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한국경제 ] 약탈적 상속세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
[ 위기의 한국경제 ] 약탈적 상속세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
  • 황승연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 승인 2019.05.1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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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한진 그룹, 상속세 내려다 기업 망할 수도

작년 말 대부분의 언론에 LG그룹 신임 구광모 회장의 상속세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보도 내용은, 고 구본무 전 회장의 ㈜LG 주식 지분이 11.28%(1945만 8169주)였고, 이 가운데 구광모 회장이 8.76%를 물려받아 원래의 6.24%의 지분이 15.0%로 높아졌고, 장녀와 차녀는 각각 2.01%와 0.51%를 분할 상속받아 사상 최대의 상속세를 납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언론은 상속 재산인 주식 총액이 1조 5200억 원이 될 것으로 보도했다. 대기업의 회사 주식이 상속될 때 상속세는 30억 이상이면 50%이며(기초공제, 배우자공제, 누진공제 등이 있으나 전체 상속재산과 비교하여 액수가 크지 않으므로 무시한다), 상속인이 경영권의 승계와 관련이 있는 특수관계인(즉 자녀와 배우자 등)일 경우 할증세를 더 내야 하는데, 주식의 지분이 50% 이상이면 30%, 그 이하이면 20%를 더 낸다. 따라서 상속인들의 상속세는 과세표준액의 60%를 내는 것에 해당한다. 상속세를 상속 발생 시점에서 6개월 후인 11월말까지 신고해야했다.

약탈적 상속세는 성공한 기업인을 질투하고 부자를 증오하도록 선동하는 현재 사회의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
약탈적 상속세는 성공한 기업인을 질투하고 부자를 증오하도록 선동하는 현재 사회의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

11월 말 언론은 구광모 회장이 상속세 9215억 원을 신고하고 1차 상속세 1536억 원을 자회사를 매각한 돈과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납부했으며 나머지는 “향후 5년 동안 나눠 납부하는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한다. 그러면 상속인들은 앞으로 5년 동안 이 추가 세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가?

물론 상속받은 주식을 시장에서 매각하여 그 돈으로 내면 된다. 그러나 여기서 다른 문제들이 발생한다. 주식을 시장에서 매각하여 세금을 낸다고 할 때 주가가 하락하면 예상보다 주식을 더 매각해야 한다. 주가가 상승하면 양도소득세를 또 내야 한다. 주식을 매각하여 상속세를 내게 되면 당연히 주식 지분이 줄어 경영권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보도의 의하면 상속인들은 ㈜LG의 주식을 매각하지 않고, 이미 갖고 있는 LG그룹의 다른 자회사의 지분을 매각하여 일부를 내고, 나머지는 주식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냈다 한다. 물론 과세당국에 연부연납에 대한 이자도 내야 하며 대출에 대한 이자도 매년 상환해야 한다. 그러면 앞으로 나머지 세금과 대출 원금과 이자를 어떻게 상환할 수 있을까?
 

경영권을 지키면서 상속세를 내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제도

상속인들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상속 받은 주식을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다른 회사의 주식이나 부동산을 매각하여 세금을 납부할 수 있다. 그러나 상속세원으로 충분하지 않을 경우, 결국 배당을 받거나 연봉을 받아 대출금을 상환하거나 세금을 내야 한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 배당을 받는다고 할 때 배당을 상속인을 포함한 모든 주주에게 동일하게 해야 하므로 회사를 폐업하려는 생각이 아니라면 배당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연봉이나 상여금을 많이 받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연봉과 배당에는 46.2%나 되는 종합소득세를 내야 한다.

만약 총 9215억 원의 세금 납부를 위해 연봉과 배당을 받는다면 46.2%의 종소세를 내고 남은 돈으로 세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대략 1조 7130억 원을 배당이나 연봉으로 받아 종합소득세 7,915억 원을 내고 나머지 9,215억 원으로 상속세를 낼 수 있다. 여기에 은행 대출이자와 연부연납이자를 합하면 납부 액수는 훨씬 더 커진다. 따라서 상속 받는 주식의 가치 1조 5200억 원보다 더 많은 최소한 1조 7130억 원을 배당이나 연봉으로 받아야 한다.

