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정책 혼선과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에 2030세대가 크게 반발한 데 놀란 좌우(左右)진영의 2030세대 분석이 한창이다.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으로 50%대로 추락한 지난 1월 말경, 각 여론조사기관이 내놓은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에서 2030세대의 낙폭이 유난히 두드러지면서부터다.
문재인 정부 핵심 지지 기반인 이들의 변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좌파진영은 이탈 조짐을 보이는 젊은 층 동향 파악에 나섰고, 우파진영은 애초부터 별 기대를 갖지 않았던 이들 세대의 다른 면모에 반색하는 모양새다.
좌우 대표적 주류 언론에 비친 이들은 어떤 모습일까. ‘한겨레21’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여론조사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와 함께 전국 19~59세 성인 남녀 2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심층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을 선택했다’고 응답한 1053명만을 따로 뽑아 연령·계층별로 세부 분석을 진행한 결과가 흥미를 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지지층은 촛불 정국을 거쳐 나타난 정치 연합으로, 세대 연합(2030세대와 87년 세대)과 이념 연합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2030세대와 50대의 정치, 사회적 경험에 차이가 있지만 이른바 ‘최순실 사태’로 인한 반감이 뜻밖의 연대를 이뤄냈다는 해석이다.
이는 다시 말해, 지지층 밀도가 높지 못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이 조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정책에 대한 지지자 연령 계층별 긍정도가 사뭇 다르게 나타난다. ‘최저임금’의 경우 전 연령대가 70%대 이상 높은 지지율을 보였지만,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논란의 경우 20대(41.4%)와 50대(52.7%)는 10%p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부동산의 경우도 20대(36.0%)와 50대(45.6%)는 적지 않은 차이를 보였다. 가장 큰 격차를 보인 사안은 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대한 여론이었다. 20대의 경우 41.0%에 그친 반면 50대는 63.2%로 나타났다. 언급한 각 정책마다 20대와 50대의 중간지대 지지율을 보인 30대도 남북단일팀의 경우 긍정적 여론은 47.7%에 그쳐 50대와 차이가 확연했다.
이 조사 결과에서 20대는 문재인 정권 지지에서 비판적인 태도로 돌아선 이들이 가장 많은 세대였다. 전체 문 투표층 1053명 가운데 문 대통령이 ‘잘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대가 18.4%로 가장 높았다. 30대 12.5%, 40대 8.4%, 50대 7.5%였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부정 응답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성별로는 20대 남성(19.6%)의 부정 응답이 20대 여성(17.4%)보다 높았고, 경제적 중하층(20.0%)에서 부정 응답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는 공정성 관련 이슈 조사에서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한 단일팀 구성은 애써 준비한 아이스하키 선수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공정하지 못한 일이다’라고 답한 비율이 76.2%에 달했다. 또 20대 가운데 ‘삶이 불안하다’고 답한 비중은 47.7%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압박보다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50대(23.4%)보다 20대가 17.2%p나 더 높은 40.6%였다. 이들은 다른 세대보다 심리적 불안감이 컸고, 미래를 낙관하기 보다는 비관적이며,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협력보다 압박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2030세대 변화에 주목한 건 조선일보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일보는 ‘2030, 이유 있는 분노’ 시리즈 등을 통해 이들의 실체에 접근하려는 모습이었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더 두드러진 이들의 반북, 반김정은 의식에 주목했다.
여자 아이스하키팀 남북단일팀을 계기로 한 김정은 사진 불태우기 릴레이 현상, 천안함 폭침, 연평도 도발의 주범 김영철 방한에 따른 대학가 중심의 반발 확산, 맹목적 민족주의에 대한 반감, 비트코인 열풍을 통해본 이들의 경제적, 사회적 좌절감에 천착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2017 통일 의식 조사’에 따르면, 2030은 10명 중 4명만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20대는 41.4%, 30대는 39.6%로 40대(57.8%)·50대(62%)·60대 이상(67%) 등에 비해 통일에 가장 부정적이었다.
이를 인용한 조선일보는 서울의 한 사립대 총학생회가 오는 3월 학생회칙을 개정해 학생회 활동 목표에 들어가 있는 ‘평화통일’ 등 문구를 빼기로 한 현실을 전했다. “학생들이 관심이 없고 구시대적이라는 지적 때문”이라는 학생회 측의 답변이었다는 것이다.
2030세대는 현 체제를 평화적으로 유지할 수만 있다면 통일도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이 조사에서 ‘남북의 평화적 공존이 가능하다면 통일이 필요 없다’는 2030의 의견은 71.4%로 집계됐다. 2030세대의 이런 정서들은 여론조사 상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지난해 8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20대 62%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모든 대북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인도적 지원은 유지돼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34%였다. 이러한 결과는 70%가 모든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답한 ‘60대 이상’ 다음으로 대북 인도적 지원에 부정적인 반응이다.
