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의 타깃이 된 KBS 이사들
언론노조의 타깃이 된 KBS 이사들
  •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8.07.23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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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KBS 차기 이사에 지원한 이들 중 언론노조 진영으로부터 빈번한 공격에 시달렸던 이가 있다면 조우석 이사(현)와 황우섭 전 KBS 심의실장이다. 이번 공모자 명단이 발표되자 어떤 매체는 제목으로까지 뽑아 ‘동성애 혐오자가 KBS 이사에 또 지원했다’며 조 이사를 공격했다. 황 전 심의실장에 대해서는 과거 ‘추적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편에서 심의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부적절한 지원자로 낙인찍었다. 오랜 시간 동안 미디어를 관찰하고 분석해 글을 써온 필자는 언론노조 측이 발톱을 세운 인사들은 대개 언론노조가 하는 일에 방해가 되는 인물이거나 아니면 역공작을 위해 필요한 ‘작업’의 대상이기 때문이라는 걸 안다. ‘작업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실제로는 별 볼일 없는 인물이지만, 언론노조 입장에서 컨트롤하기 쉽다는 등 다른 이유로 보수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도록 미끼를 던지는 일종의 공작 차원에서 하는 공격이라는 뜻이다.

혐오가 일상화된 이들의 허술한 혐오 논리

오랜 세월 동안 언론노조로부터 공격을 받아온 조우석 이사와 황우섭 전 심의실장은 앞의 사례에 해당된다. 분명한 것은 두 사람은 각자 위치에서 자기 철학과 소신대로 목소리를 내고 제 할 일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중요한 시기 이들에 대한 부당한 공격과 음해에 대해선 필자라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조 이사에 대한 언론노조 쪽의 비판 논리를 보자. 이들은 조 이사가 동성애 혐오자라 공영방송 이사로서 자격이 없다는 주장을 한다. 그게 문제라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2015년부터 매년 서울 한복판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한다는 80%가 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 서울시민의 자격이 없다는 얘기일까. 동성결혼을 반대한다는 73.9% 국민들은 동성애 혐오자이니 국민자격이 없다는 것일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서울시 퀴어문화축제 개최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올린 글에 찬성한 20만이 넘는 국민은 동성애 혐오자라 KBS 이사에 지원할 자격도 안 되는 사람들일까.

대한민국 국민 중 극히, 그야말로 극히 일부에 불과한 성소수자의 권리를 다수의 권리보다 앞세워 “혐오는 안 된다”고 거품을 무는 언론노조 진영이야말로 늘 달고 사는 게 혐오발언이다. 이들의 보수혐오, 자유우파에 대한 혐오, 박정희 등 산업화세력에 대한 혐오, 이승만과 건국 등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혐오, 야당에 대한 혐오, 기업에 대한 혐오 등 분야별로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광적인 혐오 증세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수신료를 납부하며 언론노조 목구멍에 밥을 떠먹여주는 대다수가 바로 언론노조가 혐오발언을 쏟아내는 대상, 즉 이들 국민이다. 조 이사의 동성애 비판은 표현과 사상의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당연한 상식에 속한다. 그것조차 못 마땅해 소수만 편드는 편협하고 왜곡된 논리로 공영방송 이사자격이 없다고 따지는 것은 정신병적 발작증세이지 상식적 비판이라고 볼 수 없다.

KBS 성평등센터 이름을 중립적으로 바꾸라는 조 이사 제안에 언론노조 진영이 삐딱하게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여당 이사는 “KBS 내부에서 동성이든 이성이든 성적 희롱을 당하거나 폭행을 당해선 안 되는 것 아닌가”라며 “수간이나 소아성애를 어떻게 동성애와 병렬에 놓고 비하할 수 있나. 공공기관 이사회에서 이런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는데, 이런 태도야말로 공영방송 이사로서 자질이 부족한 것 아닌가.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 KBS는 어떤 기구를 만들던 정책을 펴던 한 마디로 모범이 돼야 한다. KBS 내부 일을 처리하기 위한 기구인데 이름가지고 왜 삐딱하게 구냐는 사고방식으로 공공기관 이사회에서 발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단견에 불과하다. 조 이사가 5·18 광주사태와 4·19를 폄하했다는 비난도 마찬가지다. 인권을 짓밟고 인간성을 말살하는 다 망해가는 북한 김씨 왕조체제를 물고 빨기 바쁜 이들이 “반대한민국 기조 바꾸겠다”는 각오와 그에 합당한 철학을 가지고 직무를 수행해온 조 이사가 공영방송 이사 자격이 없다고 헐뜯는 것이야말로 적반하장이다.