현금이 아닌 주식의 가치를 상속받으면서 주식가치보다 많은 현금을 배당이나 연봉으로 받아야 세금을 낼 수 있다는 아이러니는 이것이 ‘이중과세’라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대표이사나 최대주주 몇 사람에게만 특별히 많은 급여나 상여금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회사의 다른 주주들이 받아들일 리 없고 이 경우 업무상 배임에 해당되어 기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상속세 최고세율 65%를 78%로 더 올리려는 법안이 여당 국회의원들에 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LG그룹의 상속세는 역대 국내 상속세 납부액 중 최대이다. (주)LG 관계자는 “구 회장 등은 관련 법규를 준수해 투명하고 성실하게 상속세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식을 매각하여 지분을 줄이지 않는다면 세금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 어떻게 낼 수 있는지 궁금하다.

많은 재벌그룹들은 이 상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찾다가 결국 그 방법이 편법이라 하여 법적처분을 받는 경우가 자주 있어 왔다. 이는 크건 작건 기업주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이고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20-30년에 매번 반복되는 일이다. 기업인들이 평생 일군 회사를 상속이 발생하면서 결국 국가에 헌납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써 국가는 더 부자가 되고 개인은 더 가난해진다. 그러나 가난한 개인들이 모인 국가는 결국에는 망한다.
 

한진그룹의 상속세 문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타계 이후 조 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누구 때문이냐 하는 문제와, 상속세가 얼마나 될 것이며 막대한 상속세를 납부한 후에 과연 상속자인 조양호 회장 자녀들에게 경영권이 이어질 것인가 혹은 주인이 바뀌거나 아니면 국민연금이 경영권을 행사하게 되어 국유화가 되는 경우가 되지 않는가 하는 문제에 언론의 관심이 쏠려 있다. 이는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 약탈적 상속세와 할증과세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한진을 지배하고 있는 지주회사 한진칼의 지분 17.84%를 갖고 있었던 조양호 회장은 자녀들의 주식을 포함한 우호지분 28.95%로 그룹을 지배했는데, 조양호 회장의 재산 60%를 상속세로 납부하기 위해 주식을 매각하거나 물납을 한다고 하면 상속자들의 지분이 줄어 경영권 방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상속이 발생할 경우 사망일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의 주가를 평균을 내어서 상속세 과세표준을 정한다. 한진칼의 주가가 조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4월 8일 25,200원에서 4월8일 종가 44,100으로 75%가 올랐다. 이 주가가 지속되면 상속세 과세표준은 많이 올라 납부해야 할 상속세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특히 한진그룹 회사들의 이사회에서 지배주주에 대한 불신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국민연금이 사모펀드와 손을 잡고 경영권을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재계에서 나온다. 조양호 회장의 별세 열흘 전, 국민연금은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선임을 반대해 결국 경영에서 물러나게 만들었다.

지금도 수사 중이고 또 재판 중인 사건들을 이유로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기 전에 국민연금이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는 행동을 한 것이 옳은가에 대한 비판들이 있다. 한편 국민연금이 조양호 회장을 대한항공 대표이사에서 해임시킨 것을 계기로 국민연금의 주주행동주의 원년이 되었다고 높이 평가하는 여당 정치인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 시작이다.

상속세를 통해 개인과 기업은 더 가난해지고 국가도 결국에는 가난해지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재산이 2018년 5월 ‘포브스’지에 의하면 206억 달러라 한다. 원화로 약 23조 원이 더 된다. 이 재산은 대부분 삼성그룹의 주식이라 여겨진다. 만약에 이에 대한 상속세를 추정해본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약 14조 원 정도를 납부해야 한다.

만약 약 14조 원을 주식을 매각하여 상속세금으로 납부한다면 주식 지분이 줄어 경영권을 지키지 못하고 회사가 외국계 주주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 만약에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경우에도 상속이 발생한다면 역시 같은 이유로 경영권의 승계가 어렵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대표적인 회사들은 상속이 발생하면서 외국계 회사가 되거나 아니면 국민연금이 지배하는 회사가 되거나 아니면 주인이 없는 국민기업이 된다. 이 문제는 재벌 그룹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나라 모든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에도 해당된다. 상속이 발생하면서 회사의 경영권을 빼앗기게 된다.

그 결과를 예상하기는 별로 어렵지 않다. 1980년대 중반 스웨덴에서 높은 상속세 때문에 Astra, IKEA, Tetra Pak 등 많은 회사가 해외로 떠났다. 결국 25년이 지난 후에 잘못을 깨달은 스웨덴 국회가 법률을 개정하여 상속세를 없애고서야 다시 고국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지 않은 회사들도 많았지만 세금 때문에 새롭게 떠나는 회사는 더 이상 없었다.

