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체제인 남한에 대한 전체주의 독재 체제인 북한의 위협이 오직 북한의 핵과 미사일 때문인 것처럼 논의되고 있는 것이 과연 정상적이며 합리적인 것일까? 북한이 핵과 미사일만 포기하면 북한은 순한 양으로 변하고, 한반도에 평화가 도래하고 자유통일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일까?
이것은 우리가 피해갈 수 없고 정면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국가와 국민 차원의 근원적 질문이다. 만약 그러한 인식과 접근이 틀린 것이 아니라 올바른 것이라면 북한이 처음 핵실험을 했던 2006년 10월 이전에는 어떠한 위협도 없었다는 전제가 성립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기 이전, 1945년 이래 남한에 대해 군사적 도발과 심리전과 지하공작을 멈춘 적이 없었다. 1950년 6·25 남침, 1960년대 청와대 습격 시도 사건, 1980년대 버마 아웅산 폭파사건, 88서울올림픽을 무산시키기 위한 KAL기 공중폭파사건 등으로 수백만 동족과 수만의 유엔군 목숨을 앗아갔다.
2000년 이후에도 그들의 도발은 계속되어 왔다. 2010년 3월 서해 백령도 근해에서 우리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을 폭침시켜 46명의 장병들이 희생당했고, 2010년 11월 서해 해군과 민간인이 함께 하고 있는 연평도를 무차별 포격해 민간인까지 희생시켰다. 이처럼 그들이 전쟁을 일으키고 끊임없이 군사 도발을 멈추지 않는 것은 대남 적화통일을 위해서다.
북핵이 없었을 때는 위협이 없었나?
1953년 휴전협정 이래 65년 간에 걸쳐 있어왔던 북한의 수많은 도발에 대해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무력으로 보복하거나 응징한 적은 한번도 없었을 뿐 아니라 어떠한 군사 도발도 한 적이 없다. 이와 같은 사실은 과거 한반도에서 발생했던 군사적 도발과 위협은 전적으로 북한이 일으킨 것임을 증언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항상 주장하는 것처럼 미제 침략군인 주한미군은 북침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대남 군사 도발과 남침을 우리와 함께 저지하고 한반도, 나아가 극동지역에서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북한은 이 순간까지도 국제사회를 향해 한반도에서의 긴장과 위험 요소는 전적으로 주한미군인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2018년 9월 29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국은 70년 전부터 우리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해왔으며, 수십 발의 원자탄을 떨어뜨리겠다고 공갈했고, 우리 문턱에 핵 전력 자산을 끌어들인 나라”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비핵화 요구에 대해 북한은 종전선언, 평화협정, 대북제재 해제, 체제 보장, 미국의 핵우산 철거를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주한미군은 남한이 불러들인 것이 아니라 북한이 불러들인 것이다. 그들이 남침으로 한반도 적화를 시도하지 않았다면 미군이 다시 들어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용호의 발언 내용은 북한 인민들에게나 통할 수 있는 궤변이자 거짓말이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핵 보복을 공언하고 있으나 미국이 북에 대해 핵 공격을 언급한 적은 없다. 미국이 한반도에 핵 전력 자산을 끌어들인다고 주장하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한반도에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다. 이것은 북의 남침이 미군을 끌어들인 것과 같은 현상이다.