공영방송을 이해 못하는 궤변의 잔치

황우섭 전 KBS 심의실장의 경우는 그가 심의실장을 하던 시절 추적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편을 끄집어냈다. 보도에 의하면 황 전 심의실장이 “불방 파문을 빚은 KBS ‘추적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편이 우여곡절 끝에 방송하게 된 상황에서 심의가 끝난 후 일부 장면 삭제를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기사 문장을 보면 즉 내부 심의가 끝났는데 뒤늦게 일부 장면 삭제를 요구해 문제라는 얘기로 들린다. 그렇다면 이 비판 역시 황당무계한 억지다. 여론에 영향을 줄 민감한 프로그램이라면 내부 심의절차가 끝났다 하더라도 방송 전에 어떤 문제가 발견될 경우 심의실장은 당연히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안 하면 직무유기 아닌가. 이 프로그램은 방영 당시에도 여러 논란과 문제를 낳았다. 소위 간첩혐의를 받는 자이고 현재 재판중인 사건을 다룬 시사프로그램임에도 불편부당한 관점이 아니라 간첩혐의를 받는 주인공을 일방적으로 편들어 혐의를 지워주려는 내용이었다.

설령 그 사건 주인공이 나중에 무죄를 받았다 하더라도 공영방송 KBS는 재판이 진행 중인 당시 그 사건을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게이트키퍼로서 끝까지 그 사건을 꼼꼼하게 살펴봤던 황 전 심의실장이 문제인가, 아니면 처음부터 어떤 의도를 가진 것처럼 보이도록 한쪽 편의 시각만 고집했던 제작진이 문제였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편은 그 당시 숱한 논란을 거듭하다 “재판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컸다”, “국정원의 주장을 균형 있게 다루지 않았다”고 판단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란 중징계 제재를 받기도 했다. 황 전 심의실장이 자기 업무인 프로그램 심의를 꼼꼼히, 열심히 했다는 이유로 공영방송 KBS 이사가 되기에 부적절하다는 주장을 하는 건 지나가던 소도 웃을 황당한 코미디다. 아무리 상식이 뒤집혀가는 수상한 세월이라지만 자기 할 일 열심히 한 사람이라 이사자격이 없다니, 그런 억지가 어디 있나. 국민 상식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궤변일 뿐이다.

황 전 심의실장은 그 위치에서 책임을 다 하다 언론노조와 좌파매체로부터 숱하게 공격당했다. 비겁한 세상에서 하이에나 떼와 같은 상대진영의 공격을 받으며 불이익을 감수하고 자기 책임을 다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언론노조 쪽이 KBS 이사 지원자 명단에 있는 그를 보자마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헐뜯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이제 공영방송 이사 공모절차가 다 끝나간다. 곧 차기 이사들 면면이 드러날 것이다. 그동안 돌던 숱한 소문이 사실이었는지 여부도 확인하게 될 것이다. KBS 이사,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자격, 어렵지 않은 문제다. 필자가 강조했던 감시와 견제를 위한 연속성의 원칙, 변화의 원칙, 낙하산 금지 이 세 가지 원칙만 지키면 된다. 방송정상화를 위해 언론노조가 장악한 KBS, MBC 내부 사정을 꿰고 있는 인물,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전문성 갖춘 개혁적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학맥, 인맥 등 연줄에 기댄 낙하산 인사 금지 원칙도 절대적인 요소다. 언론이 죽은 절망의 시대에 이번 공영방송 이사 선임으로 한줄기 희망의 빛이라도 발견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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