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좌담┃ 대한민국은 안전한가] 흔들리는 대한민국의 정체성
[ 긴급좌담┃ 대한민국은 안전한가] 흔들리는 대한민국의 정체성
  • 김상민
  • 승인 2018.06.1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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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과 역사교과서에서 사라지는 ‘주권’과 ‘자유’

2020년 역사교과서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이제 더 이상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가 아니다. 진보 역사학계는 91년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을 들어 북한을 대한민국과 동등한 자격으로 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요동치는 지금, 대한민국은 역사에서 사라질 것인가. <미래한국> 긴급좌담 ‘대한민국은 안전한가’는 지난 편에서 우리 교과서와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가 사라지는 문제를 논함에 이어, 우리 헌법이 선언하는 대한민국 건국과 주권의 위기 문제를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두 분을 모시고 풀어 본다. 좌담회 진행은 한정석 편집위원이 맡았다. (편집자 注)

참석자│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  회│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사회자  최근 교육부에서 2020년 역사교과서에 대한민국 정부를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기술하는 부분을 삭제키로 해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민주당의 개헌안에서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제하는 안을 냈다가 번복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또 판문점 선언에 대해서는 국회 동의 비준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은 사라져야 하는 것일까요?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성호  저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으로 노무현 대통령 때 임명돼서 이명박 정부 때까지 4년 6개월을 했습니다. 거기서 지켜보니, 우리나라 역사학계는 진보좌파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데, 이 분들은 대한민국과 국민 중심의 역사관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건국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국민 중심의 역사를 보는 게 아니라 한민족, 경우에 따라 민중의 관점에서 역사를 본다는 겁니다.

민중의 역사는 과거 고려시대 만적의 난이나 홍경래의 난과 같이 민중이 난(亂)을 통해 탄압과 억압의 극복이라는 시각으로 봅니다. 그러나 미국을 한 번 보세요. 미국은 건국 과정에서 수많은 아메리카 인디언을 죽였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은 잘못된 나라, 태어나선 안 되는 나라라고 말하지 않죠. 그들은 역사 속에서 화해와 치유를 할 뿐 건국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조지 워싱턴은 미국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위대한 독립운동가로서 민주주의 초석을 다진 훌륭한 건국 대통령입니다. 그런데 영국 입장에서 보면 그 사람은 반란군의 수괴예요. 그런데 아무도 그렇게 이야기 안 합니다.

역사를 보는 데 관점이 그렇게 중요한 겁니다. 대한민국과 국민 입장에서 보면 우리는 어려운 시기에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에 대응하면서 남쪽만이라도 자유민주주의로 건국해 오늘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봅니다.

1948년 그 당시 자유민주주의로 통일이 됐다면 최선이었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대였기 때문에 남쪽만이라도 자유민주주의로 건국한 건 차선이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진보좌파는 그 당시 통일이 안 됐고, 분단의 길로 갔다고 비판하고 그리하여 상대를 분단론자, 반통일론자, 친미자라고 매도합니다. 그러나 그때 우리가 미국과 손잡았으니 건국과 호국으로 오늘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지 소련과 손잡았으면 우리도 지금 북한과 큰 차이가 없었을 겁니다.

우리의 체제 선택은 최선이었고 훌륭했습니다. 아까 역사교과서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면, 역사교과서는 역사학자에 맡겨야 하지만 대한민국 역사학계가 너무 좌편향 돼 있기 때문에 역사를 보는 데 역사학자만 참여해선 곤란합니다. 역사교과서 제작에 정치학자, 경제학자, 사회학자 등 다방면에서 모두 참여해 대한민국 역사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역사를 역사학자들만의 테두리에 가두고 칸막이를 치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봐요.

