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에 거대한 전환이 다가오고 있다. 100년의 내연차시대에서 미래차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GM이 구 GM을 버릴수록 주가가 올라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증거이다. 자동차산업의 변화가 빨라질수록, 잡아놓은 집토끼보다 산토끼가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공유경제를 대표하는 우버의 기업가치가 1200억 달러(136조 원)로 GM, 포드, 크라이슬러의 3개 기업의 기업가치의 합과 같아지고 있다.
GM은 지난 3분기 최고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북미지역에서만 구GM 관련 1만 4700명의 인원을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GM은 2018년 3분기(7~9월) 실적 발표에서 25억 3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픽업트럭 등 전통적인 대형차 판매량 증가에 힘입어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6.4% 늘어난 357억 9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구 GM의 대명사 크루즈·임팔라는 물론이며 GM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볼트(Bolt)공장 조차도 폐쇄할 예정이라 한다. 대신 자율주행 전기차 ‘볼트(Bolt)’로 신 GM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GM의 결단에 트럼프 지지자들은 환호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발표한 직후 GM의 주가는 4.8% 급등했다. 신 GM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이처럼 GM은 내연기관을 중심으로 한 집토끼의 큰 활약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을 선언했다. 미래차인 산토끼를 성장시키는 데 장애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GM은 이를 자율차와 전기차를 선도하기 위해 군살 없이 민첩해지도록 하려는 혁신활동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는 우리 자동차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자동차산업은 너무 낙관적이다. 한 마디로 한국자동차산업이야말로 집토끼에 밀려 산토끼는 꼼짝도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업에는 ‘관성의 법칙’이 있다. 대기업일수록 활동적 관성(active inertia)의 힘이 강하고 이것이 기업 변신을 어렵게 만든다. 이것이 대기업을 ‘성공의 저주’에 빠지게 만들어 왔다.
과거에 성공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수록 자신의 역량을 과대하게 평가해 성공의 저주에 쉽게 빠지기 마련이다. 특히 변신의 시점에서 기존의 성공 경험은 장애가 된다. 이처럼 집토끼와 산토끼를 한 집에서 키우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전략은 분사전략이다.
새로운 동력은 새로운 조직에서 나온다
미래차 개발과 투자는 분사하는 방법 외에는 기존자동차 산업 내에서 잘 성장하기 어렵다. 미래차 개발 영역은 기존자동차와는 전략에서 많은 갈등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글은 미래의 사업을 위해서는 구글 안에서 신사업을 펼치기보다는 A-Z까지 모두 하되 별도의 사업조직을 구성해서 추진하고 있다. 구글이 지주회사의 이름을 ‘알파벳(alphabet)’이라고 붙인 이유이다.
이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가 새로운 사업은 새로운 조직에서 할 수 있도록 이미 530개 이상의 관련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유이다.
미래 사업은 플랫폼사업이고 생태계들 간에 네트워크의 외부성 효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20년 전 현대자동차가 모비스를 분리하지 못했다면 한국 자동차산업은 모듈화를 통한 오늘날과 같은 품질 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일본의 신일본제철도 30년의 주기를 두고 회사의 분리와 통합을 반복하고 있는 이유이다. 산토끼를 키우고 혁신과 변신을 하기 위한 미래 전략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산업이란 무엇일까? 노동자들이 가장 대접받는 산업이자 한국 중산층을 키우는 산업이다. 지방경제를 키우는 산업이자 전후방 관련 효과가 가장 큰 제조업이다. 이동성을 중심으로 한 4차산업의 핵심산업이자 제조업에서 파생한 고부가 서비스산업의 잠재 영역도 아주 높은 산업이다.
지금은 환경 오염의 주범이지만 미래 수소차가 성공하면 청정산업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이 미래의 친환경 자동차산업을 지켜가야 한다. 따라서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전략을 설계할 수 있는 인력들이 모일 수 있어야 한다. 산업의 진화만큼 이론적 과학적 도구를 더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2주전 1980년대 이후 세계자동차산업의 전략을 이끌어 온 전문가들이 일본에서 한 자리에 모였다. MIT의 자동차연구프로그램(IMVP)를 이어받아 와튼스쿨에서 PVMI(Program on Vehicle and Mobility Innovation)을 지속하고 있다.
이번에는 와튼스쿨, 동경대, 프랑스 에콜 폴리텍, 런던 비즈니스 스쿨이 공동으로 세계 자동차업계의 변화 과제를 토론하는 자리였다. 이때 공통적으로 제안된 주제는 CASE였다. 미래자동차는 CASE (C:connected car-연결된 자동차 A:autonomous driving·자율주행, S:sharing economy-공유경제, E:electrification-전장화)로 대표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도 이제 노사투쟁의 역사를 넘어서서 미래 자동차산업을 준비하는 방향으로 대변신을 시작해야 한다.
첫째, 분사전략을 과감하게 확대해야 한다. IOT, 미래차, 반도체, 자율주행차, 공유경제가 전부 분사의 영역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동차업체 내부에서 사내벤처 및 분사제도를 통해 미래사업으로 변신을 서둘러야 한다.
산토끼와 집토끼를 한집에 키우면 둘 중 하나는 죽는다.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도 함께 일하기 어렵다. 나눠 경쟁하라. 집토끼가 도망가 자라는 산토끼도 있어야 한다. 다수의 산토끼와 벤처기업들이 미래차에 도전하고 공유경제를 만들어갈 수 있을 때 한국 자동차산업도 세계적인 혁신 활동에 동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경쟁자가 아니라, ‘현상유지’가 敵이다
둘째, 지금 힘들어하는 자동차 관련 기업들은 이제 병원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병원비를 아끼는 환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이다. 전략을 만들고 미래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특히 지금 자동차산업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인재들의 이탈이다. 전통적 자동차산업에 머물수록 첨단 인재의 이탈은 계속될 것이다. 지금 신자동차를 준비하는 기업들은 장비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인재와 연구개발에 더 투자해야 한다. IMF 때도 연구개발과 사람을 버린 기업은 망했다.
셋째, 정부는 자동차산업을 금융이 아니라 중산층·미래·지역경제·4차 산업혁명의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 금융기관도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말아야 한다. 위험을 관리해주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미국도 2009년 GM을 금융 문제로만 봤으면 GM은 이미 없어졌다. 그러나 오바마도 GM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 GM을 만들었다. 프랑스도 푸조를 놓지 않았다.
지금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기업의 위기일 뿐만 아니라, 이 병을 치료하는 데 실패한 자동차학문과 이를 처방하는 정책의 위기이기도 하다. 이런 시기에 발생한 유성기업과 같은 불행한 사태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위기 상황에도 아직 기회는 있다. 명량해전을 앞두고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라고 말한 이순신 장군의 병법이 그 답이다. “죽고자 하면 살고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는다(必死卽生 必生卽死)”
우리의 인재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경쟁하는 세계의 천 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 경쟁자가 아니라 현상 유지가 우리 제1의 적이다(Competition is not No.1 enemy. But, Status Quo is enemy No.1.)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서울대 경영학 박사
세계중소기업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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