큰 이슈가 됐던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 논란 당시 국회의장실·SBS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의 반대 여론은 무려 82%나 됐다. 김정은 개인에 대한 2030세대의 인식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의 반북 정서가 북한 공산주의체제에 대한 이념적, 이성적 판단이라 보기보다는 정서적, 감정적 인식이 더 커 보여서다. 10% 안팎의 높은 청년실업률과 취업난을 겪는 이들은 김정은을 부모 잘 만난 재벌3세쯤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지난 1월 18~19일 이틀간 20·30대 4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에 따르면, 비슷한 또래인 김정은에 대해 “뚱뚱한 금수저” “유학파 출신 어린 독재자” “집안을 보존하려는 이기주의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 김모 씨(23)는 “통치 능력을 보여줘야지 할아버지·아버지와 외모를 비슷하게 꾸민다는 발상이 유치하다”고 했다. 2030세대의 반북, 반김정은 정서는 자연스럽게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 예로 지난 해 11월 극적인 과정을 통해 판문점 JSA를 넘어 귀순한 북한군 병사를 돕기 위해 앞장선 대학생들의 모습에서도 확인된다.
‘탈북병사돕기운동본부’를 주도한 대학생 홍혜린 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평소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터에 탈북 병사 소식을 듣고, 같은 나라 사람으로서 정착하는 데 당연히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다”며 “총알을 맞고도 의지를 갖고 자유를 찾기 위해 발버둥 쳐 나온 모습이 뭉클하고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현재 2030세대는 1980~1990년대생이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이들 부모의 실직을 경험했고, 2007년 이후 글로벌금융위기 파고 속에 청년기를 맞았다. 양극화와 고용불안 등 구조적 문제를 겪으며 어느 순간 ‘N포 세대’(취업·결혼·출산 등 수많은 것을 포기한 세대)가 됐다.
여론조사와 각종 통계로 확인된 2030세대의 모습은 좌우 언론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진단과 해법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며, 실용적이면서도 축소지향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 이들에 대해, 틀에 박힌 해석과 일반화의 오류는 가장 크게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2030세대의 안보관, 대북관 원인을 “젊은층이 10년간 제대로 된 통일교육을 받지 못한 탓”이라며 전 정부 탓으로 돌리는 편협한 시각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2030은 이미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세대인데, 현 정부의 인식이 과거 80년대 운동권 프레임에 멈춰 있어서는 장기적으로 이들의 이탈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2030세대를 보는 우파진영의 시각은 어떨까? 이들은 문재인 정부와 막 균열을 보이기 시작한 2030세대가 자유·개방·자율·경쟁에 익숙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현 정부의 주축인 586, 시민단체 운동권 세대를 극복할 가능성을 점친다.
김철홍 장신대 교수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낳은 화제의 우파 청년 ‘벌레소년(랩송 평창유감 제작)’ 등장에 대해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렸다. “2030 네티즌들은 아예 자신과 서로를 ‘벌레’라고 부른다.
자신을 벌레로 보고 벌레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스스로를 사회의 최하층으로 보는 자의식(self-consciousness)의 해학적(諧謔的) 표현이다. 그런데 사회 제일 밑바닥에 있던 이 벌레들 중 한 마리(?)가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왔다.
이것은 백낙청 류의 민중문학, 민중문화 이론이 끝장났음을 선언한 것이다. 586 좌좀 꼰대들이 지난 30여 년간 만들어온 세상이 끝나고 있다는 불길한 전조(omen)며, 이 시대가 가고 곧 새 시대가 올 것이라는 희망적 징조(sign)다. ‘달(Moon)의 몰락’이 시작되었다.
(펜앤드마이크 칼럼, 2018.2.4.)” 박한명 전 미디어펜 논설주간은 “청와대에 모여 ‘품질관리가 잘 된’, 원가 10만 원에 달하는 최고급 호텔 일류 도시락을 까먹으며 회의하는 386세대에, 알바를 전전하고 방구석에서 컵라면 먹어가며 자기 꿈을 꾸던 2030세대가 드디어 짱돌을 집어 들기 시작했다는 뜻” “도저히 무너질 것 같지 않던 철권 군부 시절이 막을 내리게 하는데 386이 역할을 했다는 데 동의한다면, 386세력이 막을 내리는 데 신저항세대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되리라고 보는 것은 상식적인 분석일 것(미래한국 칼럼, 2018.2.5.)” 이라고 했다.
2030세대의 의미를 현재 기득권 주류가 된 586세대를 극복할 ‘저항세대’의 탄생으로 본다는 취지로 읽힌다. 문제는 이러한 기대와 2030의 에너지를 담아낼 정치적 환경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 보수정당으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현 정부로부터 이탈하는 이들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한 2월 4주차(27일) 정당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48.7%로 50%선에 근접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16.2%로 민주당에 큰 격차로 여전히 뒤지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민주당이 20대(58.8%)와 30대(56.4%), 40대(56.8%) 연령층에서 50% 이상의 지지율을 얻는 등 전 연령층에서 고른 지지율을 보인다. 정권 초기보다 20대와 30대 지지율이 상당히 빠졌지만, 이들의 지지가 한국당으로 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달의 몰락이 시작됐고, 새 시대의 희망적 징조는 보이지만 저항세대의 탄생까지는 갈 길이 아직 멀어 보인다. 2030이 역사적 세대가 될 수 있을지는 알을 깨려는 2030 스스로의 자각과 노력이 필요하다.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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