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될 거라고?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될 거라고?
  • 조희문 미래한국 편집장
  • 승인 2018.01.3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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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는 쓰지만 성과가 별로 없는 일을 가리켜 ‘쓸데없는 짓’이라고 한다. 그런 뜻을 담은 말로는, 가죽신을 신고 그 위를 긁는다는 뜻의 격화소양(隔靴搔), 언 발을 녹인다며 그 위에다 소변을 보는 언 발에 오줌 누기(凍足放尿), 흐르는 물에 빠진 칼을 다시 찾겠다며 배에 표시를 해둔다는 뜻의 각주구검(刻舟求劍) 등이 자주 인용된다.

‘개구리 낯짝에 물 붓기’나 ‘바닷물에 소금 뿌리기’ ‘쇠귀에 경 읽기’ 같은 표현도 소용없는 일을 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새해 들어 평창올림픽이 세간의 중요한 화두 중의 하나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북한이 참여하는 문제로 여론이 소란스러운 탓이다.

과정의 우여곡절이 어찌되었든 북한은 새해 들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엄중한 시절에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는 식의 비웃음 섞인 조롱으로 본 척도 않던 북한은 김정은의 신년사를 통해 평창 참가를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북한 정권의 최고 실세가 직접 ‘참가할 수 있다’고 밝혔으니 유치에 공들여온 한국 정부로서는 이도령 만나는 춘향이 격으로 대대적 환영 자세를 보였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 참가를 밝히는 대목에서 누군가는 만세를 부르며 환호작약하지 않았을까? 이후의 진행은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북한 측이 하자는 일은 무엇이든 다 들어주는 것처럼 보였다. 한국 측에서는 행여 북한의 심기를 건드릴까 노심초사하며 머리를 조아리는 자세가 역력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선수단 중 일부가 배제되거나 지금까지 피땀 흘려 다져온 팀워크가 한순간에 어그러지게 되는 문제도 불거졌지만 큰 잔치에 비하면 그런 것들이 문제냐는 듯 못본 척하거나 알고도 대수롭지 않은 듯 뭉개버린다.

위안부 피해자 협상과 관련해서는 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참으로 잘못된 일이라며 전 정부에서 이뤄진 외교 협상에 대해 비난하던 태도가 올림픽에 남북 단일팀을 만들고, 태극기 대신 정체성도 모호한 한반도 깃발을 들고 애국가 대신 아리랑을 우승 연주곡으로 사용하는 일에 대해서는 어느 국민, 어느 단체에게도 물어본 적이 없으니 위안부 국민과 올림픽 국민은 다른 것인가 싶기도 하다.

여론에서 ‘평창올림픽이 아니라 평양올림픽이냐’는 지적이 돌면서 정부의 대북 태도가 굴종적인 것에 불만을 드러내는 듯하자 왜 ‘평양올림픽’이냐며 비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박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는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는 것을 두고, 평화의 문이 열렸다는 식으로 홍보를 하지만, 핵심 의제인 핵무기 문제는 말도 꺼내지 못한 채 북에 끌려가고 있다.

아무리 정부가 평화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역설하지만 정작 본론은 없이 신발 위만 긁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을 만나 ‘남북정상회담’을 가졌고 그때마다 정부와 언론은 한반도에 평화가 온 것처럼 포장했지만 지금 북한의 위협과 위세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중이다. 올림픽 기간 동안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슬아슬하다. 

조희문 미래한국 편집장
조희문
미래한국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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