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것은 우리뿐
믿을 것은 우리뿐
  • 미래한국
  • 승인 2016.02.04 07: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춘근박사의 전략 이야기] 4차 북한 핵실험의 국제정치학

미국·중국은 북핵에 관심 없다.  북핵 얻어 맞고 공산통일 당할 것인가,  우리도 핵무장을 하여 자유민주통일을 할 것인가.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들어가는 말 

지난 1월 6일 북한은 4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오랜만에 나타난, 우렁차기는 하지만 듣기 대단히 거북한 목소리의 70대 여성 아나운서 리춘희는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선포하듯 말했다. 4차 핵실험의 폭발력은 지진파로 보건대 3차 핵실험 당시보다 오히려 더 약하며, 더욱이 수소폭탄이라고 하기에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폭발력이 약했다는 의심이 든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 중국은 물론 탐지 능력이 막강하다는 미국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북한의 핵능력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북한은 곧 ‘핵무기 체계’를 완성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었는데, 이번 4차 핵실험은 북한이 실전(實戰)에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를 완성·보유하게 될 날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해 준다. 

이번 북한 핵실험은 한국 정부를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기대했던 중국의 역할이 전혀 신통치 못하다는 데서 연유하는 것이다. 

우선 중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막는 데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 핵실험을 사전에 방지하지 못한 것보다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후 중국이 보인 행동이다.

중국은 4차 핵실험을 ‘말로나마’ 강력히 규탄하는 국제사회의 입장에 동참하지 않았다.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주문에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동문서답을 하고 있다. 말로 하는 규탄에도 동참하지 않는 중국이, 북한을 제재하는 ‘행동’에 어느 정도로 동참할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글은 북한이 단행한 4차 핵실험을 둘러싼 국제정치 상황을 분석함으로써, 우리가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폐기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어떤 국제적 노력을 전개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지금까지 우리가 택한 어떤 수단들도 북한의 핵무장을 막는 데 무용지물임을 증명해 보였다. 국제사회가 이제까지 채택했던 온갖 방법들은 북한이 핵 보유를 향해 나가는 길에 특별한 장애 요인이 되지 않았다.

북한은 시간은 조금 지체되었을지 몰라도, 자신의 계획대로 핵무장 계획을 착착 실천에 옮기고 있다. 2006년, 2009년, 2013년 등 3차에 걸쳐 핵실험을 단행한 북한은 시간도 정확하게 맞춰 2016년 또 다시 핵실험을 단행한 것이다. 

▲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중국의 존적인 북한핵 억제 정책은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실패로 판명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북 핵실험의 대응을 협의하기 위한 박대통령의 핫라인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국의 대북한 핵정책: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3년 전인 2013년 2월 13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단행했을 때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전이었다. 당시 강인선 조선일보 기자는 “이제 더 이상의 규탄 성명으로 북한 핵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고 쓰고, 새로 출범하는 정부를 향해 보다 효과적인 대북 핵정책을 주문한 바 있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2주 만에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북한은 1월 6일 이전까지, 즉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2년 10개월여 동안,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이 멈춰 서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북한은 지난 2년여 동안 수백 회에 이르는 미사일 발사 실험을 줄기차게 단행했다. 

미사일과 핵은 실과 바늘처럼 두 가지가 다 완성되어야 하나의 시스템으로 합쳐질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에 북한의 핵폭탄이 장착되어야 핵무기 체계가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북한이 보유한 핵폭탄의 부피와 무게가 북한제 미사일에 장착되기에는 상당히 크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북한은 핵폭탄의 소형화, 경량화를 위해 노력했다. 

핵폭탄의 경량화, 소형화를 이룩하기 위한 가장 유용한 수단은 핵실험을 지속적으로 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핵실험은 정치적으로 리스크가 큰 일임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은 다른 방법의 핵능력 증대를 위해 노력했다.

