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일본 언론 반응은?
대통령 탄핵,일본 언론 반응은?
  • 박순종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03.2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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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탄핵은 친북세력 대 반북세력의 대리전쟁”

산케이신문(産經新聞) 류코쿠대학(龍谷大學) 리샹쩌(李相哲) 교수 기고문 게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있던 지난 3월 10일, 많은 외신들이 탄핵심판 결과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이웃 나라인 일본의 언론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남게 되든 짐을 싸게 되든, 어느 쪽이 됐든 한국 정치 지형의 격변은 불가피한 상황. 더구나 지난 6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쏘아올린 4기의 미사일 가운데 3기가 일본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낙하한 바 있어, 일본의 신경은 잔뜩 곤두서 있었다.

한국에서 보수가 집권을 연장하느냐, 혹은 진보가 새로운 권력으로 재등장하느냐가 박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와 결부돼 있었기에 한일관계를 포함한 향후 한반도 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본으로서는 그만큼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 언론은 대부분 사실 보도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한다는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이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입을 통해 선고됐다. 이에 일본의 유력 일간지들과 방송사들이 이 소식을 일본으로 급박하게 전했다.

마이니치신문(每日新聞)은 ‘박 대통령 파면 결정, 오늘 즉시 실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자사 웹사이트 1면 톱에 올렸다. 마이니치신문은 12월 박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된 여러 쟁점을 소개하고, 그 가운데 최서원(통칭 ‘최순실’) 씨에 의한 국정개입 혐의 등이 인정돼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다”는 점을 들어 탄핵 인용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마이니치는 또 2004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 개입으로 인한 탄핵심판 기각 사유를 다시 한 번 환기시켰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재가 제시했던 대통령 탄핵의 기준, 곧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 혹은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여 국정을 책임질 자격을 잃은 경우’라는 판례가 적용돼 이번과 같은 인용 결정이 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을 덧붙인 것이다.

일본 내 좌파 성향 언론인 요미우리신문(讀賣新聞)과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은 각각 ‘한국 헌법재판소,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결정’, ‘박 대통령 파면 선고, 5월에 대선’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박 대통령 파면 결정 소식을 간략하게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비판적 논평, 주목

반면 일본의 보수 언론 중 하나인 산케이신문(産經新聞)은 교토시 소재 류코쿠대학(龍谷大學)의 교수 리샹쩌(李相哲) 박사의 기고문을 실어 주목을 끌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을 두고 “오늘날의 사태는 ‘민심’을 구실 삼아 부패한 국회의원들과 권력의 향배에 민감한 검찰, 무책임한 언론의 야합에 의한 쿠데타”로 평가한 것. 리 박사는 중국 헤이룽장성(黑龍江省) 출신의 중국동포로서, 1982년 중국공산당 기관지 ‘흑룡강일보’(黑龍江日報) 기자를 거쳐 1987년 도일했다. 또한 그는 1995년 일본 조치대학(上智大學)에서 신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해 1998년부터 지금까지 류코쿠대학의 교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 마이니치 신문에 대통령 탄핵 관련 비판적 기사를 연재한 류코쿠대학 리샹쩌 교수

리 박사는 3월 7일부터 9일까지 사흘 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필연적 탄핵은 친북 대 반북의 대리전쟁’·‘민심과 함께 날뛰는 언론’·‘부조리가 판치는 나라, 쓰레기 언론·부패 국회’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세 편의 칼럼을 기고했다. 다른 언론들이 단순 사실을 전하기에 바빴다면, 이들 세 편의 칼럼은 박 대통령 탄핵의 배경과 경과에 대한 리 교수 나름의 자세한 분석과 해설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그는 3월 1일 있었던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를 소개하며, “한국은 지금 내전 중이다”라며, 한국의 현 시국을 ‘북한에 동조적인 좌익 세력’과 ‘나라를 지키려는 애국 세력’ 간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고 묘사했다.

리 교수는 그간 북한이 학비 등을 지원해 한국 내 지식인들을 양성했으며 이렇게 양성된 이들이 문화계·법조계·언론계 등으로 진출해 북한 공작원들이 선량한 시민들을 끌어들여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권을 뒤흔드는 데 측면 지원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박근혜 정권이 2013년 출범 이래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키고 이석기 등에 의한 내란음모를 성공적으로 차단해 종북 성향의 야권을 속수무책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며 이에 야권이 ‘최순실 게이트’를 정권을 쟁탈하기 위한 마지막 돌파구로 삼았다고 해설했다.

또한 그는 박 대통령 탄핵 사건을 촉발시킨 Jtbc의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와 관련, “어쩌면 태블릿 PC 따위는 필요 없었는지도 모릅니다”라고 한 손석희 Jtbc 사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곧, ‘국정 개입’의 증거가 들어 있다는 태블릿 PC의 입수 경위에 대한 Jtbc 측 해명이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조작 보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언론들의 보도 행태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5년 단임제 대통령 문제점 지적

이와 함께 리 교수는 수사 당국이 박 대통령의 가족도 아니며 경제 기반을 달리하는 최서원 씨를 ‘경제공동체’라는 논리로 대통령과 한데 묶은 뒤 박 대통령에게 ‘뇌물수수죄’를 적용했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수사 당국이 2300건에 이르는 ‘고영태 녹취 파일’ 가운데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27건의 증거만을 채택한 점도 지적하며 일방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공정하지 못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한 문제 의식을 밝혔다.

리 교수는 “사회 정의를 최전선에서 지켜야 할 검찰, 언론, 국회가 엄밀하고 공정한 조사나 수사, 법해석 등을 거치지 않고 폭주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근본적 원인으로 ‘대통령 5년 단임제’를 꼽았다. 단임인데다가 임기가 5년으로 짧아, 임기의 반이 지나면 대통령이 구심력을 잃게 되고, 3년이 지나면 검찰과 언론이 다음 정권의 향배에 민감해진다는 지적이다.

한편, 한국 정치권에 그간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그 대안으로 ‘4년 중임 내각제 개헌론’이 부상하고 있는 등 격변하는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일본 언론들의 뜨거운 관심과 후속 보도들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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