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피즘', 모든 카드를 다 꺼내자
'트럼피즘', 모든 카드를 다 꺼내자
  •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 승인 2025.04.0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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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 시대, 한국 외교안보의 핵심과제와 정책 방향

 우리 정부는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정책 혼선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전술핵 재배치를 통한 확장억제, 원자력협정 개정 및 통상 등 모든 현안을 한 테이블에 올려놓는 시나리오도 검토해야 한다.

미국 대선 당일인 11월 5일자 조간인 뉴욕타임즈 1면 오피니언에 게재된 글을 보고 트럼프의 당선을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제목은 ‘이기든 지든 트럼프는 이미 승자다(Win or lose, Trump has already won)’였다. 미국 시사잡지 콤팩트(Compact)의 편집장인 매튜 스미츠는 무역과 이민문제에 대한 트럼프의 정책이 상당한 타당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승패에 관계없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미국인들의 팍팍한 살림살이를 개선하는데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는 진보성향의 뉴욕타임즈 입장에서도 매튜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는 판단인 것 같았다. 자유무역과 불법이민이 미국 사회의 핵심 화두라는 점을 지적한 것은 주목할만 했다. 트럼프의 이례적 압승으로 그의 주장이 정확하게 미국의 현실을 반영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트럼피즘은 이제 미국의 뉴노멀이 되었다.

 그는 세계화와 자유무역주의에 따라 저임금 국가에서 생산한 물건을 수입해서 싸게 소비했지만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았다고 강조했다. 감당할 수 없는 불법 이민자들의 수용은 한계에 도달했다. 심지어 불법 이민자들의 2세들조차 후속 불법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차지하고있다는 주장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대선의 승패였던 경제 이슈

미국에서 일하는 아들, 딸 및 지인들과 통화할 때마다 코로나 기간을 지나며 물가가 너무 올랐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연봉 10만불을 받아도 대도시의 높은 주거비와 식비를 지불하면 지갑은 어느새 빈털터리가 된다. 외식의 경우 3인 식사를 하면 높아진 팁 때문에 항상 4인의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당국이 코로나 보조금으로 돈을 헬리콥터로 살포하다시피 한 결과다. 금년도 전반기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8만 5천불을 넘어섰지만 3억 3천만 인구 중에서 30% 내외로 추산되는 서민들의 삶은 만만치 않다. 일자리는 있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쓸 돈이 없다. 높은 물가에 밀려드는 불법이민자와 자유무역에 지쳐버린 중하위층과 백인 저소득층은 트럼프의 귀환을 선택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economy, stupid,)’라는 과거 클린턴 대통령의 구호가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은 것처럼 먹고 사는 문제가 결정적인 선택의 기준이었다. 막말 논란,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정세는 특별한 연고가 있는 유권자를 제외하고는 부차적인 이슈였다.

이번 선거가 지난 4년 바이든 정부에 대한 평가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부통령이었던 해리스 후보로서는 현직의 프리미엄보다는 유권자들의 불만을 달래기에 어려움이 컸다. 미국 사회가 여전히 여성 정치인에게는 유리천장의 벽이 있다는 것도 해리스 후보에게는 핸디캡이었다. 남녀를 구분하는 낙태권 등 젠더 이슈만으로 백악관에 입성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돈의, 돈에 의한, 돈을 위한 동맹(Alliance of the money, by the money, for the money)’을 강조하는 트럼프가 불사조처럼 살아왔다. 깊은 동맹(deep alliance)의 시대는 가고 거래 동맹(easy alliance) 시대가 도래했다. 상호거래에 따른 이득의 관점에서 한미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트럼프 후보와 통화하고 협력관계를 이어가자고 했지만 동상이몽은 불가피하다.

