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논단] 코로나로 변화될 세상
[미래논단] 코로나로 변화될 세상
  • 박성현 미래한국 발행인·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0.04.24 10: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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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로 업무 방식도 재택근무로 전환을 가져왔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업무 방식도 재택근무로 전환을 가져왔다.

지난해 12월 말 중국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전염 사태가 전 세계적인 팬데믹(대유행 전염병)으로 발전되면서 약 100일 후인 4월 12일 현재 215개 나라에서 180만 명 이상이 감염되고 11만 명 이상이 사망한 엄청난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 그 끝을 모르며 확장 추세에 있다.

세계에서 최고 권위를 가지고 있는 존스홉킨스대학의 코로나 지도(그림 1)에 의하면 중국(사망자 3339명)에서 시작된 이 전염병은 유럽의 이탈리아(1만9468명 사망), 스페인(1만6972명 사망) 등에서 창궐하고 특히 미국(사망자 2만580명)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 전염병을 막을 백신이 나오기까지는 앞으로 1년 이상이 걸린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므로 이 전염병이 앞으로 얼마나 더 창궐할지 예측할 수 없다.

이 감염증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공식 명칭은 발생 연도(2019)를 붙여 ‘Corona Virus Disease 19’이며 영어 머리글자를 따서 약어로 ‘COVID-19’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간단히 ‘코로나19’라고 부른다. 팬데믹(pandemic)은 그리스어로 전체를 뜻하는 ‘pan’과 사람을 의미하는 ‘demos’가 합쳐져 전 세계적으로 널리 감염되는 상태를 말한다.
 

코로나19와 인류 생존을 위협한 전염병들

WHO가 1948년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새로운 형태의 전염병은 30번 넘게 등장했으나 팬데믹을 선언한 경우는 첫 번째가 1968년의 홍콩독감(약 100만 명 사망)이고 두 번째가 2009년의 신종플루(약 20만 명 사망) 두 차례다. WHO는 세 번째로 이 코로나19를 지난 3월 11일 전염병 경보 단계에서 최고 등급인 6단계의 팬데믹으로 선언했다. 5단계는 감염이 널리 확산되어 최소 2개국에서 병이 유행하는 전염병(epidemic) 상태이고, 6단계는 두 개 이상의 대륙에까지 감염이 발생한 전염병 상태를 말한다.

2년 전 세상을 떠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인류가 직면한 위협으로 기후변화, 소행성과 지구와의 충돌 그리고 팬데믹을 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도 팬데믹을 기후변화, 핵전쟁과 함께 ‘인류의 3대 위협’으로 꼽았다.

인류 생존에 큰 위협을 준 전염병으로는 천연두, 흑사병, 스페인독감 등을 꼽을 수 있다. 최초의 전염병은 ‘천연두(smallpox; 두창 혹은 마마라고도 부름)’로 고대 이집트 미이라에서도 그 흔적이 발견될 만큼 오래된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천연두는 베리올라(variola)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전염병으로 발열과 발진으로서 병이 시작되는데 치사율이 30∼35%에 달하고 생존하더라도 65∼85%는 곰보가 되었으며 그 외에도 실명, 골수염 등을 일으키는 무서운 질병이었다. 천연두는 고대 이집트 시대 이래로 20세기까지 수억 명의 인류에게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1796년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종두법을 개발한 뒤 예방접종이 보편화되면서 1970년대 후반 마지막 환자가 보고되었고 WHO는 1980년 천연두 박멸을 공식 선언했다. 즉, 인류가 정복한 최초의 전염병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전쟁 중인 1951년 4만30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해 1만1000여 명이 숨지기도 했으나 1960년 3명의 환자를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중세 유럽에서 대유행한 흑사병(黑死病, 페스트)은 쥐에 기생하는 벼룩이 지닌 페스트균이 쥐가 사람과 접촉할 때 전파되는 급성 감염병으로 1348∼1350년 무렵 유럽 인구의 3분의 1인 2500만 명 정도가 사망했다. 이러한 큰 전염병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인구가 갑자기 줄어든 유럽에서 살아남은 농노에게 발언권을 높여줌으로써 봉건제 붕괴를 촉발했다.