자유민주주의는 양보할 수 없는 것

장영수   한 가지 생각해야 할 게 있습니다. 남북관계를 바라 볼 때 우리는 하나의 민족이고 통일이 모두의 소원이고 그걸 위해 많이 양보해야 한다는 생각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적 양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기본적인 규범에 있어서 양보란 곤란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민주주의를 양보하고 인권을 양보한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인가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통일만 되면 적화통일도 괜찮다? 그건 아니잖습니까. 북한과 교류 협력도 좋고 통일도 좋지만 그걸 위한 기본 전제는 분명히 해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라고 이야기하든, 자유민주적 질서이든 이건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올바른 국가를 형성하기 위한 기본적인 것이고 서구의 선진국들도 인정하는 규범적 정체성이라는 부분입니다.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를 부정하면 남는 게 뭐가 있습니까. 이건 어떤 경우라도 건드려선 안 된다는 게 분명해야 하는데 이것조차 흔들고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헌법의 본질을 깨트리는 부분이지요. 예를 들어,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론에 있어서,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1950년도 총선 당시 남한만이 유엔 감시 하의 합법정부라고 치더라도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하면서 북한도 승인된 정부 아닌가, 그러니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건 맞지 않다’고요. 이 주장은 헌법적으로 완전히 틀린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 주장은 1991년부터 지금까지 17년 동안 계속 치열한 논쟁이 있었던 주제이기도 합니다.

사회자   그렇다면 우리 헌법이 북한에 대해 단순히 ‘미수 복지’로 선포하는 규정은 바뀌어야 할까요?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영수   돌아가신 권영성 서울대 교수 같은 분은 초기에 ‘그렇다면 달리 봐야 하지 않느냐’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만, 우리가 이 부분에 있어 먼저 던져야 할 건 이겁니다.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는 정치적 표현이 아니라 헌법적 표현이라는 겁니다. 헌법 제3조 영토조항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돼 있습니다. 북한 지역 포함 한반도 전체가 대한민국 영토이므로 북한은 대한민국 영토를 불법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불법단체라는 게 전제돼 있습니다. 제헌헌법 4조에 이 조항이 들어 있었는데 담은 취지 자체가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는 우리뿐이라는 겁니다.

헌법 초안을 썼던 유진오 박사가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이 논리를 50년 동안 끌고 오다가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으로 인해, 그럼 그 조항을 사문화시켜야 하느냐, 삭제해야 하느냐의 문제가 다시 제기된 겁니다. 먼저 말씀드린 권영성 교수 같은 분은 헌법 3조가 현실에 안 맞고, 또 1987년 헌법에 새로 삽입된 헌법 4조에서 평화통일을 말하고 있고 이를 근거로 남북 유엔 동시 가입이 이뤄졌으니 헌법 4조가 우선적으로 적용된다면서 3조를 무력화시키는 해석을 주장했었습니다. 그 이후에 여러 비판이 나왔지요. 저도 권 교수의 주장을 비판했던 사람 중의 한 사람이었고요. 우리는 이 문제를 좁게 보면 안 됩니다. 제가 동서독 기본조약 판결을 번역하면서 독일 이론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독일의 이론은 무엇이었느냐면, 동서독의 관계는 국가 대 국가의 관계가 아니라 특수한 관계라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인데요, 남북한에 있어서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부터 6·15공동선언이건 7·4공동선언이건 아니면 이번 판문점 선언이건 남과 북이라는 표현을 썼지 국가란 표현을 쓴 적이 없습니다. 국가 대 국가로 인정하면 통일이라는 말 자체가 맞지 않습니다. 통일을 전제하는 잠정적인 특수관계라는 겁니다. 동서독도 유엔 가입을 양쪽이 다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통일을 위한 관계라는 본질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통일을 위한 관계라는 관점에서 한편으로는 교류와 협력이 필요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동독이 서독에 스파이를 보내는 적대적 활동을 해온 것처럼, 이런 측면에 대한 대처도 필요한 양면성을 동시에 갖습니다. 그 논리를 우리나라에서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와 북한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교류와 협력하면 적대시해선 절대 안 되는 것처럼 말하지만 북한은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등으로 우리를 적대시 해왔잖습니까.  그러므로 국가보안법 폐지와 같은 주장은 맞지 않다는 겁니다.

