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부친의 독립유공자 선정 과정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손 의원의 부친 손용우 씨(1997년 작고)는 지난해 광복절에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애족장 수상자는 본인에게 매달 240만 6000원의 보상금이 지급되며, 본인 사망시 유족에게는 배우자 151만 8000원, 배우자 외 유족은 148만 3000원이 지급된다. 건국훈장은 대한민국장(1등급), 대통령장(2등급), 독립장(3등급), 애국장(4등급), 애족장(5등급)으로 나뉜다.
손 의원의 부친 손용우 씨의 서훈 사유는 그가 1940년 9월 조선문화학원 재학 당시 동급생들에게 조선독립의 이유 등을 설명하고, 일제의 동아일보 조선일보 폐간 조치가 조선의 민족문화를 말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며 그 부당성을 성토하는 등의 활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징역 1년 6월(未通 200日)을 받고 옥고를 치른 사실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국가보훈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손용우 씨는 1982ㆍ1985ㆍ1989ㆍ1991ㆍ2004ㆍ2007년 총 6차례에 걸쳐 보훈 신청을 했다가 심사에서 탈락했다. 보훈처 측은 탈락 사유에 대해 ‘입증 자료 미비’ 혹은 ‘광복 이후의 행적’ 등으로 설명했다.
보훈처에 따르면 손 의원의 부친은 광복 후 조선공산당 공산청년동맹 서울지부 청년단원으로 활동한 사회주의 이력이 있다고 한다. 손 의원은 지난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몽양 여운형 선생의 청년 비서”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학계에선 여운형이 사회주의 계열이지만 공산당과는 선을 긋고 독자적 활동을 해왔다고 본다.
손용우 수상을 둘러싼 의혹들
손 의원 부친의 수상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의혹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신청 시기와 방법이다. 손 의원 측은 아래 표와 같이 2007년 탈락한 뒤 11년 만인 지난해 2월 손 의원의 오빠인 손모 씨가 전화로 독립유공자 포상 신청을 했는데, 당시 포상자 중 전화 신청을 한 경우는 이 한 건 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무렵 피우진 처장이 전례 없이 직접 손 의원을 찾아가 보훈처의 유공자 심사 기준을 완화한다고 알려준 것이 드러났다. 정부 공식 발표보다 4개월이나 앞선 시점에 손 의원에 대한 정보 제공은 확정도 안 된 정책이라는 점에서 명백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6월 보훈처는 사회주의 활동 경력 인사에게도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을 수 있도록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보훈처는 피우진 처장이 취임한 후 2017년 7월 27일 독립유공자 포상범위 및 기준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하여 같은 해 11월 21일 국가보훈처와 충북대 산학협력단 명의로 ‘독립유공자 포상 범위 및 기준개선 방안 학술 연구용역 최종보고’를 완성한 바 있다. 이에 의하면 손용우는 6.25전쟁 전 본적지에 드나들며 남로당으로 활약했으나, 전쟁 당시 공산치하에서의 부역활동 사항은 발견치 못했다면서,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에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범법 행위 또는 자진 월북이 아닌 경우에는 포상이 가능하도록 포상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는데, 손용우 씨의 경우는 정부수립 이전 사회주의 활동 경력자 또는 보도연맹사건 희생자로서 구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보훈처에서 지난해 5월과 7월 심사 진행 기간에 보훈예우국장이 두 차례 손 의원을 찾아간 것도 논란이 됐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손 의원이 여당 의원이고 영부인의 친구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특혜행정을 한 보훈처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포상 방법에서도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해 광복절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손 의원의 모친에게 훈장을 직접 전달한 점이 눈에 띈다. 애족장 수상자 51명 중 손 의원 측을 포함해 2명만 문 대통령이 직접 수여한 것이다. 당시 애국장ㆍ대통령표창ㆍ건국포장은 친수자가 1명이었지만 공교롭게 애족장만 2명이 친수자에 포함됐다. 친수자중 한 명이 손 의원 모친이란 사실은 당시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보훈처 측은 “손 의원 측이 친수 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해명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석연치 않은 포상 사유다. 손용우 씨는 일제강점기 당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폐간을 항의하다가 1년 6개월간 옥살이를 했다는 것만 알려졌을 뿐 이후 행적은 모호하다. 손 의원 측은 몽양 여운형의 비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관련 기록은 찾을 수 없으며, 조선공산당에 가입했다가 6ㆍ25 전쟁 때는 경찰 정보원으로 활동하면서 서울에서 부역자 색출에 협력했다는 정도만 확인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야당에서는 경찰 자료를 근거로 ‘손 의원 아버지가 간첩 활동 전력이 있다’며 관련 기록 제출을 요구하고 있지만 피우진 보훈처장은 “개인 정보”라며 거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보훈처가 최근 국회 정무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과거 보훈처는 손 의원 부친 행적을 문제 삼아 독립유공자 심사를 보류했다.