그리고 농노 이탈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상업이 발달했고 근대 자본주의 토양이 만들어졌다. 또한 인구 감소로 숙련공 부족이 가져온 공산품 가격상승은 자본가들의 부를 키워 이들을 르네상스의 주역이 되게 했다.

중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흑사병은 비단길(silk road)을 따라 중앙아시아의 타슈켄트 지역을 건너 흑해, 크림반도를 거쳐 이탈리아에 도달한 후 유럽 전역으로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흑사병은 갑작스러운 발열과 전신 통증 등의 증상이 특징으로 환자와의 접촉으로 감염되며 몸이 검게 변하면서 죽는 병이다. 흑사병의 경우 백신과 항생제 발달로 최근 유행은 멈춘 상태이다.

스페인 독감(Spanish influenza)은 1918년 발생한 역사상 가장 심했던 유행성 독감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전염된다. 스페인독감이라는 명칭은 이 독감이 스페인에서 시작됐다는 뜻이 아니라 당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지 않았던 스페인의 방송 보도로 인한 것이다. 전선의 참호에서 스페인 방송을 들은 군인들이 이 독감을 스페인독감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당시 인도에서만 1250만 명, 미국에서 55만 명, 한국에서도 14만 명 등 전 세계적으로 2500만 명 이상이 죽었다고 한다. 1920년대 미국에서는 스페인독감 창궐이 역설적으로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노동력 감소를 메꾸기 위해 설비 투자를 늘린 덕에 미국이 영국을 제치고 글로벌 산업 패권국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중국에서 시작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은 2002년 11월부터 약 9개월간 전 세계에서 8000명 이상이 감염됐고 775명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박쥐와 사향고양이에서 기인한 사스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인균이며 독감과 같은 고열, 두통, 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최근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퍼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인이었다.

주요 증상으로는 고열, 기침, 호흡곤란 등이며 박쥐와 낙타 등이 유력한 감염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스와 증상 자체는 유사하고 1400여 명이 감염되었고 이 중 52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MERS를 일으킨 원인균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1’이라고 흔히 부르고, 최근 코로나19 원인균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2’라고 구분하기도 한다.
 

그림 1 코로나맵 전체 지도 (2020년 4월 12일 현재, 존스홉킨스대학 제공)
그림 1 코로나맵 전체 지도 (2020년 4월 12일 현재, 존스홉킨스대학 제공)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1918년 발생한 스페인독감에 이어 거의 100년 만에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가 엄청난 충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의료 보건 위기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100년 만에 최대 충격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1997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험했던 충격에 못지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의 두 번의 위기는 외환과 금융쪽 부실이 도화선이 되어 실물경제에 타격을 준 경우였다. 따라서 금융 부실을 거둬내는 외과 수술을 통해 비교적 빠른 회복이 가능했었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그 범위가 전 세계적이고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고 있다.

또 이번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투자와 소비, 수요도 모두 급격히 위축되고 있으며 한국을 비롯한 지구촌이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할지 모른다는 예측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역사적으로 고찰할 때 이러한 큰 충격은 인류의 삶의 방식을 바꿔 놓는다. 그러면 코로나19는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꿔 놓을 것인가?

첫째, 재택근무 방식이 급증하고 사회의 디지털화가 가속화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업무, 재택근무, 화상회의, 온라인 쇼핑 등의 증가로 직장인은 노트북과 스마트폰으로 집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재택근무가 급증하고, 이로 인해 디지털 기술 도입이 빨라지고 사회가 디지털화로 치닫고 있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기술 도입률에서는 세계 선두권에 속하지만 사회의 디지털화는 아직 국제 수준에 못 미친다. 재택근무는 코로나19 사태로 새롭게 생겨난 근무 방식은 아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근로자 4명 중 1명이 회사 사무실 밖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도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재택·원격근무를 경험한 근로자는 9만5000명으로 집계되었고,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4.3% 정도이나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이 수치는 급격히 상승할 것이며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재택근무의 형태가 일반화될 것이다.

