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캠프’ 싱크탱크 출신 한완상 출연 취소했다고…KBS, 수년전 일로 KBS 전 라디오국장에 보복성 중징계
‘文캠프’ 싱크탱크 출신 한완상 출연 취소했다고…KBS, 수년전 일로 KBS 전 라디오국장에 보복성 중징계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6.2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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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원 전 라디오프로덕션1담당국장-3년전 평직원 발령에 이은 정직4개월 중징계

'KBS 기자협회'의 정치적 편향성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던 정지환 전 보도국장 등을 중징계해 논란을 빚은 KBS가 이번엔 수년전 정치적 편향을 우려해 한완상 전 부총리의 라디오 출연 취소를 지시했다는 등의 이유로 평사원으로 강등된 이제원 전 라디오프로덕션1담당국장에게 정직4개월의 중징계를 최종 확정해 내부 반발을 사고 있다.

KBS는 지난 18일 제7차 특별인사위원회(징계재심 인사위)를 열고 2016년 1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KBS 라디오센터 R프로덕션1담당을 역임한 이 전 국장이 취업규칙 제4조(성실), 제5조(품위유지, 편성규약 제5조(취재 및 제작 책임자의 권한과 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보고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KBS는 “이 전 국장이 공사의 명예와 신뢰를 훼손한 책임은 변함없이 인정되나, 정직 처분이 내려졌던 과거 사례들과의 형평성을 감안해 원심보다 감경했다”고 밝혔다.

6월 24일 이 전 국장에 대한 징계처분을 확정한 KBS는 앞서 지난해 8월 열린 1차 인사위에서는 이 전 국장에게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이 전 국장은 지난해 KBS판 적폐청산기구 ‘진실과미래위원회(진미위)’가 KBS 경영진에 '징계'를 권고했던 인물로, △2017년 7월 당시 KBS 1라디오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 제작 PD가 섭외했던 한완상 전 부총리의 출연 계획을 취소시키고 △제작 PD에게 섭외 전 리스트를 먼저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한편 △20년 넘게 일한 작가를 해고하려는 모 PD를 다른 프로그램에 배정한 사실 등으로 인사위에 회부됐다.

KBS 인사위의 징계결정서에는 당시 이 전 국장이 한 전 부총리가 자신의 저서(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를 소개하기 위해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 제작진과 인터뷰를 녹음하기로 약속이 된 상태에서 “해당 저서는 인문학이 아니고 정치적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제작 PD에게 한 전 부총리의 출연 배제를 지시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2017년 6월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에 이정렬 전 판사가 출연한 건에 대해 제작 PD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고,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환경다큐멘터리 전문가가 4대강을 폄훼했다는 이유로 제작 PD를 질책하고 섭외 전 출연자 리스트를 제출하도록 했다"고 돼 있다.

또한 2017년 5월 특집 프로그램(제19대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 1·2부) 방송 중 한 출연자가 "그야말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권력을 국민의 힘으로 물러나게 한 선거죠"라고 발언하자, 부스 앞 부조정실에서 "촛불이 모든 국민을 대표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라고 말했다고 제시됐다.

2017년 3월에는 새 프로그램(싱싱농수산)을 배정받은 모 PD가 기존 김모 작가를 이모 작가로 교체하기로 담당 팀장과 협의한 사실을 파악한 뒤 기존 작가를 유임시키고 해당 PD를 다른 프로그램(스포츠 스포츠)으로 재배정했다고 나와 있다.

이와 관련, KBS 인사위는 "이 전 국장은 한완상 전 부총리의 저서와 방송 대본은 읽어보지도 않은 채 '정치적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일방적으로 한 전 부총리의 출연 배제를 지시해 공사의 명예를 손상시켰다"고 판단했다.

또한 "출연자가 조기 대선이 치러진 경위와 의미를 평가한 발언을 두고 생방송 중 소란을 피워 연출·기술 업무에 지장을 줬으며 프로그램 담당 PD가 작가 교체의 합당한 이유를 설명했음에도 합리적인 설명없이 담당 PD의 프로그램 배정을 변경해 제작 실무자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직장질서를 어지럽힌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제원 전 국장 “진미위의 일방적 조사내용만 인정한 일방적 징계”

