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원 색출하겠다며 자사 기자들 검찰에 수사 의뢰한 MBC
취재원 색출하겠다며 자사 기자들 검찰에 수사 의뢰한 MBC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4.2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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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일, 할 말이 없다” “MBC 스스로 언론인 윤리를 무너뜨려”

문화방송 MBC(사장 최승호)가 박근혜 정부 당시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을 단독 보도한 자사 기자 3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사가 특종을 한 자사 기자를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일이 대단히 이례적일 뿐 아니라, 언론사 스스로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MBC는 25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016년 8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수사하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모 언론사 기자에게 감찰 내용을 유출하여 특별감찰관법을 위반했다고 보도한 ‘이석수 감찰관의 수상한 법 위반’ 뉴스데스크 보도와 관련하여 자사 기자 3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당시 MBC 뉴스데스크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련한 비리 의혹이 불거지는 가운데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에 대한 감찰에 착수한 뒤 이 감찰관이 특정 언론사 측과 통화한 내용을 유출한 문건을 입수해, 관련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MBC는 “이 특별감찰관은 보도가 나온 지 13일 만에 물러났다”며 당시 보도로 우 전 수석 관련 비리 의혹보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내용 유출’로 시선이 옮겨간 게 문제라는 뉘앙스로 설명했다.

MBC는 “해당 보도는 보도 당시부터 ‘박근혜 호위무사’로 불리던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지키기’ 보도였다는 비판과 함께 보도의 배후에 대한 의혹이 제기돼왔다”며 “이 같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MBC 정상화위원회가 통화 내용의 입수 및 보도 과정에 대해 조사를 벌였으나 관련자들이 문건 출처에 대해 함구하고 있어 부득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국정농단 방조 혐의 등과 관련한 수사와 재판을 진행 중인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게 되었으며 보도의 의도와 배후에 대해 의혹이 있는 보도에 대해서는 그 진상을 밝혀 시청자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공영방송으로서의 의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사가 과거 보도 논조와 취재 경위 등이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자사 기자들을 검찰에 수사의뢰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그 논리라면 과거 광우병 보도 등 MBC의 여러 왜곡, 편파 보도를 한 기자와 PD들 역시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방송사와 신문사들이 보도 논조의 문제로 내부 갈등을 겪는 일은 흔히 있지만, MBC처럼 적극적으로 사법당국에 자사 기사들 수사를 의뢰하는 일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MBC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 황당무계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MBC

“언론이 스스로 언론 자유를 무너뜨리는 지경…할 말이 없다”

특히 MBC가 수사를 의뢰한 이유로 ‘우병우 지키기 보도 의혹 해소’를 들며 ‘취재원 색출’ 의지를 드러낸 대목은 더 큰 문제로 보인다. 취재원을 밝히려 명확한 실정법 위반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자사 기자들을 악용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사에 재직하고 있는 한 현직 언론인은 “언론사가 자사 기자들을 보도를 이유로 수사해달라는 경우는 처음 들어본다”며 “언론 자유를 지켜야 할 책임 있는 방송사가 자사 기자들이 보도한 내용을 정권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식으로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데 앞장서는 모양새인데, 이는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기자의 의무는 취재원 보호인데, MBC 스스로 언론인의 윤리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설사 보도가 사실과 달라도 공익보도이면 법원의 보호를 받는 추세인데, MBC의 처사는 법적으로도, 언론자유의 측면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는 “보도에 문제가 있었다면 내부 자체 규명으로 끝내야지 외부 검찰에 의뢰한다는 것은 전혀 납득이 안 가는 이야기”라며 “언론이 이제는 스스로 언론 자유를 망가뜨리는 지경에 온 것 같다. 어이가 없어 할 말이 없다”고 했다.

MBC의 무리한 방식은 내부에서도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이순임 공정방송노조위원장은 “과거 보도를 문제 삼으려면 최승호 사장이 주역인 광우병 왜곡보도 그런 것부터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친북성 시험문제 제출 이유를 해명하라는 요청은 무시하고, 왜 엉뚱한 문제로 사회혼란만 일으키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나중에 정권 바뀌면 어떻게 하려고 양심없는 짓들을 하고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MBC는 올해 1월 시무식에서 태극기 안 걸고 애국가를 부르지 않았다. 자신들은 비정상적인 운영행태를 보이면서 왜 과거만 파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방송사는 고품격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에 봉사해야 하는데, 그런 건 팽개치고 엉뚱하게 적폐청산에 올인하는 최승호 사장 체제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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