<그림 3>에는 쇼핑몰을 운영하는 위메프 직원들이 꼽은 재택근무의 장점이 열거되어 있다. 재택근무 장점의 순위로는 출퇴근 시간 감소, 일의 생산성 향상, 불필요한 대인 업무 감소, 시간관리 개선 등이 꼽힌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많은 분야에서 오프라인 업무가 대부분이다. 대부분 조직들의 업무 방식은 직원이 회사로 출근해 책상에 앉아 얼굴을 마주하며 일하는 방식에 가치를 두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나라에서 화상회의, 재택근무 등의 비대면 디지털화를 가속화하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SK텔레콤 직원 4000여 명, 네이버 직원 3000여 명 등은 한 달 정도 재택근무를 했으나 업무처리에 별 지장이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재택근무로 기업에서는 1주일에 2∼3일 정도 유연하게 사무실 밖에서 일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조성해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으며 ‘여권 신장’ 및 ‘인구절벽’에 대한 대책으로도 바람직하다. 비즈니스에도 영향을 줘 온라인 쇼핑, 배달 서비스, 홈오피스(home + office) 관련기기(웹캠, 캠코더, 삼각대, 방송용 마이크, 노트북 등) 판매, 원격근무 관련 플랫폼 개발 등은 더 활기를 띨 것이다.
 

그림 2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는 재택/원격 국내 근로자
그림 3  재택근무의 장점

이미 온라인 유통이 확장을 지속해 왔으나 이번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소비가 급증해 온라인 유통이 코로나 사태의 승자가 되면서 최대 수혜 산업이 될 것이다. <그림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미 미국에서는 온라인 유통 1위인 아마존은 지난 2년간 고용 인력을 60% 증가시키고 있으나 오프라인 유통 1위인 월마트는 고용 인력을 도리어 줄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2020년 4월 8일자 보도). 국내 소비시장에서의 온라인 비중은 2016년 16.4%에 지나지 않았으나 2020년(전망치)에는 27%에 달할 것이라고 통계청은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홈오피스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주거 문화와 아파트 설계 개념도 바뀔 것으로 예측된다. 집과 사무실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방에서 휴식하고 업무하고 공부하는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올인룸(all in room)’ 현상이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다. 올인룸은 ‘방 하나에 모든 것을 갖춘다’는 의미로, 방 하나가 만능 기능을 갖추려면 공간이 넓고, 천장이 높으며, 방이 공기청정과 에어샤워 기능 등을 갖춰야 한다. 이로 인해 ‘아파트 설계’ 개념도 바뀔 것이며 넓은 집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원격 교육이 활성화되어 교육 방식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 모든 교육기관에서 개학이 계속 미뤄지면서 인터넷에 의한 온라인 강의로 원격수업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대학에서의 원격수업은 이미 방송통신대학, 사이버 대학 등에서 도입되었지만 일반 대학에서 원격수업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부의 ‘원격수업 제한규정’을 보면 일반 대학의 경우 전체 교과목의 20%까지만 원격수업으로 편성할 수 있다. 그러나 원격수업에 대한 교육 효과 불안감과 강의 외부공개에 따른 교수들의 거부감 등으로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다.

작년에 원격수업을 2% 이상 시행한 대학은 건국대, 성균관대, 홍익대 3곳뿐이다. 대학이 개학을 못하면 원격수업은 불가피하며 ‘원격수업 제한규정’도 바꿔야 할 것이다. 개학하더라고 원격수업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갈 것이고 기존에 있던 무크(MOOC, 대규모 온라인 공개강좌)도 더 인기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원격수업의 장기적 확대는 지방과 수도권 대학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교수 수요가 감소하며, 지역사회에 대한 대학의 사회교육이 활발해지는 등 대학 구조조정을 촉진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한국형 무크인 K-MOOC도 많이 보강되었으나 미국, 유럽 등의 MOOC가 양과 질에서 앞서가고 있으므로 대학생들이 영어로 듣는 원격교육 비중이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일반 사회인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의 오프라인 교육도 온라인 교육으로 그 비중이 재편될 것이며 일반인들이 집에서 각종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형태로 바뀌어 갈 것이다.
 

