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정책연구원 국제전망 2020] 미국 대선·한국 총선... 한반도 정세의 새 변수
[아산정책연구원 국제전망 2020] 미국 대선·한국 총선... 한반도 정세의 새 변수
  • 김상민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3.0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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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나쁜 거래를 선택하기보다는 비핵화 원칙을 견지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나쁜 거래를 선택하기보다는 비핵화 원칙을 견지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관계 전문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소로부터 최근 ‘2020년 세계전망보고서’가 발간되었다. 과거와 달리 ‘하이브리드 新지정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이 보고서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미래한국>이 지난 호 ‘동북아 질서 2020의 新지정학’에 이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지난 20년간 한반도 정세의 변화를 좌우했던 변수들은 각국의 한반도 정책, 북한 내부 정세 그리고 북한의 군사기술적 발전이었다. 2019년에도 그랬듯이 2020년에도 이들 변수들이 상호작용을 하며 한반도 정세를 만들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2020년에는 금년과 다른 변수가 존재한다. 그것은 미국의 대선과 한국의 총선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는 북한에 초미의 관심이 아닐 수 없다. 전통적인 미국 대통령과 달리 김정은 위원장과의 직접 대화를 선택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북한은 선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 대선 과정을 이용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보다 많은 양보를 받아내 핵 보유 지위를 굳히려는 의도를 포기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 결과 북한은 우선적으로는 ICBM 발사 가능성을 협상 수단으로 삼아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타협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게 된다면 김정은으로서는 국내정치적 대성공을 거둘 수 있기에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집중할 것이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게 된다면 북미 간에 ‘작은 규모의 나쁜 거래(small bad deal)’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고, 북한 비핵화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포기하는 대신 제재의 일부를 해제 받음으로써 다음 단계의 협상이 더 어렵게 되는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의 총선도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정책을 지속할 수 있는 정당이 안정적인 집권 기반을 유지하기 희망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이뤄진다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을 추진하며 평화 공세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2018년 6월 지방선거 직전에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처럼 4월 한국 총선을 전후로 북미 정상회담이나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함으로써 남북 관계 진전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기대를 높이고자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총선 전후로 북한의 대남 유화 행보가 전개될 것인지 역시 한반도 상황을 결정하는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타협 대신 원칙을 견지할 전망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북한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의 결과로 북한은 핵을 포기할 의지가 없음이 어느 정도 확인되었다.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를 통해 핵시설을 포기하는 대신 제재를 완화 받고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려는 협상을 전개하고 있다. 핵물질이나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핵물질이나 핵무기를 포기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이 철수하거나 한미동맹 해체가 선행된다는 요구를 할 것이며 이를 수용할 수 없는 미국의 입장이 맞물려 핵 보유의 현상 유지가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의도를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간파하고 있을 것이고 그 결과 북한과의 나쁜 거래를 선택하기보다는 원칙을 견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하며 ICBM을 발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섣부른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민주당 경선주자들로부터 대대적인 비판을 받게 될 것이며 국내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 대선에서 외교 문제, 특히 미중관계가 아닌 북한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기에 대선의 핵심 이슈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북한과의 잘못된 거래를 하는 경우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 내의 비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도발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감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하는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실망을 표시하고 대북제재를 다시금 강화하는 접근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17년과 같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나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 대선 과정에서 북한 문제를 더 부각시킬 뿐 트럼프 대통령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맞대응을 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성급한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언론과 민주당의 도마에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의 이행을 강조할 전망이다. 때마침 미중 간 무역협상의 1차적 타결이 이뤄진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을 압박하며 북한에 대한 지원을 줄여줄 것을 요구할 것이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하게 될 경우 이는 한반도의 안정을 해치는 행동이어서 시 주석도 이를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결과 북한에 대한 제재 이행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은 북한에 일종의 딜레마가 될 전망이다. 미국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ICBM 실험을 하게 되면 중국의 경제적 압박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북한도 여러 차례 ICBM을 발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의 압박이 지속적으로 강해질 경우 북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김정은 본인의 정치체제에도 부담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북한 도발과 중국의 압박 관계를 간파해 일각에서의 우려와 달리 북한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타협을 선택하지 않고 제재 이행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중장거리 전략 탄도탄 ‘북극성 2형’ 발사 장면.
북한의 중장거리 전략 탄도탄 ‘북극성 2형’ 발사 장면.

북한의 전략 도발 재개가 점진적으로 강도를 높여갈 것

북한의 핵 역량은 거의 완성된 수준이다. ICBM 재진입 기술만 확보되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핵 능력을 과시할 수 있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원하는 수준의 양보를 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ICBM 발사 실험을 하며 재진입 기술을 검토할 전망이다. 따라서 2020년 북한은 다시 한번 2017년의 전략 도발 상황으로 회귀할 수 있다. 다만 2017년과 같이 막무가내식 도발을 하기보다는 중국이나 러시아의 입장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도발의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북한이 전략 도발로 회귀할 경우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지원을 받아낼 수 있는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중국은 북한을 지지하면서도 비핵화를 여전히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북한은 형식적이나마 중국의 묵인을 받아낼 수 있는 인공위성 발사를 선택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북한 또한 ‘우주의 평화적 이용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해 왔기 때문에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한다 해도 미국이 주장할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제재를 거부할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의 기술 수준은 인공위성을 운용할 능력이 없다. 다만 미국을 자극하기 위한 의도로 인공위성을 발사하며 유엔 안보리 제재를 무시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다.