주한미군의 성격을 이해하려면 6·25 성격을 이해하여야 하고, 중국의 군사적 패권 추구를 고려해야 한다. 6·25는 표면상 남한과 북한 간의 군사적 충돌이었으나 실질적으로는 미국을 맹주로 하는 자유진영과 소련을 우두머리로 하는 공산진영 간에 벌어진 냉전시대 최초 전초전으로서 국제적 성격을 지닌 전쟁이었기 때문에 미군을 주축으로 하는 유엔군 개입은 불가피했다. 세계 적화를 꿈꾸는 공산주의 소련의 스탈린과 중국 모택동의 사주와 지원을 받는 김일성이 한반도 적화를 위해 전쟁을 일으킨 것이 6·25 전쟁이다. 이제 국제적으로 동서 냉전은 끝났으나 한반도에서는 계속되고 있고 중국이 경제 대국으로서 군사력을 확충하고 역내 패권을 노리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의 존재는 여전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은 1945년 당시의 해방군이나, 점령군이 아니며 6·25 당시의 지원군도 아니다. 지금의 주한미군은 국제사회 평화와 자유를 수호하고 확대해가려는 목표 아래 한반도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보편 가치를 함께 추구해가는 동맹군이다.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는 1차적으로 평화 유지에 있지만 한반도 평화가 아시아 태평양, 나아가 세계 평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국제성을 갖고 있다. 우리는 단순히 한반도 차원에서만 생각하고 살아갈 수는 없다. 인류의 이상을 함께 추구하며 국제사회와 더불어 살아가야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경험적 결론은 자명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대남 위협과 한반도 긴장의 수위를 높이는 요인은 될 수 있어도 위협과 긴장의 본질은 될 수 없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이유는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미국과 남한의 대북 적대행위를 저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반도 적화통일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 확보에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북한이 남한에 대해 가하고 있는 위협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북한의 ‘로동당 규약’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고, 김일성·김정일 유훈 통치 실체를 이해해야 하며,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요인들의 발언을 분석해 봐야 한다.
북한 체제 변화 없는 평화는 무용지물
북한 체제의 주체는 노동당이다. 따라서 노동당 규약은 헌법에 우선하는 최고 문서이고 국가 운영 기본 지침서이므로 여기에 명시되어 있는 주요 사항들을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1980년 6차 당대회를 치른 지 36년 만인 2016년에 열린 7차 노동당 대회에서 개정·확정된 노동당 규약에는 다음과 같은 주요 조항들이 명시되어 있다.
“김일성은 조선로동당의 창건자이고 영원한 수령이다.”
죽어서도 수령이라는 것은 김일성 사상과 김일성 유훈의 영원성과 절대성을 의미한다. 그는 사상적으로 노동계급(로동자, 농민, 인텔리, 근로인민대중)적 원칙과 사회주의, 즉 주체사회주의 사상을 견지할 것과 민족해방, 민족 자주 통일, 즉 대남 적화통일 과업에 전력하라는 유훈을 남겼다.
“조선로동당은 김일성·김정일 당이다”라는 것은 북한이 김씨 왕조의 것임을 가장 잘 드러낸 조항이다.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 민주주의 혁명 과업 수행”
이라는 노동당의 당면 목적은 노동당 규약에서 가장 중요한 조항이다. 이것은 김일성·김정일주의에 입각한 강성대국 건설과 남한에서 미군을 몰아내고 인민민주주의를 위한 남조선 인민의 투쟁을 적극 지지, 성원하여 우리 민족끼리 조국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투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야말로 김일성·김정일이 남긴 신성한 유훈이자 노동당의 존재 이유일 뿐만 아니라 북한의 남한에 대한 모든 위협의 본질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이러한 노동당의 당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므로 핵과 미사일이 제거된다 하더라도 그들의 위협은 사라질 수가 없다. 그들의 7차 당대회는 김정은의 통치 기반 구축 성공을 내외에 과시하고 핵 보유국임을 선언함으로써 김정일 이래 추구해 온 선군정치에 입각한 강성대국 건설이 마무리되었음을 확인한 대회였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은이 대회 마지막 날인 5월 9일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됨으로써 노동당은 명실공히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김씨 왕조의 사당(私黨)이 되었음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2013년 3월 당 중앙위원 전체회의에서 결정된 바 있는 ‘핵·경제 병진 노선’을 당의 항구적 전략 노선임을 확인하고, 책임 있는 핵 보유국임을 선언하면서 첫 수소폭탄 실험과 지구 관측 위성(광명성 4호) 발사 성공을 자랑한 후 통일과 국방 태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조국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책임 진 우리 당 앞에 나선 가장 중대하고 절박한 과업이다.”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나라의 방위력을 철벽으로 다지면서 경제 건설에 박차를 가하자.”
