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척간두의 현대차, 노조 기득권 내려 놓아야 산다
백척간두의 현대차, 노조 기득권 내려 놓아야 산다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18.12.12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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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자동차산업하면 떠오르는 3가지가 있다. ‘높은 임금, 낮은 생산성, 강성노조’가 그것이다.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밝을 수 없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2016년 기준으로 조사한 국내 5개 완성차 회사의 1인당 연봉은 <그림1>과 같이 평균 9213만원이다. 이는 일본 도요타(9104만원)나 독일 폴크스바겐(8040만원)보다 높다. 2005년(5009만원)과 비교하면 83.9% 오른 금액이다. 11년의 시차가 있지만 물가상승률이 80%를 넘었을 리는 없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을 비교하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고비용 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국내 5개사의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 평균은 12.2%로 도요타(7.8%)나 폴크스바겐(9.5%)보다 유의하게 높다. 국내 5개사가 아닌 현대차만으로 좁히면 고비용구조는 더 두드러진다.

개별 완성차 업체의 인건비 비중을 보면 2012년 현대차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3.1%로 기아차의 10.6%, 쌍용차의 8.9%, 한국GM의 7.5%보다 현저히 높다. 현대차의 인건비 비중은 그 후로도 계속 늘어나 2016년에는 15.2%로 치솟았다.

그러면 생산성은 어떠한가. 생산성을 평가하는 지표인 ‘자동차 1대 생산에 소요되는 시간’ 인 HPV를 비교하면 2015년 기준 국내 5개사 평균은 26.8시간으로 도요타와 포드의 24.1시간과 21.3시간보다 유의하게 길다. 인건비는 인건비대로 더 나가지만 오히려 생산성은 낮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12월 5일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앞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 연합
현대자동차 노조가 12월 5일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앞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 연합

높은 임금, 낮은 생산성, 연례화된 파업

여기에 우리나라 자동차업체는 파업이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현대차 노조는 2017년 임금 단체협상 과정에서 24차례 부분파업을 벌였고, 이로 인해 7만 7000여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매출 손실은 1조 6200억원에 달한다.

1987년 현대차 노조 결성 이후 파업을 겪지 않고 임금협상에 이른 것은 단 4차례에 불과했다. 그만큼 파업이 연례 행사화 됐다는 의미다. 회사의 이익률이 높을 때와 낮을 때를 가리지 않고 파업이 일어났고 파업손실이 일상화됐다는 의미다.

그러다 보니 영업이익률이 높을 수 없다. <그림2>는 현대자동차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그림2>에서 보다시피 2017년 영업이익이 4조원대로 추락했다. 영업이익이 4조원대로 내려앉은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2012년에 영업이익 8조 4369억원, 순이익 9조 563억원을 기록한 이후 5년 연속 이익이 감소했다. ‘경쟁력을 잃어가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을 보자. 현대차는 2012년 8조 436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10.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으나 2016년에는 영업이익이 5조 1935억원으로 낮아져 영업이익률이 5.6%선으로 밀려나 상장기업 평균수준으로 이익률이 떨어졌다. 2017년에는 영업이익 4조 5747억원, 영업이익률 4.7%를 기록해 상장기업 평균에도 못 미치는 열등기업으로 추락했다.

자동차산업은 매출원가에서 재료비와 설비자산의 감가상각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장치산업이고 조립산업이다보니 감가상각액과 재료비를 절약할 수 있는 여지는 그리 크지 않다.

인건비가 그나마 통제할 수 있는 경비이지만 우리는 위에서 보다시피 글로벌 경쟁사보다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그렇다고 우리는 고급차종을 생산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판매 주종은 여전히 판매원가가 중요한 중·소형차이다.

국산 자동차는 아직 일본과 독일의 경쟁사만큼 차별화된 브랜드 파워(brand power)를 갖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 자동차와의 품질 격차가 축소되다보니 ‘넛 크래커’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익이 감소하면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연구개발(R&D) 투자 여력’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자율주행 기술, 커넥티드 기술, 친환경차 기술 등 산적한 미래차 연구개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글로벌 경쟁업체

미국 GM이 혹독한 구조조정 시동을 걸었다. GM은 지난 2년(2016~2017년) 연속으로 연(年) 약 40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음에도 2009년 파산 이래 가장 혹독한 구조 개편 의지를 표명했다.

“GM이 단행하는 혁신은 미래차에 대한 유연한 투자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11월 26일 북미공장 5곳 연내 폐쇄, 내년 2군데 폐쇄, 1만 4700명 감원이라는 대대적 구조조정을 발표하면서 메리 바라 GM 회장이 한 말이다. 미래차 시대를 위해 선제적 구조 개편이 불가피함을 선언한 것이다.

GM은 이날 구조조정을 통해 2020년까지 60억달러의 현금을 아껴 전기차·자율주행차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CNN은 “GM의 경쟁사는 이제 전통자동차 업체가 아닌 구글·애플·우버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됐다”며 “자동차산업의 대변혁기에 살아남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조개편이 공표된 날 뉴욕 증권가에선 GM이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실적이 더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가 5% 폭등했다.