손용우 수상의 반헌법성
보훈처가 문제 삼은 행적은 △1945년 12월 조선공산당 공산청년동맹 서울지부 가입(1989년 가평경찰서장 사실조회 회보서) △1947년 말 입북, 1948년 남파돼 지하공작, 6·25 당시 북한 중앙정치국과 재접선 활동 후 남한에 잔류했다는 증언(1990년 성북경찰서장 사실조회 회보서) △1949년 4월 14일 보안법 위반 구류 2일, 6·25 당시 ‘조선노동당 가평균 설악면 당가일리 세포책’으로 활동했다는 증언(1986년 8월 치안본부) 등이었다. 반면 손 의원 부친은 1992년 “손 씨가 해방 후 좌익 학생운동을 하다가 전향해 경찰 사찰 요원으로 활동했다”고 증언한 전직 경찰 2명의 인우보증을 제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손 의원 부친의 남로당 및 간첩 활동 전력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기 때문에 보훈처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 아니냐”고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보훈처가 일부 요약본만 공개했는데, 원본과 다르게 왜곡돼 있다는 얘기가 있다”며 “서훈 과정의 특혜가 드러날까봐 피 처장이 회보서 공개를 막고 있다”고 했다.
헌법은 국가유공자 인정에 관하여 명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전문(前文)에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이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가의 공헌과 희생을 바탕으로 이룩된 것임을 선언한 것이고, 그렇다면 국가는 일제로부터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하여 공헌한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하여는 응분의 예우를 하여야 할 헌법적 의무를 지닌다. 그리고 독립유공자의 구체적 인정 절차는 입법자가 헌법의 취지에 반하지 않는 한 입법재량으로 정할 수 있다.
정부가 손용우 씨에게 준 ‘독립 유공자 훈장’은 상훈법 제11조의 건국(建國) 훈장이다. 독립운동을 건국 과정으로 보기 때문이다. 독립 훈장은 별도로 없다.
한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1948년 제헌헌법으로부터 건국 후 제9차 개헌을 통한 현행 헌법까지 일관하여 유지되고 있는 헌법의 핵심 가치로서 개헌에 의해서도 파기할 수 없는 근본규범에 해당한다. 헌법은 전문(前文)에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라고 선언하고, 제3조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제4조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인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실현을 헌법의 지향 이념으로 삼고 있다.