우리나라에도 지금 상속세를 걱정해서 기업들을 매각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락앤락, 농우바이오, 유니더스,  유영산업, 선보공업, 카사미아, 우리로광통신, 에어비타, 에이블씨엔씨 등등. 일부 회사는 회사 매각 후 해외로 떠나 외국에서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한다. 아르헨티나, 그리스, 베네수엘라에서 높은 세금 때문에 기업들이 폐업을 하거나 외국으로 떠나고, 젊은이들이나 고급 두뇌와 숙련공들도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났다. 우리나라도 이 나라들이 경험한 그 길로 가고 있다.

심지어 지난 1월 너무나 양심적이고 솔직한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국민들에게 해외로 떠날 것을 권유했었다. 한편 일부 정치인들과 좌파 사회단체들은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재벌 3,4세의 경영권 승계는 한국 주요 기업들의 안정성을 해치는 위험요인이기 때문에 상속세를 많이 내도록 함으로써 회사의 소유권을 잃게 하고 회사를 국민기업화하자는 논리를 전개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을 국유화하는 정책을 쓴 나라들은 예외 없이 모두 망했다.

왜 이 사실을 모두들 외면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만 예외나 기적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을 믿어야 하는가? 국민기업이 된 ㈜기아자동차가 1997년 IMF 사태를 촉발하게 된 원인을 제공한 것이 떠오른다.
 

상속세로 사적 소유를 폐지하려 했던 마르크스

칼 마르크스(1818-1883)는 1848년 발간한 ‘공산당선언’에서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위한 전략을 소개했다. 그 전략으로 모든 자본과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단계적으로 폐지해 국가의 소유로 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 중요한 것들을 보면, 높은 상속세와 높은 누진소득세를 부과하고, 토지소유를 폐지하고, 은행을 국유화하고, 교통과 운송수단 그리고 공장을 국유화하며, 망명자와 반역자의 재산을 몰수하고, 모두에게 동등한 노동의무를 갖게 하며, 모든 아동들을 국가에서 무상으로 교육받도록 하는 것 등이 있다. 이 공산당 선언을 바탕으로 사회주의 실험을 했던 종주국 소련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몰락하고 나서 자유시장경제 제도로 옮겨 탔다.

그러나 170년 전 산업화 초기 단계에 발표된 마르크스의 사회주의화 전략이 해방 후 북한과 남한의 사회주의 혁명가들에게 바이블이었다. 이는 또 우리나라 좌파 학생운동권과 30년 전의 사노맹의 기본 목표였다. 이 전략은 아직도 살아남아 현재 한국에서 실천되고 있는 것 같다.

마르크스의 공산화 전략 중 재산의 사적소유를 없애고 국유화하는 여러 가지 전략 중에 국민적 저항이 가장 적고,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것이 상속세 제도이다. 왜냐하면 상속세는 당장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상속세를 납부할 사람들의 숫자가 극히 적으며, 당사자가 사망한 후 발생하므로 본인이 관여할 수 없고, 상속인인 자손들도 평생에 단 한번만 납부하는 제도이므로 준비되거나 학습되기 어렵고, 따라서 과세의 부당함에 저항할 기회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상속세 제도는 사유재산을 국유화하는 다른 모든 전략보다도 더 기본이 되는 방법이다. 또 상속세는 생산수단의 주체인 기업에 대한 국유화정책이어서 그 사회적 파장은 대단히 크고, 또 자유와 재산권 등의 기본권과 관련되어서 국민들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모든 국가들 중에서도 상속세가 높기로 단연 1위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상속세가 처음부터 없었거나, 상속세의 많은 모순을 발견하고 세금을 없앴거나 크게 낮췄다. 있다 하더라도 예외 조항을 만들어 실질 상속세가 우리나라의 상속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현재 우리나라만 시대착오적이고 갈라파고스적으로 높은 상속세를 유지하고 있고 더 강화해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지금 마르크스가 공산당선언에서 제시한 사회주의 국가 건설의 전략을 실천하고 있는가? 기업을 상속 받을 때 높은 세금 때문에 경영권을 잃거나, 상속된 기업의 가치보다 더 많은 현금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면 이 제도는 마르크스가 말한 반역자의 재산을 몰수하여 국유화하는 경우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높은 상속세는 헌법상 재산권 제한에 대한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지 않는가?

경총은 작년 말에 50%의 상속세를 25%로 낮추는 것과, 지배주주에 대한 할증과세의 폐지를 국회에 건의했다 한다. 25%로 건의한 이유가 흥미롭다. OECD국가들 중에서 상속세가 존재하는 나라들의 평균이 26%라서 그와 유사한 25%로 정했다는 것인데, 이는 OECD 35개국 상속세 평균이 아니라 OECD국가들 중에서 상속세가 없는 국가 16개국을 제외하고, 상속세가 있는 국가들만의 평균을 계산한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OECD 전체 국가의 상속세 평균은 14.5%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상속 재산이 기업의 주식일 경우 할인을 하거나 납부를 유예하거나 일정기간이 지나면 면제해주는 제도가 있어서 상속인들의 기업경영권을 보호해주고 있다.
 

