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는 보수 정치세력의 참담한 실패로 끝났고 전날 6·12 싱가포르 미북 회담은 CVID라는 북한 비핵화는 커녕,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의 위기로 치달았다.
변화에는 운명이 따른다. 한반도를 둘러싼 급속한 내외적 변화는 곧 다가올 하나의 운명을 기다리고 있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후보 토론에서 자신의 통일 방안으로 밝혔던 ‘남북연방제’가 그것이다.
6·12 싱가포르 회담의 결과를 예측하고 그 결과 ‘주한미군 철수 - 한미동맹 붕괴- 남북연방제 - 남한 적화통일의 프로세스’를 정확하게 예측했던 사람이 있었다. 작고한 황장엽 비서가 그 주인공이었다. 2006년 5월, 황장엽 비서는 북한민주화동맹 위원장 자격으로 북한자유방송과 인터뷰했다. 황 비서는 인터뷰에서 ‘북한은 현재 무력으로 인한 남침 공격보다는 친북반미세력 성장을 통한 남북연방정권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분명이 말했다. 그 발언 내용을 직접 들어보자.
“6·25 전쟁이 실패하니까 북한은 전쟁의 방법과 내부와해 방법, 두 가지를 병행했습니다...특수부대를 직접 내려 보내 지하당을 꾸리는 것은 비용도 많이 들고 비밀보장도 곤란하기 때문에 학생들 속으로 고도로 훈련된 요원들을 침투시켰지요. 그것이(내부침투) 386세대까지 연결, 오늘날에 와서 효과를 발휘해 친북반미세력이 상당히 장성한 것입니다…처음(내가 남한으로) 넘어올 때 북한이 5년을 못 간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더 힘들어졌어요…북한 핵문제는 자꾸 시간을 끌다보면 김정일이 미국한테 달라붙어서 ‘핵무기를 버리고 남침도 안 할 것이며, 미국의 투자도 다 허용한다’는 감언이설로 속일 겁니다. (김정일은) 그 대신 미군 철수와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남북통일은 우리 민족끼리 하도록 내버려 두라고 (미국에)요구할 겁니다. 이걸 만약에 미국이 승인하는 경우에는 여기에 친북정권과 연방정권을 세우는 전략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12년전, 황장엽 비서의 증언은 오늘 미북 회담의 상황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다.
2017년 4월 25일 JTBC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낮은 단계 연방제’ 문제로 충돌했다. 이날 토론이 열리기 며칠 전, 문재인 후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3주기 행사에 참석해 “남북국가연합 또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실현해서 김대중 대통령이 6·15 선언에서 밝힌 통일의 길로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던 것이 발단이었다.
토론회에서 유승민 후보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에 찬성하느냐”고 질문했다. 문재인 후보는 “낮은 단계 연방제는 우리가 주장하는 국가연합하고 별로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대답은 문재인 후보로서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남북관계를 북한의 ‘낮은 단계 연방제’를 수용해서 하겠다는 공약과 같은 것이었다. 황장엽 비서의 우려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낮은 단계 연방제’는 북한의 기만술
그렇다면 북한이 주장하는 ‘낮은 단계 연방제’란 무엇인가. 2000년 10월 6일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안경호 서기국장은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 제시 20주년 기념식’ 연설 보고에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북과 남에 존재하는 두개 정부가 정치ㆍ군사ㆍ외교권 등 현재의 기능과 권한을 그대로 갖게 하고 그 위에 민족통일 기구를 내오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즉 북한은 북한식 전체주의 수령제를 계속하고 남한은 민주공화제를 하되, 남북 쌍방의 대의원들로 구성된 ‘민족통일기구’를 통해 남북간의 공통된 사안들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방안에 찬성한다는 것인데, <3층 서기실의 암호>로 북한 지도부의 실상을 낱낱이 폭로한 태영호 공사는 낮은 단계 연방제에 대해 단호하게 ‘북의 기만술’이라고 말한다.
“그건 기만입니다. 연방제 통일이라고 하는데, 그건 남한 국론을 분열시키기 위한 기만술입니다. 통일을 한 번에 할 수 없으니 단계적으로 가자. 통일 정부를 만들어서 외교, 안보를 담당하게 하고, 남과 북 사이에 차이점이 없어지면 통일로 간다? 이건 완전히 기만입니다. 북한 사람치고 그걸 믿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실현 불가능합니다.” <2017년 2월 월간조선 인터뷰>
태영호 공사는 북한 사람치고 남과 북이 각각 주권을 유지하며 통합을 모색하는 낮은 단계 연방제를 믿는 이들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과 북한 지도부가 생각하는 남북연방의 목적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작고한 황장엽 비서가 생생하게 증언했다.
