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일자리 늘리기’와 ‘소득주도 성장’은 허상
‘세금 일자리 늘리기’와 ‘소득주도 성장’은 허상
  •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17.07.2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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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빗나간 새 정부의 경제정책
▲ 서울대 경제학과 / 시카코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 한국금융연구원장 역임

임금을 경제학적으로 보면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우선 임금을 받는 근로자에게 임금은 중요한 소득원이 된다.

가계가 경제활동을 하는 데 소중하게 사용되는 재원이 임금을 통해 확보되는 것이다.

하지만 임금은 이를 지급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즉 생산비용이 된다.

생산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건비를 최대한 줄여서 제품가격을 낮춰야 제품의 판매가 원활해진다.

받는 입장에서는 항상 더 받고 싶고 주는 입장에서는 낮춰야 하는 것이 임금이다. 이처럼 임금을 둘러싼 양쪽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이 된다. 임금을 지급받는 쪽에서는 임금을 포함한 다양한 보상이 증가하는 쪽으로 유도를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무작정 늘릴 수만은 없다.

임금의 수준은 효율성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와 연결되므로 성과의 개선 없이 이를 높이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인건비를 통제하지 않으면 기업 경영의 효율성이 확보될 수 없기 때문에 인건비는 성과에 연동되어 지급되어야 한다. 이래야 경영의 효율성이 확보되고 기업이 계속 존립하면서 급여를 지급할 수 있게 된다.

경제학적으로도 임금은 근로자의 공헌 내지 기여도에 비례하도록 해야 균형이 된다. 즉 매출 등 기업 성과가 좋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인건비만 증가하는 경우 기업의 이윤이 줄어들고 해당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줄어들 수 있다.

이처럼 임금을 둘러싼 논쟁에서는 다양한 입장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주로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초점에 맞춰지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과 정규직 문제도 그리 간단하지 않다. 현재 관찰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정규직에 대해 성과 대비 높은 임금이 지급되는 상황과 관련되어 있다.

이들에게 성과 대비 높은 수준의 임금이 지급되다보니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고 이를 줄이려는 방법으로 비정규직을 채용해 이들에게 성과 대비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구조가 정착되어 버린 것이다. 전체 인건비 지출을 줄이는 방법으로 채택된 것이 비정규직의 채용증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는 이러한 이유에서 발생하는 면이 있으므로 구성원 모두를 정규직으로 만들면 급여가 상승하면서 받는 근로자는 좋아지지만 구성원 전원이 성과 대비 높은 임금을 받는 경우 기업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결국 기업의 존속 가능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면에서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만일 이러한 조치가 취해지고 구성원 전원이 정규직이 되는 경우 인건비 부담은 상당 부분 증가하게 될 것이고 이 경우 기업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마지막으로 선택 가능한 것은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다.

사람을 늘리는 대신에 기계를 통한 자동화를 시도할 경우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되면 이러한 선택을 하는 기업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해당 기업에 취업할 수 있었을 취업 준비생은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자신이 취업할 수 있었을 자리들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데 대한 피해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누가 이 기업에 취업이 될지 미리 특정할 수는 없으므로 당사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나서서 비판할 수 있는 취업 준비생은 없다.

▲ 문재인 대통령이 6월 21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일자리위원회 위촉장 수여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며 '일자리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연합