그러나 이 전 국장은 이 같은 KBS 인사위의 판단에 대해 “이번 징계는 더불어민주당 정필모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던 '진실과미래위원회'의 일방적 조사 내용만 사실로 인정하고, 재심청구서의 항변 내용은 전혀 인정하지 않은 일방적 징계심의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이 전 국장은 "두 차례에 걸친 심의 어디에서도 인사규정 제63조에 입각한 '인사위원회의 충분한 자체조사'나 인사규정 제64조의 증거주의에 입각한 공정한 심의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며 자신은 27년차 PD 직종의 제작책임자로서 전문적 식견과 양심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국장은 “한완상 전 부총리가 저술한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는 '한국 정치사 회고록' 성격이 짙고, 일반적인 인문학 범주에 포함하기도 어려워, 인문학에 관한 소개를 주목적으로 하는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히 “저서의 내용 중 촛불을 혁명으로 규정한 부분과, 섣부른 통합보다 청산을 얘기한 '개혁 주문'은, 보수와 진보로 나뉘는 정치 세력의 이해 가운데 일방의 입장만 반영한 것으로 이해되기에 충분했다”며 “게다가 한 전 부총리가 문재인 대통령 당시 대선캠프 싱크탱크에 참여한 전력 등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전 국장은 "이런 사실에 비추어볼 때 한 전 부총리가 책의 내용을 설명하는 도중, 보수와 진보 가운데 한쪽의 주장만을 방송한다면 프로그램 공정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은 정당한 판단이었고, 제작 피디에게 '다른 분으로 하시죠'라고 전한 것은 그 상황에서 적절한 의사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게다가 녹음 당일이 아닌 녹음 전날 출연섭외를 취소할지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제작 PD의 문자에 한 전 부총리의 섭외 취소를 권고하는 문자를 회신했을 뿐이고 담당 PD는 별다른 이의 없이 다음날 섭외를 취소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외에도 “△층간소음 분쟁 중인 이웃의 차를 몰래 훼손한 범죄로 판사직을 그만둔 한 법무법인 사무장을 출연시킨 제작 PD에게 출연자 선정의 부적절성을 지적하고 경위서를 요구한 것과 △'4대강에 둑을 쌓아 보를 만들자 4대강이 썩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화호도 방조제의 건설로 심각하게 오염됐다'는 한 출연자의 불공정한 발언을 녹음 편집 없이 그대로 송출한 PD를 질책한 것 역시 KBS의 의무 사항인 공정성과 균형성을 준수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항변했다.

이 전 국장은 또한 모 프로그램 담당 피디가 팀장으로 승격해서 새로 그 프로그램을 맡기려고한 다른 피디가 해당 프로그램에서 20년 넘게 활동하던 작가를 방송도 해보기 전에 교체하려고 했으며, 피디의 갑질 논란을 우려해 2~3개월의 유예기간 후 교체를 결정하라고 수 차례 설득하다 그래도 안 되자 해당 피디가 프로그램의 연출을 시작하기 전에 다른 프로그램으로 배정한 것은 위임규정의 권한과 책임에 의한 정당한 업무행위였는데 이것을 직권남용, 제작 자율성 침해라며 중징계를 줬다고 토로했다.

KBS1, 3노조 “진미위 막무가내 징계 비극의 씨앗 될까 두렵다” “양승동 경영진 값비싼 대가 치를 것”

KBS 공영노동조합(3노조)은 24일 성명을 내어 “역사는 반복된다. 앞으로 2년, 또 7년 뒤 여야 정권교체가 이뤄져서 보복의 역사가 반복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이런 불공정하고 초헌법적인 처사를 반대하고 규탄하는 것”이라며 “많은 시간이 흐른 뒤 또 다시 말도 안 되는 <보복의 역사> 가 악순환 될 때 그대들은 그 때 뭐라고 항변할 것인가? 실정법을 무시한 <진미위>의 수많은 불법행위와 양승동 경영진의 부당한 징계는 머지않아 반드시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임도 함께 밝혀둔다”고 경고했다.

KBS노동조합(1노조)도 이날 성명을 통해 “사측은 이 전 국장에 대해 제작 자율성 침해와 직장 질서 문란, 공사의 명예와 신뢰 훼손이라는 명확하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은 이유를 들이대며 징계 처분했다”면서 “회사는 진실과미래위원회의 일방적인 조사 내용만 사실로 인정하고 결국 이들의 항변은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진실과미래위원회가 주장하는 진실만 있을 뿐이지 이들이 주장하는 진실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실은 가짜로 덮여지고 공정은 사라졌다. 그리고 진미위 막무가내 징계라는 전례만 남았다”며 “전례가 KBS구성원 기억 속에서 살아남아 또다시 비극의 씨앗이 되지 않을까 두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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