즉 북한은 미사일 투사중량을 증대시키기 위해, 다시 말해 더 큰 폭탄을 장착할 수 있는 미사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우리는 그저 ‘예의 주시’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물론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핵무장 능력을 억제하기 위해, 특히 4차 핵실험을 막기 위해 노력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 1월 6일 4차 핵실험을 했으니 박근혜 정부의 대북 핵정책은 결과적으로 ‘실패’라고 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북한이 말한 바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만약 이번 핵폭발이 ‘소형화 된 수소폭탄’ 이 터진 것이라면 이는 정말 대책이 서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의 핵 폐기를 위한 외교 노력의 가장 큰 특징은 중국 의존적이었다는 것인데, 이 접근 방법 역시 실패로 판명되었다. 한국과 대단히 친한 줄 알았던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국방장관은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한 후, 대화를 하자는 한국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핫라인 전화를 받지 않았다. 북한 핵실험과 같은 국제 위기 상황에 한중 양국이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전화선이 핫라인 아닌가? 

한국 외무장관과 전화가 연결되었던 중국의 외무장관은,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는 한국의 장관에게 ‘평화적인 수단과 대화’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도무지 맥락이 맞지 않는 소리를 해대고 있었다. 중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함으로써 북한 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노력은 ‘결정적인 순간’ 허무한 일이 되어 버리고 만 것 아닌가?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중국이야말로 북한의 핵무장 노력을 막을 수 있는 ‘힘’을 가진 나라 아닌가? 그동안 대한민국 정부는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에 불협화음을 감수하면서까지 중국을 미국과 등거리로 대우하겠다면서 중국에게 접근했다. 박 대통령은 자유진영의 국가원수로서는 유일하게, 더욱이 미국과 동맹국인 국가원수로서는 유일하게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여했다. 

이 모든 조치들은 한미동맹의 일정 부분을 훼손하더라도 우리의 사활적 이익인 북한 핵 폐기를 중국에게 호소하려는 의도 아래 이뤄진 일이라고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튼 이제 그런 희망은 접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단행한 지 열흘이 넘었지만 시진핑 주석과 전화 통화라도 해서 북한 핵문제를 논의할 수 있었던 관련국 정상은 없었다. 

결국 북한 핵 폐기를 위한 국제 외교를 원점에서 다시 구상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친한 줄 알았던 중국보다 사사건건 적대적이었던 일본이 오히려 더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북한 핵에 대한 중국의 입장 

중국은 군사적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도 북한의 핵개발을 좌절 시킬 수 있는 나라다. 

중국이야말로 북한 핵을 제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는 사실에 의문할 사람은 없다. 오늘이라도 당장 중국이 북한으로 흘러가는 송유관을 완전 차단할 경우, 혹은 북한으로 유입되는 식량과 물자를 차단할 경우, 북한은 국가로서 생존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미국도 북한 핵을 제거할 수는 있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중국은 북한 경제의 사활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군사적 수단’을 쓰지 않고도 북한의 핵능력을 제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나라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박근혜 정부가 북핵 해결을 위해 중국에 ‘의존하려는’ 정책을 ‘이해’ 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박근혜 정부의 중국 의존 정책에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도 많았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에게 의존한다는 일은 ‘현실적으로 거의 가망성이 없는 일’이라 생각해 오고 있었기에 중국에 대한 의존 정책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편이었다.

중국이 군사적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북한의 핵능력을 제거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사실과 중국이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전략은 한 나라의 ‘능력’과 ‘의지’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일이다. 필자는 중국이 북한의 핵을 폐기시키기 위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막강한 ‘힘’을 사용할 의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 자신만이 보유한 ‘힘’을 사용할 ‘의지’는 없다. 

북한 핵문제는 수십 년도 더 지난 오래된 문제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60년도 넘는 일이며 북한 핵문제가 국제문제로 비화한 것도 25년이 넘었다. 공산 제국들이 줄줄이 무너지던 1989년 미국의 정찰 위성은 영변의 핵시설이 발전용이 아니라 핵폭탄을 만들기 위한 시설임을 확인했다. 

