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사명과 한반도의 운명
유엔의 사명과 한반도의 운명
  •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인
  • 승인 2018.10.3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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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유엔의 세계인권선언이 70주년을 맞는다. 인권을 탄압하는 전체주의 독재 국가가 결국 세계 평화도 위협한다는 각성은 2차 세계대전 직후 유엔의 설립과 함께 1948년 세계인권선언으로 등장했고 그 정신은 2003년 이후 매년 세계 최악의 인권침해국 북한에 대한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유엔의 세계평화 수호와 인권개선 의지는 강력한 ‘내부의 적’들에 의해 도전 받고 있다. 북한 문제의 경우 유엔은 인권이사회 및 총회를 통해 2003년 이후 15년간 연속으로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하고 최근 4년간 안보리에서 대북제재와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 등 구체적 방안을 논의했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방해로 인해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김범수 발행인
김범수 발행인

한편 북한은 유엔 총회 석상에서 ‘북한에는 인권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오더니 급기야 지난 10월 12일에는 ‘한국의 유엔사는 괴물과 같고 유엔의 취지에 맞지 않으니 해체해야 한다’며 미군 철수 주장 등 정치적 공세로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우리 유엔대표부는 ‘회의 성격상 논의를 하기에 부적절하다’는 미온적 대답을 내놨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분담금을 내고 있는 중국은 인권 문제를 ‘개인의 권리와 인권이 아닌 국가 간 조화의 문제’로 전환시키면서 관련 예산의 축소를 요구하고 있고 실제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UNHCR)의 경우 최근 몇 년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시리아 문제에 대한 유엔의 대응을 정반대 방향으로 돌려놓기도 했다. 시리아 내전을 종식시키기 위해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시리아 봉쇄안은 무산됐고 그 대신 민간인 학살을 자행해온 시리아 정부에 대한 수천만 달러의 ‘인도적’ 지원이 결정됐다.

미국은 지난 6월 유엔 무용(無用)론을 주장하며 유엔 인권이사회를 탈퇴했다. 국가 주권과 이익을 최우선하는 트럼프 미 행정부와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유엔 간 갈등은 이제 북핵과 한반도 체제 문제를 둘러싸고 남북한 및 미북 간에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고 있는 상황에 어떻게든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의 공백은 어떻게 채워질 것이며 1975년 중국의 주도로 유엔 총회에서 결의된 유엔사 해체를 북한이 유엔에서 다시 주장하는 문제를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더 강화된 상황에서 유엔이 어떻게 다룰 것인가. 시리아 사태처럼 유엔이 미국과 반대 입장에서 한반도 문제에 중대한 영향을 행사하게 될 가능성은 없지 않겠는가.

유엔의 큰 원칙 ‘평화와 인권은 불가분’이라는 아젠다가 약화되면 세계 평화는 요원해질 것이다. 우리는 평화와 인권은 하나라는 유엔의 가치와 사명을 고수하고 요구해야 한다. 이 가치가 흔들리면 유엔은 지금 긴박하게 펼쳐지고 있는 남북한 최후의 체제 경쟁에서 한반도내 反자유민주주의 세력에 의해 反美의 도구로 전락할 것이고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 자유민주체제의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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