“우선 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철수가 이뤄지고 그래서 친북반미세력들이 자신의 정권을 공고히 만들었을 때 북한은 하룻밤에 100만 특수부대를 내려 보낼 겁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북한의 전략무기는 바로 이 특수부대에요...(중략)..가만히 놓아두면 이들이 연방제를 선포할 때가 머지 않았습니다. 평화주의라는 가면을 쓴 이따위 것들이 자기 부모들이 해 준 따뜻한 밥이나 먹었지, 고생이나 해봤는가.” -2006. 11. 6 북한민주화동맹 안보 강연-
황장엽은 북한내 최고 대남 전략 기획통이었다. 그가 모르는 대남전략은 있을 수 없다. 진보매체 오마이뉴스은 황장엽의 이런 발언에 ‘막말’이라는 평가를 부여했다. 한국의 좌파진영은 북한의 낮은 단계 연방제를 지지한다는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국가연합과 차이가 없어서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낮은 단계 연방제는 북한 정권이 주장하는 통일 방안을 말한다. ‘1민족-1국가-2제도-2정부’의 원칙에 기초해 남북체제의 공존을 인정하되, 하나의 연방국가가 두 개의 지역정부를 관할하며, 국방권 및 외교권을 지역정부에 대폭 이양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낮은 단계 연방제의 골자이자 핵심은 서로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주요 국익 사항을 남북한 동수의 의원으로 구성된 최고회의에서 결정하자는 주장이다. 이때 남북은 서로의 상대체제에 대해 간섭하지 못하지만, 주요 국가의 정책은 “남과 북의 인구비례가 아닌 남북한이 서로 같은 수의 대표를 선발”해서 회의체를 만들어 결정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때 가령 남북이 각각 50명씩 대표를 내서 최고회의를 만들면 남쪽 50명 대표 중 북쪽 편을 들어 정책을 결정할 사람들로 인해 북한 주장만 관철되는 점이 문제가 된다. 예를 들면 통진당 이석기와 같은 인물들이다. 북한의 대의원 가운데 남한 편을 들 대의원들은 없다.
이러한 낮은 단계 연방제는 바로 높은 단계 연방제로 이어지고, 높은 단계 연방제는 북한과 좌익세력의 일관된 주장들인 ①국보법 철폐 ②주한미군 철수를 전제로 하기에, 곧 고려연방제로 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결국 북의 ‘적화통일’완수로 끝나고 만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연구해온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미래한국과의 좌담에서 이렇게 말한다.
“낮은 단계 연방제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남북이 낮은 단계 연방제로 통일을 하게 되면, 남북이 1국가를 형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먼저 남한에 있는 외국군(미군)의 철수 문제가 자연스럽게 제기되어 미군이 철수해야 합니다. 공산당의 활동을 합법화시켜야 하고 북한 자치정부를 고무, 찬양 등의 이적행위를 처벌하는 국가보안법도 폐지되어야 합니다. 결국 낮은 단계 연방제로 느슨한 통일을 한 다음, 우리 내부의 체제 보위 장치를 하나 둘씩 해체하여 우리 내부의 군사적 공백과 사회 혼란을 조성한 다음에 남한 내부혁명을 성사시시거나, 북한 자치정부에 의한 남침전쟁으로 공산화 통일을 성사시키려는 의도인 것이죠.” <2018. 6. 13 미래한국 좌담회>
남북국가연합도 통일 전에는 위헌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제안했다는 ‘남북국가연합’은 또 무엇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북한의 ‘낮은 단계 연방제’와 노태우 정부 시절 제안된 ‘남북국가연합’에 차이가 없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국의 남북국가연합이 1민족-2국가-2제도-2정부를 유지해 연방국가 없이, 두 지역 국가 간에 남북연합 정상회의, 남북연합 각료회의 구성 등 협력기구를 제도화해 이를 통해 남북 간의 의사를 통일시켜 나가는 반면, 북한의 낮은 단계 연방은 1민족-1국가-2제도-2정부를 유지해 연방국가를 두어 두 지역정부를 관할하도록 하는 것에 일단 차이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89년 노태우 정부에서 북방정책의 연장에서 제의된 남북국가연합 자체가 실효성을 의식해 제안된 것이 아니어서 합헌성을 결여하고 있었다는 것이 많은 정치학자들과 헌법학자들의 지적이다. 우리 헌법은 북한에 대해 미수복지구로 규정할 뿐, 북한을 ‘국가’ 지위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남북을 통틀어 ‘단일국가’로 인정할 뿐이며, 그렇기에 북한은 그 전역(全域)이 대한민국이 회복해야 할 ‘빼앗긴 땅’, 즉 실지(失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남북(국가)연합에 대해 그 헌법적 개념의 모호성을 남궁영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이렇게 지적한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서 과도적 통일체제로서 제시하고 있는 남북연합이란 구체적으로 어떠한 성격의 결합 형태를 말하는 것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를 다분히 남겨놓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와 같은 특수한 결합 형태는 역사적 전례가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남북연합이라는 용어 자체가 단순한 지역적 결합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남북연합의 영문 표기를 ‘the Korean Commonwealth’로서 병기하고 있을 뿐 그것이 기존의 여러 역사적 사례나 이론 모형 가운데서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준거로 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내부적으로 남북한이 서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있어서 실제적 관계(2개의 국가)보다는 명분적 관계인 ‘민족 내부의 특수 관계’에 집착하여 남북연합의 성격적 모호성을 초래하였다.“ - 남북한 통일 방안 재고찰: 연합제와 낮은 단계의 연방제.(2000. 9 통일경제)