현재 북한 지도부 내에서 거론되고 진행되고 있는 제반 정황 속에서 우리는 김정은과 그 추종자들이 추구하고 있는 대남전략과 핵과 미사일개발 의도에 대해 어떠한 의문도 가져야 할 이유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김정은이 어떠한 경우에도 김일성·김정일의 유훈을 무시할 수 없다면 극단적으로 말해서 핵과 미사일은 포기할 수 있어도 한반도 적화통일이라는 가장 중대한 과업은 포기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것은 북한이 김일성·김정일의 유훈이자 당면 목표인 한반도 통일을 달성할 때까지 대남 군사 위협을 포기하거나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 하는 근거가 된다. 김정일 생존시 대외 창구 역할을 했던 김계관이나 현재의 이용호 발언에서도 거듭 확인되고 있다. 북한이 미군 철수를 주장해 무위로 끝난 1998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4자 회담’에서 김계관은 “조선반도 비핵화는 미군 철수가 함께 논의되지 않으면 결코 진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2007년 노무현·김정일 회담 당시 그는 “미군에 대한 동시 조치”를 또 다시 주장한 바 있었다.
2018년 9월 29일 유엔 총회에서 이용호가 행한 연설 내용 역시 김계관의 발언 연장선상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우리 대통령이 “북한이 미군 철수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했으나, 과거 경험에 비춰 봤을 때 믿기 어렵다. 2000년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 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북한이 주한미군 주둔을 양해한 것처럼 언급했으나 그 후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주한미군의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이 제시하고 있는 비핵화 조건들이 이를 잘 뒷받침해 주고 있다.
‘우리민족끼리’의 위험성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란 “핵무기 생산, 보유, 반입은 물론 적재 가능한 항공기, 함선의 통과, 착륙 금지와 함께 핵우산 제공 협약을 금지하며, 핵무기가 동원될 수 있는 일체의 군사훈련을 금지하는 것”이다. 이는 곧 한미동맹을 해체하고 주한미군이 철수하라는 요구 조건과 같다. 북한은 이처럼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우리의 비핵화 요구에 대해 “No”라고 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 하려는 장기 지연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북한이 남한에 대해 가하고 있는 군사적 위협과 한반도에서 야기하고 있는 긴장은 사상에서 교조주의적 주체사회주의, 소위 김일성·김정일주의와, 정치에서 김일성·김정일 유훈정치와, 국가체제에서 기괴한 전체주의 독재체제와 노동당 규약에 명시된 적화통일이라는 당면 목표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므로 단기간에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경험적으로 판단할 때, 북한이 대외적으로 선의의 손짓을 보일 때가 더 위험하고, 대화가 무위로 끝났을 때 더 공세적이고 난폭한 모습을 보여 왔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확실한 결과가 있기 전까지는 어떤 경우에도 그들의 말을 믿으면 안 된다. 북한 체제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자유와 인권이 허용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그러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책이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안보태세와 동맹국과의 공동 노력이다.
1960~70년대 시각으로 송건호와 박현채 등이 쓴 <해방 전후사 인식>이나 이영희가 쓴 <전환 시대 논리>에 세뇌된 친북 지식인들이나 정치인들이 ‘우리민족끼리’라는 슬로건을 내걸면서 대중을 선동하지만 이 표현 만큼 비현실적이고 사기성이 짙은 것도 없다. ‘민족끼리’라고 하면서도 국군포로와 납북인사에 대해서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지구상에서 동족 간 서신 왕래 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 북한이다.
우리들에게 ‘민족’이란 마력을 지닌 단어이다. 북한의 대남 일꾼들과 남한의 친북 인사들이 ‘우리민족끼리’를 주문처럼 읊어대고 있지만 오늘날 문명사회에서 퇴출되고 있는 표현이자 고립과 퇴행을 자초하는 표현이다. 특히 사회주의 체제에서 ‘민족’이란 금기시되는 단어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우리민족끼리’라고 하는 것은 대남전략용으로 요긴하기 때문이다.
북한 사회에서 민족, 국민, 시민과 같은 단어는 사용되지 않는다. 그들에겐 오직 노동자가 있을 뿐 민족은 부르주아 언어로 규정하고 있다. 노동당 규약은 조선노동당을 “로동자, 농민, 인테리, 근로인민의 당”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민족이라는 단어는 없다. 그럼에도 그들이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는 것은 남한 국민을 기만하고, 반미반일 정서를 조장하며, 한미동맹 체제를 와해시키려는 계산된 대남 적화통일용 투쟁 용어이다.