즉 대한민국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된 개념인 자유민주주의를 헌법질서의 최고 기본가치인 ‘기본질서’로 선언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누누이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보호를 그 최고의 가치로 인정하고 있고, 그 내용은 법치주의적 통치질서를 말하며, 구체적으로 경제면에서는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등을 의미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무릇 민주주의는 그 최고의 가치를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두는 자유민주주의와 개인이 아닌 집단이나 전체 국민의 이익에 두는 북한식 인민민주주의 또는 생산수단을 공적으로 소유·관리하는 사회민주주의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보훈처가 최근 국회 정무위에 제출한 과거 보훈처가 손 의원 부친 행적을 문제 삼아 독립유공자 심사를 보류한 행적이 사실이라면 이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핵심가치로 한 대한민국의 건국을 방해하거나 국가의 기초를 훼손한 반헌법적 활동을 한 것이므로 도저히 상훈법이 규정하는 대한민국의 건국에 공로가 뚜렷하거나, 국가의 기초를 공고히 하는 데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건국훈장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오히려 서훈의 취소사유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1일 보훈처가 ‘김원봉 독립운동 업적’을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국가 정체성 재정립을 위한 시론’이라는 제목 하에 한 발표자는 “남한 정부가 먼저 월북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상훈과 보훈을 개방한다면 통일 대한민국의 기반을 다지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북 정권에 기여한 자라도 숙청 등으로 북에서 배제된 자들은 공적을 평가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헌법에 반하는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빨갱이’라는 표현과 ‘색깔론’은 우리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 친일(親日) 잔재”라고 했다. 친일과 ‘빨갱이’론이 핵심 키워드였다. 김원봉이나 손혜원 의원 부친은 여기에 꼭 들어맞는 사람들일지 모른다.
친일파 득세와 ‘빨갱이’ 딱지의 피해자가 김원봉 또는 손영우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 말대로 한다면 해방 후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이 건국하기까지 남로당 등의 와해공작을 통해 대한민국의 건국을 집요하게 방해한 무리들이나 북의 6·25 남침 공훈자에게까지 우리 훈장을 주게 되어 공산주의와 싸워온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완전히 무너지는 헌법 파괴적인 사태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건국에 반대한 독립운동가는 서훈 대상이 아니다
보훈처는 독립 유공자 전반에 대해 친일과 빨갱이 잣대를 다시 갖다 댈 계획이다. 독립 유공자 1만 5180명을 전수조사해 친일 행위자를 가려낸 뒤 서훈을 취소하고, 좌익 활동 경력자 298명을 재심사하기로 했다. 특히 보훈처 자문기구는 “보훈 개념의 민주화가 절실하다”며 4·19와 5·18에 한정된 민주 유공자 범위를 6·10 항쟁이나 촛불 시위 참여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의 권고안을 만들었다. 보훈 대상은 독립·호국·민주 유공자 세 범주로 나뉘는데 이 정부는 유독 민주에 무게를 둔다.
반면 군인이 대부분인 호국 유공자에 대해선 엄격하다. 자문기구는 “10년 이상~20년 미만 장기 군 복무자의 국립묘지 안장 자격을 없애야 한다”고 권고했다. 군 내부에선 민주 유공자 안장을 위해 군인 예우를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왔다. 자문기구는 보훈 대상자 257만 명 중 96%가 호국 유공자라 “편중됐다”고 하지만 원래 보훈은 전몰 군경과 유가족을 돕고자 시작했다. 보훈처도 1961년 군사원호청으로 출범했다.
독립유공자 포상 기회의 확대는 애국선열의 뜻을 받드는 동시에 그 노력에 보답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객관성과 공정성, 형평성을 유지하면서도 포용성이 있는 유연한 포상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 애국선열이 흘린 피와 땀에 최대한 보답한다는 취지에서 그 경직성을 완화해 시의적절하게 운영한다면 독립운동 참여와 실제 포상 사이의 심각한 괴리 현상을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독립운동은 어디까지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핵심가치로 하는 대한민국의 건국을 위한 헌신이라고 봐야 할 것이므로 단순히 항일투쟁을 했다 하여 대한민국의 건국을 방해하거나 6·25 남침활동을 도운 좌익활동 경력자까지 서훈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헌법에 반하는 위헌적 처사라 할 것이다.
이는 헌법 위반은 물론, 대한민국에 공로(功勞)가 뚜렷한 사람에 대한 서훈(敍勳)의 원칙과 건국훈장은 대한민국의 건국에 공로가 뚜렷하거나, 국가의 기초를 공고히 하는 데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한다는 상훈법에도 명백히 반하는 위법한 조치로서 결코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다.
※ 이 기사는 지난 4월 10일 국회에서 있었던 ‘사회주의자의 서훈 이대로 좋은가’의 토론회에서 발표된 기고자의 발제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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