경총은 높은 상속세가 위헌이 아닌지 헌법소원을 제기해야

가업의 상속일 때 징벌적 할증을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가족이라는 가치를 부정하는 사회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강소기업의 왕국이라는 독일과 일본에서 상속세율이 독일(30%)은 실질과세가 4.5%이고 일본(55%)은 비상장 회사의 경우 실질과세가 11%이다.

경총은 국회에 상속세의 인하를 건의함과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OECD국가들의 평균 상속세율인 14.5%보다 최고 세율이 4배나 더 높은 우리나라 상속세 제도가 재산권 제한에 대한 ‘과잉금지원칙’에 해당되는지, 또 상속이 발생하면서 사유기업이 국유화 또는 공유화되는 이 제도가 헌법위반이 아닌지 가려달라고 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수준이 시장경제 자본주의 체제를 보장하는 우리나라의 헌법 정신에 맞는지, 만약 의심이 든다면 경총 등 경제단체들은 국내 최고의 로펌과 함께 헌법소원을 신청해야 하지 않는가?

기업의 승계는 고용의 승계이고 복지의 승계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상속세를 없애거나 줄여 고용이 안정되면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이 늘어나고 실업급여, 재교육비용, 취업비용 등을 비롯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이 크게 줄어 상속세수가 줄어든 것보다 국가적으로 훨씬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최대의 복지는 좋은 일자리이다. 우리나라는 총 세수의 1% 남짓 밖에 되지 않는 상속세수를 위해 잃는 것이 훨씬 많다.

우리나라에도 가업상속공제 제도라는 중소기업에 대한 상속세 감면 제도가 있다. 이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업종, 고용, 자산의 변경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적용요건으로 인해 이 제도의 혜택을 신청하는 중소기업의 수가 연간 70여건에 그친다. 가업상속 제도를 갖고 있는 독일은 연간 1만 7500여 건이 넘는 회사가 혜택을 본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 제도가 중소기업에만 해당되므로 그 범위를 확대하고 조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또 대기업의 경우 미국과 같이 공익재단을 통해 경영권을 유지하게 한다거나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상속세를 매각 시점에 내는 자본이득세 도입도 연구 대상이다. 이러한 논의가 국회에서 시급히 이뤄지기 바란다. 국회에서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정당이라면, 또 작은 정부와 낮은 세율, 큰 시장과 기업의 높은 자유도를 지지하는 정당이라면, 상속세를 낮추거나 유예하거나 없애자는 법 개정을 공약으로 선거를 치르고 평가받아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지 확실하게 입장을 밝혀 국민들에게는 방향을 제시하고 기업들에게는 불확실성을 제거해줘야 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스웨덴과 같이 상속세 폐지로 가야 한다.
 

소득세로 공평과세는 충분하다

상속세가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것이어서 이 모순 때문에 발생한 문제들로 인해 이 제도를 시행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상속세를 낮추거나 없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를 유지하고 있고 현재 더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속세가 기업을 망하게 하고 기업가 정신을 파괴하는 저주의 제도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경제전문가들과 지식인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성공한 기업인을 질투하고 부자를 증오하도록 선동하는 현재 사회의 분위기상 상속세 인하와 관련된 법안이 통과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자유 우파 정당은 이를 공약으로 채택해야 하고 만약 반기업적, 사회주의적 법제도가 계속 유지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국민들에게 밝히고 설득하고 이에 대해 심판받아야 한다. 상속세 폐지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그 다음은 기업인들의 선택의 몫이다.

지금의 상속제도 아래에서 계속 기업을 할 것인가 혹은 폐업을 할 것인가 아니면 기업을 계속 하기 위해 외국으로 갈 것인가를 판단할 것이다. 열심히 일해서 성공하게 되어 이를 국가와 사회에 기꺼이 헌납하고 물러나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은 국내에서 계속 사업을 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떠나게 될 것이다.

100년 넘은 기업이 우리나라에는 단 7개, 일본은 3만 3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상속세 제도를 이대로 두면 얼마 지나지 않아 50년 넘는 기업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고, 모두 해외로 떠날 것이고, 기업을 한다는 젊은이들은 모두 사라지고, 일자리도 없어지고 공무원 만 남아있는 나라가 되고 말 것이다. 지금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본 기사는 4월 16일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세미나 토론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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