MAGA 2기 바이든 지우기 정책(ABB)

불사조 트럼프가 귀환했다. 그의 정책은 바이든 정부 정책 지우기(ABB: Anything but Biden)가 될 것이다. 개입주의(engagement)보다는 극단적이고 편협한 고립주의로 회귀하면서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세계 경찰로서의 미국의 역할을 종료된다. 미국의 전통적인 국제질서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에 걸맞게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한다. 그는 지난 7월 19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통해 중국을 포함한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고 자동차 및 기타 제조업 일자리를 미국으로 되돌리겠다고 약속했다. 기후변화 협약 탈퇴 등 국제협약은 중요하지 않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등을 현 행정부가 일으켰다고 비난하며, 모든 국제적 위기를 종식시키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지금 유럽과 중동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만, 한국, 필리핀, 그리고 아시아 전역에 분쟁의 유령이 떠오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 트럼프는 자신이 재임 시절 김정은 위원장과 “매우 잘 지냈고” 그의 행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막을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그는 “지금 북한은 다시 도발적인 행동을 하고 있지만, 나는 김 위원장과 잘 지내고 있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도 내가 돌아오면 보고 싶어 할 것이다”라고 말해 지지자들의 웃음과 박수를 이끌어냈다. 모든 국내 및 외교안보 공약이 바이든 정부의 정책과는 결이 다르다. 황야의 무법자 카우보해 동맹국의 방위비를 인상할 것을 요구한다.

NATO 국가들의 방위비를 GDP의 3% 선까지 인상을 요구하여 독일이 반발하는 등 동맹국과의 갈등은 불가피하다.2) 그는 2020년 한국의 방위비를 연 10억달러에서 50억달러 선으로 인상을 요구했다. 트럼프 2기에서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거론되는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지난 9월 일본이 최근 방위비를 크게 올렸다며 한국도 미국처럼 GDP의 3~3.5%를 방위비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10월 15일 자신이 재임 중이면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용(방위비 분담금)으로 연간 100억 달러(약13조원)를 지불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해 재집권할 경우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가 언급한 연간 100억 달러는 한국이 2026년 이후 지불할 액수의 9배 가까운 액수다. 한미는 10월 초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도 대비 8.3% 인상한 1조5192억원으로 정하고,2030년까지 매년 분담금을 올릴 때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반영하는 내용의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문안을 타결했다.

‘돈의, 돈에 의한, 돈을 위한 동맹(Alliance of the money, by the money, for the money)’을 강조하는 트럼프가 불사조처럼 살아왔다. 깊은 동맹(deep alliance)의 시대는 가고 거래 동맹(easy alliance) 시대가 도래했다. 상호거래에 따른 이득의 관점에서 한미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그들은 머니 머신(They are Money Machine)”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으로 예상되는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작년 9월26일 미국기업연구소(AEI) 대담에서도 “한국의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5%인데, 미국처럼 3%~3.5%까지 올라가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특히 “트럼프 전대통령은 동맹국인 한국에 매우 헌신적이며 과거에 한 일을 보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내 생각에 한국 내 우려의 일부는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측근이자 국무장관 후보들 중 하나로 거론되는 빌 해거티 상원의원은 11월 9일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서 군사적 기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치동맹(deep alliance)보다는 동맹관계를 거래로 인식하는 트럼프는 북핵 문제에서 기존의 비핵화 입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난 30년간 동맹국들은 북한을 통제하지 못한 만큼 북핵 협상을 위해 제재 완화를 검토해야 하며 한국 정부는 좀 더 폭넓은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주한미군의 인계철선 역할을 바꿀 시점이나 아직은 한국 자체의 핵무장을 말할 단계는 아니라는 급진적인 정책 전환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2기 국방정책 보고서’를 총괄 집필하고 차기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밀러 전 미 국방장관 대행은 “미북 간 군축 협상이 안될 건 뭔가, 북핵은 호리병을 빠져나온 지니(genie out of battle)”라고 표현하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과는 결이 다른 이야기를 주장한다. 트럼프 당선자는 북한 김정은과 직거래 회담을 통해서 대북제재를 완화하고 핵동결에 합의하는 스몰딜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9월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북한은 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한 것도 북핵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을 반영한 발언이다. 워싱턴의 기류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친한파 공화당 의원들이나 보수 연구소에서 부분비핵화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희망적 사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미중 갈등과 동북아의 긴장

