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하는 대북특별사절단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과 회담을 진행하고 6일 귀국했다.
정실장은 귀국 후 청와대에서 있은 방북결과 브리핑에서 김정은과 4시간 넘게 만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화담결과에 대해 정 실장은 우선 4월 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열기로 했으며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측은 자신들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전했다.
계속해서 ‘북측은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미북)관계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 탄이한 대화를 할 용의를 표명했다’면서 ‘(남북)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핵실험·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백히 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북측은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을 확약’했으며 ‘평창올림픽으로 조성된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남측의 태권도 시범단과 예술단의 평양 방문을 (북측이)초청했다’고 밝혔다.
여권 정치권과 좌파성향의 언론들은 특사단의 이번 방북결과를 찬양하고 나섰다.
오마이뉴스는 7일 ‘대북특사단의 방북 성과 6가지가 1시간 만에 다 나왔다’고 극찬하며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중대한 의제들이 우호적으로 논의되고 합의된 점은 매우 파격적’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오마이뉴스는 계속해서 “이러한 조율이 단순히 평창올림픽이라는 계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된 남북 접촉의 결과물일 수 있어 주목된다”면서 “'평창데탕트'로 불릴 만한 남북대화의 흐름은 지속된 문재인 정부의 노력에서 나온 결과”라는 등 오글거리는 문 정권 찬양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방북결과발표에 대해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획기적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자찬했으며 같은 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한반도 정세를 뒤바꿀 중대한 전진"이라고 극찬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백혜련 대변인 역시 서면 브리핑에서 "이번 주는 한반도 평화를 향한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여당과 일부 좌파언론들의 자화자찬과는 달리 이번 특사단의 방북 성과 중 4월 정상회담 다음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은 북한이 그동안 유지해왔던 일관적 주장을 청와대가 제멋대로 확대 해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대북특사단의 귀국 하루 후인 3월 7일자 노동신문에서 ‘자신들의 핵보유를 시비 걸지 말라’고 경고했다. ‘
조선의 핵보유는 정당하며 시비거리로 될 수 없다’라는 제목의 노동신문 논설에서 북한은 ‘북조선의 핵개발은 미국의 적대시정책의 산물’이며 ‘북조선의 핵보유는 자체보호를 위해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확실히 표명했다’는 대북특사단의 설명과 대치되는 부분이다.
논설에서 노동신문은 “미국의 침략전쟁연습과 압력의 도수가 높아갈수록 조선은 자기가 선택한 길이 옳았다는 것을 더욱 확신하게 되며 미국의 위협에 대처하여 핵무력의 질량적 강화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이제 공화국은 주체의 핵 강국, 세계적인 군사대국의 지위에 당당히 올라서 우리만의 핵 억제력 강화로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 나아가서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되게 되었다”면서 “우리가 위대한 병진의 기치를 높이 들고 핵무기에 이어 수소탄과 대륙간탄도로케트를 보유함으로써 미국과의 실제적인 힘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투쟁에서 빛나는 승리를 거두었다”고 자화자찬했다.
또한 “만일 우리가 일부 나라들처럼 전쟁억제력을 갖추지 못하였거나 그것을 질량적으로 강화하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면 이미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생존권, 발전권이 미국에 의해 무참히 유린당하였을 것”이라면서 “핵무력을 비상히 강화해온 우리의 선택이 천 만번 옳았다는 것이 실증되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주장에서 ‘비핵화’라는 세 글자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그 하루 전날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설명한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북측은 자신들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는 주장이 김정은의 직접 발언인지 아니면 위와 같은 노동신문의 주장을 청와대 입맛에 맞게 재해석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 실장의 설명과 북한 노동신문의 주장이 다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정일 시대 때부터 북한은 “핵은 자위용”, “미국과 싸우기 위한 무기”, “주권 수호, 체제 보장을 위한 방패” 등 의 주장을 끊임없이 되풀이 해왔으며 한국정부와 언론은 그것을 ‘북한의 비핵화 의지’로 이상하게 왜곡 해석해왔다. 핵 문제를 두고 남북 간은 여전히 이러한 벙어리와 소경의 답답하고 소모적인 대화를 수십 년 째 무한반복 중 이다.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최근 YTN 라디오에 출연해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고, 또 남북대화 및 북미대화를 하겠다고 얘기했다"면서 “문재인 정부나 문 대통령이 노력했던 것이 상당 부분 성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역시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는 철석같은 믿음에서 비롯된 발언이라 하겠다.
