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가치는 배고픈 사람이 빵을 살 수 있는 자유”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우여곡절 끝에 닻을 올렸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지난 6월 1일 공식 임기를 시작한 이후 다음 날 의원총회에 참석해 “개인적 목적을 위해 자리를 맡은 게 아니다”며 “다소 불만과 과거 가치관과 떨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너무 시비 걸지 마시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이 생각하는 통합당의 가치는 무엇일까, 김종인 비대위는 과연 표류하는 통합당을 살릴 수 있을까. <미래한국>이 지난달 5월 30일 김종인 위원장을 한시간 넘게 단독으로 만나 그가 설계하는 당의 미래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 |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위원
- 보수정당으로서 미래통합당은 전통적으로 자유의 가치를 중시해왔습니다. 시대 변화 과정 속에서 통합당의 핵심 가치는 무엇이 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자유가 제일 중요한 가치죠. 그렇지만 자유라는 개념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맹목의 자기 마음대로가 자유가 아니란 말이죠. 사람을 자유롭게 해주려면 궁핍으로부터 자유, 위험으로부터의 자유 등 이런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데 통합당에서는 그런 데는 관심이 없어요.
경제 정책의 최상의 목표는 자유예요. 그럼 어 떤 자유인가, 물질적인 자유를 극대화시키는 자유라 이겁니다. 배고픈 사람이 길을 가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집의 빵을 보고 먹고 싶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걸 사먹지 못한다면 그 사람에게 무슨 자유가 있느냐 이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런 얘기를 하면 당에서는 저보고 사회주의자라고 하잖아요. 2011년 새누리당 정강정책에 제가 경제민주화를 넣었을 때 저보고 빨갱이니 사회주의자니 그런 말을 했던 사람들이에요.
경제정책의 목표는 물질적 자유의 극대화
- 총선 패배 이후 통합당이 대대적으로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고 거기에는 코로나라는 변수가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통합당이 큰 각오를 하고 시대 상황에 맞게, 특히 코로나를 겪고 난 이후 경제 사회 구조가 바뀔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변화해야 합니다. 코로나 사태는 지금 끝난 게 아니고 전 세계가 비상 상황에 처해 있죠. 현 정부는 방역을 잘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앞으로 계속해서 확진자 나오는 것은 어떻게 처리할 거예요? 단순히 보건 문제뿐 아니라 경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죠. 확진자 한 명 다녀가면 가게 문을 닫는데 자영업자들의 생계는 누가 보장할 거예요?
제가 통합당 선대위에 들어가 예산 조정해 100조 확보해서 가장 어려운 계층인 소상공인 생계가 어려운 근로자들이 최소한 몇 달은 버틸 수 있도록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안(案)을 내라고 했더니 뚱딴지 같이 무슨 전 가구당 얼마씩 돈 뿌리는 안을 내요. 우리 국민 심리가 이렇습니다. 97%가 (긴급재난지원금) 신청했다는 거 아니에요? 전 그것을 보고 이번 총선에서 선거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코로나 현금 살포라고 생각했습니다. 코로나를 빙자해 공식적으로 공공기관이 현금 살포를 했어요. 서울시도 그렇고 경기도도 그렇고요.
그런데 통합당은 예전 무상급식 때도 반대했잖아요. 세상이 변하는 것을 몰라요. 당시 무상급식 반대했을 때가 2011년인데 국민 1인당 소득이 2만 달러가 넘었을 때예요. 초등학교 무상급식 주는데 돈이 얼마나 든다고 그걸 반대를 해요? 그러니 국민이 따라오지 않는 거예요.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기에 이 당에 과연 일관된 어떤 정책이 있느냐 하는 거예요. 기본적으로 세상이 변하면 변하는 대로 따라가야 하는데 우리는 밤낮으로 정부가 적자재정하면 미래세대에 부담 넘겨주는 것 아니냐고 자꾸 반대만 합니다. 필요하니까 적자재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 괜히 적자를 하는 것은 아니죠.