미국을 압박하며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함께 높이는 차원에서 다양한 단거리 무기체계 실험도 가능하다. 이미 시현한 바 있는 이스칸데르형 단거리 미사일이나 초대구경 방사포 실험이 예상된다. 또한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을 피하면서도 ‘군사분야 부속합의서’의 내용을 위반하는 해안포 사격이나 군사분계선 5km 이내의 지역에서의 포사격 등을 재개하며 한국에 대한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려 들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한국 국민들에게 전쟁 공포를 심어주며 한반도 구도를 전쟁이냐 평화냐의 양자택일로 몰고 가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4월로 예정된 한국의 총선을 겨냥한 이러한 심리전은 한국 국내정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단거리 미사일보다 강도 높은 도발을 선택할 때 북한은 중거리 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탄도 미사일(SLBM)을 실험할 가능성도 높다. 트럼프 대통령을 한번에 압박하지 않고 서서히 압박하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접근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들 미사일의 경우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한 ICBM 발사 중단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심적인 부담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이나 SLBM 발사는 궁극적으로 ICBM 발사를 시사하기 때문이다.

군사기술적인 측면에서 고찰할 때 북한은 ICBM 발사 실험의 필요성이 존재한다. 아직까지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11월 29일의 화성-15형 발사는 재진입기술에서 의문을 남겼다. 따라서 완전한 ICBM 재진입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지난 2년간 기술적 진전과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발사 실험이 필요하다. 물론 ICBM 실험은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용인할 수 없는 도발이기에 신중한 선택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인공위성이나 중거리 미사일 실험에서도 미국이 양보를 하지 않을 경우 북한은 이를 실험하려 들 가능성이 있다.

한편 ICBM 실험이라 해도 실사거리를 보내는 실험보다는 동해 내로 쏘아 올릴 가능성이 높다. 인공위성이 없는 북한이 재진입 기술의 성공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동해 내에서 실험을 하며 최종 기폭단계에서 장치들이 작동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일본 열도를 넘겨 발사할 경우 지구 곡률에 의해 지상 수km 위에서 폭발해야 할 기폭장치의 신호를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이 탄두 부분을 회수할 수 있다면 모를까 이 역시 북한의 기술로는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동해내에서 고각 발사를 통해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재진입 과정의 안정성을 확인하려 들 전망이다.

반면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미 6차례의 핵실험으로 인해 핵탄두의 폭발력은 어느 정도 검증되었고 수소폭탄에 준하는 핵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또한 풍계리 핵실험장이 위치한 만탑산의 경우 지난번 6차 핵실험 이후 일부 붕괴하는 등 그 효용이 어느 정도 다한 측면이 있다. 물론 지난해 5월 핵실험장 폭발은 그 입구만을 폭발시킨 것이기에 북한은 언제든지 이를 재가동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은 인근 북중 접경지대의 중국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는데 북중 관계가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시기에 중국을 자극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남북 관계 경색 국면의 지속 전망

2020년에도 남북 관계는 지속적으로 경색 국면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보유를 추진하고 미국과의 협상을 지속하려 들거나 아니면 전략 도발로 회귀할 때 북한은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미국 편에서 이탈하지 못할 것이고 독립적인 경제협력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한국에 우리민족끼리 협력을 강조하며 한국 정부의 결단을 강요하려 들 것이다.

그 결과 남북 관계 역시 커다란 진전을 이루기 어렵다. 한국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해 온 도쿄올림픽 단일팀 구성도 어려울 것이며 이산가족 상봉이나 남북 경협도 제자리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관광은 북한의 주장대로 북한이 운용을 강화해 나갈 것이며 개성공단 재가동 역시 어려운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한국 정부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며 비난하고 이 기회에 한반도의 주인은 북한이라는 인상을 남기려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상황이 반전되고 대화 국면이 재개되어도 주도권을 행사하려 들 전망이다.

한국의 총선도 미국과의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을 경우 평화공세가 아닌 전쟁위협을 운운하며 한국 국민들이 평화냐 전쟁이냐를 선택하게 만들려 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나 방사포 등을 시험발사하며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려 들 전망이다. 이러한 도발을 통해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한국에 끌려 다니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오히려 한국 국민들이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북한의 입장을 존중하도록 만들고자 할 전망이다. 이러한 심리전이 통하게 된다면 한국은 더 이상 북한의 위협이 아니게 되고 북한은 더더욱 미국과의 협상에만 집중하게 될 것이다.

군사분야의 신뢰구축도 중단된 채 새로운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2018년에 체결한 ‘군사분야 부속합의서’의 경우 이미 어느 정도 무실해진 상황이다. 북한에 유리한 한국군의 감시정찰능력 제한으로 인해 이를 파기하지 않고 있을 뿐 북한은 수많은 미사일 실험을 통해, 그리고 한국 정부에 대한 비방중상을 통해 사실상 부속합의서를 위반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군사시설을 본격 건설해서 2019년 초 완성한 함박도의 사례만 보더라도 북한이 군사분야 합의에 대한 중요성을 별달리 부여하지 않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의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2020년 남북 관계는 더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간 교류협력도 이산가족 상봉도 군사적 신뢰 구축도 없는 상황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북한의 전략 도발 과정에서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은 불안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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