이와 관련 온라인상에서는 2005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이 귀속말 하는 사진과 함께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 포기 용의를 밝혔다’는 제목의 당시 언론 기사가 나돌고 있다.
그때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 10년 전의 상황과 변한 점이 전혀 없는 남과 북, 그리고 한국 언론이다. ‘국내외 언론기자가 한명도 대동하지 않은 김정은과의 밀담결과를 청와대의 설명만으로 믿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국민을 정말로 개, 돼지로 보는 것이냐’는 네티즌들의 비난도 쇄도하고 있다.
청와대 브리핑에서 방북성과 중 하나로 꼽은 것이 바로 ‘북한의 무력도발 자제 약속’이다. ‘(남북)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핵실험·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백히 했다.
'북측은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을 확약했다’는 것인데 이것이 왜 ‘방북성과’인지 국민은 전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무력도발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게 당연한 이치인데 그걸 안하겠다고 다짐을 받았다는 것, 그것도 ‘회담이 진행될 동안’이라는 시기적 조건이 붙은 황당한 협상결과를 ‘성과’라고 주장하는 청와대가 마냥 안쓰러울 뿐이다.
얼마나 북한에 당당하지 못했으면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만 무력도발 안하겠다는 북한의 오만한 태도에 감사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인가,
그 뿐만이 아니다. 김정은과 함께 찍은 사진 속에 남측 특사단은 모두 차렷 자세로 서있었지만 오직 나이어린 김정은만 거만하게 뒷짐을 지고 있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러한 굴욕적인 상황들은 한두 건이 아니다.
북한TV에서 공개한 김정은과 특사단의 만남 영상에서 김상균 국정원 2차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김정은과 리설주에게 허리 굽혀 여러 번 인사하는 모습이 잡혔다.
다른 사람도 아닌 간첩 잡는 공안기관의 차장까지 되는 사람이 국격 떨어지게 적국의 어린 수장과 20대 철없는 여성에게 굽실거리는 모습에 국민들이 분노했다.
또한 회담장에서 정의용 특사단 수석은 정중하게 서서 상전에게 보고 올리듯 앉아있는 김정은과 대화하는 장면과 수첩에 무언가를 받아 적는 듯 한 장면들은 김정은 앞에서 한없이 비굴한 북한 고위간부들의 아첨을 연상케 한다.
대북 특사단의 비굴해 보이는 태도에 대해 탈북민들은 ‘어린 왕자 앞에 백발노인이라도 그래야만 하는 북한사람들만 하는 행동’이라며 ‘대통령도 감옥에 처넣는 대단한 남한에서 올라간 특사가 꼭 그렇게까지 비굴해야만 했을까’라고 반문했다.
또한 ‘전범자의 후예이며, 수백만 주민을 굶겨 죽인 잔혹한 독재자의 후예인데다가 고모부를 비롯한 혈육들까지 고사총으로 산산조각 내고 형까지 독살한 “잔인한 어린이” 앞에서 꼭 웃는 얼굴이어야 했을까, 김정은에게 웃는 표정까지는 참아줄 수 있는데 김정은이 말할 때 일시에 메모하는 장면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북한은 대북특사단의 방북 직후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이하 우민끼)를 통해 ‘한미합동군사연습을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남북관계는 파탄날 것이며 미국도 무사치 못할 것’이라고 협박하고 나섰다.