글로벌 GM의 미래 준비는 2016년부터 가속화되었다. 2016년 자율주행차 기업 ‘크루즈’를 10억달러에 인수했고, 2018년 1월에는 핸들과 페달이 없는 자율주행 전기차 ‘크루즈 AV’를 공개했다. 또한 2016년에 미국 차량공유회사 메이븐을 설립해 미국 11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같은 해 우버 경쟁사 리프트에 5억달러를 투자했다.

글로벌 GM은 영업이익뿐만 아니라 구조조정을 통해 절약된 비용을 미래를 위해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GM의 선제적 구조조정은 한국 자동차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기아차는 최악의 실적에도 강성 노조 때문에 감원은 꿈도 못 꾸고 있다.

또한 지배구조 개편 과제가 남아 있어 미래차 준비에 화력을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지만 현대차의 ‘벽시계’는 ‘87체제’에 고정되어 있다.

주요 선진국은 유연한 노동법제로 산업 생태계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지만 국내업체의 경우 ‘망하기 직전’에도 구조조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임의고용 및 임의해고’(당사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노동관계의 해소가 가능)가 기본원칙이다.

조업단축 등 인원감축 필요시, 향후 재고용을 전제로 대규모 일시해고(lay-off제도)가 가능하다. 유럽은 경영상 해고의 경우 내용상 정당성을 가리지 않고 ‘절차의무 준수’ 여부만으로 적법성 판단을 내리고 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제24조는 경영상 해고 요건으로 4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② 해고회피 노력 ③ 합리적이고 공정한 대상자 선정 ④ 근로자대표 사전통보(50일전) 및 성실한 협의 진행’이다.

그 중 ‘긴박한 경영상 어려움’ 및 ‘해고회피 노력’을 특히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요건을 맞추다보면 실기(失機)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여기에 더해 ‘우선 재고용의무 규정’(근기법 제25조)이 있다. 심대한 노사갈등을 거쳐 해고한 자를 다시 재고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무기대등 원칙’(equal footing)이 지켜지고 있지 않다. 노조의 파업권이 보장된다면 사측의 조업권도 같은 정도로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고 마는 것이다. 노사대등 원칙은 노사자치주의와 함께 노동법의 2대 원칙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노측은 손쉽게 쟁의권 확보가 가능하지만 사측은 불법파업 시에도 대항권이 전무하다시피하다. 구체적으로 정리해고나 사업조직의 통폐합 등 구조조정은 경영 주체의 고도의 결단에 속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지위나 근로조건의 변경을 수반하더라도 쟁의행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대판 2002도7225 참조)

이러한 구조조정에 대한 파업은 명백한 불법임에도 노동계는 시설점거 등을 통해 파업을 밀어붙여왔으며 사용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해왔다. 그리고 해고자는 다음해 단체교섭에서 ‘복직 요구’를 아젠다로 밀고 들어오고, 대부분 관철되었다.

현대차지부 노조신문

기업이 살아야 노조도 산다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인해 “기업은 망해도 노조는 살아 남는다”는 그릇된 인식이 만연해 왔다. 해고회피 노력의 일환인 희망퇴직, 무급휴직에 대해 상급노동단체는 ‘집단거부 지침’을 내려 보내기 일쑤이다.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그보다 앞서 노사가 같이 살기 위해서라도 법과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구체적으로 경영위기 심화 이전에 선제적 인력 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영업적자 누적, 회생절차 돌입, 부도 등 ‘경영위기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기업이 사전 인력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보장돼야 한다.

그리고 경영상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전환배치, 휴업, 조업 단축시 노조가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3년 이내 해고한 자와 동일 업무 채용시 해고자 우선 재(再)고용 의무조항(근기법 제25조1항)은 마땅히 삭제되어야 한다.

무기대등 원칙이 보장되어야 노사간 힘의 균형이 이뤄진다. <표1>에서와 같이 OECD 국가 중 파업시 대체근로가 금지되는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다.

우리나라는 직장점거 파업을 허용하지만 주요 선진국은 ‘직장 밖’ 파업이 원칙이다. 작업장의 시설 및 장치는 기본적으로 ‘노조가 아닌 기업(주주)의 것’이기 때문이다. 조업단축, 휴업, 전환배치, 임금동결 등 경영상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에 노조가 불법파업을 벌이는 경우에는 ‘업무방해죄’를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해고법제가 경직적일수록, 기업은 채용 규모를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 밖에 없다. 정부도 “과도한 정규직 고용보호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2018년 기재부 청년일자리 대책)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원래는 인수합병 용어이지만 고용 관련해 게리 베커는 명언을 남겼다. “근로자를 보호하는 노동법제가 잘 정비되어 있고 노동운동이 활발한 국가일수록 실업률이 높다”라는 것이다.

고용은 원천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으로부터 나온다. 노조가 일자리를 지켜준 것이 아니라 소비자 선택이 일자리를 지켜 준 것이다. 최근 현대차에 대한 소비자의 시선이 싸늘하다. 귀족 노조가 싫어 현대차 사기 싫다는 것이다. 지금은 열대성 저기압에 머무르고 있지만 이런 시장 정서가 언제 태풍으로 돌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백척간두의 위기에 몰린 현대차다. 노조가 기득권을 내려놓을 때 근로자, 기업, 소비자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다. 아니면 공멸이다. 배가 가라앉는 데 돛대로 올라간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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