- 이번 선거에서 미래통합당에서 내세우는 기억할 만한 정책이나 구호가 전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된 것인지도 모르겠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국민에게 아무것도 내세우는 것이 없는 정당이 세상에 어디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솔직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과거 집권세력으로서 두 대통령이 어느 날 저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 되는 거예요. 그런데 그것을 못하는 정당 아니에요? 그런데 어떻게 다시 태어날 수 있겠어요.
젊은 세대 특히 3040 이 사람들은 흔히 얘기해서 가장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란 말이에요. 그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불평등하고 불공정하고 비밀스러운 거예요. 정당은 이 점을 알고 행동해야 하는데 막연하게 얘기만 하고, 특히 없는 사람들 조금 배려하자고 하면 무슨 사회주의 하자는 것이냐, 그런 식으로 나온다는 것이죠.
3040 이 사람들은 ‘민주당은 뭘 주기라도 한다, 당신들은 뭘 했느냐’ 이거죠. 그리고 지난번 박근혜 대통령 당선시키느라고 제가 처음으로 65세 이상 노인 기초연금을 공약으로 도입했습니다. 그 공약 때문에 노인들이 투표장에 많이 나왔잖아요. 그게 일반적인 성향인데 그것을 모르고 정당이 옛날 생각에만 젖어 마치 대한민국에 무슨 보수주의자가 많이 있는 것처럼 착각한다는 말이죠. 그렇게 해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어요.
“지도자는 자신감이 있어야”
- 통합당의 딜레마 중 하나가 30만 책임당원 절반이 영남권에 있고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과잉 대표되고 있다는 점이 아닌가 합니다. 비대위를 출범하기 위해 모인 전국위원회에서도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지지하는 이들이 다수였지만 소수 반대자들 목소리가 더 컸습니다. 기존의 열성 지지세력을 어떻게 설득해 나갈 생각이십니까.
새로운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 당의 분위기부터 바꾸고 당원 모집부터 새롭게 해야 해요. 지금 우리 당원들은 너무 늙었습니다. 시끄러운 소수는 그냥 무시해야 합니다. 그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우리나라에서 집권하는 사람들의 문제가 자신감이 없다는 것이에요. 무엇이 그렇게 자신이 없는지 집권하면 언론 장악부터 하려고 합니다. 언론의 생리가 원래 비판하는 거라고 여기고 지나가면 되는 것이죠. 우리는 대다수 국민을 이끌고 가면 되는 거잖아요.
이번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제가 이렇게 말했어요. ‘이보시오, 당신네들한테 내가 비대위원장 한다고 언제 그랬소. 마지못해 2주 유세해주고 일상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도와달라고 해서 여러 생각을 하다 선거 결과를 보고 안 되겠다 싶어 승낙한 것인데, 싫다면 나는 안하면 되는 거요.
무슨 조건을 제시하고 그러려면 나한테 오지 마시오’ 했어요. 전당대회를 빨리하자는 소위 자강론도 그래요. 자강론 좋은 것이죠. 그럼 당신네들이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지 나는 안 하면 그만이지요,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하지만 물론 국가도 하나의 조직도 마찬가지로 반대하는 사람이 없으면 그 조직은 불안해지는 거예요. 반대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조직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겁니다. 반대 목소리도 듣고 조화를 이뤄야 하니까요.
- 비대위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존의 정통 보수세력 결집도 중요한 관건이 아니겠습니까. 앞으로 비대위를 이끌어갈 생각이십니까.
보수의 가치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이번에 비대위원에 젊은 사람들을 많이 집어넣었는데 거기를 중심으로 각 위원회를 만들려고 해요. 앞으로 이 새로운 세대가 당도 이끌고 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사람들이니까 이들이 시대의 변화를 직시하고 거기에 맞는 대안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합심해서 2022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 제가 민주당에 가서도 한 1년 경험해 보아 속사정을 알지만 그 사람들은 아무 복안이 없어요. 지금 우리나라 정당의 특성은 어쩌다 정권 잡으면 그 패거리가 들어가 권력을 향유하다 5년이 지나가는 그런 식으로 나라 운영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한 문제가 환상이 되지 않으려면
- 문재인 정부는 첫 번째 국정과제로 적폐청산을 내세웠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레짐체인지를 이루겠다는 그랜드플랜이 있는 게 아닐까요. 북한과 중국에 대한 시각도 일관적이고 편향적인데 어떻게 보십니까.
