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기반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는 지구촌에서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가지고 발전하고 있는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기술 측면에서 2020년 전망은 어떠한가?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권위를 가지고 있는 국제경영개발원(IMD)에서 발표한 문건 ‘2019년 IMD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살펴보자.
한국은 평가대상국 63개국 중에서, 1999년 41위에서 점진적으로 향상되다가 2011∼13년에 22위로 고점을 찍은 후, 차츰 하락해 2018년 27위, 2019년 28위로 처지고 있다.
평가 항목 중에서 과학 인프라와 기술 인프라를 살펴보자. 과학 인프라는 우리나라가 경제 규모(GDP) 대비 R&D 투자가 세계 1위, 인구 1000명당 R&D 연구자 수 세계 2위, 인구 10만 명당 특허출원 수 세계 3위 등에 힘입어 과학 인프라 경쟁력이 2018년 7위에서 2019년 세계 3위로 높아졌다.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기술 인프라는 3G&4G 가입자비율에서 하락하고, 기업의 R&D 활동 저조, 제조업 혁신 비전 및 전략의 미흡 등으로 2018년 14위에서 2019년 22위로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의 내년 전망을 살펴보면, 정부의 R&D 예산이 2019년 20.5조 원에서 2020년17.3% 증가한 24.1조 원으로 편성되어 과학 인프라는 비교적 양호한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과학이 기술로 연결되기 위해 필수적인 인재 양성, 산학연협동 연구, 연구논문의 산업화 등의 비효율성이 커서 과학 기술 전반에 걸쳐 내년에도 전망이 밝지 못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무역이 전년 대비 13개월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정부의 반(反)기업 친(親)노동 정책으로 기업이 활력을 못 찾고 있어, 기술 인프라는 더 나빠질 확률이 높다. 기술 개발은 정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이를 필요로 하고 사용하는 기업의 몫이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법인세 인상, 무리한 주52시간 근무제 실시, 과도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강성 노조 활동 등으로 기업들이 점점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하면서 기술 개발은 뒷전에 밀리고 혁신성장이 암초에 걸려 있는 것이 현실이며 2020년에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 인프라 2018년 14위에서 2019년 22위로 급격히 하락
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3대 경제정책 기조(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내세웠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혁신성장은 소득주도성장과 동시에 추구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집중적으로 실행하다보니 혁신성장이 상대적으로 죽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으며 국가 성장의 파이를 키우지 못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래 사회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에 대해 살펴보자. 정부는 인공지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2월 17일 2030년까지의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에는 AI 진흥의 6가지 주요 내용(법제도 정비, 인재 육성, 인프라 확충, 기술경쟁력 확보, 스타트업 육성, 일자리 안전망 구축) 등의 장밋빛 계획이 담겨 있다. 그러나 실현될지는 미지수이다.
6개의 주요 내용 중 앞의 두 가지만 살펴보자. 법제도 정비에서 정부는 AI 관련 혁신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화할 수 있도록 우선 허용한 뒤 사후 규제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형태로 규제를 정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AI 관련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새로운 논란거리로 등장할 것이다. 결국 모든 업종, 모든 기술로 ‘포괄적 네거티브’ 제도가 도입되어야 하나 이는 법제화에 달려 있고, 현재로는 어려운 문제이다.
현재와 같은 ‘규제 샌드박스’ 방식으로는 선진국의 AI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앞으로 많이 등장할 각종의 AI 기반 서비스가 ‘타다 금지법’처럼 예상치 못한 법적 장애물을 만나면 기업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결국 획기적인 규제완화 없이는 인공지능의 발전은 한계에 직면할 것이다. 빅데이터를 비롯한 데이터 산업을 키우는 데이터 규제완화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호법)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데이터를 기반한 4차 산업혁명 기술발전에 엄청난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 육성전략, 법제도, 인재 육성 등 미비 실현 어려움
다음으로 AI 인재 육성에 대해서 정부는 대학 결손 인원(제적 또는 퇴학 인원)을 활용해 컴퓨터공학과 정원을 늘리거나 융합학과를 신설하겠다지만 이는 극히 소수 인원이라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 인재를 양성하는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의 경우 10년 이상 55명 정원으로 고정되어 있다.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이 지난 10년간 141명의 정원에서 739명으로 증원된 것과 비교하면 극명하게 대비된다. AI 인재 양성의 시급성을 감안하면 수도권 대학 규제를 풀어 과감한 증원이 되도록 해줘야 한다. 결국 현재의 법적 틀 안에서 AI 국가전략은 성공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020년 과학기술 전망에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탈(脫)원전’ 정책이다. 이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017년 6월 고리 1호기 영구 정지를 계기로 선언한 정책이다. 여기에 추가해 지난 12월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1호기 영구정지를 의결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1호기를 2009년 12월 7000억 원을 들여 노후 설비 교체 등 안전성을 강화해 2022년 11월까지 가동할 예정이었으나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탈원전 정책에 근거해 조기 폐쇄를 결정한 것이다.
이런 탈원전 정책이 계속된다면 2029년까지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5기 중에서 11기가 설계 수명을 다해 가동이 중단된다.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 협의회’는 지난해 12월 25일 성명서를 내면서 “월성1호기를 계속 가동하면 연간 2500억 원 이상의 LNG발전 비용을 절감할 뿐 아니라,
연간 400만t 이상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1600억 원의 사회적 비용을 추가로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충분한 과학적 근거 없이 정해진 이 탈원전 정책은 우리나라가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원전 기술의 후퇴, 원전 산업의 붕괴, 기후변화의 악영향(온실가스와 미세먼지의 배출), 전기요금 상승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의 가장 큰 악영향은 과학기술인들의 사기 저하이다. 우리나라가 각고의 노력으로 오랫동안 개발한 최고의 기술을 폐쇄시킨 정치에 과학기술인들이 분노를 느끼고 있으며, 잘못된 정치에 억압받는 과학행정이 2020년에도 계속된다면 우리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것이다.
2020년에는 혁신성장이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으로 부상해 국부(國富)의 파이를 크게 키워 소득주도도 견인하는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또한 탈원전 정책의 파기라는 기적적인 결정이 이뤄지고 각종의 규제에 신음하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기술이 획기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진흥되는 해가 되기를 과학기술인의 한 사람으로 염원해 본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