 관계자'도 동의하고 있다. 그런데 위의 중계라는 사업의 ➂에 해당하는 경우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영역이 있다. 바로 언론이라는 행위다. 누군가를 이른바 <언론>이라고 부를 수 있으려면 그는 그가 다루는 행위나 현상에 대해 독자적인 견해를 갖고 비판 혹은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영상/음성 등)를 제작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자체적인 견해와 비판 혹은 평가가 없거나 제작의사결정을 하지 않으면서 영상이나 음성을 송출하는 누군가를 우리는 제대로 된 언론이라고 보지 않으며, 대개 <관제방송> 혹은 <관제언론> 이라고 부른다. 중국 CCTV나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이에 해당한다.
방송사, 특히 언론 기능이 있는 방송사 업무 프로세스는 기획 ➝ 언론제작➝ 영상제작 ➝ 송출의 프로세스를 거친다. ➀ 기획은 어떤 이슈를 어떻게 다루느냐 즉 중계를 할 것인가 리포트 혹은 단신으로 처리할 것인가의 결정이다. ➁ 언론제작은 기사를 작성하고 데스크를 거치는 과정이다. 이후 오디오 및 영상편집이 이뤄지고 송출이 된다. 왕 피디와 'KBS 관계자'는 송출 이전의 기능을 모두 청와대가 행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주장은 언론으로서의 KBS의 역할을 부정하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을 한 이유가 있다. 왕 피디가 우리의 성명을 반박한 내용을 보면 <언론의 자유와 독립>이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가 1도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그를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설명부터 필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➀ 왕 피디님이 물으셨다. “공영노조는 대통령 연설의 연출을 방송사가 마음대로 해야 했었다는 주장인 건가요?”
⇨ 네 그렇습니다. 방송사가 맘대로 하는 걸 방송독립이라고 부르고 언론자유라고 부릅니다.
➁ 왕 피디님은 또 물으셨다. “청와대의 기획, 연출 의도는 무시하고 방송사가 우선이라는 건가요?”
⇨ 네 그렇습니다. 청와대가 무슨 생각을 하든 관계없이 방송사의 견해로 제작되는 걸 방송독립이자 언론자유라고 부릅니다.
➂ 왕 피디님은 주장하셨다. “결정해야 할 '내용'과 '형식'을 최종책임을 져야 할 청와대가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 네. 그런 걸 언론장악, 방송장악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런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방송법 4조에서는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➃ 왕 피디님이 또 주장하셨다. “출입기자단, 방송사가 협의해 방송을 결정하고 송출을 원치 않는 방송사는 방송을 하지 않았고... 실무적 논의는 서로 충분히 했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느냐”
⇨ 네. 그래서 이미 방송이 권력에 의해 장악돼 있다는 겁니다. 전두환 장군 시절 이후로 청와대가 방송화면까지 간섭해서 결정하고, 또 그것을 6개 방송사가 모두 방송한 사례를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➄ 또한 지금 세계의 제대로 된 나라 중에서 정부 수반의 행사에 대해 청와대와 같은 기관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방송사는 오로지 송출만 하는 경우를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 아~ 유사한 사례가 있긴 합니다. 나치 괴벨스의 방송이 그랬고, 북한 조선중앙방송이 그렇고, 중국 CCTV도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왕 피디가 이렇게 자신 있게 헛소리를 하는 원인은 사실 단순하다. 청와대가 하는 연출 영역과 방송사의 연출 영역은 완전히 다르다. 둘은 서로 섞일 수 없다. 그것이 방송독립, 언론자유의 중요한 기준이다. 왕 피디는 그 중요한 원칙을 이해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청와대의 연출이 방송사의 연출 영역을 침범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대통령이 나와서 무슨 소리를 하든, 조명을 어떻게 하든 백드롭을 뭐로 쓰든 그건 청와대 맘이다. 그러나 그것을 방송화면에 담는 순간부터는 오로지 방송사가 결정해야 하고, 그것도 각각의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
다.
그것이 방송독립, 언론 자유다. 그 역할을 청와대가 장악하는 순간 언론과 방송은 권력에 의해 장악됐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왕 피디의 착각은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권력을 휘두르는 분들에게서 많이 발견된다고 한다. 박원순, 오거돈, 안희정처럼 누군가의 고유한 영역을 깊숙히 침범해놓고도 그것이 어떤 문제인지, 얼마나 심각한 행위인지 이해를 못한다. 심지어 피해자가 그것을 원했다거나 동의했다고 생각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KBS 제작진에게 배포된 지시사항을 보면 “흑백화면에 어떠한 컬러 자막이나 로고의 삽입을 불허”하며, 그것이 “탁현민 의전비서관 요청사항이며”, “BH의 입장이 확고”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은 왕 피디의 주장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언론장악, 방송장악이 아니면 도대체 뭐란 말인가?
지금 왕 피디는 권력이 언론장악을 하는 게 뭐가 잘못됐냐고 묻고 있다. 제 정신이 아닌 듯하다. 왕 피디의 견해를 약간 과정해서 해석하자면 KBS는 기자나 PD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냥 청와대가 보내는 화면만 보내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가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KBS를 송출공사로 전문화시키는 계획을 가진 게 아닌가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언론사의 방송화면을 멋대로 통제하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현실. 우리가 오랫동안 궁금했던 질문이 다시 생각난다. 저들은 전두환 시절이 부러웠던 것일까? 우리는 그동안 양승동아리와 민노총 노조에 의해 자행되는 각종 만행과 패악, 모순 등을 질타하고 경고해왔다.
이번 왕 피디 사건은 지금까지 우리가 겪었던 어떤 황당함도 비교될 수 없는 충격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 권력의 중심에 있는 자가 이토록 무식하고, 이토록 언론자유와 방송독립에 대해 무지하고, 또 그것을 당당하게 주장할 정도로 무모할 줄을 누가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겠는가? KBS인에게, 특히 정의로운 방송을 하겠다며 파업에 나섰던 분들에게 묻는다. 이것이 그대들이 말한 <언론자유>와 <방송독립>과 <정의로운 방송>인가?
우리의 견해에 대해 이견이 있거나 반박을 하는 모든 분을 환영한다. 민노총 노조는 입장을 한 번 밝혀보시길 바란다. 이번 왕 피디 사건이 언론자유를 침해한 것인지 아니면 왕 피디의 말대로 우리가 자해소동을 벌인 것인지? 그동안 언론자유를 우리보다 훨씬 더 오래 크게 외쳐온 민노총 노조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고견을 듣고 싶다. 우리도 우리가 잘못 생각한 것이기를 바란다. 우리는 <방송독립>과 <언론자유>의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2020년 12월 13일
KBS공영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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