막연하게 국내 정치용으로 북한을 이용하는 것이죠. 과거 정부도 마찬가지였어요. 진심으로 남북관계를 어떻게 진전시켜보려는 게 아니라 전부 국내정치용으로 써먹은 거예요. 그러니까 아무 실체적 진전이 없는 것이죠. 김대중 씨도 마찬가지예요. 햇볕정책이 뭐냐고 하니 돈이라고 하더군요. 돈을 많이 줘야 효과가 난다는 것이에요. 이솝우화에서 따온 것인데 햇볕을 잔뜩 쪼여야 웃통을 벗을 것 아니에요? 돈을 퍼부어야 저쪽 사회가 변화할 텐데 돈이 없으니까 말아버리는 식이죠.
정치는 환상을 갖고 할 수는 없죠. 북한 체제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권력과 권력이 협상해 통일이 된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요. 통일이 되려면 한쪽이 무너져야 하는데 그동안 커다란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평화를 유지한다는 것은 좋지만 괜히 엉뚱한 사고방식을 가지면 안 되는 거예요.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 살 수 없습니다. 세계 시장을 상대로 수출을 주도해 오늘날 이렇게 발전했어요. 기술은 미국 일본에 의존했고, 최근에 와서 시장은 중국에 의존하는 형편이에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국 봉쇄작전을 해서 우리에게 들어오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가 중국과도 불편한 관계가 될 수밖에 없겠죠. 지금 우리가 아주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는 거예요. 선거에서 승리했다지만 180석 얻은 민주당도 속으로는 적지 않은 고민이 있을 거라고 봐요.
- 결국 우리의 정치적 위기도 전 세계적 흐름 가운데 있고 30년 전 동구권 몰락 이후 당연시 됐던 자유보수주의 정책의 구체적 모양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근래 미중간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겠습니까.
제가 보기에 중국은 절대 무시할 수는 없어요. 미국이 중국을 봉쇄한다고 하지만 시기적으로 이미 지났습니다. 미국이 신기술을 많이 갖고 있다지만 중국도 그동안 엄청나게 성장했기 때문이에요. 숫자상으로만 봐도 미국 GDP 3분의 1을 갖고 있잖아요. 그리고 최신 AI 기술 그런 것은 데이터가 중요한데, 중국 인구가 13억이 넘고 스마트폰 소유자가 7억이 넘어요. 거기서 나온 데이터만 갖고도 AI 기술은 중국이 앞서 있다고 볼 수 있죠.
- 중국의 정치체제, 전체주의 독재체제의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서방세계의 희망 사항은 중국이 경제 발전을 하면 정치 체제가 민주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이 분파될 거라고 기대를 했는데, 시진핑 등장 이후 더 중앙집권적으로 변하면서 기대와 어긋난 것 아니에요? 중국사람들의 생각은 지난번 국제금융위기 때도 자기들 시스템이 더 효과적이라고 했던 것 아닌가요?
일정한 통제가 가능하니까요. 이번 코로나만 봐도 일찌감치 무자비하게 수습을 했다고 하는데, 미국이 저 꼴을 보이니까 그리고 흑인 한 명이 죽어 난리치는 것을 보며 다른 국가의 인권에 대해 비난할 자격이 있냐고 생각하는 겁니다.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처신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실리를 잃지 않아야 합니다. 미국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오늘날 중국 제조업이 빨리 발전하는 데 한국 역할도 크다고 보는 거예요. 한국이 발전된 제조업을 전파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죠. 만약 우리가 미국에 대해 소원한 모습을 보이면 당장 우리에게 주는 기술을 차단한다는 얘기가 나올 거예요. 정치적인 머리를 써서 우리가 대처해야 하는데 그런 능력이 있는가 하는 게 문제죠.