그림 4  확장되고 있는 온라인 유통
그림 4 확장되고 있는 온라인 유통

세 번째, 산업에서는 스마트공장 전환이 빠르게 진행돼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될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업무 등의 증가로 인해 산업현장에서는 사람이 적게 일하는 디지털 워크플레이스(digital workplace) 개념이 도입되면서 인공지능(AI) 기술, 챗봇(채팅 기술), 빅데이터, 태그정보기술, 5G, 가상·증강현실 기술 등의 발전으로 스마트공장이 빠르게 도입되고 모든 기업에서 4차 산업혁명이 급속하게 진전될 것이다. 침체되어 있던 산업에서는 ‘위기가 기회가 되는’ 시기가 도래하는 것이다.

우리 산업은 외국과의 경쟁에서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로 화상회의가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면 회의보다 부족한 면이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 개발로 AI 속기록 발전, 3차원 영상, 가상현실기술 적용, 상대방 감정을 읽는 기술 등의 신기술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이 다수 등장할 것이며 여기서 앞서 가는 나라가 4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원격의료도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가급적 병원에 가지 않기 등으로 인해 여기에 대한 수요가 급팽창하고 있으므로 조만간 원격의료도 가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원격의료, 정밀의학(개인 맞춤형 의학) 등에 적극 대응한 나라와 안한 나라 간에는 의료 서비스의 수준 차이가 크게 벌어질 것이다. 또한 보안 인증 방식도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접촉을 꺼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거리두기가 고착화된다면 기존에는 카드와 지문 등을 통해 인증했다면 앞으로는 안면 인증이 발전될 것이다. 그것도 마스크를 쓰고도 안면 인증이 되는 기술이 발전할 것이다. 우리 산업은 외국과의 이런 기술개발 경쟁에서 앞서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앞서갈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 글로벌 밸류 체인의 변화와 중국 의존도가 줄어들 것이다. 그동안 세계가 글로벌화의 진전으로 국가 간의 협력과 개방을 기반으로 국제경제 환경이 조성되고 있었으나 코로나19는 국가 간의 인적교류, 상품 교류 등이 비상시에는 차단될 수 있다는 중요 메시지를 줬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기업들이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구축한 글로벌 밸류 체인 (global value chain)에 큰 문제점이 있음을 발견하게 했다.

글로벌 밸류 체인(가치사슬)이란 상품과 서비스의 설계, 생산, 유통, 사용, 폐기 등 전 범위에 이르는 기업의 활동이 운송 및 통신의 발달로 인해 세계화되는 것으로 원재료, 노동력, 자본 등의 자원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부가가치가 최대로 창출되도록 하는 모델이다.

앞으로의 세계는 덜 개방되고 덜 세계화되더라도 공급의 단절을 줄 위험성에 대비하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공급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위험관리(risk management) 차원에서 덜 효율적일지라도 외국의 한 나라의 의존성을 줄이고 생산 네트워크를 다변화해 위험분산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즉, 글로벌 밸류 체인 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서 생산되는 부품이나 원료에 의존해 왔던 방식이 위험함을 인식하고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 할 것이 분명하다. 즉, 기업 경영에서 효율성, 생산성과 원가가 가장 중요했지만 앞으로는 위험분산이라는 새로운 경영방식에 무게가 실릴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제 질서가 바뀔 것이다. 선진국들이 코로나 대응능력도 좋을 것이라는 관념이 이번 사태로 완전히 깨졌다. 코로나 확진자 및 사망자 숫자 상위권 국가를 살펴보면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중국, 프랑스 등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선진국이거나 경제력이 높은 국가들이며 복지 제도가 우수한 나라들이다. 코로나 이후 세계는 선진국의 개념을 어느 정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은 경제력이 높고 복지 제도가 제대로 갖춘 나라만이 아니라 새로운 위기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 응집력, 자원 동원 능력 등을 추가적인 새로운 기준으로 채택할 것이다. 앞으로 한 국가의 번영은 국가가 재난을 예측하고 이에 대해 준비하며 충격을 받더라도 이를 빨리 복구할 수 있다는 능력에 기초하게 될 것이다.