더 중요한 건 그게 헌법재판소에서 수용됐다는 겁니다. 교류협력도 합헌이고 국보법도 합헌이라는 것이지요. 대법원도 이런 판례를 따라갑니다. 따라서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탈북자도 보호 받을 수 있다는 게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확고한 판례입니다. 이런 법원 판결들이 나오니까 권영성 교수가 헌법재판소 입장을 수용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그래서 헌법 학계에서는 이 문제가 완전히 정리된 문제입니다. 그런데 역사교과서에서 대한민국은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가 아니라고 하면, 헌법 해석에 위배되는 걸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저는 이렇게 반문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범죄행위를 해도 된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면 안 되듯, 위헌적인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건 괜찮냐는 것이지요. 명백히 잘못된 것으로,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제성호   1991년 9월 남북 유엔 동시 가입 문제를 이야기하는데요, 우리는 동서독의 경우와 분명히 다릅니다. 어쨌든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은 통일이 언제 될지 모르지만 통일 이전의 과두정치로서 남북은 잠정적 특수관계인 비국가적 관계라는 겁니다. 유엔 가입을 이유로 북한을 정상국가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우리는 통일 이전의 과도적 조치로서 국제사회에서의 한반도 전체의 단독대표권을 포기한 것일 뿐 전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를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그걸 포기했다고 이야기하는 건 대한민국 유엔 가입을 잘못 해석하고 헌법정신도 무시한 겁니다. 그런 사람들이 무슨 대한민국 역사를 기술합니까. 대한민국 영토는 구한말 영토를 계승했고, 반국가적 불법단체인 북한이 북쪽 지역을 점령하고 있다는 게 우리 헌법학의 정통적 학설입니다. 거기서부터 ‘미수복지역론’이 나오는 것이지요. 우리는 외국 영토에 대한 야욕이 없다는 국제평화주의를 상징하고 있다는 것이고요. 헌법 3조는 4조와의 관계를 볼 때 분단국이라는 게 나옵니다.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영토인데 북한 지역은 우리가 실질적으로 통치를 못하고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헌법 4조는 1980년대 5공화국 헌법에 들어가게 되는데요, 제헌헌법일 때는 4조에 영토조항만 있었습니다. 그때도 통일이란 단어가 안 나왔을 뿐 통일을 지향했습니다. 1980년대 헌법에서 통일을 지향한다는 걸 확인한 것이고요. 헌법 4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서 사용한 용어이고, 위헌 정당과 관련돼서 나온 판결입니다. 나치즘과 공산주의와도 관계가 있지만, 내용적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정치 절차적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고 통일의 내용과 방법을 헌법 4조에 다 담은 것이지요. 통일을 지향한다는 건 이미 제헌헌법에도 있었습니다.

북한이 대한민국 영토 안에 합류돼 온 그런 방식의 통일을 상정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헌법에선 완성국가란 말을 쓰거든요. 헌법의 효력을 전 한반도에 미치도록 의역했기 때문에 이전의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그대로 통일 헌법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일부 학자가 개헌하자고 하기 때문에 하자, 말자 하는 논의가 나오지만, 또 일부 학자는 현행 헌법으로도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니까 현행 헌법으로는 통일이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가 안 된다가 아니라, 헌법 내용을 바꿀 수도 있고 안 바꿀 수도 있는 것이죠. 그건 결국 국민의 결단에 달린 거니까요. 그러나 현행 헌법으로는 우리가 바라는 통일을 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선 반드시 그렇진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따라서 역사학자들은 헌법정신을 존중해야지 자신들 마음대로 헌법을 뒤엎고, 헌재 결정과 대법원 판례까지 무시한 채 역사교과서를 기술하면 안 되는 겁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우리는 한반도 유일한 합법정부를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대법원 판례는 우리가 북한과 남북 정상회담하고 유엔에 가입하고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했더라도 북한은 여전히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려는 반국가단체라는 지위가 변함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역사교과서를 검인정하는 기구는 대한민국 헌법과 헌법학계의 다수설과 대법원 판례, 헌재 결정을 존중해 기술해야지 자기들이 헌법 질서를 새로 만드는 역사교과서를 써서는 안 됩니다. 장 교수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역사교과서를 검인정할 때 역사, 국사학 교수만 참여하면 안 됩니다. 제가 보기엔 서양사 교수들, 헌법학자, 정치학자, 경제학자 등 각계 분야에서 다 참여해야 합니다.

사회자   두 분 말씀을 들으니 궁금증이 생깁니다. 남한이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로 승인받고 북한은 미수복 지역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그렇다면 남한과 북한 두 정상이 어떤 합의를 할 경우 이것은 국회 비준 사항에 해당되는지요?