미중 사이에서 실리를 잃지 않기 위해선
- 북한문제에 대해 통합당이 젊은세대의 가슴을 뛰게 할 전향적 정책을 내놓을 수는 없을까요. 이를테면 미래 도시산업이 국가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볼 때 북핵폐기를 전제로 북한지역을 세계의 최첨단 4차 산업혁명 전진기지로 개발한다고 하는. 지금까지 통합당은 남북정상회담을 한다고 하면 찬성도 반대도 못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 꿈을 갖는 것은 좋지만 환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북한을 버릴 수 없는 배경을 갖고 있어요. 중국 모택동이 6·25전쟁 당시 왜 30만 명의 병력을 투입해 많은 희생을 치르고도 북한을 살렸느냐, 남한과 사이에 자기들 버퍼존(buffer zone)이 필요한 것이란 말이죠. 그래서 북한을 절대 놓치지를 않아요.
우리는 북한에 무슨 일이 생겼다 하면 동서독 통일을 예로 드는데, 동서독 통일은 소련이 무너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어요. 그런데 중국은 소련과 달리 승승장구하잖아요. 김정은의 건강 문제가 나오기는 했지만 북한이 앞으로 2~3년 사이에 현재 상황을 극복한다면 북한 체제가 무너진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중국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요.
그러니까 어떤 가정 하에서 우리가 무엇을 한다면 현실을 놓쳐버리게 돼요. 현재 분단 상황에서 우리 체제를 유지하고 지금보다 더 경제적으로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 생각해야지 가정을 전제로 하는 것은 맞지 않죠.
우리 대한민국에 앞으로 가장 큰 문제는 저출산 문제로 이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봐요. 지금 식으로 출산율이 내려간다면 나라 존립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어요. 인구가 감소하고 노령인구가 느는 것으로는 대한민국 모든 시스템 자체가 작동할 수 없습니다.
- 밤에 찍은 북한의 위성사진을 보면 컴컴합니다. 종교를 갖거나 교회에 가면 처형되고 언론 거주 이동의 자유와 인권이 없는 말이 안 되는 상황이 21세기에도 계속되고 있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 상황들은 종국에 가서는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볼 때 김일성이라는 사람이 아주 묘한 북한 나름의 종교를 만들어 놓은 거예요. 김일성이 죽기 전 막시즘이라는 공산주의 이념에 주체사상을 결합하고 거기다 백두혈통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합쳐 북한 나름의 특이한 종교를 만들어 놓은 거예요. 그곳 사람들은 백두혈통이 아니면 대를 이을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에요. 지금 김정은이 유고할 경우 동생인 김여정이 승계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 체계가 무너져야 북한 사회가 변화할 수 있겠죠.
세계 최저 출산율 나라에는 희망이 없다
- 이번에 코로나로 국민들이 재난기금을 받아쓰고 경험하면서 기본소득제(universal income)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하신 저출산문제에 적용한다면 25조 원에 달하는 저출산예산을 출산 가정에 현금으로 지급하면 6000만 원을 줄 수 있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출산율의 문제는 돈을 지급해서 올릴 생각하면 안 됩니다. 결혼을 안 하려는 이유, 결혼을 해도 애를 낳지 않으려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일반 보통 부모들은 “나는 이렇게 살지만 내 자식은 나처럼 살아서는 안 돼” 이렇게 생각하죠. 지금은 소위 신분 상승의 사다리가 다 끊어져버렸어요.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그렇게 만들었어요. 그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어요. 어지간한 사람들은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니 애를 안 낳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민주당 진보진영에 ‘당신들이 무슨 진보인가, 진보가 추구하는 가치가 평등인데, 그 가치를 펼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출발선을 동일하게 해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교육이 그것을 해줄 수 있는데 왜 그 문제에 대해 얘기를 하지 않느냐’고 했어요. 그 사람들은 그런 교육에 대해 일체 얘기를 하지 않아요.
중장기적으로 나라를 생각하는 게 전혀 없어요. 지금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이러고도 대한민국 미래에 큰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착각이라고 생각해요. 보수정당이라면 나라를 보존하기 위해 그런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잖아요? 그런데 통합당 내에서 그런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한 사람도 없어요.