우민끼는 지난 7일 ‘절대로 량립될수 없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물과 불이 상극이듯이 대화와 동족을 치기 위한 외세와의 대규모전쟁연습은 량립될수 없다’면서 ‘내외반통일세력의 책동을 짓부시고 조국통일의 새 력사를 써나가려는 자신들의 확고한 의지와 통큰 조치로 남북관계가 호전되고 있지만 이 분위기가 더욱 좋게 발전하려면 반드시 한미훈련을 전면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민끼는 사설에서 ‘조선반도에 조성된 일촉즉발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는 오직 미국과 그 추종세력(남한)이 해마다 벌리는 합동군사훈련 때문’이라며 ‘평창 올림픽으로 잠시 중단된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끝끝내 재개하게 된다면 북남관계는 물론 조선반도정세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것은 더 론할 여지가 없다’고 못 박았다.
이 역시 ‘북측은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미북)관계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 탄이한 대화를 할 용의를 표명했다’던 정의용 실장의 브리핑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3월 7일자 노동신문에서 북한은 ‘침략과 간섭의 명분마련을 위한 여론전’이라는 제목의 반미 사설을 통해 미국을 맹비난했다.
‘미국이 국내 언론을 이용해 자신들(북한)에 대한 침략과 간섭의 명분을 만들어 보려고 북한과 시리아 사이의 “화학무기제조협조설”을 대대적으로 유포시키며 북한에 대한 전면해상봉쇄를 기어이 실현해 보려고 책동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특사단과의 회담이 진행되고 있던 6일에도 북한은 우민끼를 비롯한 대남선전매체들을 통해 미국을 맹비난했다.
‘정세악화를 불러오는 북침전쟁연습재개흉심’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북한은“북남사이에 모처럼 대화의 문이 열리고 관계개선의 흐름이 나타나자 미국이 평화파괴자로서의 본성을 드러내고있다”면서 “최근 북침전쟁연습을 재개하는데 필요한 첨단핵전쟁살인장비를 포함한 숱한 침략무력들이 조선반도와 그 주변지역에 몰려들며 정세를 겨울철올림픽경기대회 이전의 초긴장상태에로 몰아가고있는 현실이 그에 대한 구체적인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이러한 군사적 움직임에 발맞추어 남조선의 국방부 장관 송영무를 비롯한 군부호전광들도 ‘장애자올림픽이 끝나면 공동으로 발표하기로 하였다’, ‘계획대로 추진할 예정이다’등으로 북침전쟁연습재개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미국과 호전광(남한 군부)들이 침략적인 북침전쟁연습을 재개한다면 북남관계는 또다시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며 그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지게 될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9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에게 미북대화를 중재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 측의 반응 역시 시큰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의터에서 대북특사단의 방북회담을 거론하며 김정은의 평화제스처의 진정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이 ‘핵포기를 바라느니 차라리 하늘이 무너지기를 기다려라’고 오만을 떠는 북한을 대화상대로 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나 이번에도 한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내용이 남북회담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라고 왜곡 해석해 보도하고 있다. 미국의 대부분 언론들도 북한의 평화제스처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마당 자화자찬에 바쁜 청와대와 마찬가지로 안쓰럽기 그지없는 한국 언론들이다.
대북특사단의 방북성과 찬양을 넘어 언론들은 이제 김정은 찬양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한국 언론들은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려 ‘특사단이 바라본 김정은 모습은 “배려심 깊다”’, ‘김정은 외교스타일, 솔직하고 대담’등 김정은 띄우기에 거리낌이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이란 말이 자체가 헌법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헌법 상 반국가단체 수괴를 ‘정상’이라고 표현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속전속결로 확정한 판문점 회담은 화난 미국의 선제북폭을 피해가려는 김정은의 교활한 꼼수이면서 동시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핵탄두 소형화 완성을 위한 시간 벌기용 전술이라는 것이 여론의 평가이다.
“(김정은이)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고, 선대의 유훈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고 한 청와대의 설명에 대해 탈북 민들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그와는 정 반대로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은 ‘핵무력 완성으로 인한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것이다.
북한 정권의 못된 버릇인 위장평화공세에 다시 한 번 말려든 대한민국의 미래가 과연 어떻게 될지, 브레이크 없이 망국으로 폭주하는 청와대를 보는 국민들의 걱정과 근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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