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고스트워크... 모든 일과 직업의 모습이 바뀐다
[리뷰] 고스트워크... 모든 일과 직업의 모습이 바뀐다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8.23 0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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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인터넷의 이면에 숨겨진,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냉혹한 현실이 어렴풋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인간의 일은 결국 기계 속에 갇힌 고스트워크Ghost Work)로 향하는가? 아니면 획기적인 공존과 진화의 시대로 접어드는가? 인류학자와 컴퓨터 공학자인 저자들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음에도 가려져서 드러나지 않았던 긱과 온디맨드 분야의 실체와 미래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가장 많은 변화를 보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일과 직업이다. 산업혁명은 농업과 축산업 중심의 일자리를 제조업 중심으로 뒤바꾸었고, 이전에는 없던 수많은 직업이 새롭게 탄생했다. 지구촌 곳곳을 거미줄처럼 연결한 인터넷 역시 산업혁명 못지않게 일의 형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영원할 것 같았던 거대한 오프라인 기업이 속속 온라인 기업으로 대체되었으며 눈을 뜨고 나면 새로운 형태의 기업이 선보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일어난 일과 직업, 그리고 직장의 변화는 앞으로의 그것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신간 『고스트워크』의 저자 메리 그레이, 시다스 수리가 오랜 시간 눈여겨본 주제가 바로 이것이다. 존경받는 인류학자와 컴퓨터 공학자인 이들 저자는, 급속히 발달하고 있음에도 가려져서 잘 드러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일과, 그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오랜 시간 연구 끝에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고스트워크(ghost work)’라는 용어에 대해 저자들은 “대다수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웹사이트, 인공지능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투입되는 인간 노동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으며, 사실 의도적으로 감춰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불분명한 고용의 분야를 ‘고스트워크(ghost work)’라 부른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과 인터넷의 장막 뒤에서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을 뜻하는 것으로, 고스트워크는 우리가 생각한 상상 이상으로 거대한 규모를 형성하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는 그 규모가 더욱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장의 수요와 주문에 따라 움직이는 긱(gig)과 온디맨드(on-demand) 경제로 인해 변화하고 있는 인간의 일에 대한 이해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국가와 기업, 개인에게 새로운 기회와 부가 집중되었듯이, 지금 밀려오고 있는 일에 대한 변화 역시 제대로 된 이해와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신간 『고스트워크』의 집필을 위해 저자들은 온디맨드 노동 인력의 규모가 가장 크며 첨단기술 발달에서 길고 밀접한 역사를 가진 인도와 미국의 노동자들을 중점적으로 조사했다. 이 책에는 미국과 인도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만 건의 설문 조사와 200건 이상의 인터뷰 자료, 온디맨드 직업 플랫폼에 관한 소셜 네트워크 분석과 행동주의 실험 수십 건, 이 노동 시장의 다른 핵심 요인에 관한 독특한 연구, 즉 이런 플랫폼들을 기업으로 일궈낸 사람들과 플랫폼을 통해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람들에 관한 연구결과가 종합되어 있다.

이 책은 널리 알려진 ‘로봇의 부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서 이미 현실에 조금씩 모습이 드러나고 있는 한층 복잡한 미래를 펼쳐 보인다. 그러면서 고스트워크 플랫폼이 첨단 기술의 놀라운 가능성이라는 믿음을 조성하는 데 어떻게 기여하는지 보여준다. 

이 책은 각기 다른 상품과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하는 네 가지 고스트워크 플랫폼을 조사했다. 아마존닷컴의 미케니컬 터크(엠터크) ,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내 플랫폼인 UHRS(Universal Human Relevance System) , 사회 복지에 뜻을 둔 스타트업 리드지니어스(LeadGenius) , 타 언어 사용자들이나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번역을 하고 자막을 넣는 활동을 하는 비영리 단체인 아마라닷컴(Amara.org)이 바로 그곳이다. 

엠터크는 고스트워크 플랫폼을 상업적으로 활용한 최초의 사례 중 하나로, 휴먼 컴퓨테이션을 비즈니스 솔루션에 적용하는 선례적인 기준을 마련했다. UHRS는 IT 대기업들이 각자의 고스트워크 수요를 충족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내부적인 플랫폼을 대표한다. 리드지니어스와 아마라는 고스트워크가 얼마나 복잡하고 정교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고스트워크에 더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업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드러내 보인다. 

노동자들의 이야기 역시 빠질 수 없다. 저자들이 만난 이들 중에는 이런 플랫폼에서 여러 가지 온디맨드 프로젝트를 맡아 일하면서 근무 시간이나 급여 수준을 맞추고 풀타임 정규직에 필요한 경력을 쌓는 이들도 있었다. 또 다른 직업 없이 집에서 육아에 전념하는 생활이 지루해진 대졸자 부모들, 결혼 비용을 마련하거나 형제의 학비를 보태기 위해서 일주일에 50시간씩 일하는 이민 1세대 대학생들도 만났다. 그리고 장애인이나 직장 은퇴자들 중에 통상적인 방법과 다른 방법으로 일자리를 찾거나 연금 이외의 여유 자금을 마련하려는 사람들도 만났다. 덧붙여 고스트워크 플랫폼을 설립하고, 설계하고, 구축한 기술자들과 기업가들도 면담했다. 

이 책은 노동 생산성 향상을 꾀하는 기업가들, 미래형 노동 플랫폼을 구축하는 컴퓨터 기술자들, 이런 새로운 산업 분야를 구체화하는 정책 입안자들을 위한 교훈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뿐 아니라 우리가 날마다 사용하는 휴대폰 앱과 인터넷 웹사이트를 눈에 안 보이는 곳에서 뒷받침하는 노동자들에 관한 감춰진 이야기는, ‘크라우드소싱’이나 ‘마이크로워크’는 물론이고 그보다 덜 알려진 ‘긱 노동’이나 ‘엠터크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흘려들은 적이 있거나, ‘로봇의 부상’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인공지능이 노동계를 어떻게 재편하고 있으며 인공지능의 그늘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게 생각해왔던 일반 독자들에게도 흥미로운 내용을 전한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 희망적인 이야기를 제시한다. 정규직과 자유계약직 간의 차이를 초월하는 것만으로도 인터넷으로 창출된 부를 자동화 최종 단계의 역설을 해결하려 애쓰는 사람들과 나누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도 미국과 인도에서 고스트워크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이야기에서 얻은 교훈은 이런 유형의 일에 이미 관여하고 있거나 머지않아 최대한 활용하게 될 전 세계의 노동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일의 미래에 관심을 가져야 할 개인과 기업, 그리고 국가의 정책 당사자에 이르기까지 『고스트워크』는 미래에 대한 결코 작지 않은 통찰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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