그 이후 국제사회는 북한 핵무장을 막기 위해 별의 별 노력을 다 기울였다. 돈도 줘 보고, 대화도 해봤다. 그러나 북한은 핵을 포기할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직 사용하지 않은 방법이 두 가지 남아 있는데, 하나는 군사력을 통해 북한 핵능력을 제거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적인 방법으로 북한을 옥죄는 방법이다. 군사력을 사용하는 방안은 1994년 늦은 봄,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시도된 바 있었지만 한국의 극렬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남은 방법은 북한을 붕괴 시킬 정도의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방법인데, 이미 북한에 대해 중국만이 보유하고 있는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사활을 걸고 핵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사활이 걸린 제재를 받지 않는 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경제적인 수단이라 할 지라도 북한 핵을 성공적으로 폐기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이 붕괴될지도 모를 수준으로 압박을 가해야 하리라는 점이다. 

문제는 중국이 자신을 직접 위협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 북한의 핵폭탄을 제거하기 위해 중국에게 사활적인 지정학적 안전판인 북한 붕괴라는 위험을 감수할 것이냐의 여부다. 

중국이 보기에 아무리 골치 아픈 북한일지라도 살아 있어주는 것 그 자체가 고마운 일이다. 1950년 초겨울 유엔군의 반격으로 북한이 궤멸 위기에 처했을 때 중국은 100만 대군을 파병, 북한의 붕괴를 막았고, 한반도의 통일도 막았다. 미국과 전쟁을 각오하고서라도 살려야 했던 북한을 중국이 앞장서서 붕괴 시킬 이유는 어느 경우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에게 있어 북한 붕괴는 핵을 보유한 북한이 말썽 부리며 존재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쁜 일이다. 그래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정책을 펴 온 것은 현실주의적 관점이 아니라 희망적인 관점에 의거한 것이었다. 

국제정치의 본질을 잘 모르는 중국 네티즌들이 김정은 정권을 비난할 때 중국의 환구시보는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은 지정학이라는 정확한 지적을 한 바 있었다. 

솔직히 말하건대 중국은 북한이 붕괴될지도 모를 수준의 압박을 가함으로써 북핵을 폐기 시킬 의도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해도 될 것이다.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는 미국 정부의 북한 핵을 해결하라고 촉구에 대해 “그건 불가능한 일”(Mission Impossible)이라고 대답한 적도 있었다. 

▲ 북 핵에 대응해 우리의 자체적 핵능력을 키우자는 생존 전략에 반대하는 세력은 북한 김정은이 대한민국을 흡수 통일해도 좋다는 사람들이다. 사진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장면.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은 중국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중국은 북한 핵은 미국의 문제라고 떠넘기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 핵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북한 핵은 결코 미국과 중국의 ‘존재에 관한 위협’(existential threat)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말로는 미국과의 전쟁 운운하지만 북한이 미국과 싸울 준비를 할 정도로 전략적으로 무지한 나라는 아니다. 북한 핵은 오로지 한국을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북한이 대한민국의 전멸을 위협함으로써 전쟁도 하지 않은 채로 북한 주도의 남북통일을 이룰 수 있는 황금의 보도(寶刀)가 북한 핵이다. 

북한이 진정 핵무기 체제를 갖춘 날, 즉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핵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게 되는 날, 우리는 단 두 가지 전략적 옵션만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미 수십 년 전 미국 최고의 국제정치학자 한스 모겐소 교수가 했던 말이다. 

“갈등하는 두 나라 중 한나라는 핵으로 무장했고 다른 한나라는 그렇지 않을 경우, 핵무장하지 않은 나라는 두 가지 옵션이 있다. 하나는 마치 일본이 미국에게 그랬던 것처럼 대들다 죽는 일, 다른 하나는 미리 항복하는 일이다.” 

북한이 핵무장을 완료하여 우리를 겁줄 수 있는 날이 시시각각 다가오는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순서대로 말하겠다. 빨리 방어 장치라도 준비하자. 즉 미국의 사드(THAAD)를 당장 배치해야 한다. 둘째, 저들의 핵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우리의 핵이다. 그런데 그건 결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셋째, 미국의 핵이라도 다시 들여오자. 

이상 세 가지 다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김정은이 이 나라를 통일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