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세와 부동산시장가격 형성과는 긴밀한 상호관계에 있다. 따라서 보유세와 거래세제는 주택시장 상황에 맞게 구축하고 운용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2010년까지 수십 년간 심각한 주택수급불균형이 지속된 국내 시장의 경우 투기방지, 안정적 시장가격, 활발한 공급 지속 등을 위해 거래세(양도소득세, 취득세)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운영돼왔다. 하지만 보유세 과세 구조를 안정적으로 구축하지 못해온 바람에 시장안정 효과는 크지 않았다. 국내 주택시장도 이제 선진국들처럼 공급과잉시장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의 프레임으로 전환이 시급하다.
국내의 경우 2010년을 기점으로 ‘큰 틀에서 주택시장 수급불균형 해소 단계(주택보급률 100.5%)로 진입했다. 110%를 넘어서면 완전 공급과잉시장 상황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데 2017년 현재 국내 전국 평균 주택보급률은 103.3%(서울 96.3%, 경기 99.5%, 나머지는 모두 100% 상회)에 도달했다.
지금부터는 보유세 부과체계를 시장가격에 접근하도록 로드맵(단계적 개선계획)을 마련하고 실행해나가야 한다. 현 정권의 플랜은 여기에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서민층과 중산층 거주 안정성을 위해 가격과 주택 규모에 따라 차등과세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무분별한 비과세정책도 지양해야 한다.
치밀하고 공정한 체계로 만들어야 조세안정과 주택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반면 거래세는 유통(거래)시장 안정을 위해 단계적 하향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양도소득세를 낮춰 거래 활성화가 이뤄지게 하는 정책 방향 변화가 필요하다.
가격규제정책 폐기하고 주거복지에 치중해야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인위적 가격 규제를 통한 거래시장 안정’이란 ‘강박 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국내 주택시장 패러다임이 극심한 수급불균형 프레임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엄청나게 중요한 변화이다. 정부, 공급자, 수요자 등 주택시장 주체들의 시각과 행동방식이 통째로 변화될 요인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경우 이제 집값 안정 강박에서 벗어나도 되는 신호탄이다. 집값은 시장에 맡겨도 된다. 주택시장은 이제 지역별 특성과 경기 상황 등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상황이 돼가고 있어서다.
정부는 가격규제정책에서 탈출해서 선진국형 주거복지정책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주택정책 선진화’의 근간은 주거복지 활성화 및 체계화다. 이를 위해 선제적으로 구축돼야 하는 분야가 ‘공정하고 안정적인 부동산세제 구축’이다. 안정적 부동산세제 구축은 주거복지의 재원 마련에 큰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주거복지의 핵심축은 공공주거 인프라 확대 및 체계적 관리·운영이다.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 재원 마련이 전제돼야 한다.
보유세와 거래세에 대한 조세저항을 줄이려면 정부는 부동산시장에서 과도하게 가격관리에 나서면 안 된다. 그럴 필요도 없다. 집값은 시장에 따라 움직이게 하고 이 과정에서 수요자, 공급자, 투자자들이 수익을 얻을 경우 누수 없이 세금이 걷히도록 하면 된다. 이것이 선진화된 주거정책이 안정적으로 작동되는 풍경이다.
부동산정책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프레임도 변해야 한다. 보수 진보 등 정치적 이념 성향에 전도된 관점에서 부동산정책을 평가할 경우 제대로 된 진단과 대안을 찾기 어렵다. 특히 주택정책의 경우 주거 수급 상황이 해당 정책의 장·단기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요인이다. 이에 대한 공급 방식과 가격 안정 등의 과제를 풀어가는 정책이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주택정책에 대한 근본적 인식 토대가 부실한 상태에서 정치적 관점만으로 접근하면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주택시장 가격 동향을 바라보는 시장 주체들의 관점과 안목도 이젠 변해야 한다. 수요자들도 이제는 국내 집값이 시장에 맞게 움직이는 데 적응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 주택시장의 경우 매우 안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전국적으로 하향 안정세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지역적 특성에 따라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 국내 주택시장도 어느새 국지적 특성이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안정적인 패러다임이 형성된 것이다.
우리나라 집값도 이제 도시에 따라 제각각 움직이고 같은 도시 내에서도 국지적으로 다르게 형성된다. 따라서 최근 서울의 집값 상승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서울만의 재료와 여건에 따라 상승하기도 하고 어느 시점에서는 조정단계를 거쳐 하향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다. 이런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서울 집값을 인위적으로 안정시켜야 한다며 각종 맞춤형 핀셋 규제를 과도하게 작동시키는 것은 패착이다.
세계 각국 수도를 비롯한 대도시들은 항상 집값이 불안정하다. 국내외 유동 인구가 엄청나고 지역별 호재·악재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최근 5년 사이 세계 주요 도시 집값 상승률을 보면 서울 집값이 많이 불안한 것은 아니다. 베를린 63.1%, 시드니 54.8%, 상하이 52.5%, 런던 39.6%, 서울 18.9%, 뉴욕 16.2%, 파리 6.3%, 도쿄 4.1% 등이다.
지금의 국내 부동산 가격 동향에 대해 수요자나 공급자, 정부 모두 편안하게 바라보고 인정할 필요가 있다. 베를린 집값이 폭등했어도 해당 국가와 지자체가 우리나라처럼 집값 잡겠다고 법석을 떨지는 않고 있다. 차분하게 지켜보면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청년들과 극빈층 등의 주택·임대난 해소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주택시장은 시장 주체들이 각자 책임하에 움직여야 할 상황에 접어들었다. 공급자들 역시 분양시장 침체됐다고 정부에 매달리는 관습적 의존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활황·불황에 관계없이 일단은 각자 책임 하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내공을 길러가야 한다.
정부도 시장과 공급자, 수요자 등에게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왔던 ‘과잉 개입’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정부도 편해질 수 있다. ‘집값의 안정과 불안정’에 대한 과도한 책임의식에서 벗어나도 되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 규제가 ‘공공선’이었지만, 지금은 그 프레임이 사라진 탓에 ‘공공 불편’으로 변해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현재 주택가격규제정책은 불필요한 개입이자 책임의식의 과잉이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 결과에 상관없이 욕을 먹는 정책이 돼버린 상황이다. 이제는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관리 등에 몰입하는 게 합리적이고 선진적 주택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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