미·중의 G2로 대표되는 국제 리더십도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코로나 발병 초기 상황을 축소하고 은폐해 전 세계가 코로나를 초기에 진압할 기회를 놓치게 했고, 환자 통계를 왜곡하고 의심을 받으며 신뢰를 잃고 있다. 미국은 초반 확산세를 과소평가함으로써 초기 대응에 실패해 강대국 위상에 상처를 받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글로벌 대응이 요구되지만 미·중과 유엔은 그 국제적 리더십을 상실했고 세계 각국은 뿔뿔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가장 큰 희생을 치르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유럽연합이 도움의 손길을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 유지에 기여한 국제기구들이 21세기 돌발하는 국제적 사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국은 중국인 입국을 초기에 차단하지 못해 초기 대응에 실패했지만 철저한 방역과 대규모의 신속한 진단 검사, 확진자 경로 추적, 의료진의 헌신적인 봉사 등으로 급증세를 막으면서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 떠올랐다. 정치권이 좀 더 잘해준다면 이번 사태를 통해 한국의 선진국 이미지를 높일 기회를 우리는 갖게 될 것이다. 앞으로 국제 질서는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코로나 피해를 최소화하고 종료 후 경제를 회복할 능력을 가진 국가들이 앞으로 국제관계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가 발 빠르게 경제를 회복하고 새 국제질서에 맞는 국가적 목표와 전략을 세우며 이에 맞는 외교 노선을 밟는다면 우리나라도 국제질서 재편 과정에서 큰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100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은 임시 응급조치용이고 미래를 향한 중장기적인 새로운 경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 이후에는 이념 성향에 강한 인물들을 멀리하고 최고 거시 경제전문가, 과학기술 전문가 등이 참여해 국가 경영을 해나갈 때이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이 미래 국제질서 재편과정에서 한 몫을 담당할 것이다.
 

박성현 미래한국 발행인·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박성현 미래한국 발행인·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4차 산업혁명기술 발전이 관건

코로나19 전염병은 가히 위협적이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6·25 한국전쟁 이후 세계화의 물결을 정확히 읽었던 삼성, LG, 현대 등 한국 기업들은 승승장구하며 한국 경제를 견인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새로운 변화가 세계를 강타할 것이며 우리 정부를 비롯해 기업들은 새로운 비상계획을 만들어 대비해야 한다.

급격히 변하는 세계 질서에 어떻게 발 빠르게 대응하느냐가 향후 우리의 번영과 쇠퇴를 결정지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것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들에서 우리가 앞서간다면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번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충격을 넘어 발전하기 위해 기술 발전에 장애가 되는 규제를 과감히 완화하고 기업이 마음껏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뛸 수 있도록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이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켜 모빌리티 혁신을 지연시키고, ‘인터넷 은행법’을 부결시켜 케이뱅크를 고사시키며, 주52시간 근로제와 무리한 최저 임금 인상으로 근로 의욕을 꺾는 것, 과학적 근거가 없는 탈원전 정책, 원격의료를 못하게 한 것 등은 4차 산업혁명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것을 과감히 고치고 미래를 향해 질주하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한다. 특히 코로나 사태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신기술 개발, 신약 개발 등에 국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우리 국민이 다 같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미래 사회의 변화에 대비한다면 밝은 미래가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성경의 로마서 5장에 보면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단련을, 단련은 소망을 낳는다”라고 했다. 지금 우리는 환난을 겪고 있어도 이를 인내로 극복하고 단련하면서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을 발전시켜 미래를 준비해 나간다면 우리 앞에는 밝은 미래의 소망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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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채원 2020-04-29 14:23:25
이번 코로나를 계기로 한국의 국가 위상이 높아졌다.
모든 정상들은 자국에 긴급히 필요한 코로나19 진단키트와 한국의 노하우를 전수 받길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