반면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는 비정규직의 경우 이러한 조치를 적극 찬성할 것이므로 반대와 찬성의 목소리에는 비대칭적인 면이 존재하게 된다. 또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당사자에게 이러한 정책은 너무나 의미가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해를 끼치는 것으로 여겨지게 되는 면도 있다. 당사자에게 말할 수 없이 좋은 것이므로 비판 자체가 부담스러운 행위가 되면서 비판하기가 힘들어지는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44만여 명에 대한 2조 원 정도의 빚을 탕감하는 가계부채대책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빚의 탕감과 기록 삭제가 당사자에게 특별히 좋은 혜택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비판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지는 것이다. 사실 부채 탕감 정책에 대한 비판의 본질은 탕감을 받는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부채의 탕감이 이뤄지면서 당사자들은 특별히 좋은 혜택을 받게 되지만 부채가 있는 제3자들이 이러한 정책이 시행되는 것을 보게 되면 이들이 작든 크든 영향을 받게 된다. 만일 다른 부채 보유자들이 부채상환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면 소위 모럴 해저드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면 이는 적정한 금융질서에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이번 한번 뿐이고 제2 제3의 부채 탕감이 없다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일단 한 번 탕감이 이뤄지면 선례가 생기기 때문에 나중에 가면 추가적 탕감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현 정권 하에서는 1회성 조치라고 해고 정권이 바뀌는 경우 탕감을 바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제2 제3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부분으로 인해 금융질서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상당하지만 탕감 대상이 되는 당사자들은 이러한 비판을 수긍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도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인구가 많아서 내수가 상당한 수준이 되어 있거나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경우 소득주도 성장은 내수시장을 확장시키면서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가 5000여만 명 정도로서 내수만을 가지고 성장하기에 필요한 1억 정도의 반에 불과한 상황이다.

더구나 우리 경제의 성장 과정에서 수출을 중심으로 외수를 활용하는 체제가 굳어진 상황이다. 따라서 소득주도 성장론에서 주장하는 대로 임금을 상당 부분 상승시키는 경우 이는 인건비의 증가로 이어지면서 기업의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독일의 예를 봐도 이 부분이 확인이 된다. 2000년대 들어서 독일에서 추진된 하르츠 개혁은 노동 분야에서 고용의 유연성을 제고하고 인건비를 크게 높이지 않도록 한 조치였다.

이 개혁이 성공한 것은 독일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이 품질은 좋고 값은 싸게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개혁을 통해 그렇지 않아도 가성비가 좋은 독일 제품의 수요 기반은 대폭 확장되었다. 때마침 유로화를 공통 통화로 도입해 유로존 내에서 환전과 환율이 없이 국가간 교역이 가능해지면서 엄청난 수요가 독일로 몰렸고 독일은 이러한 개혁과 유로화 공동사용의 혜택을 향유할 수 있었다.

외수 시장을 감안하면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생산해 국내 혹은 해외에 판매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품질 대비 가격이 낮게 느껴져야 소비자의 만족도는 높아진다. 가성비의 문제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작동하는 근본적 원리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임금상승이 소득증가를 통해 내수를 창출하는 부분과 함께 인건비 증가를 통해 기업의 효율성이 훼손되고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두 가지의 경중을 잘 따져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성과 대비 높은 급여를 지급하면서 계속 존속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일시적인 인건비 상승은 몰라도 지속적으로 인건비가 높게 유지될 수는 없다. 이러한 조치는 기업의 계속성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 6월 22일 제주도 교육청에서 제주학교 비정규직 연대회의가 기자회견을 열어 도 교육청이 급식보조원 월급제, 교육부 처우개선안 소급적용 등에 대해 전향적이 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 연합

최근 새 정부 출범 이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 간에 갈등이 고조되는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살펴본 문제들도 이러한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정치 분야는 민주주의, 형평, 절차 등의 가치가 중시되는 분야이다. 하지만 경제 분야는 자본주의시장경제, 효율, 성과가 중시되는 분야이다.

성과를 내야 하는 조직에서 민주주의만 강조하면 성과가 줄어들거나 사라지게 되고 결국 조직의 기반이 와해될 수도 있다.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되도록 싸게 생산, 판매해야 할 조직이 인건비 상승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면 성과가 줄어들게 되고 결국 해당 기업은 힘들어진다.

형평과 절차를 중시하는 분야와 효율과 성과를 중시하는  분야는 서로를 인정하는 분위가 하에서 잘 공존할 수 있다.

경제민주화나 경제민주주의에서 보듯이 정치의 영역이 경제 분야로 너무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 경제의 정치화를 통해 성과와 효율에 이상이 오면서 경제 분야 본연의 역할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리고 효율과 성과가 훼손되는 경우 경제 분야의 근간을 이루는 기업 부문에 이상이 생기면서 부가가치 창출과 경제 성장에까지 부정적 형상이 발생할 수 있다. 두 분야 각각의 논리가 존중되면서 공존이 되는 모형을 잘 정립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보이며 새 정부가 이러한 공존의 논리를 잘 고려해 의사결정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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