노태우 정부에서 제안된 남북국가연합 자체가 이러한 흠결을 갖고 있다면 남북연방제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남북연방의 위헌성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 제성호 중앙대 교수(법학)의 주장을 들어보자.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부는 헌법 제66조 제2항에 따라 국가의 독립(주권), 국가 계속성 및 헌법 수호의 의무를 진다. 또한 헌법 제4조에 따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추진할 의무가 있다. 결국 대한민국 정부는 마땅히 단일국가로서의 국가 정체성을 유지하고 대한민국이 완성국가라는 입장을 견지하는 가운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 이는 현행헌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헌법규범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어느 정부가 법률이나 남북합의서 등 하위규범에 의해 명백히 불문헌법(관습헌법)의 지위를 갖는 대한민국의 단일국가성을 무시·파괴하고 연방제 통일을 추진할 경우, 이는 그 자체로 반헌법적 행위가 된다. 그러한 위헌적 행위를 시도하는 자는 물론 탄핵소추의 대상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하에서 북한식 연방제 통일의 위헌성> 법학논문집 제40집 제2호
위헌적 남북연방 추진하면 탄핵소추 대상
제성호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대한민국 위정자들이 북한과 ‘낮은 단계의 연방’을 추구할 경우 위헌 탄핵의 대상이 됨을 주장한다. 이러한 해석은 우리 헌법재판소의 관점과 다르지 않다.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문(2013헌다1)’을 통해 북한을 추종하는 통진당이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 이후 추진할 통일국가의 모습은 과도기 단계인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거친 사회주의 체제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당시 안창호, 조용호 헌법재판관은 ‘북한식 연방제 통일’의 결론은 ‘남한 적화’란 취지의 ‘보충의견’을 냈다. 결정문의 이 부분을 직접 읽어보자.
“피청구인(통합진보당)이 주장하는 연방제 통일과 관련하여 보건대 (중략) 남북 총투표는 변혁의 대상인 ‘수구보수세력’ 등이 배제된 민중만이 주권자로서 참여하는 투표를 의미하고, 북한에서는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의 ‘수령’과 ‘조선노동당’의 의사에 의해 주민의 의사가 결정되므로, 비록 남북 총투표로 통일헌법을 제정하고 통일국가를 형성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남북한 주민 전체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중략) 피청구인 주도세력이 ‘1민족·1국가·2체제·2정부’의 연방제 통일방안을 주장하는 것은 결국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를 추구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문(2013헌다1)
하지만 이러한 헌법적 규범 문제는 더 이상 문재인 정부에서는 유효해 보이지 않는다. ‘그 놈의 헌법’이라고 했던 변호사 출신 故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이자, 그의 비서실장이었던, 그리고 역시 변호사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헌법에 대해 노무현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낮은 연방제와 우리의 남북국가연합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던 것은 아닌가. 적어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은 헌법이 명령하는 ‘자유민주통일’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바야흐로 미북 회담의 진행과 남북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오랫동안 기도했던 남북연방제는 그 이름이 남북연합이든 무엇이든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속도는 대단히 빠를 것이고 북한의 입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와 동맹진영의 불만 속에 입장을 번복하기 전에 속히 남한을 자신들의 지배하에 두고자 속도전을 펼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는 남북연방으로 가기 위한 로드맵으로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남북경협 플랜을 입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남북연방이 내전으로 간 예멘
하지만 2014년 제정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13조(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의 수립)2항에 의하면 ‘기본계획은 통일부장관이 남북관계발전위원회의 심의 및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이를 확정한다. 다만, 예산이 수반되는 기본계획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개정 2014. 5. 20>’고 되어 있다. 결국 북한에 퍼주기를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를 얻는 문제가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북에 대한 묻지마 퍼주기에 반대하는 보수 정치세력을 ‘민족적 반동’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특히 6·13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의 패퇴를 내세워 그 압박과 선동의 양상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그들의 통일 숙원 사업인 ‘낮은 단계 연방’을 위해 2020년 총선에서 개헌선을 돌파할 정치 플랜을 세울 것으로도 예상된다.