장영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약간의 오해가 있습니다.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이란 건 나중에 제정됐습니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된 후 국회 비준을 안 받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국회 동의도 안 받고 법적 효력을 갖느냐의 문제가 제기된 것이죠. 그 문제가 헌법재판소에 가서 법적 효력이 없는 신사협정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결국 국회 동의를 받아 법적 효력을 갖도록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중요 사항은 국회 동의를 하도록 아예 법에 명시한 겁니다. 문제는 이번 판문점 회담 국회 동의 필요 여부에 대해 여야가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을 보면 국가와 국민에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내용 혹은 입법사항에 관한 것 두 가지에 대해선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해놓았습니다. 그런데 판문점 회담 내용을 보면 구체적 내용이 없어요. 나중에 어떻게 구체화할지 모르겠지만 알맹이가 없는 지금 상태에선 동의 받을 게 없습니다.

제성호   이 문제는 국제법 학자들이 답해야 할 문제인데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판문점 선언은 국회 동의 대상이 아닙니다. 국제사회에서나 남북관계에서나 마찬가지인데요, 법적인 문서는 구체적 권리의무 관계를 설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판문점 선언은 정치지도자들이 정치적 협력 의지를 밝힌 문건에 불과합니다. 평화나 종전의 문제, 경제협력에 관한 이런 것들은 정치 선언, 즉 신사협정으로서, ‘무엇 무엇을 하기로 한다’, ‘하기로 했다’와 같이 장래의 방침, 협력 의지를 천명한 것에 불과해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죠. 계약체결 이전 의향서에 해당되지 법적 합의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정치적 신사협정은 국회 동의 받을 필요 없습니다. 남북 간 절차를 밟아 합의서를 채택했을 때 국가와 국민 부담을 지울 합의서가 되면 비로소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겁니다. 재정부담을 가하는 의무를 갖게 되는 합의가 없는 판문점 선언은 다만 정치적 약속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서명한 순간 신사협정으로서 효력이 발휘됩니다. 국제적으로도 한미정상회담, 서방7개국 정상회담, 아셈정상회담 등과 같은 정상회담 선언은 모두 신사협정, 정치선언이에요. 각국에서 국회 동의 받은 공동성명 사례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판문점 선언은 국회 동의 대상 자체가 안 되는 것이죠.

남북 경협기금 국회 의결 거쳐야

사회자   그러니까 신사협정 말고, 국민에게 중요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사항들에 대해선 국회에서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이를테면 남북경협을 위해 새로운 기금을 만든다는 경우와 같은 사례처럼요.

제성호   그렇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6·15선언, 10·4선언 등은 의도가 있습니다. 분단국 내부의 합의서가 국가승인을 갖고 온다는 건 이미 동서독 사이의 선례가 있기 때문에 남과 북 간의 법적 구속력 합의를 창출하더라도 국가승인 효과를 가져 오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가 남북 사이의 특수관계란 말을 쓰는 것이죠. 4대 경협 합의서가 있잖습니까. 투자보장, 이중과세방지, 상사분쟁해결절차, 청산결제합의서는 국회 동의를 받았습니다. 법적인 문구로 채택한 것이죠. 거기 보면 남북 사이의 특수관계를 반영해서 서문에 그걸 다 써놨습니다. 그리고 국가 간 조약과 다르다는 의미에서 공포할 때 조약을 맺도록 하지 않고, 남북 사이의 합의서 1, 2, 3, 4로 합니다. 우리는 별도의 형식으로 공포하고 있어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서도 법적인 남북합의서를 만든다는 선례를 이미 만들어 놓고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사회자   두 분 말씀 잘 들었습니다. 오늘 말씀 중에 보완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장영수   역사교과서 문제도 그렇고 개헌도 그렇고, 우리 사회가 중대한 문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어 무책임하게 느껴집니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이 책임을 느끼고 국민 앞에 책임 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성호   현 정부도 반성할 부분이 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국정교과서 만들 때 위원 공개하라고 하고, 절차가 어떻다는 둥 비판을 했는데, 자신들이 비판하던 행태를 똑같이 하고 있어요. 자신들도 일관된 목소리를 내야지요. 역사교과서는 백년대계를 생각해야 하는데, 자기 이념적 지향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라나는 세대의 머리를 세뇌할 수단으로 생각하면 대책이 없고 나라를 망하게 하는 길입니다. 그런 역사교과서는 합의도 안 될 뿐더러 끝없는 정신적 내전의 뇌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권이 개입해선 안 됩니다. 교육부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 하는데 그래선 곤란하죠. 우리 사회 보수와 진보 지성인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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