김일성이 권력을 잡자마자 가장 우선적으로 취한 조치는 그들이 말하는 적대계급 제거였다. 그 중에 민족주의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조소앙과 같은 민족주의자들을 제거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계급이 민족보다 우선하고 민족주의자들이 위험 분자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다.
오늘날 남한의 친북좌파들, 반미반일 민족주의자들은 21세기 이 땅의 위정척사(衛正斥邪)꾼들이다. 19세기 말 조선의 위정척사는 중국사상(주자학)을 정도(正道), 정학(正學)이라 하여 존중하고 서구 사상을 사도(邪道). 사학(邪學)이라 하여 배척하면서 쇄국정책에 집착한 탓으로 왕조가 망했다면, 지금의 위정척사꾼들은 민족자주, 주체사회주의가 정도이자 정학이고, 친미친일 자본주의를 사도와 사학으로 반대하고 비판함으로써 보편 가치를 지향하는 글로벌 시대를 역행하는 고립과 퇴행을 자초하고 있다. 1953년 7월 휴전협정 조인 당사국은 미국, 중국, 북한이고 대한민국은 빠져 있다. 이제 와서 그것이 사문서인 것처럼 우리 문제를 우리끼리 알아서 처리하자고 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북한 체제 변화 노력과 인권 포기하지 말아야
누가 평화와 통일을 반대하겠는가! 다만 조건 없는 평화와 통일을 경계하고 자유가 있는 평화와 통일을 바랄 뿐이다. 당연히 자유가 없는 평화와 통일을 반대하고 자유가 있는 평화, 자유가 있는 통일을 바라는 것은 헌법 정신이자 대한민국 국민의 신성한 책무다.
남북 문제,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는 정치 지도자와 정치인들의 상품이 되고 무책임한 학자들의 장난감이 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5년 한시적 정부와 집권당이 자신들만의 생각과 기준으로 한때의 집권용이나 선거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일방적으로 마무리하려고 시도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YS가 대통령 되기 전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고 했던 일, DJ가 햇볕정책으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장담했던 일, 노무현이 북한의 핵은 자위용이라고 옹호했던 일, 박근혜가 통일은 대박이라고 허풍을 떨었던 일은 그 모두가 메아리 조차 남기지 않았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남북 문제와 관련된 정책만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범정부, 범정당, 범국민 차원에서 다뤄져야 하고, 원칙성과 연속성과 계속성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국민과 국가, 민족 장래에 영원한 영향을 주는 가장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북한이 결코 근원적인 체제 변화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비관적 입장을 취해야 하지만 시간의 경과와 함께 우리가 추구하고 누리고자 하는 인류 보편 가치와 이에 근거한 자유주의 체제가 최후의 승리를 거두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낙관적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우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이상으로 북한 인민의 자유와 인권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며, 북한 체제 변화를 촉구하고 이를 지원해야 한다. 중국의 급부상과 아시아 태평양 패권 추구는 미국으로 하여금 유럽 중심, 대서양 중심 대외정책에서 아시아 중심, 태평양 중심 대외정책으로의 전환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는 시기에 한반도가 냉전 당시와는 또 다른 차원의 중요성을 띠지 않을 수 없는 국제적 무대가 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국민적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중국을 멀리하고 미국과 가까워지면서 개혁·개방의 길을 택한 베트남 모델을 답습할 것처럼 주장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북한 체제의 특수성을 가볍게 보기 때문이다. 북한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월남의 경제·사회 발전 모델이 아니라 월남의 통일 모델일 것이다.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고, 미군을 철수시키고, 무력으로 월남을 흡수통일했던 과정을 답습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믿는 것이 합리적이다.
한 나라의 역사가 그 나라 국민의 거울이고 인류의 역사가 인간의 거울인 것처럼 우리는 지나간 역사를 거울삼아 대화는 하되 속아서 낭패당하는 일은 피해야 하고 평화와 통일을 소망하되 서둔 나머지 실패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허화평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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