무엇보다 남북연방제와 같은 이질적 체제의 결합은 내전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남궁영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연방제(대외적으로 1국가) 하에서 지역정부의 군대 보유 또는 군사권을 인정할 때, 남북 지역정부간 의견 차이나 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되지 못할 경우 남북 예멘의 사례와 같이 내란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지역정부가 다수가 아닌 2개 지역정부로 구성된 연방국가의 경우 그 위험성은 더 크다는 점도 강조한다. 더구나 고려연방제든, 낮은 단계 연방제든, 남한과 북한의 체제적 이질성을 전제로 연방제를 상정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이질적 체제를 가지고 남북 연방을 추구했던 예멘의 경우, 내전으로 그동안 8670명이 숨지고 4만 9960명이 부상당했다고 2017년 유엔은 집계했다. 240만 명이 난민이 되었고 2070만 명이 인도적 구호 대상이 되는 등 살인적인 식량 위기마저 엄습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콜레라 창궐로 2211명이 숨졌다.
예맨의 내전을 연구했던 육군 군사연구소 지역분쟁연구관 조상현, 이동식 등은 내전의 원인으로 ‘이질성이 다분히 내포된 양측 경제의 통합에서 기인한 경제 침체를 동반한 문제점’을 중요한 한 요소로 지적하기도 했다.
연방제 추구했던 예멘 내전의 참사
고대 예멘은 아라비아 펠릭스(ArabiaFelix) 즉 ‘행운의 아라비아’로 불렸다. 이는 예멘이 육지와 바다의 가장 중요한 무역로에 위치해 막대한 부를 누렸고 유황과 몰약으로 무역이 번창했기 때문이다. 이런 지정학적 중요성이 제국주의시대에는 강대국의 간섭과 식민지로의 전락 원인이 되었고 근래에 들어서도 남북으로 분단되어 냉전시대의 양극의 대리전쟁을 경험한 바 있다. 1980년대 말 탈냉전과 구소련의 몰락, 공산권 붕괴 등에 영향을 받아 남북 양측이 통합에 합의해 1990년 통일을 이뤘으나 예전의 명성과는 대조적으로 아라비아 반도에서 최빈국의 상태에 놓여 있다.
예멘이 다른 분단국가에 비해 외세나 주변국의 간섭 없이 통합이 이뤄진 것은 민주주의 대 공산주의로 이념 대결을 벌이지 않고 이슬람주의 대 사회주의의 대결로 인해 주변국들의 이해와 강대국의 이해를 손상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초 통합 당시 불완전한 형태의 국가 통일은 양국의 내전 상황을 만들어내는 단초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2017년 유엔은 집계에 의하면 남북 예멘은 내전으로 8670명이 숨지고 4만 9960명이 부상당했다. 240만 명이 난민이 되었고 2070만 명이 인도적 구호 대상이 되는 등 살인적인 식량 위기마저 엄습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콜레라 창궐로 2211명이 숨졌다.
예멘은 현재 살레 대통령의 오랜 독재와 경제적 빈곤 개선을 주장하는 국민들의 직접적인 저항에 직면해 있다. 거기에 추가해 이슬람원리주의 세력과 남부 분리주의 세력이 합세해 정국을 더 혼란한 상태로 몰고 가고 있다. 살레 대통령은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며 자신의 지지 세력 결집을 위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부족과 정부군 간 교전, 반정부 시위는 내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예멘의 통일과 내전이 한반도 통일에 주는 시사점은 ①통일시 국민들의 인구 구성이나 정치적 선호도를 무시한 균등한 권력 배분에 따른 문제점 노정 ②불완전한 군사 통합으로 인해 발생된 양측 군대 간의 충돌과 이에 이은 내전 ③이질성이 다분히 내포된 양측 경제의 통합에서 기인한 경제침체를 동반한 문제점 노출 ④이슬람 전통주의와 사회주의 사회의 특성을 간과한 일괄적인 사회.문화적 통합에 따른 양측 국민들이 체감하게 되는 사회·문화적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연착륙 대책의 부재로 인한 문제점 ⑤국론 분열 등으로 인해 알 카에다등 급진 이슬람원리주의 세력의 활동 여건이 조성되어 국가의 혼란 상태가 극에 달하는 모습 등으로 요약될 수 있으며 이는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 참고 인용 / <예멘 내전의 사적(史的) 재조명과 한반도 통일에 주는 함의> 육군 군사연구소 지역분쟁연구관 조상현, 이동식 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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