트럼프가 동맹 부담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대중 견제에 대한 역할과 기여를 강력히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가 대중 고관세 조치를 단행하고 첨단 기술 분야의 경쟁을 심화하면 바이든 정부의 디리스킹(derisking)으로 수사적으로나마 완화된 듯 보였던 탈동조화(decoupling) 기조가 다시 강화될 것이다. 트럼프는 대중 견제에서 한국을 비롯한 주요 관련국들의 동참을 요구할 것이다. 특히 주한미군과 핵협의그룹(NCG)을 북한이 아닌 대중(對中) 견제를 위해 활용할 수 있다. 주한미군의 병력 이동을 통해 대만 방어에 나설 수 있다. NCG와 같이 바이든 행정부 시기의 성과를 희석하는 차원에서 그 기능을 중국 견제 중심으로 재편하거나 아예 NCG 자체를 무효화하거나 고비용 부담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는 유세기간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탓으로 돌렸다. 미 대선을 코앞에 둔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기 위한 ‘승리 계획’에 국제사회 지지를 호소하며 바삐 움직였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선동했다”며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전쟁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또한 ‘푸틴이 트럼프를 마음대로 조종하고 있다’는 민주당 측 비판에 반박했다. 바이든 정부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제재한 것을 두고는 “러시아가 지금까지 한 가장 큰 일을 끝내버렸다”고 했다.

트럼프는 10월 17일 공개된 보수 성향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그(젤렌스키 대통령)는 전쟁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에서 패배자”라고 말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이 지금까지 이어진 데 대한 책임이 우크라이나에 있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뒷받침한 것이다. 그는 그동안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을 하루 안에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그는 푸틴 대통령과의 친분을 종종 과시하거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멈추 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21세기 중국과 전쟁을 어떻게 피할 것이냐’는 질문에 “중국에 대해서도 확실한 아이디어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만약 우리가 (중국과 전쟁을) 한다면 우리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며 그들도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지금) 그 계획을 알려줄 수 없다”며 “미리 알려주면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해리스 부통령이 휴전 촉구와 이스라엘 지지로 줄타기를 하는 사이, 트럼프는 이스라엘 전폭 지지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미국 정치·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계 표심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내 유대계와 아랍계 유권자를 향한 두 후보 간 득표 전략도 치열했었다. 아랍계 미 유권자들의 민심 이반이 뼈아픈 해리스로선 이스라엘을 마냥 압박할 수도, 지지할 수도 없는 딜레마를 보여주었다. 미국의 고립주의 외교에서 예외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한 지원이 될 것이다.

작년 10월 12일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7개 주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대응에 있어, 해리스 부통령을 50% 대 39%로 앞섰다. 또 트럼프전 대통령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더 잘 처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48%로 해리스 부통령 33%를 앞섰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트럼프-푸틴-김정은’ 3각 라인이 형성될 가능성이 짙어졌다. 한국이 이 3각 구도에서 ‘패싱’(투명인간 취급)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동맹을 압박해온 반면 권위주의 지도자들에 대해서는 각별한 친근감을 표시해왔다.
트럼프는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피격 후 처음으로 열린 유세에서 북한 독재자 김정은과 잘 지낸 것이 미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등 전세계 독재자들과의 관계에 대해 자랑했다. AFP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로이터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잘 지냈다면서 9월 13일 자신을 겨냥한 암살 미수 사건 후 시 주석에게서 “아름다운 편지(note)”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트럼프는 “나는 시 주석과 매우 잘 지냈다”며 “그는 대단한 사람이다. (시 주석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듣고 며칠 전에 나에게 아름다운 편지를 썼다”고 말했다.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동맹들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동맹이 우리를 이용해왔다. 소위 우리의 동맹이라고 불리는 국가들이 그렇게 했다”고 날을 세우면서도 오르반 총리가 마러라고 회동에서 자신을 칭찬한 것을 자랑했고 김 위원장과도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대선전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약함’을 비판하는 소재로도 스트롱맨들을 ‘활용’하고 있다. 그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푸틴 대통령, 시 주석을 거론하며 “바이든은 그들을 한 번도 압도하지 못했다”면서 “그는 국제적 망신이고, 세계의 지도자들은 그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안보의 레드라인을 정확하게 설정하여 미국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 트럼프는 주한미군을 비용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과 더불어 북한이 아닌 중국에 대한 군사적 대응 차원에서 평가해 왔다.

