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정신이 번영의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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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6.01.18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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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의 고전읽기] 몽테스키외 著, <로마의 성공, 로마제국의 실패>

박경귀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로마제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장수(長壽)한 국가인 동시에 최고의 번영을 구가한 제국이었다. BC 753년에 건국하여 1453년 동로마 제국이 멸망할 때까지 2000년이 넘는 장구한 세월 동안 존속했던 국가는 인류사에 로마 외에 어떤 나라도 없다. 

하지만 로마의 진정한 힘은 국가의 장수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공화정을 거쳐 제정시대를 열어 가며 이들이 창조하고 성취해낸 문명의 위대함에 있다.

몽테스키외는 로마가 번영한 중요한 덕목들이 공화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형성되었음을 관찰해낸다. 또 그는 “로마에게 해악은 분열이 아니라 번영이었다”는 독특한 주장을 한다. 내부의 반목과 분열, 외적의 침입이 멸망이 주원인이라는 통설과 거리가 있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이야기는 아니다. 로마가 급격하게 팽창하고 많은 국가들을 식민지로 만들면서 로마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이 급증했다. 이로 인해 초기 로마인들이 공유하던 애국심으로 똘똘 뭉쳤던 ‘로마인의 정서’가 흩어지게 되었다.

물론 로마가 패망한 것이 분열 때문이었던 점은 맞다. 하지만 그 분열의 씨앗을 잉태한 것은 로마의 번영이었다. 이런 차원에서 몽테스키외가 ‘번영’이 해악이 되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거대한 제국의 번영은 다양한 이해를 가진 시민들로 사회를 분화시킬 수밖에 없었다. 공화정 시기에 로마가 이룬 작은 번영이 역설적으로 로마의 결집력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로마를 번영시킨 가장 큰 공헌 집단은 ‘로마 시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로마 군인이었다. 부단한 훈련과 엄격한 규율, 나태하지 않았던 군인정신이 초기 로마를 타락하지 않게 만든 요인이었다.

하지만 ‘로마 시민권’이 이탈리아 반도 전체로, 속주의 유력자에게 확대되면서 ‘로마 시민권’이 부여하는 시민의 권리와 책무에 대한 충성도가 희석되었다. 이는 공동체를 떠받치던 군인들의 ‘시민 의식’이 희박해졌음을 의미한다. 

몽테스키외는 로마의 공화정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독재적 권력을 장악했던 술라조차 공화주의를 지향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아우구스투스가 전제정치를 만들어낸 것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다. 특히 그는 로마의 황제정이 시작된 로마 역사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황제들의 전제정치로 신음하게 된 시민들의 입장을 헤아리면서. 황제정 시기에는 로마 민중이 더 이상 국사에 참여할 수 없게 됨으로써 무능해지고, 황제들이 제공하는 빵과 오락에 젖게 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공동체의 운명에 공동의 책임을 갖던 시민 의식이 로마의 황제정 시기에 붕괴된 것이다. 

이 점이 로마 멸망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을까. 더구나 로마 시민들이 로마군에 입대하지 않고 용병에 의존하면서 로마는 외국 군인들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로마는 내부의 분열 때문에 몰락한 것이 아니라 너무 빨리 이룩한 번영 때문에 몰락한 것이라는 몽테스키외의 통찰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를 준다. 결국 로마의 강인한 군인정신과 덕성을 지닌 시민정신이 쇠락하면서 멸망한 것이다.

로마 시민이 지키던 국경의 안전을 외적에게 돈을 줘 지키게 하고, 종국에는 군대마저 용병에게 맡기게 됨으로써 로마는 자멸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건강한 국민정신을 유지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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