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실리콘밸리를 그리다...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회사는 뭐가 다를까?
[신간] 실리콘밸리를 그리다...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회사는 뭐가 다를까?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8.16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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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순간적으로 느끼는 기분일 뿐이지만, 인간은 불행하게 살 수 없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고 믿는 저자 중 1인은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컴퓨터 만지는 걸 좋아했지만, 한국에서 문과대에 들어갔고 유학 중에 실리콘밸리의 IT 회사에 들어갔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갓 입사했을 때 매니저와의 첫 미팅은 충격이었다. 
매니저가 대뜸 이렇게 물었다. “Are you happy?” 

응? 이게 무슨 말이지? 나는 이 말이 몹시 어색했다. 회사 생활은 누구나 그렇듯 늘 바쁘고 힘들고 정신없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뭔가 찜찜함과 함께 죄책감을 느끼던 나에게 그것은 정말 이상한 질문이었다. 잠시 숨을 고른 나는 안부를 묻는가 보다 하고 형식적으로 답했다. 

Yeah, I am. How are you today? 
매니저는 인사를 받고 또다시 물었다. 
I’m good. Are you really happy? 
응? 진짜 행복하냐고? 나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회사를 사랑하며 충성심을 가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매니저가 웃으면서 또 이렇게 물었다. 
“Are you really really happy?”

회사가 직원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직원들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불행하다면 그 회사에 과연 미래가 있을까? 회사가 직원의 복지를 챙기고, 직원들 간 소통을 살피고, 연봉 및 각종 보상제도를 개선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만약 회사에 있는 것이 불행하다면 그 직원은 회사를 떠나 자신에게 더 맞는 곳을 찾아갈 것이다. 실리콘밸리 회사들이 직원의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이유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할까? 
실리콘밸리의 직장 동료에게 4차 산업혁명을 물어보았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들어본 적 있어?” 
“응? 산업혁명이 네 번 있었다고? 내가 알기로는 한 번뿐인데?” 

우리나라는 단연 기술 선진국이다. 반도체, 가전제품, TV를 만드는 기술력은 세계 최고다. 하지만 우리가 선두에 서 있지 않은 것도 많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공유 경제, 소셜 네트워크 기술은 실리콘밸리가 주도하고 있고, 이를 묶어서 우리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라 부른다. 
 


그런데 실리콘밸리 회사가 시작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뛰어난 기술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구글은 박사 과정 학생들이 고안한 검색 기술로 회사를 세웠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웹사이트에 불과했다. 트위터 역시 만들기 쉬운 앱이다. 에어비앤비, 우버에도 특별한 기술은 없다. 

그러면 역시 아이디어가 답일까? 사실, 그것도 정답은 아니다. 비슷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제품을 만든 회사가 전 세계에 수도 없이 많다. 

실리콘밸리 회사들이 세계를 제패한 이유는 바로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이다.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사람들에게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롭고 편리한 경험을 제공한다. 아이폰을 만든 애플을 시작으로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테슬라, 에어비앤비, 우버 등은 그때까지 불가능했던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물론 새로운 기술들이 큰 역할을 했지만, 실리콘밸리 회사에서 기술은 도구일 뿐 추구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오직 자신의 제품을 발전시키는 데만 관심이 있다. 

제조업에서는 기술이 중요하다. 다른 회사 제품과 차별화하는 요소가 기술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새로운 기술을 통칭할 개념으로 아주 유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 기반 제조업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의 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제품이다. 이제 우리나라 기업은 추구할 것과 취할 것, 버릴 것, 그리고 그에 따른 직원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실리콘밸리 기업이 제품을 만들어내는 방식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회사와 우리나라 회사는 무엇이 다를까? 

‘4차 산업혁명’도 잘 모르는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어떻게 일하기에 인공지능, 블록체인, 공유 경제, 소셜 네트워크 기술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걸까? 

그 기본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기업 문화, 일하는 사람에 대한 적절한 대우와 보상, 그리고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워도 기존의 업무 처리에 무리가 없도록 하는 정보 공유 시스템 등에 있다. 
먼저,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은 미션이 분명하다. 테슬라와 솔라시티는 지구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우버는 교통 문제를 해결하고, 에어비앤비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자기 집처럼 느낄 수 있는 시설과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구글은 정보를 조직해서 누구나 접근하기 쉽도록 하는 데, 페이스북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이런 미션들은 특정 시장이나 나라가 아닌, 전 세계 사람들의 문제와 관계가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구의 문제를 이해해야 한다. 한국인들끼리만, 중국인들끼리만, 독일인들끼리만, 남성이나 또는 여성끼리만 모여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에서는 전 세계 인재를 두루 받아들였고, 그것이 다양성 존중 문화의 한 토대를 이루었다. 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하고 쉬운 규칙과 함께 혁신과 창의성을 낳는 모태가 되었다. 

다음으로, 일하는 사람에 대한 적절한 대우와 보상이다. 회사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연봉이 높다. 거기에 더해 실리콘밸리가 인재를 끌어모으기 위해 만든 주식보상제도가 제 역할을 톡톡히 있다. 실제로 이 책의 저자 1인은 구글과 페이스북에서 입사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주식보상제도에 대한 기대로 당시 비상장 회사였던 트위터에 들어갔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스타트업 간 임금 격차 또한 크지 않다. 재택근무 및 유연근무, 휴가, 휴직제도도 거의 차이가 없고, 회사가 성장하면 근무 환경과 복지는 크게 좋아진다. 
한편 실리콘밸리에서는 이직이 쉬운 만큼 해고도 쉽다. 그러나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치부하기보다는 그 회사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 뿐이므로 자신과 맞는 회사를 찾아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은 정보 공유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 정보 공유는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회사’를 추구하는 실리콘밸리 회사의 필수 조건이다. 그 덕에 직원들이 재택근무나 유연근무,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직원이 갑자기 회사를 나가도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다른 회사로 이직했을 때도 업무에 필요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빨리 적응할 수 있다. 
한편으로 정보 공유는 직원의 의사 결정 권한을 확대했다. 위계가 중요한 대기업에서는 위로 올라갈수록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에, 정보가 거의 없는 평사원은 결정권이 없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서는 정보를 최대한 공유하기에 직원이 그것을 토대로 자기 업무(역할) 분야 전문가로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직원은 자신의 의사 결정이 실패하지 않도록 팀원 및 주변인과 의사소통을 하고, 회사는 직원들의 전문성과 의사 결정을 존중한다. 

제조업 기반 회사에서는 위로 갈수록 정보의 양이 많고 위계가 분명한 것이 조직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오픈소스를 기본으로는 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나 테크 산업에서 정보 공유는 정말 중요하며, 그것은 직원의 업무 자율성과 함께 효율성, 책임성을 높인다. 앞으로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산업과 시야가 확대된 글로벌 인재들을 염두에 둔다면, 이 부분은 우리나라 기업의 성장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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