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자사고 폐지는 교육 독재
[이슈분석] 자사고 폐지는 교육 독재
  • 오세목 미래교육자유포럼 대표
  • 승인 2019.07.0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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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이 내려진 직후 교육부는 ‘헌법재판소의 고입 동시 실시 관련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헌법소원 결정에 대한 입장’이라는 다음과 같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반교육적이고 위헌적인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초래된 학생·학부모의 엄청난 혼란과 그동안의 소모적 논란에 대한 한마디 반성과 사과는 커녕 시행령 제81조 제5항에 대한 개정 언급만 했을 뿐 헌법재판소의 판결 취지에 대한 성찰이나 후속 조치에 대한 교육적 판단과 고민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이는 헌재 판결 이후 진행될 시행령 재개정 및 후속 정책에 대한 의구심과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2020학년도 고입계획은 헌재의 가처분 결정을 반영하여 수립되어 별도 변경은 불필요”하다는 언급은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는 것이며 이는 위헌, 합헌의 판단을 떠나 헌법재판소 판결의 취지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사실상 자사고의 손을 들어 주었다. 헌재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지원자들의 다른 후기학교 중복지원을 금지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사실상 자사고의 손을 들어 주었다. 헌재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지원자들의 다른 후기학교 중복지원을 금지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위헌판결 맞은 자사고 폐지전략

교육당국은 고교입학전형 기본계획 변경이 불필요하다고 하고 있으나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취지에 따라 ① 자사고 지원자 1단계 선택권 배제 ② 자사고 추가모집을 사실상 봉쇄한 ‘2020학년도 서울시 고교입학전형 기본계획’은 재수립하여야 함이 마땅할 것이다.

이에 따라 현 정권의 자사고 폐지 공약을 앞세운 교육부는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소위 ‘자사고 폐지 3단계 전략’을 가동하며 그 1단계 전략으로 2017년 11월 2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고입 동시 실시를 통한 ‘자사고 폐지’라는 용어 대신 ‘고교체제 단순화’, 또는 ‘고교체계 개편’이라는 우회적 표현을 빌려 진실을 호도하면서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교육부는 자사고 폐지 1단계 전략으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하여 자사고의 전기 선발권을 박탈하고 후기모집 학교로 전환함과 동시에 후기모집 시에도 자사고 지원자들에게 일반고와 중복 지원을 금지시킴으로써 징벌적 불이익을 부과하여 자사고를 고사시키고자 시도했다.

그러나 자사고 측이 제기한 위헌심판청구소송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로 인해 시행령 일부 개정을 통한 교육부의 1단계 자사고 고사전략은 좌초되었으며, 2017년 11월 입법예고 당시부터 수많은 반론과 입법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시행령을 개정해 오랜 기간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엄청난 소모적 논란을 초래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분명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한편 교육당국은 헌재 판결의 몇 가지 쟁점 중 재판관 전원 합치 의견으로 위헌 판정을 받은 후기모집 시 중복지원 금지 문제는 물론, 비록 위헌 결정을 받지는 못했으나 과반수 이상의 재판관이 위헌으로 판단한 전기선발권 박탈 등 헌법재판소 판결의 의미를 충분히 되새겨 차후 시행령 재개정 및 후속 정책을 입안해야 할 것이다.

최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국내 교육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자사고 폐지’ 논란에서 일반 국민들이 자사고 체제에 대해 가장 오해하는 부분이 바로 자사고의 ‘재지정 평가’라는 용어일 것이다. 이러한 오해는 아마도 언론의 오보 탓이거나 법령상 지정 기간이 명시되어 있는 자율형 공립고나 혁신학교의 경우와의 혼돈에서 비롯된 것이라 여겨진다.

자사고는 재지정되지 않는다. 최근 한 언론 보도는 자사고 교장단이 평가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며, 조건부 평가 거부 의사를 밝힌데 대하여, “평가를 받지 않으면, 지정기간이 종료되므로 자사고의 지위가 자동 소멸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오보를 내기도 했다. 자사고는 엄격한 지정 심사를 거쳐 일단 한번 지정되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의3(자율형사립고)에 의하지 않고는 지정취소할 수 없다.

이를 신뢰하여 자사고의 재학생과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자사고를 선택하여 진학하게 된 것이다. 만약, 자사고 재학 중 자신이 재학하는 학교의 체제가 임의로 바뀔 수 있다면 어느 누가 자사고를 선택하겠는가?
 

평가를 빙자한 자사고 고사 전략

자율형공립고(자공고)와 혁신학교는 법령에 따라 사전에 5년 이내의 지정 기간을 명시하여 운영하고, 평가를 통해 재지정하게 되어 있으나, 자사고의 경우는 법령에 명시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사고로 지속 운영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교육당국은 2019학년도가 도래하자마자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계획을 서둘러 마련하고, 신학년도 준비에 분주한 신학년초에 평가계획을 전국의 평가 대상 24개 자사고에 통보했다. 그런데, 최근 낱낱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는 평가를 빙자한 자사고 고사전략임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이에 전국 곳곳에서 자사고 공동체 구성원들의 평가계획에 대한 항의와 전면 재검토 및 평가기준 수정요구가 뒤따랐고, 지역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이를 완강하게 거부하거나, 일부 수정 요구가 반영되기도 했다. 또한, 서울시 교장단은 공정한 평가를 위하여 교장단이 추천하는 중립적 교육전문가를 평가위원으로 포함시켜 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이 또한 수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정기간이 명시되어 있고 평가를 통해 재지정 받게 되어 있는 자공고와 혁신학교의 경우는 내로남불식 고무줄 평가 잣대로 평가해 재지정 논란이 빚어진 경우가 전혀 없으며, 특히 전국적으로 1700여개나 되는 혁신학교의 경우는 평가를 통해 지정취소 된 경우가 전무하다고 한다.

정부가 애초에 자사고 제도를 도입하면서 자사고의 정착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법령에 도입한 운영성과 평가를 자사고 폐지를 위한 도구로 둔갑시키려는 교육당국의 발상은 지극히 반교육적이며 가히 국가 폭력 수준이라 아니할 수 없다.

평가 계획의 부당성에 대해 교육당국에 지속적으로 재검토 의견을 개진하고 평가 거부까지 거론했던 평가대상 자사고들이 교육당국의 행정권력에 밀려 일단 ‘자체 평가보고서’를 제출하고 평가에 임하기로 했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사전 자체 모의평가에서 대거 기준점수에 미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일부 지역의 경우 서면평가를 거쳐 현장 방문평가까지 완료된 상황이어서 조만간 평가 결과가 공개되고 지역 교육감들이 기준 점수 미달로 인한 지정 취소 대상 학교를 확정하게 되면 청문회를 거쳐 교육부 장관의 동의 요청까지 진행되는 과정에서 지역에 따라 엄청난 후폭풍과 혼란이 야기될 것임은 지극히 자명한 일이다.

서울시의 경우는 이미 5년 전에 경험했던 일이며 대법원의 판결로 자사고의 지워를 회복했던 바 대법원 판결문의 다음 대목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무엇을 위해 이러한 혼란을 겪어야 한다는 말인가? 문재인 정부는 시대착오적인 교육 역주행을 멈추고 이제는 자사고 폐지공약을 폐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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