강한 국력과 스마트한 외교로 트럼피즘 파고 넘어야

한국은 북러 군사 밀착 속에서 커지는 ‘트럼프 리스크’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기존 한미동맹의 기조와는 결이 다른 흐름이 예상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했던 4년 전 최대 화두가 미중 전략경쟁이었다면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게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 이란 등 반미 전선과의 관계 개선 및 압박이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정책 혼선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전술핵 재배치를 통한 확장억제, 원자력협정 개정 및 통상 등 모든 현안을 한 테이블에 올려놓는 시나리오도 검토해야 한다.

우선 북핵 위협에 대한 한미 공조 수준을 높여야 한다. 한미 양측은 북한의 핵 고도화를 최대한 저지해야만 하고, 적극적인 국제협력을 견인하는 데 뜻을 모으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북핵 고도화 무용론에 대한 전략적 메시지를 북한에게 지속적으로 주지시켜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도 주한미군 주둔과 미국의 확장억제는 전혀 변화가 없음을 모색해야 한다.

다음은 대한민국 안보의 레드라인을 정확하게 설정하여 미국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 트럼프는 주한미군을 비용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과 더불어 북한이 아닌 중국에 대한 군사적 대응 차원에서 평가해 왔다.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콜비 전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부차관보 등 소위 트럼프 측근들도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를 언급해왔다.

지난 7년간 북한의 핵능력도 증가했지만, 미국의 글로벌 전략에서 동맹국인 한국의 전략적 가치도 전례 없이 높아졌다. 트럼프는 한국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미국의 국익을 증가시킬 카드가 다양해졌다. 트럼프와 그의 외교 안보팀에서 북한이 아닌 우리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도 동맹 관리에 과감하게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셋째, 미북 핵군축 협상에 대비한 확고한 대응 원칙이 필요하다. 북한이 군축 협상에 적극적일 가능성이 높은 바, 확고한 원칙 하에 한미 공조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핵무장을 위한 다양한 준비도 마련해야 한다.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 개정 당시와 같이 페연료봉 재처리를 위한 한미원자력 협정 개정을 위한 한미 간의 전략적 소통과 대화도 시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러·우전쟁 이후의 한반도 안보 지형 변화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러·우 전쟁 파병이 한반도 안보 및 통일 추진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합리적 전망과 실효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러·북 간 공군 및 해군력 분야 협력, 러시아 중고 핵추진 잠수함 대북 제공, 전쟁 이후 러시아 방공망 북한 임시 배치, 북한 해군기지 러시아 활용, 러·북 합동 군사훈련 등의 분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처럼 북한에 러시아 군사력 일부가 배치되고, 양국 간 핵무기 고도화 기술 협력이 순조롭게 전개되는 시나리오도 검토될 수 있으며 이는 한반도 안정 및 우리의 자유 통일추진에 큰 장애가 될 것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조선업 분야에서 한국의 협력을 요청했지만 아마 한국의 방위비 인상분으로 비용을 부담시킬 것이다. 조약 체결 72주년을 맞는 내년 을사년(乙巳年)은 새로운 한미관계의 원년이 될 것이다. 한국의 외교 안보를 미국의 배려에 만 의탁할 수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초격차 기술의 우위와 냉정한 외교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자강불식(自强不息)이 필수적이다. 대한민국의 국력 신장만이 트럼프의 존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해외 분쟁 불개입과 자국 우선주의, 극단적 보호무역과 미국 내 생산 압박 이슈가 커지면서 한국은 보다 심각한 외교적 과제를 안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트럼프 2기는 냉엄한 국제정치의 흐름 하에서 한국의 국익 확보에 차가운 겨울이 올 수도 있다(cold winter is coming)는 점을 예고한다. 우리의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강력하고 세심하며 노련한 스마트 외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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