정치권이 저 꼴이니 국민들도 전부 자포자기 이런 상태로 가는 것이죠. 정치가 제대로 못하면 나라가 번영할 수 없어요. 흔히 하는 얘기가 정치가 없어도 기업이 잘하면 나라가 잘 산다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에요. 일본사람들이 그러다 저 꼴이 된 거예요. 일본이 한창 잘나갈 때 ‘정치가 필요한가, 기업이 잘하니까 나라가 잘나가지’ 그런데 90년대 들어와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뒤 일본 기업들이 그랬잖아요. ‘지도자가 제대로 못해 일본이 이렇게 되었다.’
시대정신에 뒤처진 통합당, 절박함이 살릴 것
- 마지막으로 지난 총선의 패인이나 향후 비대위의 성공 전략에 대해 정리 말씀 바랍니다. 특히 통합당이 호남의 지지를 얻어내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호남 사람들은 한 지역에만 사는 게 아닙니다. 서울 경기 부산에도 호남 출신이 20%가 넘게 살아요. 그 사람들이 ‘우리는 외면하는가’ 이렇게 느낀다면 그 사람들이 표를 줄 수 있겠어요? 그동안 보수가 주장은 해도 실제 어떻게 해왔나. 제가 들여다 본 것은 그런 겁니다. 자, 보수대통합, 그 결과가 이번 선거 결과예요. 그렇다면 뭔가 깨달음이 있어야죠.
제가 걱정스러운 것은 통합당이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느냐입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살기 위해 몸부림칠 것 아니겠어요? 그 점을 믿고 제가 희망을 조금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죠. 지금 대통령 선거 2년도 채 안 남았습니다. 그 선거에서 통합당이 지면 존립 문제가 생길 거예요. 대통령 선거에서 지면 지자체 선거는 뻔한 것이죠. 지자체 중앙정부 의회 다 저쪽에 넘어가면 통합당이 설 땅이 있습니까? 물론 영남 의원들이 많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대통령이 누가 되든 자기들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죠.
- 이번에 인선된 비대위원이나 지도부에 3040 젊은층이 상당수 포진해 있는데 변화의 중심이 될 수 있을까요.
이번 선거를 통해 서울이나 경기도에서 표가 왜 그렇게 나왔느냐를 뼈저리게 느낀 사람들이 당을 수습해 수도권을 회복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사무총장도 원외 낙선 인사를 임명했어요.
코로나 이전의 얘기이지만 저는 문재인 정부 하는 것을 봐서는 절대 선거 승리를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시 자유한국당도 그 실패를 받아 나갈 수 있는 여건이 안 됐다고 봤기 때문에 제3의 세력을 한번 형성해보자 해서 많이 시도를 해봤습니다. 그런데 적지 않은 청년들이 벌써 정치꾼 비슷하게 돼버렸어요. 젊은 세대가 정치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정치나 경제 등 우리나라가 지난 70년 동안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그것을 알아야 자기 생각이 생기고 또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목표가 생길 수 있어요.
- 청년들이 중앙정치에 바로 뛰어드는 것보다 지방선거에 먼저 참여해 경험을 쌓고 자질을 입증해 국회에 진출하도록 하는 건 어떨까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의회에 간 상당수가 못 쓰게 돼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깊은 생각으로 뜻을 세워 어떤 방향으로 가겠다는 좌표를 설정해서 가는 것이 좋은데 대개는 어디 힘 있는 사람한테 적당히 붙어 그 사람의 혜택을 받겠다는 생각이 앞서는 것 같더군요. 그러면 지도자로 성장할 수 없어요.
최소한 젊어 정치를 시작한다면 나도 한번 지도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시작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정치라는 것은 자기를 스스로 기르는 것이지 누가 도와줘 되는 게 아니에요. 토니 블레어니 캐머런이니 슈미트 총리나 메르켈 총리도 마찬가지죠. 누가 도와줘 큰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자란 사람들이에요.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