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더 나은 주택에 살고자 하는 욕망은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개인들은 보다 나은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자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주택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효율적 주택시장을 형성해야 하는 것이 주택정책의 과제이다.
또한 취약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는 빈곤층의 주택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역시 정부의 핵심적인 역할이다. 고가주택의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보유세 문제에만 집착하다보니 사실상 국민 대다수 특히 빈곤층의 주거복지 방향 등은 거의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부동산 대책은 무엇인가.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최근 주택가격의 상승에 따른 부동산 보유세의 문제들을 점검하면서 관심밖에 있었던 우리나라 주거복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논의하는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최근 붉어진 주택과세 문제뿐 아니라 빈곤층의 주거 현실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로드맵을 주택 관련 전문가 5인의 주장으로 들어본다. (편집자 주)
‘풍선효과’를 피하려면 시장에 맡겨야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
12·16 대책의 핵심은 대출금지, 분양가상환제 확대와 보유세 폭탄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이는 고가주택일수록 공시가격의 시가반영비율을 급증시켜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물론 건강보험료 등 60여 가지의 각종 세금과 부담금이 동반상승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는 고가주택의 보유와 거래를 범죄시하는 반시장적 조치로 사용, 수익, 처분에 관한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고 평등권 침해, 영업권 침해, 거주이전의 자유까지 침해한다.
현 정부는 출범 후 17차례의 규제 위주 부동산 대책을 시행했지만 결국 서울 집값은 40%로 넘게 상승했다. 이는 정부의 개입과 규제가 시장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으로 정부의 시장을 무시하는 이 같은 조치는 개인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주택거래의 동결효과와 ‘풍선효과’를 가져와 많은 국민들을 지금보다 더 빈곤케 할 것이며 1주택자에게도 징벌형에 가까운 많은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은 정부의 세수만 불리는 조치에 불과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결국 부자나 그들의 자녀들만이 승자로 남을 것이며 정부의 정책이 그들의 말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 인쇄기의 소유나 거래의 제한이 언론의 자유를 해치듯, 주택의 소유와 거래를 제한하는 것은 주택을 수단으로 하는 목적, 즉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한다. 비싸더라도 대출을 받아 살 수 있는 자유로운 거래의 대안은 12·16 조치와 같은 명령과 금지임을 이 기회에 제대로 인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부동산 편중 수요를 금융자산으로 분산시켜야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주거안정을 위한 부동산 세제의 운영 방향’에서 가격급등 요인에 대한 정책적 판단의 문제와 주택수요 억제 위주의 대응을 제시한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 방향은 부작용만을 낳고 있다. 효율성과 형평성 추구를 원칙으로 하는 부동산 세제의 운영 방향이 중요하다. 소득보다 자산의 불평등이 더 심각하므로 공평과세의 필요성이 더 크고 고가주택 위주의 과세보다 주택보유자에 대한 고른 과세가 무주택자 관점에서 형평성에 부합하다.
효율성 원칙으로 부동산에 편중된 투자수요를 금융자산에 분산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재산과세 중 보유세는 자원배분 왜곡이 적은 반면 거래세는 왜곡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차별화된 부동산 세제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 보유세는 토지 중심으로 개편, 강화할 필요가 있고 주택은 임대소득이나 자본이득 과세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취득세는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재산세와 종부세로 이원화된 보유세를 Land Value Tax(토지가치세)로 단일화할 필요(보유세의 현행 최고명목세율 2~3%는 무의미->실효세율 0.2~0.3% 목표로 과세체계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주택자산에 대한 다면적 다층적인 과세체계를 수립해 장기적으로 주택 관련 부가가치세, 임대소득세, 양도소득세 과세를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주택 양도소득세는 1세대 1주택에 대해 과도한 감면을 해주는 경향이 있으므로 고가의 1세대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가 필요하고 일반부동산 공제율(연 2%, 한도 30%)보다 다소 높은 공제(연 3%, 한도 45%)만을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조세라는 수단보다 수급을 맞추자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지난 2~3년간의 주택가격 상승은 서울시 등에서 재건축, 재개발을 어렵게 하여 신축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것에 기인하므로 세금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오히려 개인 자산의 내재가치를 깎아 먹는 대안이다. 세금은 국민으로부터 정부로의 자원 이전을 뜻하는데 문 정부는 국민에게 무슨 혜택으로 거둔 세금을 돌려줄 것인지, 국민들의 재산 가치를 낮추기 위해 세금을 올린다는 것은 어떻게 정당화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부동산 조세가 여러 측면에서 개선될 여지가 있지만 조세가 부동산 경기 조절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택 등 부동산 가격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 것으로 이런 사이클을 조세라는 경직적이며 비효율적 수단으로 조정할 수는 없다.
공공주택과 민간주택 수요-공급 논리를 알아야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주거비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세수 확보와 권력을 가진 자들의 배만 불리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보유세 인상은 주택 개량 유인이 사라지고 임차인은 질 낮은 주거환경에서 거주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특히 다주택자의 보유세 인상은 장기적으로 공급 감소로 인한 주택가격 상승과 전세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와 고가주택 대출억제 정책은 결국 풍선효과를 일으켜 저가 주택의 가격마저 끌어올려 주택가격 상승을 이끌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주택 공급 확대는 일부 공공주택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지만 좋은 주거환경에서 살고자 하는 수요를 충족시키는 공급을 구축함으로써 오히려 특정 지역의 주택가격은 상승하므로 공공주택과 민간주택 간의 수요와 공급 논리를 정확하게 이해해 부동산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저소득계층의 주거 복지에 집중하자
최균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저소득계층의 주거복지 향상이 중요한 문제다. 문 정부의 국정과제인 주거복지정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저소득층 주거복지와 청년의 주거빈곤, 쪽방촌 극빈계층에 좀 더 집중해서 주거복지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현재 저소득층 주거급여 대상자는 2018년 기준 1,069,536가구(1,529,726명)으로 주거급여의 대상을 차상위계층까지 확대하고 급여수준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 가구주 연령이 20~34세인 청년가구 중 29만 가구(11.3%)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고 지하 옥상거주 가구, 기타 거처 거주 가구를 포함하면 주거빈곤 상태의 청년 가구는 총 45만 가구(17.6%)에 달하므로 사회적 주택과 공유형 주택 확대가 필요하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